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오지 히말라야의 그늘 아래 신을 숭배하고, 종교적 믿음으로 환생을 기원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곳이 있다. 티베트인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높은 곳, 신들의 언덕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코나(순례)를 한다. 신을 향한 기도와 고행은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고지대에서도 하염없이 오체투지(삼보일배)를 행하며 이어진다.


티베트에서의 종교는 사원이나 사당에만 있지 않고,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그 자체이며 내세를 위한 고행의 연속이다. 티베트에서 불교는 종교가 아닌 삶이요 전생의 악업을 끊기 위한 속죄의 고행이며, 내세의 유복한 환생을 위한 현세의 기도이고 신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티베트의 자연과 사람들

티베트의 대평원 라싸 초원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티베트 유목민의 미소 속에서 보살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평온의 미소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경계와 호기심의 눈빛으로 다가선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조차 쉽사리 허락지 않은 이 메마른 대지에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미소가 생겼을까, 이게 티베트 불교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라싸 시가지의 전경

저 멀리 관광객들을 실은 열차가 내달리고, 수천 년 전 모습 그대로의 삶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유목민들이 눈앞 전경으로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순간이다. 함박웃음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볼은 야크떼를 모느라 태양 빛 아래 그을려 붉게 상기되어 있고, 수줍은 미소로 길 떠난 나그네를 향해 수유차 한잔을 내미는 유목민 여인의 갈라진 손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그 옆에선 그들의 가장이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내일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심스레 돌 한덩이를 쌓아 올린다.

오염되지 않은 하늘과 공기, 그 가운데 내려앉은 석양은 기암괴석의 절경을 이룬 대자연의 장대함과는 사뭇 다르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대지의 여신 앞에 경외하듯 조아리게 된다.

라싸 초원의 유목민

티베트의 광활한 초원은 흙탕물 웅덩이와 암석 골짜기, 흙빛의 삭막한 대지가 이어지며 티베트인들의 삶만큼이나 고행의 땅으로 세워져 있다. 이 초원에서도 오체투지를 하며 진흙탕 속에 몸을 던지고 돌부리에 몸이 상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오직 그들의 신만을 위한 코나를 행하는 순례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신께서 주신 오늘의 하루를 선물이라 여기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삶일지라도 행복하다 말하는 사람들, 매일 매일이 행복으로 충만하다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티베트인들이다.

달라이 라마에게로 향하는 순례자들

티베트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곳, 라싸의 상징물인 포탈라궁다자오사는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나지막한 건물들로 이루어진 라싸 시가지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포탈라궁은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며 신을 향해 끝없이 기원하는 중생들을 굽어보고 있다.(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라싸 시가지 중심의 포탈라궁

‘포탈라’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의 포탈라카(보타락가, 관음보살이 사는 산)에서 유래되었다. 7세기 라싸 지방의 관음보살을 모신 ‘파쿠파 라칸’이 처음 건립되고, 수십 수백 년의 기간 동안 계속 건축되면서 지금의 포탈라궁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포탈라궁의 위용과 아름다움은 고산지대 에메랄드빛 하늘과 함께 천상의 조화를 이루어 여행객들에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선다.

그러나 포탈라궁으로 향하는 높은 계단은 또 다른 고행의 시작이다. 저지대에 비해 63%밖에 되지 않는 라싸의 산소량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조여오고, 어지러운 고산증을 앓게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티베트인들의 내세를 향한 소원함과 염원은 멈출 줄을 모르고 신 앞에 몸을 던지듯 오체투지를 행한다.

오체투지 순례자.

포탈라궁 외벽의 오방색기.

지금은 인도의 다람살라에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 14세가 떠나면서 객들만이 드나드는 비운의 궁전이 되어버린 포탈라궁은 1,000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여행객들에게 공개된 곳은 종교적 업무를 관장하던 훙궁(붉은색)과 달라이 라마의 생활공간과 행정 업무를 집행하던 바이궁(백색)으로 약 300년간 티베트의 정치, 종교의 중심지였다.

또 하나의 상징인 다자오사(죠캉사원)는 7세기 중반 토번의 왕 손첸 간포의 왕비에 의해 창건된 사원으로 티베트인들에게 가장 신성한 성지다. ‘죠캉’은 ‘부처의 집’을 의미한다. 특이하게 이 사원은 네팔과 인도의 건축양식을 따랐으며, 일반적 사원의 방향인 남향이 아닌 서향으로 지어져 있다. 이는 왕비의 고향인 네팔을 향하기 때문이라니, 고향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은 신을 섬기는 절대적 삶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


성소(聖所), 카일라스산

순수함과 초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땅에 신이 살고 있는 성스러운 산이 있다. 해발 6,714m 만년설의 신비로움을 안고 있는 카일라스는 ‘눈의 보석’, 산스크리트어로는 ‘신의 천당’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불경에서는 우주의 중심으로 지칭된다.

티베트에서 카일라스산은 수미산이라 불리며 티베트 불교 수행자들이 일생에 꼭 한번은 다녀와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만년설로 뒤덮인 카일라스산에 휘몰아치는 칼바람은 신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듯 경외롭다. 대자연의 웅장함과 인간의 순수한 열정이 이 먼 곳 오지에 신이 살아 있는 산, 카일라스산을 만든 것이다.

만년설로 뒤덮인 카일라스산.

카일라스산의 순례길.

