올리브 나무 사이로 내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길.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무너진 제국 페르시아의 옛 수도. 그 화려한 영광의 흔적을 찾아 걸어가는 아름다운 강변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이스파한은 이란이 품은 오아시스다. 남북으로 이란을 가로지르는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한 자얀데(Zayandeh)강이 이스파한의 젖줄이다. 그 이름처럼 ‘생명을 주는 강’ 자얀데강(Zayandeh River)은 이스파한을 초록빛 가득한 사막의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사원의 푸른 모자이크 타일, 무엇이든 구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시장, 강변을 따라 늘어선 녹음 짙은 나무들과 오래된 돌다리들. 분수의 물줄기 사이로 꽃이 만발한 정원과 궁전, 우아한 선을 그리며 조화롭게 늘어선 나지막한 건물들. 페르시아 문화의 정수인 이스파한은 소요하기 좋은 도시다. 페르시안 이펫이 깔린 카페에서 물담배를 피고,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길을 잃고, 아름다운 정원과 궁전을 거닐며 옛 영광을 추억하고, 다리 밑 카페에서 히잡을 두른 여인들과 수다를 떨며 앉아있기 좋은 곳이다.

이란에서 가장 큰 사원인 자메 모스크.

페르시아의 보석 이스파한은 건축물이 어떻게 인간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도시다. 이 도시의 영광은 1598년, 사파비 왕조의 서막을 연 아바스 1세(Abbas I)가 이곳을 수도로 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라”는 왕의 명령으로 이스파한의 화려한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영광은 고작 100년을 조금 넘겨 지속되었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침략으로 인해 수도는 쉬라즈(Shiraz)를 거쳐 테헤란으로 옮겨가게 되었으니.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경이로운 건축과 예술은 여전히 이 도시에 살아남아 그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다양한 시대에 걸친 이슬람 양식

이스파한을 걷는 일은 도시의 북동쪽 자메 모스크(Jameh Mosque)에서 시작하자. 이란에서 가장 큰 사원인 이곳은 11세기의 셀주크부터, 몽골, 사파비 왕조까지 다양한 시대에 걸친 이슬람 양식을 엿볼 수 있어 ‘디자인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사원을 나와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500m 남짓 걸으면 보조록 시장(Bazar-e Bozorg). 자메 모스크와 이맘 광장을 연결하는 5km 길이의 지붕 덮인 이 시장은 이란에서 가장 크다. 부분적으로는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장을 빠져나와 케이사리에 포탈(Qeysarieh Portal) 문으로 들어서면 이맘 광장(Imam Square)이다. 16세기 이곳을 여행한 프랑스 시인 르느아르(Renier)로 하여금 ‘세계의 절반’이라고 노래하게 만든 바로 그 광장이다. 512m 길이에 163m 넓이의 직사각형 광장은 천안문 광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다. 이맘 광장의 동쪽에는 쉐이크 로폴라 사원(Sheikh Lotfollah), 서쪽에는 알리 카푸 궁전(Ali Qapu), 남쪽 끝에는 이맘 사원(Imam Mosque) 등 페르시아 건축 문화의 보석들이 줄지어 서 있다. 푸른색 타일이 박힌 사원의 벽이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지, 아라베스크 문양은 또 얼마나 정교하고 기하학적인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한숨이 배어 나온다. 광장 북쪽의 케이사리에 찻집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며 잠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자.


체헬소툰 궁전의 보물인 벽화.


이스파한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

이맘 광장 서쪽의 체헬 소툰 궁전을 지나 이어지는 이스파한의 중심 차하르 바그 아바시 거리(Chahar Bagh Abbasi)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자. 강변을 따라 걷는 녹음 우거진 길에는 오디를 줍는 여인들 곁으로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간다. 벤치에는 지나가버린 청춘을 돌아보는 노인들이 조각처럼 앉아 있다. 초록이 짙어가는 그늘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한낮의 열기를 식힌다. 1602년에 세워진 시오세(Si-o-She) 다리를 지나 추비(Chubi) 다리를 건너, 이스파한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카주(Khaju)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 더 멀리는 이스파한에서 가장 오래된 샤흐레스탄(Shahrestan) 다리까지, 자얀데강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길은 이스파한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길이다. 걷다 보면 다리 밑 어디에선가 현악기의 선율에 맞춰 노래하는 젊은 목소리들이 실려온다.

이스파한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카주 다리

이스파한을 대표하는 이맘 사원의 내부 모습

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돌다리들은 파리나 베니스, 유럽의 그 어떤 도시의 다리보다 더 아름답다. 세월의 흔적에 닳아 반짝반짝 빛나는 돌다리들은 여전히 튼튼하고 우아하게 서 있다. 그리고 그 다리 밑에는 자그마한 찻집들이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돌다리 밑 찻집에서 뜨거운 홍차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노라면, 책에서 눈을 들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가 문득 아득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검은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이 물담배를 피며 소곤거리고 있다. 강변의 녹음 우거진 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며 일없이 소일하는 일. 이스파한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생명을 주는 강' 자얀데강의 강변길.


