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자를 위한 섬, 카우아이

와이메아 계곡은 그랜드캐니언에 버금가는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제주도보다 작은 섬에서 이런 웅장한 산악은 기대하지 못했다. 촬영 렌즈=삼양 틸트/시프트 24㎜ F3.5 ED AS UMC, 조리개=f11, 3장 촬영해 붙임.
와이메아 계곡은 그랜드캐니언에 버금가는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제주도보다 작은 섬에서 이런 웅장한 산악은 기대하지 못했다. 촬영 렌즈=삼양 틸트/시프트 24㎜ F3.5 ED AS UMC, 조리개=f11, 3장 촬영해 붙임. / 사진=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항공기 승무원들이 늘 '가고 싶은 휴양지' 1위로 꼽는 하와이, 오늘은 그중에서도 카우아이(Kauai) 섬 이야기다. 하와이에 왔으니 와이키키가 있는 오아후 섬은 아니 갈 수 없겠다. 하지만 부디 짬을 내서 이 예쁜 섬에 매혹돼 본다.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카우아이는 주내선 항공으로 오아후에서 20분이면 닿는다.

그래, 여자들의 섬이다. 혹은 가족들의 섬이다. 향기 좋은 커피도 그렇고, 온통 녹색인 풍광도 그렇다. 나른한 시폰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걷는 하날레이 해변도 그렇다. 남자들은 입 야물게 다물고 따라다니다가 여자들이 포즈를 잡으면 철컥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된다. 반드시 촬영 기법도 익히도록 한다. 눈 감고 셔터를 눌러도 화보가 되니, 사진 망치면 그 원망을 어떻게 들을까.

카우아이섬
카우아이는 '정원의 섬'이라 불린다. 오아후섬에 있는 와이키키가 호주에서 가져온 모래를 퍼부어 만든 인공 관광지라면, 카우아이는 섬 일주도로가 북동쪽에서 끊겨 순환 드라이브가 불가능할 만큼 미개발지다. 울창한 숲과 해발 1500m에 이르는 계곡은 '쥬라기공원' '인디애나존스' 같은 영화를 이곳에서 찍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거대한 밀림 곳곳에 그림처럼 예쁜 마을들이 나타나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남쪽 리후에 공항에서 서쪽으로 20분 거리에 올드 콜로아 타운이 있다. 1835년 하와이제도 최초로 문을 연 사탕수수 농장이 있던 곳이다. 일본·중국·한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일했던 이곳이 지금은 장난감 같은 마을로 변했다. 피자, 아이스크림, 의류, 기념품점에 작은 박물관까지 소꿉장난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5분 거리에 있는 쿠쿠이올라 빌리지도 좋다. 장난감 같은 정도는 마찬가지다. 숙소를 이 부근 남쪽 포이푸 해변 리조트에 정했다면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다.

둘째 날은 서쪽으로 간다. 팔 긴 옷을 준비한다. 화려하고 섹시한 옷을 그 옷 속에 숨겨둔다. 최종 목적지는 북서쪽 끝 칼랄라우 전망대다. 초원지대를 가다 보면 왼쪽으로 카우아이 커피 컴퍼니가 나온다. 코나 커피와 함께 하와이를 상징하는 커피다. 각종 커피를 시음하고 농장을 탐방해본다. 아이스크림도 맛있다. 그리고 와이메아 계곡으로 올라간다. 마을 안쪽으로 시큰둥하게 난 작은 도로로 들어가면 고도가 한없이 상승하더니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상하(常夏)의 섬 풀밭이 누렇다. 흙은 붉다. 오른쪽으로 와이메아 계곡이 나온다. 미국 네바다에 있는 그랜드캐니언을 닮았다고 하는 엄청나게 큰 계곡이다. 건조하게 감탄 한 번 해주고 사진 한 장, 딱 한 장만 찍는다. 와이메아 전망대에 가면 지금 했던 감탄이 쑥스럽다. 그만큼 광대무변한 대장엄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대형 화면을 보는 듯한 비현실감에 사로잡힌다. 그게 위의 사진이다.

여자들의 낭만, 하날레이 해변. 촬영 렌즈=삼양 85㎜ F1.4 AS IF UMC, 조리개=f1.4
여자들의 낭만, 하날레이 해변. 촬영 렌즈=삼양 85㎜ F1.4 AS IF UMC, 조리개=f1.4 / 사진=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외길은 북서쪽 끝 칼랄라우 전망대에서 끝나는데, 여기에서는 태평양으로 사라지는 나팔리 계곡 끝을 볼 수 있다. 불덩이를 맞고 바다로 침몰하는 괴수의 모습을 상상해보시라. 도무지 하와이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없는 산악 드라이브의 하루다. 셋째 날은 동쪽으로 간다. 가장 예쁜 옷을 준비한다. 그 끝은 등대다. 고래잡이들이 목숨을 의지했던 등대다. 그곳까지 무작정 달려간다. 굳이 등대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첫 번째 주차장에서 보는 등대 풍경만으로도 훌륭하다. 돌아오는 길에 하날레이 해변에 들른다.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는다. 슬리퍼는 한 손에 들고, 맨발이 좋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에 사람은 이리도 드물까. 야자수와 산자락과 백사장과 격렬한 파도와 서퍼들을 배경으로 화보를 찍도록 한다. 카메라 조리개가 되도록 활짝 열려 있으면 좋겠다. 배경은 어슴푸레하게 찍히도록, 그래서 여자들과 아이들의 눈부신 매력이 돋보이도록. 맨발에 가득한 모래를 털어내고 옆 마을 프린스빌로 가서 쇼핑을 한다.