카일라스산으로 향하는 길은 암석 골짜기가 수천 년 세월의 비바람에 깎이고 쪼개어져 언저리마다 수많은 작은 돌들과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입산이 허락된 카일라스산 주변의 52㎞로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하는 이들은 자신을 그 모래의 한 알갱이에 비유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오방색(타루쵸)기를 달며 바람의 말(룽따)이 자신들의 바람을 신께 전해 주길 기도한다.

흔히 소남(영적 경지)에 이르기 위해 무소유의 삶을 이야기한다. 물질적 삶에 집착하지 않고, 삶의 조건이나 불편함을 장애로 생각하지 않는 티베트인들의 삶이야말로 무소유에 대한 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는 길
티베트로 가는 항공편은 인천공항에서 베이징, 서안, 청두(쓰촨성 성도) 등으로 이동하여 라싸로 가는 항공편으로 환승하면 된다. 베이징에서 라싸까지 3시간 15분이 소요되며, 청두(성도)에서 라싸(궁가)까지는 1시간 40분이 걸린다. 또한, 티베트를 여행 시 환승지에 있는 티베트여유국 지사에서 티베트 입국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육로편으로는 베이징, 상하이, 청두(성도) 등에서 칭짱열차를 이용하면 되지만, 베이징에서 4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탓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느 정도 중국어가 구사되어야 가능하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라싸에서 달라이라마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아야 하고 사진을 소지해서도 안 된다. 절과 기도소, 탑을 돌 때는 반듯이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라싸 시내 교통편도 있으나 구시가지를 둘러볼 때는 걸어다녀도 충분하고, 근처 세라사원(세라 곰파, 色拉寺)나 드레풍사원으로 이동시에는 미니버스를 타면 된다. 고산증세 완화를 위해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같은 상비약을 구비하는 것이 좋다.

 

세상 사람들은 한데 입을 모아 자연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흔히 좋은 관광명소를 지칭하는 ‘지상 최대의 낙원’이라는 수식어는 하루가 멀다 하게 바뀌고,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도무지 어디가 좋은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관광지가 있다. 바로 중국의 주자이거우(九寨溝, 구채구)다. 중국 서남부 티베트 고원(칭짱고원)에서 쓰촨분지(사천분지)에 이르는 이 지역을 가리켜 사람들은 ‘인간 세계의 선경(仙境)’ 또는 ‘동화 속 세계’라고 극찬한다. 세계의 수많은 낙원들 중에서도 주자이거우가 특히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늘이 내린 신비의 세계 주자이거우로 동화 속 여행을 떠나보자.

그 색채가 공작을 닮았다 하여 공작호라고도 불리는 우화하이호.




오색빛깔 찬란한 신비의 호수, 우차이츠

주자이거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황룽(黄龙, 황룡)산에 가기 위해 주자이황룽 공항(주황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을 달린다. 봄인데도 불구하고 창밖으로는 거센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해발 3,100m가 넘는 고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황량한 고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방목된 야크 무리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버스에서 내리면 약 15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야 하는데 제법 경사가 높다. 높은 고도에서 설경을 즐긴 후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울창한 나무들로 빼곡히 둘러싸인 산책로가 나온다. 부슬부슬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약 1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의 설명. 높은 고도로 인해 고산증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황룽산의 절경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운을 낸다. 한 손에는 산소통을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만년설과 어우러진 우차이츠는 가슴 속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유네스코는 황룽산을 세계자연유산(1992)과 세계생물권 보호구(2000)로 지정했다. 이에 걸맞게 주변의 원시산림은 자연 본연의 모습 그대로지만, 산책로는 여행자들을 배려해 걷기 쉬운 길을 만들어 놓았다. 어느 순간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급한 마음에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어떤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을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섯 가지 빛깔로 이루어진 호수라는 뜻의 우차이츠(五彩池, 오채지)다. 흡사 신이 그려놓은 풍경 그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오묘한 빛깔을 내는 호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만년설이 녹아내린 황룽산의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환상의 광경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작은 연못 693개로 이뤄진 우차이츠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가졌다. 연못에 고인 맑은 물이 마음을 정화해주며 연못 주변의 바위, 울창한 삼림, 흰 눈과 함께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동화 속 세계에 온 듯한 환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사진에서 이곳을 보았을 때는 보기 좋게 수정을 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곳에는 그 모습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황룽과 우차이츠에는 말을 잇지 못할 놀라운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원시적 자연이 보존한 원초적 아름다움

꿈같은 시간을 뒤로 한 채 다시 버스를 타고 주자이거우로 이동한다. 주자이거우라는 이름은 9개의 장(藏)족 마을이 있다는 데서 유래했으며, 실제로 당나라 때부터 장족이 거주했다고 한다. 총면적이 720k㎡로 거대한 규모지만 실제 관광지로는 Y자 모양의 약 50km에 달하는 계곡 주변이 각광받는다. 이곳은 다시 3개의 골짜기 수이정거우(수정구), 르저거우(일즉구, 임측구), 저차와거우(측사와구, 측자와구))로 나뉘는데, 특히 수이정거우에는 수려한 명소들이 한데 모여 있다.

티베트어로 웅장하다는 뜻의 눠르랑 폭포(넓이 320m)


험준한 산악지대와 산림 생태계 등 원시적 자연이 잘 보전된 주자이거우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티베트어로 웅장하다는 뜻의 눠르랑(落日郞, 낙일랑)폭포는 넓이가 320m로 중국에서 폭이 가장 넓은 폭포이며, 우화하이호(五花海, 오화해)는 햇빛에 비친 호수 빛깔이 다채로워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힌다.