코스 소개
이스파한은 이란의 중부에 자리 잡은 이스파한주의 주도다. 자그로스 산맥의 해발고도 1,585m의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1598년, 아바스 대왕이 이곳을 수도로 정한 후 사파비왕조 시기에 번영했다. 옛 페르시아 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한 찬란한 문화유적의 보고로 세계문화유산이다. 자메 모스크에서 시작해 이맘 광장을 거쳐 샤흐레스탄 다리까지 이어지는 약 10km의 걷기 코스는 이스파한 최고의 명승지를 거치기에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자얀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모두 11개인데 그 중 4개의 다리가 아름다운 옛 다리들이다.


찾아가는 법
이란의 테헤란까지는 직항편이 운행 중이다. 테헤란 남쪽 405km 지점에 위치한 이스파한까지는 버스로 7시간이 걸린다. 최근 이란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므로 치안 상태를 확인한 후에 여행하도록 하자.


여행하기 좋은 때
전형적인 사막 기후로 밤과 낮의 기온차가 매우 크다. 이스파한은 여름에는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더위지만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적다. 3월부터 5월까지의 봄, 9월부터 11월까지의 가을이 여행하기 가장 좋다.


여행 Tip
이스파한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해질 무렵 산책을 나서는 게 좋다. 저녁이 되면 이스파한 시민들이 다리 주변의 강변으로 모여들고, 다리에도 등불이 켜져 정감 어린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스파한은 예부터 전통공예의 중심지로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 위시빈과 함께 하는 '비밀 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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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조드푸르. 이곳은 파랗게 물든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 진가를 발휘한다.

'오사카, 홍콩, 타이페이, 방콕, 하노이까지…'. 벌써, 지겨우시죠? 압니다. 뻔한 곳이라는 거. 그래서 이젠 '아시아 여행' 하면 얼굴부터 지푸려지신다고요? 이런 분들, 지금부터 눈 크게 뜨십시오. 여행 '만렙(게임 최고의 레벨)'의 고수들만 찾는 숨은 여행지, 비밀여행단에서 공개합니다. 쉿. 조용히 다녀오시길. 소문나면 붐비니까요. 

① 산악 열차 풍경 끝판왕 엘라(Ella) 

인도의 눈물, 스리랑카. 보통 이곳 여행은 두 가지로 나뉘지요. 초대형 바위 위에 왕조를 꾸렸던 '시기리아 록(바위)' 투어와 실론티 투어입니다. 하지만 고수의 여행은 다릅니다. 여행 만렙 고수들이 하는 테마여행의 핵심은 기차입니다. 해안 열차와 내륙 열차로 나뉘는데, 특히 산악 지방을 달리는 '내륙 열차'가 압권입니다. 버킷리스트 포인트는 바로 엘라. 엘라를 찾는 단 하나의 이유는 '엘라 록'입니다. 마치, 다른 선계에 진입한 듯한 신비로운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지요. 산악 열차는 홍차로 유명한 도시들을 따라 질주합니다. 구시가지에서 홍차 한 잔도 잊지 말아야 겠죠. 

②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곳 에히메 

기시감이라는 게 있죠. 어디선가 본 듯한데, 본 것 같지는 않은. 일본 하면 누구나 '에이, 다 다녀왔지' 하시죠? 그렇다면 여기는 어떤가요. 놀랍게 기시감을 품을 수 있는 곳, 에히메라는 동네입니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드시죠? 맞습니다.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등장한 도고온천이 있는 곳이 에히메 현의 마쓰야마니까요. 요즘 여행 만렙 고수들은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무조건 이곳으로 향합니다. 심지어, 봄날, 에히메는 벚꽃 구경의 베스트 포인트로 꼽히기도 합니다. 마쓰야마 성과 그 주변 공원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보며 신비로운 나들이 한번, 어떨까요. 

③ 태국 왕들의 럭셔리 쉼터 꼬시창 (Koh Sichang) 

한국 왕, 아니 태국 왕들의 귀한 기운을 몽땅 받을 수 있는 곳, 꼬시창입니다. 아, 태국 여름 명소 '꼬창'과 헷갈리시면 안됩니다. 꼬창은 패키지 여행 코스로도 묶여 있는 익숙한 곳이지만, 비밀 여행단은 거기 말고 '꼬시창'으로 갑니다. 태국 왕들이 힐링을 즐겼다는 곳. 우리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고요? 태국인들만 몰래 가는 럭셔리 휴양지여서지요. 물론 럭셔리한 모습보다는 때묻지 않은 자연이 압권입니다. 화려한 사원과 태국인들의 웨딩 사진 스폿인 이곳. 버킷 리스트에 꼭 담아놓으셔야죠. 

