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키엔

1 토란, 고사리, 무 등속을 담백하게 무쳐낸 산채요리. 미타키엔에는 몸에 약(藥)이 되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2 미타키엔 마을 어귀엔 토산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조선닷컴 미디어취재일본팀 하성기 기자·돗토리현

과거로의 여행. '세 개의 폭포가 있는 정원'이란 뜻의 '미타키엔'은 시계가 거꾸로 가는 곳이다. 돗토리시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대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우거진 산길을 돌고 돌아 닿은 곳에 미타키엔은 원시의 모습으로 불쑥 나타났다. 눈처럼 하얀 머리에 등이 굽은 자그마한 여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 이방인들을 포옹으로 맞이했다. 전통산채요리촌의 우두머리 격인 데라타니 세쓰코(70)씨. "산골에 사니 나이 먹는 걸 잊어버려 올해가 칠십인지 칠십 하난지 모르겠다"는 그녀는 수다스러운 할머니였다. 마당에서 종종걸음치는 닭들을 가리키더니 대뜸 "저렇게 명랑한 닭 본 적 있어요?" 한다. 맨발로 흙을 밟아보라고도 했다. "도시에서 부대낀 몸, 상처받은 마음 따뜻이 어루만져줄 테니."

세쓰코씨 부부는 45년 전부터 미타키엔을 가꾸기 시작했다. 아시즈 마을은 남편 데라타니 세이치로의 고향이었다. 도쿄에서 유학했지만 장남이라 가업을 잇기 위해 돌아온 세이치로씨는 아시즈에 돌아오자마자 이 산골부락을 만들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시대였는데도 우리는 이 일에 매달렸지요. 사라지지 말아야 할 아름다운 것들을 남기고 싶어서. 우리 마을 상징인 이 거대한 초가집은 다른 지역에 있던 것을 그대로 이축한 거예요."

미타카엔 요리
9채의 고택으로 이뤄진 미타키엔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전통 산채요리를 선보인다. 두부, 곤약, 된장은 물론 식탁까지 20여 명 종업원들이 직접 만든다. 고사리, 토란 등 산중에 자라는 나물과 채소로만 요리하되 양념은 가능한 한 적게 써서 자연 본연의 맛을 살린다. 마을 연못에서 양식하는 산천어는 맛있는 꼬치구이로 밥상에 올라온다. 꿩, 멧돼지 살을 얇게 저며 숙성시킨 요리도 이채롭다. "전문요리사요? 그런 거 없어요. 옛날 어머니들이 하던 방식대로 하지요. 기본 육수만 좋으면 음식은 맛나게 돼 있어요." 산채요리정식은 다케, 스기, 히노키 코스로 구성돼 있고 1인당 2만6000~5만7000원대에 맛볼 수 있다. 예약하고 가야 한다. 문의 0858-75-3665

지붕에 초록 이불을 덮은 고택 안은 화롯불 연기로 자욱했다. 벌레를 퇴치하고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피운단다. "지붕으로 올라간 연기는 짚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죠. 옛사람들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우리 어릴 때만 해도 화롯불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딸 손자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요즘은 저마다 한 칸씩 방을 갖고 독립된 생활을 하지요? 그게 과연 좋은 걸까요?"

워낙 산중이라 돗토리현에서도 이 곳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서 요즘 들어 주말이면 200~300명이 찾는 여행지가 됐다. 세쓰코씨는 "미타키엔은 인생상담소"라며 활짝 웃었다. "날 보면 고민을 털어놓고 싶대요. 특히 나이 든 남자들이 마누라들 흉을 보며 불평하죠. 내가 해법을 일러드릴 테니 다음에 꼭 마나님을 데리고 오라고 해요(웃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미타키엔을 돌아 흐르는 계곡물과 작은 폭포, 표고버섯 재배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크다. 여행자들은 '후쿠로쿠주'를 가장 좋아한다. 칠복신(七福神) 중 하나로 행복을 부르는 신인데, 삼나무 밑둥과 뿌리에 헤벌쭉 웃는 얼굴을 조각해 모셔놨다. 목상 옆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은 여기 와서 웃어라!" 

미타키엔 / 코코가든
1 행복을 부르는 신 ‘후쿠로쿠주’. 이 앞에 서면 큰 소리로 웃어야 한다. 2 촌장인 세쓰코씨가 마을에 놀려온 아이와 담소하는 모습. 뒤에 보이는 커다란 초가집은 다른 마을에서 철거될 위기에 있던 고택을 그대로 옮겨 세운 것이다. 3 산골에서 방목해 키운 닭의 달걀로 맛있는 팬케이크를 구워내는 ‘코코가든’의 오하라 리이치로씨. 배우 뺨치는 외모를 지녔다. 4 코코가든에서 하루 30식만 판매하는 달걀밥. /조선닷컴 미디어취재일본팀 하성기 기자·돗토리현

한 번 먹어보면 못 잊어… 청정자연의 맛 '팬케이크'

코코가든

돗토리시에서 남쪽으로 20분. 야즈(八頭) 마을 길모퉁이에 자리한 '코코가든'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붐볐다. 팬케이크를 먹는 사람이 있고, 간혹 흰 쌀밥 위에 생달걀을 얹어 간장 넣고 비벼 먹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마고카케고항'으로 불리는 이 달걀밥을 먹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날 아침 닭들이 생산한 30개의 달걀로 한정 판매하는 메뉴라서다. 꼬꼬댁 하는 닭의 울음소리를 흉내내 '코코'라는 간판을 붙인 이 집의 본업은 양계(養鷄)다. 코코가든에서 5㎞ 떨어진 산중에서 닭 3만 마리를 자연방목해 키운다. 카페는 이 집으로 달걀 사러 오는 고객들을 위해 직판장 겸 휴게식당으로 2008년 문을 열었다.

주인장 오하라 리이치로(50)씨가 양계를 시작한 건 스물아홉 살 때다. "아버지가 먼저 양계를 하셨어요. 태어날 때부터 닭들과 함께 살았죠(웃음)." 샐러리맨으로 살다 고향에 돌아온 건, 아버지와 다른 방식으로 양계를 하고 싶어서였다. "어릴 때 닭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한 적 있어요. 정말 자유로워 보였죠. 우리에서 사료를 먹고 알만 낳다 죽는 닭이 아니라 마당에서 자연을 즐기며 천연모이를 먹고 싱싱한 알을 낳는 닭을 보고 싶었어요."

첫 3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달걀 1개에 800~900원 하니 사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밤에는 호텔 벨보이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양계장을 꾸려갔다. 달걀이 비리지 않고 고소하다는 입소문이 돗토리현에서 전국으로 퍼지면서 궤도에 올랐다. 하루 생산되는 달걀이 3만개. 2만5000개는 직판 또는 통신판매하고 나머지 5000개로는 카페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코코가은 팬케이크

팬케이크가 주 메뉴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무렵 도쿄에 팬케이크 붐이 일었는데, 가서 먹어보니 맛이 없더라고요. 우리 달걀과 다이센 목장의 우유로 여러 종류의 팬케이크를 만들어봤죠. 달걀도 살 겸 팬케이크 드시러 오시는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코코가든은 팬케이크 말고도 오렌지 롤케이크, 바움쿠첸, 달걀시폰을 구워낸다. 8000~1만8000원대. 카페는 돗토리 시내에 차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리이치로씨가 빙그레 웃었다. "손님들도 청정자연을 느끼셔야죠." 배우처럼 잘생긴 그가 덧붙였다. "시골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지만, 자연이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젊은이들이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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