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맥주의 수도 '필젠'

필스너 맥주 공장이 네오 르네상스풍으로 세운 더블 아치형 정문. 필스너 맥주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1892년에 세웠다.
필스너 맥주 공장이 네오 르네상스풍으로 세운 더블 아치형 정문. 필스너 맥주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1892년에 세웠다.
쨍한 날 쭈욱 들이켜는 게 제일인 줄 알았다. 맥주 맛이란 청량감이 9할이라 여겼으므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날 한 모금씩 음미하며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은 '체코의 맥주 수도' 필젠(Pilsen)에 가서야 들었다. '맥주탕(湯)'에 몸 담그고 '비어 스파'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1295년 '보헤미아의 왕' 바츨라프가 필젠에 도시를 세울 때부터 260가구에 맥주 양조권을 주었으니, 이곳 필젠은 곧 맥주고, 맥주는 필젠이다. 체코 대표 맥주 '필스너 우르켈'도 필젠산(産)이다.

수도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필젠. 유럽 여느 도시들처럼 그 중심은 성당과 광장이다. 성 바르톨로뮤 성당과 시청사를 중심으로 널찍한(139m×193m) 광장이 펼쳐지는데, 특이하게도 그 지하에 20㎞에 이르는 동굴이 있다. 그냥 생긴 게 아니라 중세 사람들이 변변찮은 도구로 수백년 동안 파고 뚫었다고 한다. 동굴의 주 용도는 음식 저장, 특히 맥주 보관이었다. 집집이 갖고 있는 지하 우물이 연결돼 있기도 했다. 이 '역사적인 언더그라운드'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데, 1㎞ 정도가 개방돼 있다. 워낙 미로 같아서 가이드를 놓치면 길을 잃기도 한다. 15세기 지어진 맥주 양조장을 개조한 '브루어리 박물관'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언더그라운드로 통한다.

체코 맥주의 수도 '필젠'

그래도 언더그라운드보다 더 와닿는 건 필스너 맥주 공장 견학이다. 광장에서 걸어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데, 네오 르네상스 풍의 더블 아치형 정문부터가 남다르다. 필스너 맥주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1892년에 세운 것이다. 이곳에서 필스너 맥주의 탄생과 역사, 양조법, 170여년 전 양조장과 현재 양조장, 실제로 맥주를 병에 담는 모습까지 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오크통에서 갓 따른 '생맥주' 필스너를 맛볼 수 있다. 걸러내거나 살균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는, 진짜 생맥주다. 시중에서 마시는 '필스너 우르켈'보다 진한 오렌지빛이 나며 불투명하다. 잘고 단단한 거품이 부드럽게 감싸며 전해오는 쌉쌀함과 풍부한 향이 일품이다.

라거 맥주의 원조 '필스너 우르켈'은 황금빛 투명한 빛깔과 깔끔한 맛이 트레이드 마크다. 1842년 10월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전에 없던 맛'으로 세상을 휩쓸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맥주의 약 70%도 이 필스너 우르켈을 본뜨거나 변형한 라거다. 필스너 우르켈은 철저한 계산과 노력으로 탄생했다. 250여 집집이 제각기 만드는 맥주의 질이 뒤죽박죽이라 이웃 독일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염려했던 필젠 사람들이 십시일반 투자해 새로운 양조법을 개발했다. 독일 바이에른에서 이름을 날리던 요제프 그롤을 초빙해 하면 발효(bottom fermentation)의 비법을 찾았다. 미네랄이 거의 없는 필젠의 단물과 스파이스 향이 풍부한 홉, 그리고 몰트(맥아)를 섭씨 5도의 낮은 온도에서 30일간 발효해 가볍고 투명한 맥주를 만들었다. 173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원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비어 스파. 나무 욕조에 물과 맥주를 섞은 맥주탕이다.
비어 스파. 나무 욕조에 물과 맥주를 섞은 맥주탕이다.