또한 주자이거우에서 가장 긴 호수로 길이 4.5km에 달하는 창하이(長海, 장해), 다섯 가지 영롱한 빛깔로 탄성을 자아내는 우차이츠(五彩池, 오채지), 떨어지는 물보라가 진주방울을 연상시키는 진주탄(珍珠灘)폭포까지. 이곳 주자이거우에는 말로는 표현 못 할 환상적인 명소가 너무나 많다. 신은 이곳에 아름다운 동화 속 세계를 펼쳐 놓은 것이다.



새 시대를 향해 역동하는 장족의 문화

주자이거우의 명소를 둘러본 후 내려오는 중 형형색색의 깃발이 내걸린 마을이 보인다. 9개의 장족 마을 중 가장 크다는 수정자이(樹正寨, 수정채)다. 마을 입구를 비롯해 곳곳에 높게 걸린 다섯 가지 깃발은 각각의 의미(홍색-태양, 황색-토지, 녹색-강, 청색-하늘, 백색-구름)를 지닌다고 한다.

계속 이어지는 추운 날씨와는 달리 이곳 사람들의 미소는 따뜻하다. 비록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보일지 몰라도,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면 역시 그들도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이 미소는 대자연 속에서의 삶과 굳건한 종교적 신념이 결합해 형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입구에 있는 대형 마니차를 돌리면서 그들의 안녕을 마음속 깊이 기도하며 마을을 나왔다.

장족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공연.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품점.


대형 극장에서는 장족의 전통문화 공연을 상영 중이다. 한 소녀가 오체투지를 하며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공연은 전통 악기 연주와 노래, 춤이 어우러진 무대였다. 빛을 이용한 높은 영상미와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공연은 낮에 보았던 그들의 수줍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그들의 전통은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내고 있었다.


지리적·문화적으로 동떨어져 있어 이질적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장족, 그리고 그들의 삶의 터전 중 하나인 주자이거우. 이곳의 사람들은 어느새 현대적인 감각을 전통적인 문화와 융합시켜 새로운 생활의 방식을 영유해 나가고 있었다. 전통의 수호, 자연의 보전, 종교적·이념적 갈등 등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자이거우에서 새삼 돌이켜 보게 된다.




가는 길
현재 주자이거우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청두(成都)를 경유해야 한다. 아시아나 항공, 중국국제 항공에서 인천~청두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4시간. 청두에서 주자이황룽 공항까지 비행기를 이용하면 약 45분이 소요되며, 버스를 이용하면 약 10시간이 걸린다.

'타임캡쳐(Time Capture)'

조캉사원 앞 바코르 광장의 아침 ⓒ 최기성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싸에 도착한지 두어 시간쯤 지난것 같다.

무언가로 쪼아대는 듯한 두통, 호흡은 가빠지고, 형용할수 없는 무력감이 티벳에 도착한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벳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게 했다. 

나무 하나에도 신비함이 느껴진다. 순박한 사람들… 천혜의 자연 경관… '달라이라마의 나라' '불심의 나라' '광활함을 느낄수 있는 나라'… 티벳 속으로 들어가 본다.

(위) 포탈라궁 야경 (아래) 포탈라궁 주경 ⓒ 최기성
진정한 티벳을 느끼기 위해서는 겨울이 적합하다.

우리가 tv 속에서 자주 보아온 '오체투지'는 겨울이 아니면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티벳인들은 농한기를 이용하여 오체투지를 진행한다. 라싸로 향하는 국도변이나, 포탈라궁 그리고 오체투지의 궁극적인 도착지인 조캉 사원에는 오체투지의 장관을 이룬다.

※ 오체투지의 마지막 행선지를 포탈라궁 인것으로 생각을 하지만 최종 마지막 목적지는 조캉사원이다. 

국도변의 오체투지 모습 ⓒ 최기성
티벳도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터라 라싸를 중심으로한 주변 지역까지는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불과 차를 타고 1시간여를 지나면 13세기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 최기성
필자가 이번 여행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곳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에서 보았던 티벳의 광활함과 설산의 아름다움이였다. 에레베스트 베이스 캠프는 사실, 일반 관광객이 겨울에 쉽게 갈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니기에 신비함을 더 한다. 전문 트레킹 가이드와 새벽 2시부터 버스로 이동을 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설, 그리고 추위(산악버스 특성상 히터가 나오지 않는다)…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하산을 검토했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만큼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필자의 강행 요청으로 일정을 추진하였고, 마침내 태고의 아름다움을 만났고 가슴 깊이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을 느낄 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여행하기 위해 라싸에서 버스로 꼬박 하루를 이동하여 캠프 근처 마을에서 밤이면 전기와 물이 나오지 않는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5~6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을 하여야 도착할 수 있었다.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내가 느꼈던 감동의 선율은 그 이상이었다. 그 광활함에 작고 미약한 나의 성숙함을 돌아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만년빙하에서 녹아 내린 물

'세상의 중심' 티베트의 불교와 옛 티베트 토착교인 뵙교, 힌두교와 자이니교가 카일라스를 일컫는 말이다. 해발 6656m, 산악인이 도전하는 히말라야 고산들에 비하면 다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신이 머물고 있는 카일라스의 등정은 쉽지 않다고 한다.

다소 황량한 주변 산세와는 달리 카일라스의 중심은 푸른 풀들과 군대 군대 피어난 야생화 그리고 카일라스 빙하에서 녹아내리는 물줄기로 마치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따듯한 어머님의 품처럼 안락하다.





세상의 중심이라 일컫는 카일라스. 차량을 이용하여 카일라스의 중심에 도착하였다.

ⓒ 오상용





돌아가신 장모님 납골당에 넣기 위해 물통으로 카일라스의 생명수를 담는다.