④ 블루시티의 매력 조드푸르(Jodhpur) 

끝내줍니다. 칙칙한 인도의 풍경, 이젠 잊어주시죠. 온통 푸른색인 '블루 시티' 조드푸르. 카스트 제도 최고 정점인 브라만 계층이 귀족의 집처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건물을 파란색으로 칠해버린 거지요. 그래서 애칭이 '블루 시티'입니다. 아, 물론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메헤랑가르 요새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영화 '김종욱 찾기'에 등장했거든요. 정확한 위치는 타르 사막 입구고요, 성벽에 둘러싸여 묘한 모습을 이루고 있습니다. 요새의 빈티지한 색감에 대비되는 도시 전체의 모습을 봐도 좋지만 이곳 진가는 파랗게 물든 길거리를 걸어다닐 때 발휘됩니다. 주의 사항 한 가지. 색감이 너무 예뻐서 휴대폰과 카메라로 무지하게 찍어댈테니, '배터리와 메모리'는 두둑히 챙겨가시길. 

⑤ 타이베이 근교의 보물 '이란(宜蘭)' 

여행 제한 지역인 이란을 가라고요? 아닙니다. 이곳은 중동의 이란이 아닙니다. 타이베이 근교 '이란'입니다.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면 닿습니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뤄동에는 '국립전통예술중심'이 자리하고 있지요. 이곳 대표 색은 빨강입니다. 빨간색 벽돌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예스러운 거리에 대만의 전통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놀라운 포인트지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있어 사진 찍기 좋은 '지미 공원', 푸른 들판이 있는 '센트럴 파크', 검은색 해변이 인상적인 '와이아오 해변', 그리고 온천까지. 볼 것도 너무 많네요. '뻔한' 타이베이에 지치셨다면, 볼 것 없습니다. 

⑥ 다낭 냐짱을 찍었다면 판 티엣(潘切) 

다낭, 냐짱 찍은 분들, 베트남엔 이제 더 이상 멋진 곳이 없을 것 같죠. 천만에요. 있습니다. 그것도, 쌍으로. 판티엣&무이네. 요즘 들어서 부쩍 찾는 여행족이 늘고 있습니다. 혹, 덩그러니 해변만 있는 시골스러운 곳 아니냐고요. 또 믿기지 않겠지만 이곳, 세계 10대 세일링 비치에 시설 좋은 리조트도 줄줄이 서 있습니다. 게다가 '판티엣&무이네'가 특별한 이유는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포인트라는 점이지요. 믿기지 않으시죠. 베트남, 그것도 사막에서 즐기는 사파리 투어라니요. 

⑦ 한폭의 그림 중국 구이린(桂林·Guilin) 

중국하면 베이징과 상하이만 떠오른다고요? 이제 야오산과 리장유람, 관옌동굴까지 신비한 모습을 간직한 구이린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물론 산 좋아하는 동호회 분들은 벌써 찍고오셨을테지만, 요즘은 이곳, 젊은 층도 찾는 '핫'한 여행지로 뜨고 있습니다. 이강유람에선 무조건 안개가 살짝 낀 날 배를 타셔야 합니다. 수묵 산수화 속 무릉도원 그림 기억나시죠. 그런 느낌입니다. 해와 달이 만난다는 일월쌍탑과 더불어 유람선을 타면서 유유자적, 물 위의 화려한 야경을 만날 수 있는 량장쓰후도 놓치지 마시고요. 

⑧ 한국인이 바글바글한 발리에 지쳤다면 우붓(Ubud) 

우붓은 발리 속 숨은 여행지입니다. 사원을 중심으로 푸른 계단식 논. 여기에 바다가 펼쳐진 휴양지. 곳곳에 박힌 특급 리조트. 이게 보통 발리하면 떠올리는 장면이지만 우붓은 다릅니다. 느긋한 마을. 골목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전통 가옥 안의 숨은 갤러리. 비밀 여행단 투어에 딱 맞는 힐링 명소가 됩니다. 우붓은 '예술 마을'로도 유명합니다. 거리를 지나다 느닷없이 만나는 길거리 갤러리에선 그림도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의외의 대박을 건질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붓 특유의 감각, 그 그림 속에 녹아 있습니다. 

⑨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석유와 천연가스. 그러니까 꺼지지 않는 불꽃이 상징인 나라 아제르바이잔. 발음도 힘든 이 나라의 수도가 바쿠입니다. 카스피해 연안에 둥지를 튼 이곳은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중세를 통째 옮겨놓은 분위기의 구시가지 차리 샤하르와 현대적인 건물의 아찔한 대비 앞에선 누구나 탄성을 자아내지요. 바쿠 투어의 백미는 밤입니다. 랜드마크인 불꽃 타워를 중심으로 화려한 야경이 펼쳐지거든요. 잊을 뻔했네요. 이 나라에서 꼭 먹어봐야 할 요리, 캐비어. 당연히 준비물은 두둑한 지갑입니다. 카스피해를 내려다보며 최고급 호텔에서의 캐비어 요리라. 이곳에선 사치가 아니라, '머스트 두(Must Do)' 코스니까요. 