이제 피부가 맥주에 취할 차례다. 필젠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푸르크미스트르(Purkmistr)라는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있다. 자체 양조장을 갖추고 호텔과 식당을 운영하는 이곳은 맥주 맛도 일품이지만 '비어 스파'로도 유명하다. 오크 통을 닮은 나무 욕조에 따뜻한 물과 맥주가 섞여 녹색을 띠는 '맥주탕'에 몸을 담그는 거다. 여기 들어가는 맥주는 '어린 맥주'다. 발효가 일어나기 전이라, 피부를 자극하는 알코올 성분이 없다. 대신 효모가 살아 있고 비타민 B 등 영양분이 풍부해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진정시킨다. 아토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매니저 요제프 미치씨는 "클레오파트라가 우유와 꿀로만 목욕한 게 아니다. 맥주로도 했다"면서 "최근 일본에서 자국 온천과 비어 스파를 결합한 상품을 만들겠다고 배워 갔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관광객이 넘쳐나는 프라하의 화려함에 지칠 무렵, 하루 이틀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프라하·필젠을 잇는 고속열차 펜돌리노를 타면 1시간 20분 걸리고, 프라하 외곽에서 버스를 타도 1시간 남짓이다. 올해 ‘유럽의 문화 수도’로 꼽힌 필젠엔 맥주 말고도 취할 거리가 아기자기하게 많다. 목각 꼭두각시 인형 ‘마리오네트’ 박물관, 낡은 공장을 예술 전시장으로 바꾼 ‘데포 2015’, 어린이 과학 놀이 공원 ‘테크마니아 사이언스 센터’ 등이다. www.pilsen.eu, www.purkmistr.cz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Praha_프라하 골목&맥주도시 필젠

동유럽의 진주, 체코 프라하. 숱한 문사(文士)들과 예술가들이 프라하 골목을 거닐며 예술을 논했다. 나치에 의해 잔혹하게 능멸당한 비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21세기는? 배낭족들 천국이다.

◆프라하의 봄과 존 레논의 벽

대부분의 프라하 여행객들은 황홀한 야경의 프라하 성, 웅장한 바츨라프 광장, 고풍스러운 석교 위에 수공예품 장터를 펼친 카렐교. 천문시계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구시가 광장을 보기 위해 대로(大路)를 따라간다.

하지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길은 통한다. 번잡하지 않은 골목 여행에는 프라하에 남아있는 자유와 평화의 흔적도 있다.

프라하의 젊은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출발지로 삼는다는 '바츨라프 광장'. 이곳에는 '프라하의 봄'을 느낄 수 있는 추모비가 있다. 체코 국민 영웅 바츨라프상을 등지고 열 걸음 정도 걸으면 나오는 작은 화단 속에서 청년 2명의 얼굴을 새긴 추모비를 찾을 수 있다. 프라하의 봄 시절, 민주화를 위해 분신한 얀 팔라치와 그를 추모하며 분신한 얀 자익이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이 끊이지 않는다.

바츨라프 광장을 내려와 사거리를 직진해 걷다 보면 오른쪽에 작은 길거리 시장이 나타난다. 여행객보다는 프라하 시민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서는 과일, 채소나 눈알 모양의 젤리 같은 '불량식품', 체코 기념품 등을 구할 수 있다. 이 노점에서 흥정에 실패했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파는 물건은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다.

프라하 성으로 가는 관문, 카렐교를 찾아갈 때도 큰길보다는 골목길이 재미있다. 특히 화약탑 뒤쪽 골목길을 이용하면 천편일률적인 기념품점 거리를 피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에 나오는 것 같은 녹아내린 모양의 시계를 파는 시계전문점이나 프라하 젊은이들이 자정을 넘어 밀려드는 클럽이 있는 곳도 이 골목이다.

프라하 성을 오르려 카렐교를 건너 첫 번째 나오는 왼쪽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존 레논 벽'과 수백개의 자물쇠가 걸려 있는 벽이 있다. 존 레논이 다녀간 곳은 아니지만, '존 레논 벽'은 1980년 그가 사망한 이후 체코의 젊은이들이 그를 기억하는 낙서를 남겨둔 벽이라고 한다. 30년 세월 속에 지금은 연인들의 사랑 고백이나 여행객들의 기념문구 등이 덧칠되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어지러운 낙서 속에 물론 한글도 보인다.

필스너 페스트에서 '필스너 우르켈'을 치켜든 사람들. 필스너 맥주는 필젠 시민들의 자부심이다 밀러브루잉코리아 제공
◆맥주의 도시 필젠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져 있고, 16만5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 필젠(Pilsen)은 맥주의 수도다.

'라거 맥주'의 효시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1295년 바츨라프 2세가 은광(銀鑛)이 있는 필젠 지역으로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일반인들에게 맥주를 만들 수 있게 허가했다. 필젠에 가면 필스너 우르켈, '체코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 감브리너스(Gambrinus), '과일향이 은은한 흑맥주' 코젤(Kozel) 등을 산지(産地)에서 직접 맛볼 수 있다.

