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매 차림의 육감적인 여인들이 활보하고 있다.


그러나 카이로우안에 도착하면 튀니지가 지독한 이슬람의 나라였음을 실감할 수 있다. 흔하게 만나게 되는, 몸 전체를 감싼 부르카를 입은 여인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수줍은 듯 얼굴을 성급하게 가린다. 카이로우안은 이슬람 교도들에게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에 이어 4번째 성지로 여겨진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로 한때 300여 개의 사원이 있었으며 아직도 시내 곳곳은 100여 개의 모스크로 채워져 있다. 거리에 나서면 붉은색 펠트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모스크 앞을 한가롭게 지나치는 풍경을 조우하게 된다.

 

  • 1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그랑 모스크.
  • 2 카이로우안의 도심 건물들은 진흙빛 벽돌로 채색됐다.

 

 

카이로우안의 상징은 그랑 모스크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건축가이자 장군인 시디 오크바(Sidi Oqba)에 의해 7세기 말 처음 지어졌다. 모스크는 규모뿐 아니라 다양한 조형미를 담은 총아적 성격을 지녔다. 400여 개의 기둥은 로마풍이며 샹들리에는 베네치아의 것을 끌어들였다. 기둥 안쪽 말발굽 모양의 아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양식이다.


시디 사하브(Sidi Sahab) 모스크는 카이로우안의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들락거리는 기도처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발사인 사하브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기도하면 병도 낫고 축복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아예 모스크 안에서 도시락도 먹고 낮잠도 자는 풍경이다. 모스크는 진흙빛 벽돌로 채워진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튀니지 스타일의 타일과 모자이크로 수려하게 단장됐다. 카이로우안은 또 튀니지안 카펫으로도 유명한 곳. 도심 로터리의 상징물들도 모스크와 함께 카펫이 나란히 조각돼 있다. 고풍스러운 거리에 나서면 원조 카펫가게들을 기웃거리는 묘미가 덧씌워진다.

 

  • 1 무함마드의 이발사 무덤이 안치돼 있는 시디 사하브 모스크.
  • 2 대포 공격에도 견뎌냈던 수스의 ‘리바트’

 

 

지중해와 맞닿은 메디나를 거닐다

카이로우안에서 수스로 이어지는 길에는 올리브 밭이 펼쳐져 있다. 덩치보다 큰 간격을 유치한 채 끝없이 늘어선 올리브 숲 자체가 이 일대의 장관이다. 튀니지는 세계 올리브 생산 2위 국가. 바게트 빵에 올리브기름을 찍어 먹는 것은 일상의 모습이며 식탁 위의 올리브 절임 역시 이들에게는 김치 같은 역할을 한다.

 

수스는 한때 올리브 등이 거래되던 큰 항구 도시였다. 지리적 요충지로 외세의 침략이 잦아 ‘리바트’로 불리는 두터운 성채를 지었고, 성채 뒤로 구도심인 메디나와 시장인 수크가 형성됐다.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들어선 메디나는 다른 도시의 것과는 호흡이나 풍경이 다르다. 수도 튀니스의 메디나가 도시 속에 웅크린 채 닫혀 있다면 수스의 메디나에서는 어느 곳에서든 바람과 바다가 울컥거린다. 수스는 북쪽 해변도시 함마메트(Hammamet)와 더불어 튀니지 최고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 1 함마메트 해변. 수스와 함께 튀니지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 2 수스의 시장 골목들은 지중해를 바라보고 흰색으로 단장돼 있다.

 

 

수스에서는 바다향 가득한 수크를 무작정 헤매는 것 자체가 여행의 시작이다. 미로 같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새로운 점포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노천 테이블에 앉아 민트차를 홀짝거리는 튀니지 남성들은 한가롭기로 따지면 세계 최고다. 낮이나 밤이나 수다를 떨며 차를 마신다. 하지만 튀니지 여인들의 이런 모습은 아직은 드문 풍경이다.


골목 어느 곳에서 바라보나 수스의 리바트는 이정표처럼 우뚝 서 있다. 리바트의 성루에 오르면 메디나와 지중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낮은 언덕을 빼곡하게 메운, 하얗게 채색된 아프리카 북부의 삶의 단면과 자연스럽게 조우하게 된다.