※자료제공 = 위시빈, https://goo.gl/eh9oqk 


1000년 역사의 전통시장 바자르, 이슬람 속 기독교 聖地, 神이 빚어낸 자연 풍광……… 
30년 만에 그 문이 열리다
수천년 전 모습 그대로… 정돈되지 않아 오히려 아름다운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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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타브리즈의 외곽에 있는 암굴(巖窟) 마을 칸도반이 훤히 보이는 언덕에 섰다. 바위에 촘촘히 굴을 뚫고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들의 삶이 작은 점처럼 보인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권승준 기자
이란은 아직 여행자에게 불편한 곳이다. 교통편은 촘촘하지 않고, 그것도 모자란다. 관광지는 대개 방치되어 있다. 화장실 같은 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화창한 날도 메마르다. 여자에겐 특히 가혹하다. 날이 아무리 더워도 공공장소에서 히잡(이슬람식 두건)을 써야 한다. 이란의 현대사는 종교 혁명과 전쟁, 핵 개발 등 30여 년간 비자발적 쇄국(鎖國) 상태가 이어졌다. 굳게 잠겼던 빗장은 이제야 서서히 풀리고 있다. 여행자 입장에선 없는 게 더 많다.

하지만 매끈한 일정을 따라가는 관광만이 여행은 아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여행이다. 이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 여행객에게 웃으며 말을 건네고, 살갑게 다가와 같이 사진 찍자고 한다. 수천 년 동안 동서양의 교차로에 들어앉아 누렸던 번영과 부의 유산이 풍부하다. 신(神)이 빚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웅장한 풍광도 도처에 무심하게 널려 있다. 여정의 수고로움이야말로 여행의 보상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이란은 지금 막 꾸기 시작한 꿈이다. 바깥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손님맞이에 나선 이 꿈 같은 나라에 웃으며 걸어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북쪽 관문 도시인 타브리즈와 서쪽 관문인 케르만샤 지역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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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른색 타일이 특징적인 타브리즈의 카부드(푸른색) 모스크. 2 테헤란 시내의 거울사원에서 기도를 드리는 무슬림들. 3 이란 시내선 야채를 싣고 다니며 파는 행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람

"돈은 안 받습니다. 제 성의입니다." 1000년 역사를 가진 타브리즈 시내 바자르(baz ar·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돈을 내자 상인의 낯선 인사가 돌아왔다. 환청인가 싶었다. 이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관습이라고 한다. 정말로 돈을 안 받는 건 아니다. 돈을 받으며 습관처럼 하는 인사다. 동서를 잇는 길목에 있는 군사 및 상업 요충지인 타브리즈, 거기서도 시내 중간에 들어앉은 타브리즈 바자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금도 500여 개의 상점이 성업 중이다. 미로처럼 얽힌 상점들과 수많은 사람들 자체가 문화 유산 감이다. 지갑이 얇아도 가게마다 그득 쌓인 물건 구경만으로 마음이 두툼해진다. 우리 돈 20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카펫부터 100원짜리 등산용 양말까지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없을 것도 있을 것 같다.

사람 역시 없을 것 같은 곳에 있었다. 타브리즈 외곽에 있는 칸도반(Kandovan) 마을이다. 터키의 유명한 카파도키아 같은 암굴(巖窟) 마을이다. 비바람이 매만진 화산암에 사람이 구멍을 뚫고 들어가 집을 짓고 모여 산 지 수백 년이 넘었다. 집과 집을 걸쳐 이어진 빨랫줄에 걸린 옷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맨발의 아이들은 여행자를 말똥말똥 바라볼 뿐 다가오지 않는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올 것 같은 사진이 찍힐 법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곳에서 객(客)의 예의는 조용히 머무는 일일 터. 멀찌감치 있던 아이들이 어디서 왔냐고 외친다. "꼬레(한국)"라고 답하자 아이들이 높고 맑게 웃는다. "주몽! 주몽!(한국 드라마 '주몽')" 아, 여기까지 한류(韓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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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아르메니아의 접경 지역에 있는 기독교 유적 성스테파노스 수도원. 수도사들이 사람의 발길조차 닿기 어려운 첩첩산중으로 기어이 올라간 까닭도 하늘과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으려는 열망 때문은 아니었을까. /권승준 기자
문명

이슬람공화국 이란이 내세우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가 기독교 유적지라니, 고차원의 농담인가 싶다지만 사실이다. 타브리즈 북서쪽 버스로 2시간 거리의 첩첩 산중에 있는 성스테파노스 수도원은 서기 7세기에 세워진 기독교 유산이다. 중동에서 아르메니아로 전파된 기독교 문화의 흐름과 성쇠를 담고 있다. 언덕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듯 서 있는 모습은 위태위태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몇 세기 동안 우아하게 쌓아올린 건물 외벽부터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중앙 정원, 그리고 외벽 누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까지 눈 호강이 이어진다. 외딴 산 속에 칩거한 수도사들이 신을 향한 몰두와 경외(敬畏)로 빚은 걸작품이다.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쪽이 주차된 차로 가득하다. 기독교인뿐 아니라 무슬림들도 찾는 관광 명소다. 터키에서 왔다는 레자 오르키(21)씨는 “종교와 상관없이 꼭 보고 싶었던 유적이라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해맑게 웃었다. 여러 문명의 발길이 교차하는 길목에 있었기에 가능한 화합이다.