ⓒ 오상용

1년 내내 만년빙하로 덮여 있는 카일라스는 날씨에 따라 적당한 양을 녹여 아래로 흘러보낸다. 작년에 갑자기 돌아가신 장모님을 위해 납골당에 넣을 물을 담으려 아래에서 가져온 물통을 꺼내 물속으로 손을 넣는데 그 물이 무척 차갑고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여름임에도 겨울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 날씨이지만 차갑고 깨끗한 카일라스의 물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양말을 벗어 물속 넣는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짜릿한 그 느낌으로 긴장되었던 내 몸이 조금씩 풀린다. 저 멀리 불어오는 자연 바람과 나의 머리 위로 흘러가는 많은 구름과 따뜻한 빛을 내리쬐는 태양이 나의 행복 주머니를 채운다.





카일라스 봉우리가 잘 보이는 한쪽에 돌을 쌓고 다음을 기약한다.

ⓒ 오상용

다시 이곳으로 오라고 하는 것일까? 한참 동안을 그곳에서 머물렀지만 아쉽게도 구름 속에 가려진 카일라스를 보지 못했다.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이곳에 올 수 있는 것을 허락해준 카일라스에 고마움과 인사를 전하고 차량에 오른다.

나의 아쉬움을 알았는지 가까운 온천을 가보겠느냐며 티베트 기사 아저씨가 제안한다. 고산 지대에서 피로도가 쉽게 증가하는 목욕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다른 곳도 아닌 카일라스 주변에 온천이 있다는 말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고민 없이 o.k를 외친다.

거칠어지는 호흡, 빨리지는 심장 박동





평균 해발 4,400m 이곳에 있는 온천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높은 고도에 위치한다.

ⓒ 오상용

평균 해발 약 4400m 인 이곳 서티베트는 호수는 물론 모든 것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가 높다. 이곳에서 나오는 온천수는 어떠할까? 세상의 중심과 멀지 않고 무엇보다 높은 고도에 있는 온천이 무척 기대된다.

카일라스를 출발하여 약 1시간이 걸려 도착한 티베트 작은 마을 한쪽에서 백두산에서 맡았던 유황냄새가 가득하다. 차에서 내려 아래를 내려보니 작은 호수와 그 앞에 작은 건물로 온천이라 쓰인 문구가 눈에 띈다.





펌프를 이용해 땅 아래 물을 끓어 올린다.

ⓒ 오상용

고산 지대인 티베트에서 양파첸 등 여러 지역에서 온천을 만날 수 있지만 유독 다른곳에 비해 유황 냄새가 강하다. 이곳을 추천해 준 티베트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티베트의 성호인 마나사로바 호수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무엇보다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온천이라 한다.

건물을 살펴보니 땅 아래 온천수를 끌어 올리는 시설이 한쪽에 준비되어 있다. 난방 시설이 무척 미흡한 이곳 티베트 지역에서 뜨거운 물을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여행자의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다.





나무 욕조와 의자가 전부인 공간.

ⓒ 오상용

입장료를 지불하기 이전에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니 중국 다른 지역의 온천 시설과 같게 개인 공간마다 1인 욕조가 비치돼 있다.

다소 시설은 좋지 않지만, 온기로 따뜻한 이 공간. 티베트 라싸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면서 좋지 않은 난방시설로 단 한 차례도 샤워를 하지 못한 터라 온천욕을 즐기기로 하고 주인장을 불러 요금을 지불한다.





비닐을 씌우고 온천수를 받는다. 유황냄새와 온기가 나를 설레이게 만든다.

ⓒ 오상용

요금을 지불하니 직원이 다가와 방을 배정하고, 나무 욕조에 비닐을 씌우고 온천수 밸브를 튼다.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나오면서 방 가득 유황냄새와 온기가 가득하다.

손으로 물을 만져보니 미끈함은 전혀 없는 유황 온천수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온도가 뜨거워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고산지대에서는 목욕은 쉽게 피로해지고 무엇보다 호흡이 거칠어져 오랜 시간 욕조에 있을 순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씻을 수 있다는 행복감에 서둘러 욕조로 들어간다.

몸이 절로 늘어질 정도로 따뜻한 온천수.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고 호흡은 거칠어 지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어떤 일이든 힘든 일을 이겨낸 뒤 얻는 것은 그 기쁨이 두배다. 여행지도 마찬가지. 위험천만한 길을 넘고 넘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봤을 때 그 감동은 두배가 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가는 길.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오색의 타르초가 휘날리고 있는 절다산 고개 <사진 : 함정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 나라를 차별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상하게 나랑 궁합이 맞지 않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지금까지 중국을 수도 없이 많이 갔는데 그때마다 이상하게 사기를 당하거나 장비가 고장나거나 화를 벌컥 내고 얼굴을 붉히게 되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항상 중얼거리는 똑같은 멘트, ‘아…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인내심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대단해…’

그런 중국을 또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남다른 기분. 쓰촨성 청두를 거쳐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티베트 본국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을 감시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래도 티베트 문화가 살아있는 동티베트다. 티베트를 제대로 여행한 사람들이 본다면 ‘동티베트가 무슨 티베트냐 한족들의 허울 좋은 방패막이지’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떠나 난 티베트의 숨결을 그래도 느낄 수 있는 동티베트로 향한다.

