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리조트에서 바라본 보라보라 본섬의 상징 봉우리 오테마누와 수상 방갈로들 모습.

여기선 바다가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다. 바다의 주인인 물고기들은 낮에는 사람들과 숨바꼭질하며 놀다가 밤이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돼 하늘을 이불로 덮고 잔다. 태평양의 진주(眞珠), 보라보라(Bora Bora) 섬이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백미(白眉)'

남태평양 동쪽 400만㎢에 흩어져 있는 118개 섬을 공식적으로 '프랑스령(領) 폴리네시아(프렌치 폴리네시아)'라고 부른다. 보라보라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수도 파페테가 있는 타히티섬에서 북서쪽으로 260㎞ 떨어져 있다. 파페테의 파아아 공항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50분 정도 가야 한다. 비행기엔 좌석이 지정돼 있지 않으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된다. 다만, 보라보라로 갈 때는 왼쪽열에 앉는 게 좋다. 그래야 착륙하기 전 보라보라의 전경을 하늘에서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라군 비치에 몰려든 대형 가오리들을 구경하고 있다.
보라보라 본섬은 길이 10㎞, 너비 4㎞의 크기로 태평양의 거친 파도로부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환초섬들에 둘러싸여 있다. 본섬을 띠처럼 두르고 있는 이 환초섬들을 '모투'라고 하는데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본섬과 모투 사이에는 태평양과 물길로 이어져 있긴 하지만 깊이도 얕고 파도도 거의 없어 마치 호수같은 '라군'(Lagoon·초호·礁湖)이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서울에서 꼬박 하루를 걸려 모투 무테에 만들어진 보라보라 비행장에 내리자 이 섬의 상징인 두 봉우리, 오테마누(727m)·파히아(661m)와 블루 라군이 '환영' 인사를 보낸다. 짐을 찾자 기다리고 있는 건 예약한 리조트로 관광객들을 실어다 줄 크고 작은 보트들. 파도가 거의 없는 라군을 25분쯤 달려가자 S리조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숙소는 '가든 방갈로'. 이름 그대로 잔디 정원 안에 야자수잎을 엮어 만든 고깔 모양 지붕의 방갈로 독채가 '호텔 방'이다. 방갈로 전면 통창 문에선 바다가 훤히 보이고,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백사장이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하러 리조트 내 식당에 가니 1979년 미아 패로우 주연의 미국 영화 '허리케인'의 촬영지라는 표시와 함께 패로우의 자필 서명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리조트 스포츠센터에서 무료로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바다에 들어가 봤다. 산호가 부서져 생겼다는 모래는 파우더처럼 촉감이 부드럽고, 물속은 워낙 투명해 시야에 거칠 게 하나도 없다. 바닷속 중간중간에 흩어져 있는 산호 주변에는 갖가지 색과 크기의 열대어들이 모여들어 열심히 뭔가를 쪼고 있다.

폴리네시아 전통‘타마라’방식으로 물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조리하기 위해 돌을 달구고 있는 현지인들.

다음 날에는 '셔틀보트'를 타고 라군을 25분 정도 달려 I리조트로 숙소를 옮겼다. 이번에 묵은 곳은 '수상(水上) 방갈로'. 라군 물 위에 지어진 방갈로이다. 침실 통창으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갈로에서 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데크와 사다리, 구명복이 마련돼 있다. 방갈로 거실 한복판에 대형 유리관이 눈에 띈다. 밑을 보니 바다다. 밤에는 여기에 불을 켜놓아 불빛을 보고 모여드는 고기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물가는 비싸도 일생에 한 번은 누려볼 만

기막힌 자연과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는 보라보라지만 모든 게 좋은 건 아니다. 먼저 한국에서 가고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인천에서 동경 나리타로 가(2시간20여분 소요) '타히티 누이 항공'으로 갈아타고 타히티 파페테까지 간 다음(11시간여 소요) 다시 타히티 국내선을 타고 보라보라로 가(50분) 또 택시보트를 타야(20~30분) 숙소에 도착한다.

타히티섬 파페테 시내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비싼 물가도 곤혹스러운 부분 중 하나. 리조트에서 대부분 때워야 하는 식사는 파스타에 콜라 한 병 먹는 데 우리 돈으로 4만~5만원을 내야 한다. 각종 레포츠 비용도 산호섬 투어가 12만원 정도, 열대어와 상어에게 먹이 주는 프로그램이 16만원 정도, 바다낚시가 보트 한 대당 100만원 정도, 헬리콥터 투어가 37만원, 잠수복을 입고 하는 바닷속 사파리가 12만원 정도로 만만치 않다. 본섬에서의 렌터카 비용은 소형차가 2시간에 12만원 정도이고 리조트에서 자전거를 2시간 빌리는 데 2만원 정도 한다.

'난 꼭 김치가 있어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한식 애호파에게도 보라보라는 힘든 곳일 듯싶다. 어느 리조트 식당에도 한식을 포함해 동양 메뉴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처럼 지상천국으로 가는 '통행료'가 비싸다 해도 보라보라는 누구든 일생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버킷 리스트'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다.

◇타히티와 모레아

보라보라를 가려면 '고갱의 섬' 타히티를 거쳐야 한다. 타히티에서 1~2박 하며 보라보라에서 미처 즐기지 못한 쇼핑과 식당·바 등의 밤 문화를 즐기는 것도 좋다. 파페테 시내에는 대형 수퍼도 여럿 있다. 콜라 한 캔에 1700원 정도, 생수 1L에 2000원 정도, 닭고기요리 포장 도시락이 6000원 정도 해 보라보라 물가에 비하면 '천국'이다.

타히티를 포함해 폴리네시아 지역의 특산물로는 흑진주가 유명하다. 파페테 중심가엔 '펄 마켓'을 비롯한 진주 전문 매장이 곳곳에 있다. 중앙시장 '마르셰'에는 진주 생산업자들이 직판하는 가게도 있다. 가격은 등급에 따라 매겨지는데 '마르셰'의 한 생산자 직판장에선 A등급 진주 한 알이 13만원 정도 했다.

파페테에서 배를 타고 25분 정도 가면 나오는 '모레아'섬도 보라보라 못지않은 훌륭한 휴양지. 고갱이 '고성(古城) 같은 섬'이라고 했을 정도로 품격이 넘치는 아름다운 섬이다. 보라보라가 너무 멀고 '감옥 같아' 부담스럽다면 타히티에서 즐길 건 즐기고 모레아에서 충분히 휴양하는 방식의 일정도 고려해볼 만하다.

 

  1. 2012.08.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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