테헤란의 명물 골레스탄 궁전 역시 여러 문명의 화학작용이 낳은 건축물이다. 18세기 말부터 이란 지역의 패권을 잡았던 카자르 왕조가 1779년 건축한 왕궁이다. 유럽의 건축 양식과 디자인을 페르시아 전통 기법에 덧붙여 지었다. 다른 것끼리 섞여야 더 아름다운 것이 태어난다고 웅변하듯 총 9개의 궁이 늘어서 있다. 각각은 집무실, 파티홀, 내전(內殿) 등 용도에 따라 나뉘어 있다. 박물관처럼 조성된 곳도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거울과 화려한 유리 장식,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꾸며진 방과 그 한가운데 대리석 왕좌가 놓인 ‘타크트 에 마마르(옥좌의 방)’이다. 왕이 신하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신과 백성을 접견하던 장소인 이곳에 제국의 영화(榮華)가 응집되어 있다. 베르사유 궁전 못지않게 화려한 ‘탈라레 에 아이네(거울의 방)’도 반드시 봐야 할 장소다.

케르만샤의 타크에보스탄은 로마제국의 동진(東進)을 막았던 파르티아와 사산조 페르시아의 흔적이 담긴 곳이다. 산의 바위 벽을 동굴처럼 안쪽으로 파들어가듯이 깎은 뒤 왕의 대관식과 사냥 장면 등을 부조로 새겨넣었다. 특히 후자는 사냥 장면 부조는 사산조 페르시아대의 최고 예술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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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진을 겪은 후 예전 아름다움의 흔적만을 간직한 카부드 모스크 2 타브리즈 카도반 지역에 있는 동굴 호텔. 3 테헤란 골레스탄 궁전의 명소‘거울의 방’
종교

이란은 이슬람의 나라. 도시 어딜 가나 모스크가 있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타브리즈의 카부드(파란색) 모스크는 혹독한 지진을 겪으면서 과거의 아름다움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푸른색 타일이 거의 다 떨어져나가고 누런 벽돌 외벽만 노출한 모스크인데도 애처롭게 보이진 않는다. 모스크를 찾는 무슬림들의 경건함 덕분일 것이다.

테헤란 시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스크인 미맘자레 살레 모스크, 일명 거울사원은 주변국의 이슬람 교도들까지 찾는 성지 같은 곳이다. 칼리프(종교 지도자) 중 제4대인 알리의 적통을 잇는 칼리프들을 기리는 모스크다. 내부에 어지러울 정도로 거울이 많이 붙어 있어 거울사원으로 불린다. 무슬림들이 기도를 드리는 일종의 예배 공간이지만, 그냥 들어와서 쉬고 가는 이들을 막지 않는다. 편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드러누워 자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한 청년이 다가와 묻는다. “당신은 무슬림이라서 이곳에 왔나요?” “아닙니다”라는 대답에 그의 눈빛이 살아난다. 더듬더듬 영어로 “신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열변을 토한다.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이의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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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브리즈 시내의 바자르(중동의 전통시장). 2 중동의 대표 음식‘케밥’
자연

이란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조금만 도시 외곽으로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웅장한 자연 풍광이다. 무성한 나무 대신 듬성듬성 돋은 풀로 덮여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바위산들이 서로 어깨동무하듯 이어진 산맥들은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게 만든다. 특히 성스테파노스 수도원 가는 길을 따라 이어지는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협곡(峽谷)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은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만든다.

지금보다 모르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더 많았던 고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 케르만샤 외곽에 있는 바위산인 베히스툰산은 그야말로 경외와 의문의 대상이었다. 해발 500m 남짓한 높이지만, 그 앞에 서면 움츠러든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산에 얽힌 역사를 해설해주는 해설사 파르스투씨는 “예로부터 이 산은 신에게 기도드리는 예배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이 산의 아래 부분, 지상으로부터 69m 되는 바위벽에 부조와 고대 페르시아어와 엘람어, 아카드어로 적힌 비문이 있다. 그 비문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다리우스 왕, 위대한 왕, 왕 중의 왕, 페르시아의 왕이다.” 고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였던 다리우스 1세가 이 압도적인 산에 대항하듯 자신의 업적을 새긴 것. 그러나 그가 세운 방대한 제국의 모든 것이 시간 속에 사라질 동안 베히스툰산은 변함이 없다. 그러니, 무한히 이어질 그 자연 앞에서 유한한 인간의 삶을 숙고할 수밖에.

이란 개념도
이란에 입국하려면 도착비자(기본 30일)가 필요하다. 이란 현지 공항에서 발급받는데 발급비로 30유로를 낸다. 정교일치 국가라서 일상생활의 복장까지 엄격하게 종교적 규율을 따른다. 외부인에게도 예외가 거의 없다. 여자는 반드시 히잡을 써야 한다. 며칠 여행한다면 체류일만큼 준비해두는 게 좋다. 남자와 여자 모두 반바지 착용 금지.

