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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 in 영국 : Living in the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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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현지인이 되어 살아보기’를 목표로, 겁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부부. 그 나라의 진짜를 경험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은, 이름마저 낯선 ‘우프(WWOOF)’! 8개월 동안 8개국을 누비며 느꼈던, 부부의 우여곡절 시골생활을 이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들이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에 매달 귀 기울여보자.



+ 가자! 호빗 마을로!

“일주일 뒤면 우리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 같은 집을 지을 수 있겠지?”

집짓기 워크숍에 참여하기로 한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영국 웨일스의 Clunderwen역에 도착했다. 정말로 손꼽아 기다리던 순간이다. 우프로 농장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지만, 생태건축, 목공, 수공예 등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하나쯤 배워가야지 생각했었다. 흙과 나무집에서 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전했을 때 미동조차 없었던 영글은 몇 년 전 우연히 인터넷에 ‘호빗 하우스’를 검색했다가 그런 집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 호기심에 북마크를 해 놓았다고 한다. 마침 여름에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었고, 선착순 10명이었던 코스에 우린 운 좋게 참여할 수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한 호빗 하우스 이미지(출처 : www.simondale.net)   /   우리의 커뮤니티 공간


호스트인 ‘자스민’과 ‘사이먼’ 부부가 사는 곳은 ‘Lammas village’라는 에코빌리지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 마을 샤이어 같은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설렘을 안고 픽업을 나온 ‘마씨’를 만나 강원도 산골 같은 좁은 길을 따라 30분을 넘게 달리니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건만 마을은커녕 집 한 채도 보이지를 않는다. 군데군데 캐러밴이 몇 개 있을 뿐. 샤이어를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알고 보니 이 마을에는 고작 9가구만 들어와 있고, 땅이 넓어서 그마저도 흩어져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저 바람뿐 일 거라 생각했던 경험인데 이렇게 인연이 될 줄이야. 워크숍의 호스트인 자스민은 우리의 메일을 받고는 매우 걱정스러운 답변을 보냈었다.

‘정말 멀리서 오는 것 같은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물론 환영한다. 단, 캠핑장은 매우 기본적(basic)인 수준이고, 음식도 매우 심플하다, 그리고 영국 문화가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깨끗한 샘물이 있고, 기본적인 샤워가 가능하다.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해도 나고 비도 오고, 춥고 덥고 그렇다.’

우리가 이 코스 때문에 한국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문화적인 것, 배우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만 일주일간의 캠핑 생활이 걱정이 되긴 한다. 스페인에서 ‘basic’ 이라는 것에 호되게 경험을 했었던지라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탈리아에서부터 들고 온 단돈 24유로짜리 텐트로 머리끝까지 꽉 차오른 배낭 양옆에 은빛캠핑매트를 말아 끼워놓으니, 뒤에서 보면 사람은 안 보이고 마치 로봇 같았다. 


우리가 텐트 치고 7일을 보낼 이곳은 정말 basic 중의 basic이다. 경사진 땅이라 텐트를 칠만한 평지도 마땅치 않고, 작은 임시 건물에서 모두가 함께 먹고 씻고 쉬고 다 해야 한다. 수도꼭지 한쪽은 지하수, 한쪽은 모아둔 빗물이 나오는데, 지하수는 음식을 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규칙이다. 하여간 지하수건 빗물이건 잘 나오지도 않는다는 것이 함정. 샤워는 빗물을 받아서 한참을 끓이거나 팩에 넣어 햇빛으로 데워서 사용해야 한다. 당연히 화장실도 재래식이다. 소변은 그냥 자연에서 해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음식이다. 뭐가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준비해 오지를 않았는데, 음식이 들어 있다는 서랍을 열어보니 다 썩어가는 양파와 비트, 감자 한 두 개가 끝이다. 그 흔한 달걀도 없다. 지금 상태라면 고작 포리지(오트밀 죽)와 쌀, 카레 가루로 연명해야 한다. 아니 여기서 어떻게 일주일을 지내라고!!!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이곳에 봉사자들이 꽤 와 있다는 거다. 각자 텐트 또는 캐러밴을 가지고 와서 집을 짓는 것을 도우며 배우고 있다. 짧게는 몇 주일인데, 길게는 2~3년도 머문다고 한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어찌 그리 오래도록 봉사를 할 수 있는지 우리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 마을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걸까. 뭣도 모르고 온 우리는 대체 무슨 인연인 걸까.