사진 : 함정민
티베트인의 진한 삶이 묻어나는 곳, 캉딩

한반도 전체의 약 44배에 달하는 거대한 대륙, 중국. 이곳의 서남부 쓰촨성만 해도 남한 면적의 약 5배에 달할 정도다. 쓰촨의 절반 이상은 장족 자치주, 즉 티베트인들이 사는 곳이다. 동티베트의 관문인 캉딩에서 출발한다. 해발 2560m, 고원의 도시 캉딩에선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이 즐비한데 이곳에서는 그냥 동네 뒷산 정도다.

티베트로 들어가는 입구에 차들이 엉켜 있고 다들 오도가도 못하고 삼삼오오 서 있는 걸 보니 무슨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긴 모양이다. 꼭 이런 불길한 예감은 제대로 적중한다. 워낙 통행하기 어려운 길이기도 하고 2008년 티베트 사태 이후 특히나 외국인들은 제한을 하고 있고 내국인들도 부분적으로만 통행을 시키고 있는 중이란다.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러 간 운전사는 더 끔찍한 소식을 들고 온다.

“어제 저녁에 출발한 차들이 밤새 산 속에 있대요.”

어제 저녁에 출발한 차들이 밤새 이러고 있는거라면 우리는…. 오전 9시쯤이면 길이 열린다더니 벌써 12시인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뭐라고 항의라도 하고 싶은데 다들 참 이렇게 느긋할 수가 없다. 카드 놀이하는 사람, 잠자는 사람, 그저 멍하니 있는 사람 등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저 그들의 느긋함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발이 묶인 지 무려 6시간 만에 드디어 출발이다. 공사 중이라 도로 사정은 말이 아니다. 승용차로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길이지만, 다행히 우리 차는 사륜구동이다. 이런 길만 10년 이상 운전해온 베테랑 운전사 리웨이는 잘도 추월해 간다. 쓰촨성 대지진이 이 일대를 강타한지 딱 1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아유, 말도 못해요. 여기가 상해부터 라싸까지 이어진 길인데 전체 거리가 한 5000km죠. 근데 그 중에 특히 이 구간, 쓰촨 지나가는 길이 아주 어려웠어요. 시인 이태백이 쓰촨의 길은 아주 어렵다. 어렵기가 하늘에 올라가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죠.”
사진 : 함정민
상해에서 대륙을 가로질러 쓰촨의 중심도시인 청두로 이어지는 중국의 318번 국도는 다시 천장북로와 천장남로, 두 갈래로 갈라져 라싸까지 연결한다. 우리는 이 중 천장남로를 따라 이동했다. 해발 4000m는 거뜬히 넘어가는 하늘과 맞닿을 듯한 길, 천장남로. 때문에 여정 내내, 설산과 구름이 길동무다. 그렇게 서쪽으로 달릴수록 중국이라기보다는 티베트에 가까운 풍경이 펼쳐진다.

깡바 제1계곡. 캉딩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달리자 중국과 티베트의 분기점인 절다산(저뚜오싼) 고개에 도착한다. 본격적으로 티베트의 영역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려는 듯, 고갯마루엔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오색의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 깃발의 의미는 깃발에 경전이 적혀 있어요. 티베트인들은 이 경전이 바람에 나부끼면 경전에 적혀있는 불력이 멀리 세상에 퍼진다고 믿기 때문에 높은 나무나 산꼭대기에 걸어놓고 있죠.”

그래서 티베트 사람들은 타르초가 펄럭이는 소리를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라고 말한다. 야딩으로 가는 길은 그 바람 소리를 따라 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티베트 산 곳곳에는 '옴마니반메홈'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사진 : 함정민>
험준한 설산의 허리를 가로질러 깎아지른 듯한 길을 구불구불 달리다 보면, 시야에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민둥산이 펼쳐지기도 한다. 또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다. 광활한 중국대륙, 그 중에서도 특히 티베트의 자연을 품고 있는 서남부지역에 벌써부터 마음이 이끌린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전생에 내가 한 마리 야크였던가? 내가 서있는 곳은 4000m가 넘는 곳으로 머리도 조금 아파야 하고 숨도 차야 한다는데 고산증세가 아직은 오질 않았다. 눈 덮인 설산과 그 위에 하얀 뭉게구름, 깊고 파란 하늘빛과 뜨거운 태양, 게다가 한가롭게 풀 뜯고 있는 야크의 모습,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바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또 다른 면이 도사리고 있다. 깎아지른 협곡을 끼고 달리는 아슬아슬하게 좁은 길. 게다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태위태한 흙길. 조금 마음 놓아도 되겠다 싶은 길에선 엄청난 먼지라도 감수해야 한다. 처음 몇 시간은 이런 오프로드의 길도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지만 하루이틀 계속 되다보니 토가 나올 지경이다.

“3일째 차만 타고 있어요. 차 타는게 제일 힘들어요.”

나랑 10년 이상 세계의 오지라는 오지는 다 다닌 이용택 감독의 처절한 한마디다. 그나마 위험한 길은 더이상 나오지 않을거라는 운전사의 말에 안심하고 있던 참인데, 갑자기 차가 급정거를 한다. 이번엔 차가 말썽이다. 며칠째 산길만 달렸더니 엔진이 결국 과열이 되었다. 

“물이 필요해요. 차를 좀 쉬게 해야 돼요.”

“오늘 얼마나 달린 거죠?”

“아침 7시 반에 출발해서 지금 오후 5시 반이니까 10시간 정도 됐죠. 밥도 먹고 수리하면서 1시간 이상은 차를 쉬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엎어진 김에 쉬어가기로 했다.
사진 : 함정민

오랜 해외 촬영에서 얻는 노하우는 벌어진 상황에 순응하자다. 마침 차가 엎어진 길 옆으로 아담한 장족 마을 하나가 있다. 티베트 전통 건축방식으로 지어진 돌집들이 산기슭에 사이좋게 들어앉아 있다. 창문 하나하나까지 공을 들여 장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집집마다 하나 같이 깃발을 높게 내걸어 놓았다.