이란의 화폐 단위는 리얄이다. 한국에서는 환전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유로화로 바꾼 뒤 이란 현지의 환전소에서 바꿔야 한다. 100리얄이 약 4원 정도. 오랜 제재 등 국내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하게 진행되어서 현지에선 리얄의 10배에 해당하는 토만이란 화폐도 많이 쓴다. 1토만이 10리얄이다.

인천에서 이란 국내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비행 거리만 놓고 보면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 항공을 이용하는 게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인천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테헤란으로 가는 비행편은 매일 밤 11시 10분에 있다. 타브리즈로 가는 비행기는 목·금·토·일 낮 12시, 케르만샤로 가는 건 금요일과 일요일 낮 12시에 있다. 이외에도 터키항공은 이스파한, 쉬라즈, 마샤드 등 이란 각 지역에 취항하고 있다. 이스탄불을 경유할 경우 비행 스케줄에 따라 반나절 동안 ‘번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터키항공의 장점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turkishairlines.com) 또는 전화(1800-8400)로 확인할 수 있다.

중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이 케밥. 이란에서도 시내 대부분 식당에서 케밥을 판다. 보통 양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세 종류의 고기를 양념해서 구운 뒤 토마토 등 구운 채소와 함께 내는 것을 통칭해 케밥이라 부른다. 꼬챙이에 고기를 꿰고 숯불 화덕에서 돌려가며 굽는데 세운 채로 조금씩 익히기 때문에 한국의 고기구이에 비하면 기름이 빠져나가 더 담백한 맛이 난다. 또 식사 때 꼭 요구르트가 곁들여져 나오는데 한국의 것보다 훨씬 시큼하고 향도 센 편이지만 이란 사람들은 “건강에 좋으니 먹어보라”고 권한다. 타브리즈 시내에선 샤리아(Shahri ar·+9841-55-40057-0411) 식당이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식당 케밥 대부분이 수준급이다. 쇠고기를 쓴 피자 샌드위치나 미트볼 샌드위치도 별미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반드시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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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러운 과거사 2016.06.20 13:39

    홍콩이나 대만 마카오 중국대륙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등 아시아권국가들이거나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등 서방자유국가들은 먹을것이 넘쳐나지만 일부 동유럽권국가들을 제외하고 물가가 비쌈~!!!! 그러나 이란은 수도 테헤란이라 할지라도 음식점들은 많지만 종교국가답게 종류가 다양하지않으며 외국음식들은 주로 상류층들이 아닌이상 잘 안먹음~!!!! 내 친척분이 현재 이란 테헤란에 거주하시는데 거기는 진짜 내가볼만한 시설이 거의 전무하다고 이야기해주셨음~!!!!

사슴떼 만날 수 있는 홋카이도 골프여행’

사슴떼 만날 수 있는 홋카이도 골프여행
골프여행 전문 ‘버디투어’ 정종범 이사는 라운딩 도중 여우(홋카이도 루스츠리조트)와 사슴떼(홋카이도 니도무클래식 골프클럽)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류동근 세계여행신문 국장

이란, 페르시아의 유적이 빛나는 곳

2년 전 여름, 열흘 남짓 이란여행을 다녀왔다. 쉽게 다녀올 수 없는 지역이고 첫 방문지라 살짝 긴장도 했지만, 미지의 땅을 밟는다는 설렘이 더 컸다. 이란으로 떠나기 전, 주위에서는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사실 보험도 잘 들어 주지 않아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왜 그런 위험한 나라를 가느냐며 가족·지인들이 보내는 걱정스런 눈빛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열흘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정보는 상당부분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이란을 이해하려면 어슴푸레하게 가지고 있는 자신의 편견부터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주변 위험 국가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탓에 막연한 ‘중동 불안감’이 이란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라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고작 열흘 동안 이란을 다녀와서 마치 이란에 대해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란에 대한 오(誤)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그 오해를 풀지 못하는 한, 수천년의 역사유물들은 한낱 위험한 국가에서 명성만 자자한 채 잠들어 있는 문화유산일 뿐이다. 

“한국인들을 만나니 너무 행복합니다.”

밤 11시가 넘도록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차(茶)를 마시는 가족들. 고속도로 휴게소 모니터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그 드라마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 고궁에서는 낯선 이방인에게 먼저 사진을 같이 찍자며 다가오는 사람들. 알록달록한 히잡을 두르고, 멋진 선글라스를 낀 채 억압된 표현의 자유를 히잡 패션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여인들. 이웃집 가족과 나란히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옆을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현하는 사람들. 한국 사람을 만나 너무 행복하다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소녀들….

그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이다. 

척박하고 메마르고 거리엔 온통 검은 석유가 뒤엉킨 채 거친 모래바람과 함께 폐허의 땅쯤으로 생각했던 이란. 금방이라도 중동의 화약고가 터져 도시 전체가 폭탄냄새로 진동할 것만 같은 그 땅이 관광 노다지의 땅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치 광부가 금맥을 찾아내 노터치라고 외쳐댈 때의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두 대 중 한 대 꼴로 프라이드 차량을 볼 수 있다. 사람들마다 손에 든 휴대폰은 삼성 제품이고, 이들은 매일저녁 ‘주몽’, ‘대장금’, ‘동이’를 보면서 한국을 그리워한다. 드라마 시청률도 80%대. 한류열풍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케 한다. 

