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북동부의 포구, 포트 더글라스는 1년 내내 훈풍이 부는 도시다. 규모로 치자면 호주 땅덩이에 비해 앙증맞고 단출하다. 바다를 향해 엄지 손가락이 튀어나온 듯한 모양의 해안선 안쪽으로 작은 마을과 거리들은 소담스럽게 들어서 있다.

부호들의 휴양지였던 포트 더글러스는 은밀한 여행이 실현되는 꿈의 공간이기도 하다. 눈부신 비치, 짜릿한 액티비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다, 발코니와 라군이 맞닿은 럭셔리 빌라가 아담한 땅에 담겨 있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우리’만의 그윽한 휴식을 원한다면 포트 더글러스가 단연 매력적이다. 해변에 몸을 기대면 흰 돛을 올려 세운 요트들이 선명한 바다 위를 유유히 가로지른다.

포트 더글러스는 요트가 떠다니는 단아한 포구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1년 내내 훈풍이 부는 휴양도시

포트 더글러스의 길목은 바다향을 머금은 호젓한 산책을 부추긴다. 중앙로와 포마일 비치 사이에는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고 바다로 향하는 좁은 길들이 뻗어 있다. 대산호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바라보고 늘어선 포마일 비치는 이 도시의 정서를 잘 대변한다. 모래사장이 4마일 뻗어있어 포마일 비치로 불리는 해변은 아침 일찍부터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세련된 옷매무새 따위는 이곳에서 필요 없다. 해변 산책은 아담한 휴양도시에서의 일상과 휴식의 작은 워밍업일 뿐이다.

그렇게 산책을 끝내면 번화가인 매크로슨 거리로 향한다. 머피 거리와 매크로슨 거리 사이에는 차 한잔, 혹은 브런치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겉은 평범해 보여도 맛이나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한 낮의 도심은 낯선 시골마을에 온 듯 한가로운 풍경이다. 언덕을 넘은 해풍만 살랑거릴 뿐 거친 요동이 없다.

매크로슨 거리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일요일마다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안작공원이다.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플래그스태프 언덕으로 연결된다. 플래그스태프 언덕은 포트더글러스에서 최고의 전망을 지닌 곳이다. 언덕위 빛바랜 나침반 아래로는 포마일비치가 펼쳐지고 비치 너머로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짙은 바다가 수평선까지 아득하게 이어진다.

작은 도심에서 느꼈던 한적함은 포구로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전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마리나 미라지이다. 이 포구는 예전 골드러시 때 금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던 곳이다. 지금은 표정이 완연히 다르다.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나무데크에는 크고 작은 호화스러운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그 풍경이 황금만큼이나 단아하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플래그스태프 언덕에서 바라본 포마일 비치.

심장 박동을 부추기는 산호바다

이곳에서 쾌속선 위에 몸을 싣는다. 배가 향하는 곳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불리는 산호초 군락이다. 대산호는 세계 최대 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된 곳이다. 포트더글러스에서는 진행됐던 휴식과 워밍업은 여기서 잠깐 ‘업 그레이드’ 된다. 바다로 나서면 심장 박동은 32비트로 빨라진다.

대보초의 먼 바다에서 경외스러운 것은 산호바다의 물고기들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나 열대어들은 고맙게도 보존이 잘 된 편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유산을 망치는 일 따위는 삼갔다.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응용한 해저 액티비티들도 이곳에서 한결 짜릿하다. 산호바다에서는 해저 웨딩도 치러진다.

대산호초 여행은 삼박자로 진행된다. 바다를 질주하고, 황홀한 해저세계를 봤으면 헬기를 타고 하늘에 오른다. 푸른색을 이용해 바다라는 캔버스 위에 추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화폭에는 푸른 혹성도 담기고, 동물모양의 형상도 춤을 춘다. 6성급 호텔보다 황홀한 휴식과 감동이 이곳에서 완성된다.

대산호초의 바다에서 흔하게 만나게 되는 물고기들.

다시 돌아온 포트 더글러스의 포구는 그윽한 저녁 풍경이다. 산호초 투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마리나 포구에 앉아 저녁을 맛본다. ‘바라문디’. 이 곳 레스토랑들에서 메인 요리로 나오는 생선은 대부분 호주에 서식한다는 바라문디다. 암컷으로 살다가 2,3년이 되면 숫컷으로 성전환을 한다는 생선은 포트 더글러스처럼 독특하면서도 반전의 맛을 갖췄다.

밤이 이슥해져 별이 총총 떠 있는 숲으로 들어서면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호주 원주민들이 캥거루 춤을 춘다. 이들의 춤은 신과의 교감을 의미한다. 진한 ‘롱 블랙’ 커피와 함께 한 디제리두 선율은 밤새도록 여운이 돼 귓가에 웅웅거린다.

가는 길

포트 더글러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퀸즐랜드주의 케언즈가 포트 더글러스의 관문이다. 케세이패시픽으로 홍콩을 경유하거나, 대한항공을 이용해 브리즈번을 경유해 케언즈까지 이동할 수 있다. 케언즈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 공항이 구분돼 있다. 사전에 예약하면 포트 더글러스에서 공항까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시간 소요. 고급 숙소는 포마일 비치 주변에 들어서 있으며 라군과 골프장을 갖춘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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