 

가는길
한국에서 튀니지까지 직항 노선은 없으며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가 공동운항해 파리 연결이 수월한 편이다. 튀니지에서는 프랑스어가 제2국어로 사용된다. 유럽 각지에서도 수스까지 비행기가 오가며 수도 튀니스를 경유해 육로로 이동할 수도 있다. 카타르두바이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으나 연결 시간대가 고르지는 않은 편이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어린 왕자도 느꼈을까, 해질 무렵 찾아온 고요 속 平穩을

튀니지의 사하라사막에서 만난 낙타 행렬. 이들을 제외하고 고요함에 빠질 땐 마치 낯선 행성에 온 듯하다.
튀니지의 사하라사막에서 만난 낙타 행렬. 이들을 제외하고 고요함에 빠질 땐 마치 낯선 행성에 온 듯하다. /케이채 제공
얼마 전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박물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테러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이제 조금씩 살아나고 있던 튀니지의 관광산업이 다시 위축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다시금 많은 사람이 이 작지만 아름답고 따스한 나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어 튀니지에서의 짧은 시간을 돌아본다.

봄이 올 듯 말 듯 아직은 쌀쌀했던 3월 말 어느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던 튀니스와의 첫 만남을 아직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생각보다도 차가운 날씨에 숙소에서 이불 몇 겹을 덮고도 추위에 떨며 잠을 자야 했고, 어디를 가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금방 이 작은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다. 당시는 중동에 민주주의 바람을 불게 했던 '아랍의 봄' 이후로 여행객들이 튀니지행을 꺼리고 있던 시기라 외국인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관광객이라곤 지중해를 통해 대형 크루즈로 잠깐 스쳐가는 이들뿐이었다. 튀니지 남쪽에 있는 사하라사막을 보기 위해 온 것이었기에 그곳으로 향하고자 했지만 관광객을 위한 정보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디를 가든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재미있게도 뭔가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히잡을 쓴 젊은 여성들이 나타나 영어로 의사소통을 도와주고는 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상황을 해결하고 감사를 표하려고 보면 그들은 대부분 사라진 후였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꾸준하게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별 탈 없이 사하라로 가는 관문 도우즈(Douz)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사막을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덜컹이는 지프를 타고 사하라의 깊숙한 곳으로 점점 더 들어갔다. 때로는 사막에 사는 유목민들 집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기도 했다. 낙타를 보았고 또 낙타를 타고 길을 가기도 했다. 대부분은 텅 빈 사막 위에서 홀로 보내곤 했다. 텐트를 칠 장소에서 조금만 혼자 걸어 내려가도 인적도 없고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주 고요한 장소가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직 모래만이 가득한 그 광경을 가만 보고 있자면 마치 우주의 어떤 행성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다.

태양과 사막의 모래가 만들어낸 독특한 물결.
태양과 사막의 모래가 만들어낸 독특한 물결. /케이채 제공

해가 진 후의 밤하늘과 그 고요함 속에서 바라보았던 튀니지의 사하라,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사하라의 모래바람은 카메라를 쉬이 상하게 하기에 사진가에겐 마음이 편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사막을 사진으로 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은 더 이상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바로 이 사막 위를 그렇게도 비행했었던, 그래서 이후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번 사하라사막을 인용했었던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음속 어떤 근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 사막 위에 홀로 선다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사하라를 떠나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따스한 튀니지 사람들을 만났다. 한 어린 소녀는 내가 튀니지에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주인공을 닮았다고 자꾸 웃었는데, 아무래도 어떤 사극이었던 것만 같았다.

좁은 버스 안에서 만난 초등학교의 여교사와는 제법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튀니지가 '아랍의 봄'이 촉발되고 또 시작된 곳이라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불투명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희망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1년, 조금씩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던 튀니지가 이번 테러로 인해 다시금 외면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많은 편견과 전혀 다른 따스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나라. 특히 남쪽 사하라의 사막은 잊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당신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여행정보

튀니지 지도

아프리카의 멀고먼 나라인 듯하지만 스크린에서 여러 번 마주쳤을 수 있다.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커스가 튀니지의 장대한 아름다움에 반해 튀니지 곳곳을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이용했다.

그 외에도 ‘글래디에이터’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의 배경이기도 하다. 튀니지는 스크린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인기가 없는 나라이지만 놀랍게도 튀니지는 한국인이라면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 대부분은 모로코를 거쳐 입국하게 되는데, 스페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통해 찾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북아프리카의 파리.'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는 또 다른 별칭으로 그렇게 불린다. 북부 아프리카의 도시지만 프랑스풍의 거리, 이슬람 모스크, 카르타고의 고대유적, 지중해의 바람이 맞닿아 있다.

튀니스의 신시가지에 들어서면 유럽의 도심을 거니는 기분이다. 쿠바 아바나에 60대년대 미국 올드카들이 다닌 것처럼 튀니스에서는 유럽 차들이 종횡무진 오간다. 다운타운인 하비브부르기바 거리를 채운 날렵한 차들은 프랑스의 푸조,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이 대부분이며 거리의 표지판은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병기돼 있다. 프랑스의 오랜 식민시기를 거쳤던 도시에는 그 잔영이 깊게 배어 있다.