이스파한 이맘광장에서 만난 한 소녀는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 소녀의 꿈은 한국어를 배워 한국기업에 취직하는 것이다. 친구들 중 상당수도 한국어를 배우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귀띔까지 해 준다. 젊은 이란인들의 한국에 대한 갈망은 프라이드나 삼성 휴대폰 열풍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란은 한반도의 8배에 달할 정도로 큰 국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상당 부분이 사막과 황무지로 둘러싸여 있지만 가스매장량 세계 2위, 석유 매장량 3위라는 막강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7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대유물만도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 사계절 역시 뚜렷하다. 북쪽에서는 한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다.

관광노다지의 땅 이란은 그러나 상당부분 한국인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이란을 직접 다녀온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 당장 이란을 찾지 않더라도, 조금씩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보길 희망해 본다.


【정종범
 버디투어 이사

홋카이도, 라운딩 중 동물 친구 만나는 뜻밖의 선물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다보면 간혹 골프 코스에서 동물들과의 추억을 만드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여름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으로 골프 여행을 가면 많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 만난 친구는 강아지로 착각했던 여우다. 

홋카이도 루스츠리조트
홋카이도 루스츠리조트에는 72홀 골프장 외에도 놀이공원, 수영장, 열기구 체험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홋카이도의 루스츠리조트에서 라운딩할 때의 일이다. 강아지가 카트가 다니는 길 앞쪽에 앉아 있기에 손짓을 하며 불렀다. 여느 강아지처럼 내게 친숙하게 다가왔는데 가까이서 보니 강아지가 아니라 여우인 것이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이 녀석은 이미 이 골프장을 찾는 손님들과 종종 만남을 가졌던 것 같다. 함께 갔던 지인이 신기해하며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더니 계속해서 카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 여우 친구도 함께 9홀 가까이 돌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엔 라운딩 도중 사슴떼를 만나는 멋진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지난 6월 초 홋카이도의 명문 골프장인 니도무클래식 골프클럽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이 골프클럽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그런데 골프 도중 울창한 숲 사이에서 사슴떼가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띈 것이다. 골프에 집중했던 나와 지인들 모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클럽을 내려놓고 이 멋진 경관을 감상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골프 도중에 겪게 되는 이런 근사한 일은 마치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때 우리를 쳐다보던 사슴들의 순박한 눈망울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좋은 추억을 가져다주는 동물이 있는 반면에 반갑지 않은 동물들도 있다. 바로 까마귀다. 까마귀가 골프카트에 다가오면 일단 모든 플레이를 멈추고 까마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달려가서 까마귀를 쫓아내야 한다. 부리의 힘이 어찌나 센지 조그만 가방이나 간식 등은 순식간에 채간다. 특히 귀중품 같은 경우 카트 안에 잘 고정해서 실어야 할 정도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함께 라운딩했던 지인 중에는 골프클럽 커버와 선글라스를 까마귀한테 도둑맞아 난감해 했던 일도 있다.

지금도 한국에서 라운딩을 하다보면 홋카이도에서 만난 동물들과의 추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한국의 많은 골퍼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홋카이도의 골프클럽을 찾아가 보길 권하고 싶다. 


【이상무 참좋은여행 마케팅본부장

전혀 새로운 중국, 윈난성 리장고성

여행사에서는 단골손님을 ‘리피터(Repeater)’라 부르다. 계속 그 여행사만 이용하는 여행사 리피터도 있고, 어떤 한 나라나 지역이 좋아서 1년에도 몇 번씩 그 곳을 다녀오는 지역 리피터도 있다. 어떻게 보면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을 몇 번씩 다시 찾는 리피터들은 대부분 선진국을 좋아한다. 처음 그 나라를 방문했을 때 풍경이건 사람들이건 뭔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주변에는 일본을 30차례 이상 다녀온 사람도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탈리아만 다녀오는 부부도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은 리피터가 적은 나라 중 하나다.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정말 갈 곳과 볼 것, 이야깃거리가 많은데도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정도만 다녀오고 ‘중국은 이제 다 봤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리피터가 적은 이유는 아마도 여행사의 싸구려 덤핑여행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29만9000원에 항공, 호텔, 식사, 관광지까지 다 포함된 상품을 팔고나니,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약방에도 들르고, 곰농장도 가야 하고, 말도 안 되는 짝퉁 쇼핑에 불쾌하기 그지없는 강제옵션까지 당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여행사의 중국여행은 그런 저가 여행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윈난성 리장고성의 모습.
이상무 참좋은여행 마케팅본부장은 “보통 중국여행보다 3배 이상 비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볼만한 곳이 중국 윈난성”이라고 추천했다. 사진은 윈난성 리장고성의 모습. 

