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우의 세계 일주
사진가
남미 안데스 산맥 위 페루의 작은 도시 푸노의 성당 앞으로 악마의 춤 무리가 지나가고 있다.

가톨릭에서는 예수가 탄생한 후 40일째 되는 날인 2월 2일이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성촉절이다. 남미 여러 나라에서 성촉절 축제가 열리는데, 페루 푸노의 것이 크고 유명하다. 티티카카 호수 근처의 도시 푸노는 스페인 점령시절, 가톨릭 포교의 중심지였다. 지금 푸노의 수호성인은 '촛불의 성모'로, 남미의 여러 성모가 그렇듯 원주민 피부색과 같다. 성촉절이 낀 2주 동안 푸노에서 성모를 위한 축제가 열린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모인 1000여명의 공연팀이 민속경연대회를 열고 줄지어 거리를 행진한다. 성모에게 바치는 춤과 음악이 2주 동안 거리를 메우는데, 이 행진 중에 악마의 춤이 있다. 악마의 춤 역시 안데스 지역의 중요한 전통이다. 이 춤은 페루의 토속신앙과 스페인 식민지배 시절 받은 영향이 결합된 것으로, 주로 은광(銀鑛)에서 일하던 원주민과 안데스의 외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푸노와 헬싱키

긴 여행 뒤에 쌓인 사진들은 여행의 기억처럼 뒤죽박죽이다. 엉뚱한 사진들이 짝을 맺는다. 그 사이에 나만의 여행 이야기가 놓인다.

한껏 차려입고 음악에 맞춰 춤추며 노는 것이 성모(聖母)를 위한 숭배가 될 수 있을까? 페루 안데스 산맥 위의 작은 도시 푸노에서는 매년 '촛불의 성모 축제'가 열린다. 2월 2일 성촉절에 맞춰 2주간 열리는데 페루와 볼리비아의 여러 마을에서 100여개 팀이 모인다. 각 팀이 악대와 남자 무용수 여자 무용수들 100여명으로 구성되니 전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축제 동안 매일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신나는 가락과 북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행진한다. 목표는 광장의 대성당이다.

공식 일정이 있지만, 일정과 상관없이 수시로 행진을 한다. 나와 아내는 광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너무 시끄럽다. 정말이지, 똑같은 음악과 똑같은 몸짓을 며칠씩 반복하는 것은 하는 사람들이나 보는 사람들이나 고행에 가깝다. 어쩌면 이 행진은 성모를 향한 고행이고 순례였다.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다. 맥주와 코카잎으로 힘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축제 마지막 날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성모에게 바치고 기진맥진해 쓰러졌다.

6월 12일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생일인 헬싱키 데이다.
6월 12일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생일인 헬싱키 데이다. 며칠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귀족 복장을 입은 배우들이 거리를 누비며 역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채승우 사진가
페루의 푸노에서는 매년 2월 2일 성촉절 즈음에 ‘촛불의 성모 축제’가 열린다.
페루의 푸노에서는 매년 2월 2일 성촉절 즈음에 ‘촛불의 성모 축제’가 열린다. 참가한 팀들이 ‘민속경연대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채승우 사진가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복장은 다양하다. 크게 두 가지 모양이 보이는데, 하나는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행진하는 안데스 원주민 복장이다. 또 하나는 현대판 그룹으로 양복을 입은 브라스 밴드와 미니스커트에 치어리더 차림이다. 악마와 천사 분장도 있는데 이는 '악마의 춤'이라는 유명한 안데스의 전통이다. 한데, 고릴라 마스크는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전통이라는 것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변해가는 것일까? 축제 때가 아닌 평소의 안데스 원주민 여성들은 여러 겹으로 된 치마를 입고 중절모를 쓴다. 이 원주민 여성의 겹치마에 대해선 유럽 귀족 여성의 속치마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있다. 남아메리카가 오랫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강력한 지배를 받았으니 그럴듯하다.

지금 유럽에서는 아무도 그런 옷, 풍선처럼 허리 아래를 부풀린 치마는 입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우리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옛 귀족들의 행차를 만났다. 우리가 헬싱키에 도착한 때가 바로 헬싱키의 생일인 '헬싱키 데이(6월 12일)'였다. 다양한 행사가 시내 여기저기서 열렸다. 그중 하나로 옛 귀족 차림의 연극 배우들이 거리를 누비며 헬싱키의 역사를 연기와 해설로 설명하고 있던 것이다. 비가 내렸지만, 많은 사람이 그들의 뒤를 따르며 연극을 감상했다.

비 내리는 날씨는 정말 아쉬웠다. 헬싱키 데이의 명물인 '천명의 식탁' 행사를 못 했기 때문이다. '천명의 식탁'은 시청 앞 큰길에 천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식탁을 차려 놓고 미리 신청한 시민들이 저마다 음식을 들고 나와 함께 먹는 행사다.

아예 큰비가 왔으면 덜 안타까울 텐데, 행사 시간 직전에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대다수는 이미 참석을 포기한 상태였다. 열정적인 몇 그룹만 비옷을 입고 나와 텅 빈 긴 식탁에 앉았다. 뭘 싸왔는지 궁금해 기웃거리던 우리는 한 팀과 눈이 마주쳤고 바로 초대를 받았다. 나와 아내는 천명분의 빈자리 중 두 개를 차지했다.

헬싱키 데이 행사 중에는 '사우나'도 있었다. 사우나란 단어는 핀란드 말이다. 호수 근처에 임시 천막 사우나가 세워졌다. 사람들은 불에 달군 돌 주위에 둘러 앉아 땀을 낸 후 호수에 들어가 몸을 식혔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사우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사우나 안에서 만난 한 아가씨가 설명을 해줬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우나를 하거나,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사우나를 하기도 한단다. 나는 수영복 차림에 수건 하나 두르고 땀 뻘뻘 흘리며 핀란드의 전통에 깊이 공감했다.

핀란드 헬싱키
항공표지

푸노는 안데스 산맥 위 티티카카 호숫가에 있다. 티티카카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배가 다니는 호수이다. 볼리비아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비행편은 미국을 거쳐 리마로 간 다음, 다시 푸노 근처의 줄리아카까지 갈 수 있다. 헬싱키는 인천공항에서 직항편이 있다. 헬싱키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을 잇는 유람선 노선은 피오르 해안의 멋진 경관을 따라 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