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떠나기 전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 여행할 때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도 일종의 강박이다. 빡빡한 스케줄에 오히려 더 피로만 쌓였던 경험도 적지 않다. '제대로 쉬는 것'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필요한 건 비행기 티켓과 리조트 예약확인증, 그리고 가끔의 무료함을 달래 줄 책뿐. 그렇게 몰디브로 향했다.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를 향한 개별 방갈로는 대자연 앞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을 누리기에 최적화된 설계다. '가을 허니문' 시즌을 맞아, 계절상 지금 가장 즐기기 좋은 몰디브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가족 여행과 주말·연차 등을 이용한 '제2의 휴가'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몰디브 지탈히 리조트는 방에서 바다로 곧바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다.
몰디브 지탈히 리조트는 방에서 바다로 곧바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다. 빌라엔 개별 풀과 선베드가 있다. / 몰디브 지탈히 리조트 제공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던 스파 정글

몰디브 공항에서 수상 비행기를 타고 45분 정도 날았다. 귀마개를 하고도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프로펠러 소음이 대단하지만,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십개 섬의 모습에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몰디브는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로 이뤄진 형태. 적당히 큰 규모도 중요했지만 식당과 부속 시설도 고려 대상이었다.

그렇게 고른 이루푸시 리조트. 몰디브에 있는 100여개 리조트 중 가장 많은 11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200여개의 워터 방갈로를 보유한 곳으로 상당히 큰 규모에 속한다. 열대야자수가 정글처럼 솟은 섬 내부를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빠른 걸음을 재촉해도 간단한 섬 투어에 한 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몰디브에선 소형 카트인 '바기'를 이용한다.

몰디브는 대체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수상 가옥형 워터 빌라와 해변을 향한 비치 빌라 형태로 나뉜다. 비치 빌라 중에 개인 풀장이 있는 풀 비치 빌라가 눈에 띄었다. 처음 계획은 서너 명은 족히 누울 수 있는 커다란 침대에 몸을 딱 붙이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었지만, 세상이 계획대로만 되나. 자연이 자꾸 일어나라, 나오라 한다. 흔들의자에 앉아 좀 쉬다 바다에 몸을 담그고 또 풀 앞에 있는 샤워기로 몸을 씻은 뒤 혼자만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검은 밤, 쏟아질 듯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별을 담요 삼아 검은 용암 돌로 디자인된 풀에서 수영을 하다 보니 은하수를 유영하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천국이 지상에 존재한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스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자동 포함된 목록이었다. 이곳에선 인도의 아유르베다서부터 중국의 지압, 스웨덴의 건식 마사지까지 10여 가지 스타일에 150개 넘는 코스가 준비돼 있다. 아이들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들어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미로를 탐험하듯 낯선 새들과 도마뱀 같은 야생동물들이 툭툭 튀어나와 손님을 맞는다. 길은 양쪽으로 난 작은 물길과 소담스럽게 핀 꽃들, 햇빛에 반짝이는 진초록 수풀에 둘러싸여 있다. 제각각 테마가 있는 20여개의 룸은 시간과 돈만 있다면 모두 골라 누워보고 싶을 정도다. 몸의 압점을 제대로 파악해 근육을 적당히 풀어주는 마사지 관리사의 솜씨도 상당한 수준이다. 마사지 잘못 받아 오히려 근육통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심정 이해할 것이다. 원래 '아무것도, 격렬하게 안 하려' 했는데, 매일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되고 싶었다. 사우나와 샤워 시설은 마사지를 받지 않아도 투숙객에겐 공짜다.

몰디브 이루푸시 리조트의 수상 데크에서 볼 수 있는 상어들.
몰디브 이루푸시 리조트의 수상 데크에서 볼 수 있는 상어들. 저녁때면 알아서 밥 먹으러 모인다. / 몰디브 이루푸시리조트 제공
몰디즈 지탈히 쿠타 리조트
 ◇상어에게 손짓하고 열대어와 입맞추다

몰디브 전통 음식은 더운 지방이 그렇듯 향신료를 많이 쓴다. 태국식 매운맛 음식도 더러 있다. 이루푸시 리조트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곳에 왔는데, 이런,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인터넷은 그 범주 밖이었다. 현지 마케팅 담당자 이야기를 들으니 리조트 전체에 와이파이가 잘 되지만 최고급 식당에선 일부러 와이파이를 불통이 되게 했단다. 식탁에서 대화는 없고 서로 휴대폰만 바라보는 모습 때문에 그랬다는 설명이다.

수평선 노을이 자아내는 오묘한 색감을 즐기며 플레이버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든다. 저녁 시간에 맞춰 새끼 상어에게 밥을 준단다. 가오리와 바다거북도 모여든다. 어둠을 밝히는 조련사의 불빛에 다른 열대어들도 몰려든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또 열대어들 색깔이 어찌나 곱던지 청잣빛 하늘에 오색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수상 스포츠 할 시간도, 관심도 없다 했던 마음이 바뀐다.

날이 밝는 대로 장비를 챙긴다. 흰색의 고운 모래층 쌓인 바닥이 마치 대리석을 마주하는 기분이다. 다리가 간질간질하다. 열대어들이 뽀뽀를 하고 지나간다. 사람이 익숙한지 도망가지도 않는다. 붉디붉은, 혹은 핑크빛 산호를 보는 건 백화점 매대에서 보았던 것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터키석 물빛이 점점 투명한 검은 베일같이 변해가는 게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하다.

이루푸시보다 먼저 묵었던 지탈히 쿠다 푸나파루 리조트는 50여개의 빌라로 구성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조용한 리조트다. 아담한 규모이지만 스태프가 300여명이나 돼 서비스 받는 데 편리하다. 수상 빌라엔 개인 풀과 선베드가 구비돼 있고, 방에서 바로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가 방에 상비돼 있다.

## 여행수첩

직항편은 없고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스리랑카 콜롬보에 내린 뒤 몰디브 말레행을 다시 탄다. 싱가포르 밤 비행기를 이용해 다시 몰디브 말레국제공항에 이르는 것도 방법이다. 이루푸시 리조트는 말레공항에서 수상 비행기로 45분 정도. 지탈히는 40분쯤 걸린다. 문의: 고오션트래블앤마케팅 (02)756-3050, www.gomaldives.co.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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