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 오사카 '하루카스 300'

하루카스 300
하늘 꼭대기에서 오사카 야경을 내려다보면 이런 기분일까. 내 눈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른 도시의 전망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막힐 것 없는 전망. 지진의 공포를 겪는 나라의 건축 문화가 빚어낸 예외적 조망이다./사진=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트리하우스가 교탄고의 랜드마크라면, 오사카에는 새로 건설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있다. 올해 봄에 문을 연 지상 300m 높이의 전망대 '하루카스 300'. 지상 60층 지하 5층으로 문을 연 초고층 빌딩 '아베노 하루카스'의 상층부 3개 층을 쓰고 있다. 163층 828m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일본에서는 가장 높은 빌딩이다. '하루카스'는 날씨가 개도록 한다는 의미를 지닌 일본 고어. 오사카의 랜드마크로서 미래를 밝힌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오사카 지하철 덴노지역(天王寺驛)과 바로 통한다.

고층 빌딩 전망대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는데, '하루카스 300'은 달랐다. 엘리베이터를 두 번 바꿔타며 60층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 천상회랑(天上回廊)으로 명명한 60층 공간은 동서남북 360도, 발밑에서 천장까지 유리로 장식되어 있다. 독수리가 하늘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이런 풍경일까. 압도적인 오사카 야경이었다. 여의도 63빌딩이나 타이베이 101빌딩 등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도 경험하지 못했던 높이의 격차와 조망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이유는 오사카를 지배하는 단층 혹은 저층 건물 문화에 있었다. 전망대에서조차 비슷한 높이의 고층빌딩 스카이라인을 감상해야 하는 다른 곳과 달리, '하루카스 300'은 그야말로 독야청청이다. 마침 주변에는 특별한 산도 없어, 날씨 좋은 날에는 오사카 평야와 교토, 간사이국제공항까지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막힐 것 없는 전망. 지진의 공포를 겪는 나라의 건축이 빚어낸 예외적 조망이다.

주지하다시피 랜드마크는 랜드와 마크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땅과 이정표의 합. 멀리서도 한눈에 보여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이다. 문명화 이전에는 산과 커다란 나무, 바위가 이정표 노릇을 했고, 그 이정표들은 믿음의 대상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영산(靈山)도 그 한 예일 것이다. 역사의 강물을 따라 내려오면, 피라미드, 유럽의 성당, 그리고 현대의 마천루가 그 역할을 계승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높이로 위용을 뽐내는 현대의 영산. 랜드마크는 한 시대의 열망을 보여주는 엑스레이라고 했다. 기존의 랜드마크가 높이를 통해 20세기 자본력을 보여줬다면, 21세기의 랜드마크는 여백의 공간인 길과 땅에서 시민들을 위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다시 하루카스 300. 58층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입에 베어 문다. 같은 층 중앙의 하늘정원은 마치 집의 건물과 건물 사이 마당인 중정(中庭)의 구조다. 59층, 60층을 넘어 하늘 끝까지 뚫려 있는 야외 정원이다. 레이저와 아름다운 음악이 밤의 하늘정원과 천상회랑을 빛과 소리로 물들인다. 외경의 대상이면서, 공유의 장. 300m의 하늘, 현대의 영산에서 지상을 내려다본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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