오는 길에 봤던 타르초와 같은 의미인데 이렇게 장대에 한 폭의 깃발을 걸어 세워 놓으면 ‘룽다’, 만국기처럼 가로로 줄줄이 깃발을 걸어놓으면 ‘타르초’라 부른다. 장족 마을에 있는 것들은 모두 그들의 종교와 연관이 있다. 개울이 흐르는 곳에 뭔가가 눈에 띈다. 언뜻 보면, 물레방아인가 싶지만 이것 역시 수차를 이용한 ‘마니차’, 즉 불교 경전을 넣은 경통이다.

“왜 이런 마니차를 설치해 놓았냐면 낮 동안에 밭에서 혹은 소나 양을 치면서 일을 하잖습니까. 노동의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불공을 드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기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물의 힘에 의해 계속 불공을 드리고 불력이 멀리 퍼져 나가라는 뜻에서 설치한 것이죠. 산에 걸려있는 타르초와 거의 비슷한 의미에요 바람에 의해서 하는 경우와 물의 힘에 의해서 한다는 차이만 있죠.”

타르초와 같은 의미의 '롱다'를 집집마다 걸어놓은 장족마을 <사진 함정민>

이렇게 물을 이용해 돌리는 마니차를 설치하려면 일단 물이 있어야 하고, 또 마을 사람들의 불심도 단단해야 할 것이다. 흔히 볼 수는 없는 것이라 물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앉아 있는데, ‘짜시델레’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장족, 즉 티베트 사람들은 손에 작은 마니차를 항상 들고 다니는데, 이들은 경전이 들어있는 마니차를 한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여긴다. 외지인들의 눈엔 장난감을 돌리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티베트인들에겐, 깊은 믿음이 담긴 아주 경건한 신앙행위다. 

“매번 외출하실 때마다 이런 마니차를 가지고 다니시나요?”

“항상 갖고 다녀요. 우리 집에서 잠깐 쉬다 가세요.”

“할머니 집에서요?”

어르신이 갑자기 초대를 하신다. 이럴 땐 항상 거절하지 않고 따라 들어간다. 여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말이다. 어르신의 집은 이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집이었다. 집 안에서도 할머니는 쉼 없이 마니차를 돌리고 계신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84세야. 이가 다 빠져서 말을 잘 못해. 가까이서 찍으면 얼굴이 크잖아”

그 연세에도 자꾸만 부끄러워 하시는게 소녀 같다. 손님이 오면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는 것이 장족들의 오랜 풍습이다. 할머니는 소나 양의 젖에서 얻어낸 버터에 끓는 찻물을 부어 만든 티베트 전통차 쑤요차를 건네 주셨다. 춥고 건조한 고원지대에 사는 티베트인들은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열량이 높은 이 쑤요차를 하루에 수십 잔씩 마신다고 한다(고산병 예방에도 좋다는 말에 석잔이나 배부르게 마셨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서는데 3층 창문에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잠깐 엉덩이 붙였다 훌쩍 갈 뿐인 뜨내기 여행자에게, 참 오래도 손을 흔들어주시는 할머니. 주름 가득 웃는 이 얼굴을 꽤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신비한 옥색 물빛이 아름다운 야딩의 우유해 <사진 : 함정민>

세 신선과 마주하다

캉딩에서 야딩까지는 보통 하루 여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도로 사정이 안 좋아 그 배로 걸린다. 결코 좋지 않은 도로사정과 차 고장 등 녹록치 않은 상황임에도 후회가 된다거나 돌아가고 싶진 않다. 여기가 아니면 그 어디서도 절대 누릴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
눈앞에 우뚝 솟은 설산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야딩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해발이 무려 6032m인 센나이르 설산은 티베트인들이 신성한 산으로 추앙하는 3대 설산 중 하나다. 바로 이 센나이르 설산 밑에 마지막 샹그릴라라 불리는 야딩이 숨어 있다.

그렇다고 다 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장 힘든 코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무려 50km나 되는 산길을 오직 두 발로, 정직하게 걸어 올라가야 한다. 초입에서부터 3km 지점에 있는 충고사라는 작은 사찰까지는 말을 빌려 타고 갈 수 있는데, 그래서 충고사까지만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우린 말도 타지 않고 야딩까지 50km를 걸어가야 한다.

티베트인들은 대부분 소나 양을 치면서 일을 한다. 설산아래 초원을 거닐고 있는 소와 양의 모습 <사진 : 함정민>

이제 시작인데 벌써 숨이 가빠온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3~4배는 힘든 거 같다. 어느 정도 걷자 가장 높은 3개의 설산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티베트인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설산의 초입. 어김없이 그들의 염원이 담긴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때 묻지 않은 비경 덕분에 ‘최후의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야딩은, 1928년 영국인 탐험가 루커에 의해 서구에 처음 소개되었다. 하지만 워낙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오지여서 그 이후에도 이곳은 인간의 손을 거의 타지 않았다. 이제 제법 알려졌어도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가까운 땅. 이런 저런 고생스러움을 무릎쓰고 야딩을 찾아온 이유다.

이 차가운 설산 아래에도, 생명들이 깃들어 산다. 3시간 정도 걸어 올라온 지점, 해발 4150m에 낙융목장이 위치해 있는데 비록 춥고, 높고, 척박한 고산이지만 사람이 살고 민가가 있다. 이곳에서 야크를 키우며 사는 현지인을 만났다.