구시가와 신시가의 경계가 되는 '바흐 엘 바흐르.'

'북아프리카의 파리'로 불리는 도시

노천바들이 가득한 하비브부르기바 거리를 이곳 사람들은 파리처럼 ‘샹제리제’로도 부른다. 길 한가운데에는 모스크 대신 프랑스풍이 물씬 묻어나는 국립극장이 들어서 있다. 거리에 나서면 파리지앤이 된 듯 노천바에 앉아 대낮에도 한 방향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홀짝 마신다. 의자도 파리에서 직수입한 것들이 많다.

빈 의자들은 벽안의 관광객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튀니스 청춘들은 절반은 유럽에 동화된 듯한 포즈와 여유로움으로 도심의 한 단면을 채색한다. 이슬람 국가지만 일부다처제를 폐지한지 오래전이고 이곳에서는 공휴일도 금요일 대신 서구의 휴일인 일요일로 정했다. 얼굴을 뒤덮는 부르카 대신 민소매 차림으로 한껏 멋을 부린 도시의 여인들과도 쉽게 조우하게 된다.

수도 튀니스를 더욱 유럽풍으로 꾸미는 것은 도심을 오가는 트램이다. 이태리의 밀라노에서나 봤을 트램이 거리 중심가를 가로지른다. 물론 트램은 고풍스러운 한 칸짜리 목조 트램이 아니라 세 칸 짜리 트램을 두 개 묶은 투박하고 수더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메트로 레제’로 불리는 트램이 오가는 도심의 가로수들은 네모로 다듬어 놓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세계유산인 메디나와 지투나 모스크

이방인의 손길이 닿았어도 튀니스는 수천년 세월의 숨결이 서린 이슬람의 땅이다. 경계를 넘어서면 완연하게 도시의 색깔을 바꾼다. 파리의 개선문을 닮은 바브 엘 바흐르를 지나면 다른 세상이다. 이슬람의 전통시장인 수크와 구시가인 메디나가 이어지며 번듯했던 길들은 좁은 미로로 변질된다.

튀니스 구경의 묘미는 이 메디나의 길을 걷는 것이다. 길목으로는 붉은색 펠트 모자를 쓴 할아버지들이 오가고 그늘진 투박한 길은 시장인 수크로 뻗어 있다. 이곳의 수크는 별천지다. 수백 개의 골목에서는 튀니지의 전통 목각인형과 도자기, 동판 공예품들이 팔린다. 물담배인 시샤를 뻐끔뻐끔 피어대는 시장 사람들의 군상은 그리 바쁘거나 치열하지 않다. 그 평화로운 시장 골목 한가운데 튀니스를 대표하는 지투나 모스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지투나 모스크는 메디나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1300년의 긴 역사가 담긴 이슬람 사원에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풍의 말굽모양 창문, 베네치아산 샹들리에, 로마시대 카르타고 유적의 대리석 기둥 등 지중해의 문화들이 복합적으로 내려 앉았다. ‘지투나’는 올리브라는 뜻. 튀니지는 세계 올리브 생산의 2위 국가이기도 하다. 복잡한 수크안에 들어선 모스크는 이곳이 튀지스 옛 시가지의 중심임을 알려준다. 수크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사각형 기둥의 첨탑은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투나 모스크. 내부에는 유럽 여러 나라의 양식이 혼재돼 있다.

도심 한편에서 만나는 바르도 박물관은 튀니스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튀니지의 루브르'로 불리는 박물관에는 3000여년 동안 로마, 비잔틴, 오스만투르크,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던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마시대 번성했던 카르타고의 유적을 만나는 것 또한 이채롭다. 잘게 조각낸 돌로 새겨진 모자이크 작품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흔하게 조우할 수 있는 없는 것들이다.

박물관에의 감동을 지니고 바다로 발길을 옮기면 명장 한니발의 사연이 서려 있는 카르타고의 노천 유적들과 만난다. 비르사 언덕을 등지고 흩어져 있는 카르타고의 유물에는 지중해를 끼고 로마와 자웅을 겨뤘던 고대왕국의 영화가 깃들어 있다. 흔적만 남은 2000년 세월의 도시와 짙푸른 지중해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복잡다단한 역사를 지닌 낯선 도시의 저녁은 와인 한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튀니지의 마공와인은 한때 프랑스로 수출했을 정도로 사연과 유래가 깊다.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도시애서 전해지는 묘한 향기는 와인에서만 풍겨나는 것은 아니다.

가는 길=한국에서 북아프리카 튀니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튀니스까지는 2시간 30분 소요. 두바이 등 중동 국가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