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와 피렌체 사이, 볼로냐가 주도인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na) 사람들을 이탈리아에서는 뚱뚱한 사람들이라는 뜻인 '라 그라사(la grassa)'라고 부른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뚱뚱해질 때까지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음식의 본고장으로 일컫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지역이다. 포강 유역을 따라 펼쳐진 평야에서 풍부한 농작물이 재배되고 가축 사육도 활발하며 아드리아해에 접해 해산물도 풍족하다. 모두의 배를 만족시켜주는 황금의 땅, 미각의 향연이 펼쳐지는 미식가들의 천국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식재료도 대부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먼저 파르미자노 레자노(Parmiggiano Reggiano) 치즈가 있다. 파르미자노 레자노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도 등장할 만큼 1300년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치즈다. 파르마(Parma)와 레조에밀리아(Reggio-Emilia), 두 도시에서 생산되어 '파르미자오 레자노'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다. 원칙에 따라 관리·사육한 젖소의 신선한 젖에 소금을 첨가해 응고시킨 후 2년 정도 숙성시킨다. 커다란 원통 모양으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치즈만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다. 무게가 30㎏이 넘는 치즈 한 덩어리의 가격은 약 500유로. 한국에서는 200만원을 호가한다.  

흔히 '파르메산 치즈'로 불리며 피자나 파스타에 뿌려 먹는 가루 치즈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치즈는 '부엌의 남편'이라 불릴 만큼 이탈리아인들이 애용하는 식탁의 필수품이다. 파르마의 치즈 공장에서는 예약을 하면 매일 아침 전문 가이드와 함께 신선한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리코타 치즈 만드는 과정을 견학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하몽과 함께 '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Prosciutto de Parma)도 빼놓을 수 없다. 이름 그대로 파르마가 본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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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믹(balsamic) 식초는 모데나(Modena)를 대표한다. 이 지방의 포도로 전통적인 기법에 따라 식초를 만들어야 한다. 발사믹은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인데 모데나의 많은 가정에서는 아직도 식초를 직접 만든다. 시내에 들어서면 숙성된 발사믹 식초의 향기가 봄날의 꽃향기처럼 넘쳐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더욱 충만해진다. 

오랜 숙성이 필요한 발사믹 식초 중에서도 25년이 넘은 것은 '엑스트라베치오(extravecchio)'라 불린다.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알려진 미트소스 파스타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이름은 '탈리아텔레 알라 볼로네제(Tagliatelle alla Bolognese)'. 미국에서 유행시킨, 넉넉한 토마토 소스에 간 고기를 넣은 스파게티와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탈리아텔레가 스파게티보다 훨씬 두껍고 넓적하며 라구(Ragu)라 불리는 고기 소스도 토마토보다 고기가 많다. 느끼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전 세계 어느 문화권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볼로냐를 대표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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