“한번 먹어 보세요”

“이게 뭐에요?”

“모모. 고산보리의 일종인 칭거로 만든 빵입니다. 담백하고 고소하고 맛있어요.”

그리고 같이 내미는 것은 야크우유로 만든 치즈다. 이 두 가지를 싸갖고 다니면서 뜯어서 요기를 하는데 선뜻 이방인에게도 내민다. 약간 비릿한데 맛있다. 그런데 16살 먹은 아들이 쓰고 있는 모자가 눈에 들어온다. ‘스키모자’라고 한글로 큼직하게 새겨진 이 모자는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궁금해진다. 현지인들 틈 사이에서 몸을 앉히고 쉬다 보니 센나이르 설산과 함께 성스러운 3대 설산 중 하나로 꼽히는 양마이용 설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산이 이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저 산의 정상까지 등반을 할 수 있나요?”

“안돼요”

“왜요?”

“신령한 산으로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어요. 산에 올라가면 부정을 타기 때문입니다.”

목장이 있는 평지에서 이제 다시 험한 산길로 접어든다.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은 더 거세지고 만년설의 차디찬 기운마저 바람에 실려 그대로 얼굴을 때린다. 그냥 힘들다는 말로는 부족한, 어찌 보면 고행에 가까운 여정.

야딩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오색해 <사진 : 함정민>

“아이고…아이고”

자연스레 신음소리가 나온다. 누가 떠미는 것도 아닌데 묵묵히 오른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눈 덮인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니 지금 힘든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야딩을 또 찾게 되는건 아닐까? 야딩의 절경을 마주하려면 이 험한 돌산 하나를 마저 넘어야한다. 가까스로 산 정상을 넘은 뒤, 잠시 요기를 하고 가기로 했다. 아침에 나서면서 도시락을 챙겨 왔었다. 

“계란이 안 익었어요. 이거 봐 이거 봐. 흰자도 안 익었어.”

“안에는 거의 날달걀인데? 까지지도 않네.”

껍질에 붙은 채 버리는게 아까워 원샷이다. ‘아 처량해’ 하지만 맛있다. 든든히 먹고 힘을 써야 하는 이용택 카메라 감독은 비닐에 넣은 볶음밥을 좋다고 먹고 있다. 덜 익은 계란에 다 식어빠진 볶음밥이 전부이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그저 꿀맛이다. 거기에 절로 입맛 돌게 하는 훌륭한 밑반찬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설산! 이제 진짜로 마지막 고지 하나만 남았다.

“다 왔다! 호수다!”

뉴나이아이, 즉 우유해(牛?海)란 이름은 호수 가장자리가 우윳빛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 신비한 옥색 물빛의 비밀은 바로 만년설에 있다.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려오면서 주변의 바위에 포함된 미세한 암석 성분이 함께 녹아들어 아름다운 물빛을 내게 된 것이다.

“처음에 여기 올라왔었을 때, 이 위에 호수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올라왔던 기억이 나요. 막 올라와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이 높은 곳에 이 눈 녹은 물이 내려와서 이런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 있다는 것이요.”

사진 : 함정민

뉴나이아이가 벌써 5번째라는 가이드는 또다시 감탄사를 연발한다. 다섯 번이나 왔다는 가이드가 이 정도니 이곳이 처음인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걸 보려고 그렇게 고생을 한 것인가? 하지만 이곳을 보는 순간 고생에 대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야딩의 설산 사이엔, 뉴나이아이 말고도 숨은 비경이 또 하나 있는데, 여기서 해발 100m를 더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단다.

“지금 약 해발 4550m쯤 되고요, 해발 4600m에 위치한 우써하이-오색해(五色海)라는 곳에 가고 있습니다. 이 호수는 야딩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야딩의 제 1설산인 센나이르 설산 바로 뒤편에 있습니다.”

40분 남짓 더 마지막 기운을 내 올라간 그 곳엔 또 한 번의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한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색해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서서 굽어보면 그 이름의 의미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햇빛에 따라, 그리고 구름의 그림자에 따라, 물빛은 시시각각, 여러 겹의 오묘한 색채로 변신한다.

우써하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티베트 라싸의 남초 호수와 불과 해발 100m차이. 외국 관광객들의 라싸 진입이 통제된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호수다. 무엇보다 이 오색해는 야딩의 성스러운 3개의 설산을 모두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단지 이 한 장의 풍경과 대면하는 찰나의 순간을 위해 때론 위험천만한 길, 언제나 악전고투의 여정, 그런 만만치 않은 과정을 몇 번이고 치러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느낀다. 머지않아 또다시 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야딩을 향할 것이라는 걸.

티베트 여행

롯데관광 티베트 여행
티베트의 3대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인 얌드록쵸. / 롯데관광 제공
영혼이 맑고 순수한 땅.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순결한 보석이라 불리는 티베트. 중국 시짱(西藏)자치구에 해당되는 티베트는, 면적 120만㎢, 인구 321만명으로 주도(主都)는 라싸(拉薩)이다. 티베트어로 '신의 땅'을 의미하는 라싸의 최대 볼거리인 포탈라궁은 라싸시의 홍산(紅山) 위에 건립되어 있다. 해발 3700m, 총면적 36만㎢, 건축면적 13만㎢로 건물 높이는 117m, 13층에 이른다. 7세기 티베트를 통일한 토번왕국의 송첸감포왕에 의해 건립이 시작, 달라이라마 5세가 17세기 중반 현재 포탈라궁의 모습으로 완공했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 4000m가 넘어 파미르고원과 함께 '세계의 지붕'이라 불린다. 고원의 남쪽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히말라야산맥은 길이 2400㎞, 평균 해발고도 6000m가 넘고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7000m가 넘는 봉우리가 40여 개나 된다. 1년 평균 기온은 0℃ 이하로 한여름에도 대부분 지역이 20℃를 넘지 않는 곳이 많으며,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 적기는 5~10월로 전 세계 많은 여행객이 라싸를 찾는다.