내가 추천하고 싶은 중국 윈난성(雲南省) 여행은 그런 저가 여행과는 차원이 좀 다르다. 여행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무리 저렴한 비수기에도 최소 100만원 이상 경비를 들여야 하고, 그 아름다운 리장고성과 샹그릴라를 보기 위해서는 비행기도 두 번을 갈아타야 한다. 보통 중국여행보다 3배 이상 비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볼 만한 곳이 바로 윈난성이다. 

일전에 리장고성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근사하게 차려진 메뉴는 버섯전골. 10종류가 넘는 버섯과 야채를 샤브샤브처럼 두 가지 국물에 익혀 먹는 요리였다. 처음 보는 버섯이 많았기 때문에 일행 중 한 분이 식당 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버섯들은 양식입니까, 아니면 자연산입니까?”

종업원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저기 앞산에만 나가도 천지에 널린 것이 버섯인데 뭣하러 양식을 한답니까?”

너무도 당당한 종업원 덕분에 일행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로비에서 만난 일행은 또 한 번 웃게 된다. 신기하게도 일행 모두가 아침 화장실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는 것이다.

“어제 저녁 그 버섯이 약이었나 보네.”

실제로 그 버섯이 대장 운동을 활발히 해주어서 일행들의 변비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쿤밍(昆明)과 리장 일대를 다니면서 계속 느꼈던 것은 고산지대 특유의 ‘건강함’ 같은 것이었다. 공기는 늘 청량했고, 잠시 내렸던 소나기는 시원했다. 비 온 뒤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는 어릴 적 고향집에서 맡았던 내음과 비슷했다. 

중국 윈난성 쿤밍과 리장은 1년 내내 기온이 20도 언저리를 오르내리는 전형적인 고산기후다.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베트남·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쪽임에도 한여름이 시원하다. 이곳에 가게 된다면 리장고성은 하루를 온전히 둘러보아도 아깝지 않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둘째치더라도,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각종 가게들과 식당, 술집, 여관까지. 그 유명한 보이차의 원산지도 바로 이곳 윈난성이기 때문에 귀국할 때 기념품으로 적당한 보이차 한 덩이를 사가도 좋다. 베이징의 탁한 날씨와 상하이의 번잡함에 질린 여행자라면, 중국 윈난성에 가보기를 권한다. 중국 같지 않은 중국, 전혀 새로운 중국이 바로 그곳에 있다.


【김기남 여행신문&트래비 편집국장  

쿠바, 21세기와 17세기가 공존하는 곳

찬란히 부서지는 카리브 해의 현란함을 닮아서일까? 쿠바는 한 가지 색깔로 표현하기 힘든 나라다. 쿠바는 살아 움직이는 구형자동차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아바나 시내로 들어서며 마주치는 거리의 풍경은 한눈에 가난한 나라임을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까지 가난을 읽기는 쉽지 않다.

쿠바를 방문한 것은 벌써 10년여가 지난 2002년의 일이고, 여행 기자를 ‘업’으로 삼는 나는 그 이후로도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녔다. 하지만 여전히 내 뇌리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곳은 바로 쿠바다. 

취재차 방문한 곳이지만 그곳은 휴가지로서도 매력적이다. 아직 사회주의의 빗장을 걸고 있는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지만, 아바나에는 놀랍게도 한국말을 하는 쿠바인 가이드가 있다. “쿠바에서 한국말을 하는 가이드는 동생과 자신이 유일하다”는 이 쿠바인의 억양은 영락없는 귀순용사다. 아침 인사로 “밤새 일 없었습니까?”를 건네는 이 쿠바인은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평양에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쿠바는 아직 북한과 가까운 나라다. 그래서 더욱 이국적이고 그만큼 설렘도 크다.

쿠바의 매력을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 1000만 인구 중 250만명이 산다는 수도 아바나시(市)는 신·구 시가지로 나뉘어 있다. 신·구 시가지는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에 등장하는 눈부신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말리콘 거리로 이어진다. 카리브 해를 바라보는 거리에는 훤칠한 키의 근육질 미남과 팔등신 미녀로 가득하다. 손 대고 싶을 만큼 예쁜 초콜릿 빛깔의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 뛰어 노는 쿠바는 사람 그 자체로 진한 매력이 넘쳐난다.

장장 7㎞에 달하는 말리콘 거리의 진수는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 열리는 카니발에서 맛볼 수 있다. 노을 지는 해안도로에서 벌어지는 선남선녀들의 정열적인 살사 파티는 관광객의 넋을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바나 시내에서 으뜸가는 볼거리는 단연 아바나 구(舊)시가지다. 1995년 관광이 개방된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구시가지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거리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리 전체가 회색빛 대리석 건물로 이뤄져 있는 이 거리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이 결코 과분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1950~60년대의 클래식 카들도 이곳에서는 흔하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이국적인 느낌을 더하게 하는 요소다. 

아바나 구시가지를 관광하다보면 시가를 팔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살 마음이 없다면 처음부터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하며 만약 살 때는 진품 여부를 잘 확인해 봐야 한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가져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상당수가 가짜다. 진품이라면 정가의 30% 정도에도 구입할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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