필젠의 중심은 '퍼블릭 스퀘어' 광장이다. 성 바르톨로뮤 성당의 102.3m 첨탑이나, 세계 3대 유대교 예배당 중 하나인 그레이트 시나고그(Great Synagogue), 중세시대 창고이자 지하 샘으로 쓰였던 19㎞ 길이 지하통로 모두 걸어서 5분 거리다.

필젠 곳곳에서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간판을 만나게 된다. 필스너 생맥주를 파는 곳이다. 글자 모양이 춤을 추듯 구불거리는 게 묘하게도 고딕풍 건물에 잘 어울린다. 필스너 맥주를 만드는 필젠스키 프레즈드로이(Plzensky Prazdroj)사의 공장 인근 술집에는 공장에서 맥주를 보내주는 관이 있다. 공장 맥주 탱크에서 숙성 중인 맥주를 뽑아먹는다고 해서 '탱크 비어(tank beer)'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메뉴판에서 '피보(Pivo·'맥주'라는 체코어)'라고 쓰여진 부분을 가리키면, 점원은 배가 뚱뚱한 유리잔에 뽀얀 거품을 두둑하게 덮은 황금빛 맥주 한 잔을 내온다. 달콤한 첫맛이 가볍게 목을 두드리는 끝맛으로 변하고 나면 코끝에는 고소한 향기만 남는다. 잔에는 효모와 거품이 그어놓은 하얀색 원, '엔젤 링(angel ring)'이 층층이 남는다.


프라하 성에서 바라본 프라하 시내 풍경. 이영민 기자
여·행·수·첩

▲항공편: 대한항공이 프라하 루지네공항까지 주 4회(월, 화, 목, 토 1회) 직항한다. 11시간.

▲프라하 골목 움직이기: 프라하는 규모가 작아 구시가 지역은 걸어서 여행이 가능하다. 프라하 시내에서는 버스, 지하철, 트램(지상 전동차)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연결된다. 이 중 지하철은 A선, B선, C선 세 개의 노선이 있는데, A선을 이용하면 바츨라프광장(뮤제움 Museum 하차), 프라하성(말로스트란스카 Malostranska 하차) 등을 찾아갈 수 있다.

▲교통 ①루지네공항에서 프라하: 30분 간격으로 공항 익스프레스(약 40분 소요)가 있다. 119번 버스를 타고 지하철 A선 데이비츠카(Dejvicka)역에 간 뒤 지하철을 타는 방법도 있다.

②프라하에서 필젠: 기차는 프라하 중앙역에서 필젠역까지 2시간(147코루나). 버스는 우안 플로렌츠(Uan Florenc) 정류장에서 출발. 1시간~1시간30분(120 코루나).

▲숙박 ①프라하: 바르셀로 올드타운 프라하 호텔은 걸어서 주요 관광지를 갈 수 있고 방마다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1인 1박은 20만원대. 저렴한 크라운 프라자 호텔이나 악센트 호텔도 깔끔하다. 바르셀로 올드타운 프라하 www.barcelooldtownpraha.com  크라운 플라자 www.austria-hotels.at/cz/crowneplaza/index.html  악센트 www.akcent-hotel.cz

②필젠: 메리어트 호텔과 우즈보누 호텔 추천. 1박 기준 10만원대. 메리어트 호텔이 규모가 크고 조금 더 비싸다. 메리어트 호텔www.marriott.com/hotels/travel/prgpz-courtyard-pilsen  우즈보누 호텔 www.hotel-uzvonu.cz

▲환율: 9월 7일 현재 100코루나는 약 6100원

▲맥주투어: 필젠 특유의 관광상품. 코스에 따라 90~250코루나(한화 5490~1만5250원)를 내고 하루 12만 병을 생산하는 맥주 공장, 필스너 맥주 역사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9㎞ 정도 뻗은 지하터널에 가면 수십년 된 나무 맥주통을 볼 수 있다. 맥주축제 '필스너 페스트(Pilsner Fest)'도 있다. 1842년 필스너 우르켈 맥주의 첫 생산을 기념해 매년 가을 이틀 동안 열린다. 올해는 지난달 27일·28일 168회 축제가 열렸다.

▲필젠 및 필스너 맥주 투어: www.prazdroj.cz/en/come-and-visit

필젠 내 필스너 우르켈 관련 프로그램 문의: 밀러브루잉코리아 (02)301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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