저녁식사는 귀갓길 카파아 전통마을에서 한다. 쿠쿠이 스트리트에 일식·아메리칸·멕시칸 따위 다문화 식당이 즐비하다. 조금 일찍 도착하면 예쁜 기념품점도 열려 있다. 워낙에 다문화 사회다 보니 관광객이라고 눈길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그네들 일상에 흡수돼, 원래 카파아에 살고 있던 사람들처럼 카우아이의 시간을 즐기면 된다. 좀 더 일찍 카파아에 도착했다면 슬리핑 자이언트, 오파에카아 폭포로 산책도 좋겠다. 그 모든 장소들이 야자수 숲 속에 있다. 그래서 이 지역 별명이 코코넛 코스트다. 이렇게 카우아이 사흘이 꿈같이 끝났다. 오아후 와이키키 번화가에서 카우아이 커피를 만나면 다시 꿈에 빠져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또 한 번 꿈을 꾸게 된다.

인포메이션
1. 카우아이 항공편: 호놀룰루에서 카우아이 리후이 공항까지 주내선 운항.

2.렌터카: 대중교통이 발달한 오아후와 달리 관광지 사이 거리가 먼 카우아이는 렌터카가 필수다. 허츠(Hertz) 렌터카 골드 회원으로 가입하면 운전면허증만으로 차량 인수가 가능하다. 복잡한 절차 없이 렌터카 주차장 전광판 예약자 명단을 보고 차량을 인수한다. 예약 및 회원 가입은 hertz.co.kr, 전화 1600-2288. 중형급 하루 100달러 선. 스마트폰 앱 구글맵을 이용하면 따로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주요 관광지를 쉽게 다닐 수 있다.

3. 숙소: 쉐라톤 카우아이(www.sheraton-kauai.com). 리후이 공항에서 20분 거리. 다른 리조트와 마찬가지로 자체 해변과 수영장, 바가 있고 요가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 오아후 섬 애스턴 와이키키 비치타워: 카우아이에서 쌓은 피로는 애스턴 와이키키 비치타워(www.astonwaikikibeachtower.com)에서 풀도록 한다. 원룸~2실 아파트형까지 다양하다. 30층 이상 고층은 전망이 끝내준다. 교통 중심부라 편리하다. 직접 예약하면 1박 400달러. 예약사이트를 검색하면 200달러 이하로 가능.

5. 하와이관광청 한국사무소: www.gohawaii.com/kr, www.facebook/gohawaiiKR, (02)777-0033. 맛집, 쇼핑, 추천 일정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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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카우아이 트레킹

카우아이 와이메아캐니언 아와아와푸히 트레일의 종점. 사진 우측 황토 언덕이 끝나는 지점이 높이 1200m 수직절벽이다.
카우아이 와이메아캐니언 아와아와푸히 트레일의 종점. 사진 우측 황토 언덕이 끝나는 지점이 높이 1200m 수직절벽이다.

닷새 동안 2~4시간짜리 트레킹 코스 11개를 답사하는 '살인적' 일정이었다. 일정 내내 허리케인까지 예보돼 있었다. 카우아이 트레킹은 개인적 '버킷 리스트' 중 하나.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카우아이는 하와이를 구성하는 8개 섬 중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자, 관광객이 주로 찾는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와이메아 캐니언과 섬 북쪽 27㎞에 이르는 해안 절벽 나팔리 코스트, 그 절벽 위로 난 왕복 36㎞의 칼랄라우 트레일 등이 유명하다. 칼랄라우 트레일 시작 지점 주차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차가 빼곡했다. 허리케인은 다행히 비켜갔지만 장대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비키니나 쇼트 팬츠 차림이 많았고, 샌들을 신은 사람도 있었다. 처음엔 제법 가파른 산길. 황톳길이 비에 젖어 진창이 됐다. 수시로 미끄러져 온몸에 황토칠을 해대는 비키니 아줌마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15~20분쯤 올라 숨이 가빠질 무렵 숲길이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부턴 해안선 절벽과 나란하게 이어진 길. 그러나 시야를 꽉 막고 있는 회색 구름이 가슴을 내리눌렀다. 나팔리 해안의 절벽은 구름을 겹쳐 입어 제 모습을 꽁꽁 감추고 있었다.