롯데관광 티베트 여행
티베트의 백거사. / 롯데관광 제공
티베트의 가장 성스러운 사원이자 종교의 중심지인 조캉사원은 토번왕국이 중국을 위협하던 7세기 초 티베트 송첸감포왕의 재위 시절, 당나라는 융화책으로 정략 결혼을 추진하고 황제의 양딸이던 문성공주를 티베트로 시집을 보내는데, 조캉사원은 바로 문성공주와 송첸감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지어진 사원이다.

사원 내부는 미로와 같이 어둡고 구불구불한 길로 이루어져 있다. 회랑의 벽면에는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으며, 사원의 옥상에서는 라싸 구시가지와 포탈라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각국의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를 들고 모여들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티베트의 3대 성호(聖湖)로 추앙받는 얌드록쵸(羊卓雍錯), 남쵸(納木錯), 마나사로바(瑪旁雍錯) 중, 라싸에서 시가체로 지나가는 100㎞ 지점에 위치한 얌드록쵸는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티베트인들에게는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호수로 여겨진다. 호수가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해발 5000m의 캄발라고개 정상에서 바라본 눈이 시리게 푸른 호수의 모습은 병풍처럼 펼쳐진 설산과 더불어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성호인 남쵸는 티베트어로 '남'은 하늘(天)을, '쵸'는 호수(湖)를 뜻한다. 동서 길이가 70㎞, 면적은 1920㎢ 염수호로 라싸에서 25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해발고도 4718m로 세계의 대형 호수 중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맞닿아 있는 셈이다. 탕구라 산맥이 멀찌감치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과 넓은 초원, 하늘빛의 조화가 일품이다.

칭짱열차 탑승이야말로 티베트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칭짱열차의 명칭은 중국 칭하이성(靑海省)의 '칭', 시짱자치구의 '짱'에서 이름에서 유래한다. 2001년 6월 29일 시공, 2006년 7월 1일에 개통해 세계 최고 높이, 최장 길이의 역과 철교 등 여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구간은 청해성의 주도인 시닝과 티베트의 라싸를 연결하는 1956㎞의 철로로, 약 80%인 956㎞가 고도 4000m 이상이다. 창문 너머로 순수한 모습의 설산과 초원,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열차 여행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차창 코스로는 지열 도시 양파첸, 티베트 최대 고산 목장인 창탕대초원, 탕구라산의 눈이 녹아 만들어진 춰나호, 세계 최대 해발도시인 안두오(4704m), 장강의 발원지인 타타하, 세계 3대 무인 자연보호구인 커커시리, 일년내내 눈이 덮여 있는 옥주봉 등이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최기성의 포토에세이 '타임캡쳐(Time Capture)'

조캉사원 앞 바코르 광장의 아침 ⓒ 최기성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싸에 도착한지 두어 시간쯤 지난것 같다.

무언가로 쪼아대는 듯한 두통, 호흡은 가빠지고, 형용할수 없는 무력감이 티벳에 도착한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벳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게 했다.

나무 하나에도 신비함이 느껴진다. 순박한 사람들… 천혜의 자연 경관… '달라이라마의 나라' '불심의 나라' '광활함을 느낄수 있는 나라'… 티벳 속으로 들어가 본다.

(위) 포탈라궁 야경 (아래) 포탈라궁 주경 ⓒ 최기성
진정한 티벳을 느끼기 위해서는 겨울이 적합하다.

우리가 tv 속에서 자주 보아온 '오체투지'는 겨울이 아니면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티벳인들은 농한기를 이용하여 오체투지를 진행한다. 라싸로 향하는 국도변이나, 포탈라궁 그리고 오체투지의 궁극적인 도착지인 조캉 사원에는 오체투지의 장관을 이룬다.

※ 오체투지의 마지막 행선지를 포탈라궁 인것으로 생각을 하지만 최종 마지막 목적지는 조캉사원이다.

국도변의 오체투지 모습 ⓒ 최기성
티벳도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터라 라싸를 중심으로한 주변 지역까지는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불과 차를 타고 1시간여를 지나면 13세기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 최기성
필자가 이번 여행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곳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에서 보았던 티벳의 광활함과 설산의 아름다움이였다. 에레베스트 베이스 캠프는 사실, 일반 관광객이 겨울에 쉽게 갈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니기에 신비함을 더 한다. 전문 트레킹 가이드와 새벽 2시부터 버스로 이동을 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설, 그리고 추위(산악버스 특성상 히터가 나오지 않는다)…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하산을 검토했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만큼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필자의 강행 요청으로 일정을 추진하였고, 마침내 태고의 아름다움을 만났고 가슴 깊이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을 느낄 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를 여행하기 위해 라싸에서 버스로 꼬박 하루를 이동하여 캠프 근처 마을에서 밤이면 전기와 물이 나오지 않는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5~6시간 정도 버스로 이동을 하여야 도착할 수 있었다.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내가 느꼈던 감동의 선율은 그 이상이었다. 그 광활함에 작고 미약한 나의 성숙함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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