길이 미끄러워 온 신경을 집중해 걸었더니 어느새 목표 지점인 '비치'다. '장맛비 맞으며 동네 뒷산 오르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되돌아가려니 짜증이 밀려와 좀 더 가기로 했다. 목표는 3.2㎞ 전방 하나카피아이 폭포. 샌들 신은 관광객 대부분이 비치에서 발길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숲의 적막을 나뭇잎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가만히 노크했다. 비가 훑어 내리는 초록 냄새와 습기에 나뭇잎 썩는 냄새는 얼마나 싱싱하고 상큼한지. 비에 떨어진 복숭아 비슷한 열대 과일은 또 얼마나 농염한 향을 내는지. 에덴동산 하와를 유혹한 선악과 향기처럼 환각적이었다. 코스는 훨씬 다이내믹했다. 초입의 대나무 숲을 지나자 이름 모를 과일나무들 숲이 있었고, 조금 더 지나자 폭포로 이어진 개울이 나타났다. 개울 좌우측으로 길이 나 있어 수시로 개울을 건너며 트레킹을 이어가야 한다. 며칠째 계속된 비로 물은 무릎 높이까지 불어 있었지만 개울 폭이 좁아 건너기에 무리가 없었다.

멀리서 물소리가 들리더니 다가갈수록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으로 바뀌었다. 폭포 앞으로 다가가니 허공에 흩뿌려져 부서진 물방울들이 온 하늘을 덮으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높이가 55m라는데 이 폭포는 족히 100m는 됨직했다. 이미 비에 홀딱 젖은 몸, 물이 허리춤까지 오도록 들어가 한참 동안 폭포를 올려다보았다. 생각과 감각이 모두 정지한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구름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숲을 빠져나와 비치에 다다르니 하늘은 완전한 제 파랑을 드러냈고 황토 진창길도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마음이 바빠졌다. 절벽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까지 서둘러 올라가니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시야가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직각으로 바다에서 솟아난 절벽들이 뾰족뾰족 끝없이 겹쳐서 이어지고 그 아래 펼쳐진 바다의 낯설고 신비로운 물빛들. 너무 그림 같은 선경(仙境)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와이메아 캐니언의 대표적 트레킹 코스는 3개다. 왕복 5.8㎞의 '캐니언 트레일'과 왕복 10.5㎞의 '아와아와푸히 트레일', 그리고 아와아와푸히 트레일과 합쳐지는 편도 9.3㎞의 '누아로이오 절벽 트레일'. 가장 멋지다는 '누아로이오 트레일'은 아쉽게도 폐쇄돼 있었다.

하와이 카우아이 트레킹

아와아와푸히 트레일을 따라 이어지는 숲은 이른 아침의 생기와 상쾌함이 넘쳤다. 나무가 터널처럼 하늘을 가린 폭 2~3m의 길은 황토로 포장한 것처럼 푹신하고 아늑했다. 신기하게 새 소리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리막 숲 터널을 1시간쯤 내려가자 주변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가 싶더니 100m쯤 전방 푸른 하늘 밑에 작은 황토 언덕이 나타났다. 언덕을 향해 서너 걸음 더 내디뎠더니 모든 풍광이 한순간에 돌변했다. 거대하고 거친 협곡의 주름들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 위로 긴 꼬리를 남기며 가는 흰 유람선. "숨이 멎을 것 같은 풍경을 원한다면 아와아와푸히 쪽으로 가라"는 관광청 직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눈앞 펜스에 '갑자기 땅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저 앞 언덕에서 누군가 팔을 흔든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래, 가 보자.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반쯤 주저앉은 채 전진해 허벅지에 손을 대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땅이 무저갱처럼 꺼지면서 갑자기 나타난 90도 가까운 1200m 수직 절벽. 그곳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몇 분이나 머물렀는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자연이 이토록 크고 무섭게 느껴진 적은 결단코 없었다.

호놀룰루에서 29분 날아온 카우아이는 와이키키 하와이와는 180도 다른 하와이였다. 수영복은 한 번도 입지 못했고, 닷새 중 나흘을 비 맞으며 산속을 헤맸지만 사람들에게 할 말이 하나 생겼다. "너희가 진짜 하와이를 알아?"

여행노트

1. 카우아이는 연 강우량이 1만㎜가 넘는 세계 최대 다우지역 중 한 곳이다. 이 비가 산을 깎아 협곡을 만들고 수많은 폭포가 강을 만들어 섬 전체를 열대 정원처럼 만들어 놓았다. '정원의 섬'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2. 호텔이 몇 곳 없는 데다 매우 비싸 호놀룰루에서 아침 비행기로 왔다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하루 관광'이 대부분이다. 호놀룰루 여행사 및 한인 여행사인 엠(M)투어에서 판매한다. 문의 808-431-4328

3. 헬스조선 힐링여행사업부는 11월 5~12일 카우아이 트레킹과 오하우 휴식을 함께 하는 '카우아이 힐링 트레킹'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의 1544-1984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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