첫날밤부터 비가 내리고 춥다. 폭이 120㎝인 텐트 안에 둘이 꼭 붙어 누워 타닥타닥 텐트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법 낭만스럽다 느끼며 밤잠을 청했다. 잠결에 배낭 안에서 주섬주섬 겉옷을 꺼내 덮었다. 새벽공기가 한겨울 날씨 마냥 으스스한 기운이 살을 파고든다. 지독한 영국 감기에 또 걸리면 큰일인데…….


+ 새로운 시선을 선물 받다

다음날 오후부터 코스가 시작되었다. 우리를 포함해 워크숍에 참여하는 봉사자 10명은 자스민네 집과 마을을 돌아보며 라마스빌리지 설명을 들었다. 자스민과 사이먼은 둘째를 임신했을 때(2009년) 이 마을에 들어왔다. 2003년에 지은 첫 번째 집도 첫째가 태어나고 지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이 커서도 살 수 있는 세 번째 집을 짓고 있는데, 우리는 그 일을 도우면서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람에 따라 집을 새로 짓는다니, 재미있는 삶이다. 자신이 짓고 있는 건물과 사는 집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는 기분은 어떨까. 그리고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도 언젠간 이런 삶을 살 수 있겠지? 

자스민과 사이먼은 아직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예술성은 물론이거니와, 일찍부터 이런 새로운 삶을 선택한 용기와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비주얼 임팩트를 고려한 자스민의 집. 경사면을 이용한 반지하 공간으로, 정말 멀리서는 집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군용 벙커라고 해도 믿겠다.

집 둘레에 유리온실을 만들어 정원, 빨래건조, 야외목욕탕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이 마을이 특별했던 것은 영국에서 계획허가(Planning permission)를 받아 새롭게 만들어진 최초의 에코빌리지라는 것이다. 땅을 기반으로 환경에 영향을 최대한 미치지 않고(Low-impact) 살아가는 대안적 모델로 허가를 받음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시금석이 되었다. 건물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재료로 지어지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자스민 부부의 집 역시 뒷산에서 베어온 나무와 주변의 흙을 파서 지어진 것이다. 창문은 유리공장에서 남은 자투리를 공짜로 얻어 와서 만들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커뮤니티 허브 말고 공용공간은 없다. 공동으로 어떤 사업을 한다든지 그런 건 없고 각자가 생업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공동체를 떠올렸을 때는 꼭 뭔가를 같이 해야 한다고 여겼었는데, 그건 정말 틀에 박힌 생각이었다.


새로 짓는 중인 집의 그림. 아이들이 자신의 방을 직접 디자인하였다.

마을의 유일한 공용 공간인 커뮤니티 허브


물론 허가를 받는 것에는 정말 힘든 과정이 많았다고 한다. 표준을 따르지 않는 형태의 건축물을 짓는 데다가, 허가를 받으려면 마을의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자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게다가 ‘Visual impact’라는 항목이 있어서 건물을 지을 때 멀리서 안 보이게 지어야 한다. 나무와 수풀을 울타리로 활용해 집을 잘 가려야만 한다. 허가를 받았다 해도 끝이 아니다. 계획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5년 후에 점검을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누구든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데, 방어를 못 한다면 건물을 허물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 집도 소송을 당해서 몇 년 동안 씨름을 했단다.

워크숍이라 하여 ‘아마 풍부한 자료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을 거야, 우리 배낭은 더 무거워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강의실도, 페이퍼도, 영상자료도 내가 기대했던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걸 듣고 이해하고 말하고 싶은데, 잘 들리지도 않는 영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집과 환경, 우리의 비전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니 머릿속에 과부하가 걸린다.

워크숍의 주제는 ‘Living in the landscape’.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풍경 속에서 살아가기’이다. landscape는 단순히 풍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생태계, 구조물, 환경 등의 요소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오전에는 ‘*Permaculture’의 원리와 디자인 방법을 배우고, 오후에는 밖으로 나가 집 짓는 일을 돕는다.

첫날의 주제는 랜드스케이프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자스민은 간단히 네 가지 관찰 방법에 관해 설명을 하더니 텅 비어 있는 넓은 들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퍼머컬쳐(Permaculture)란? 

영속적이라는 뜻의 ‘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의 합성어로 식량, 토양, 수자원, 에너지, 주거지 등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자연 생태계와 조화롭게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다시 말해 환경, 생태, 농업을 하나로 통합하여 지속 가능한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황량한 벌판에서 무엇을 찾으라는 걸까

아날로그 수업은 정말 오랜만이다. 딱딱한 우리나라의 수업들과는 달리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쉽고 재미있게 강의를 진행하는 자스민. 기초적인 원리만 알려주고 페이지를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40분 동안 좀 전에 알려준 방법으로 여기를 관찰하세요. 먼저 10분은 직관적으로 첫인상이 어떤지, 경계를 걸어보며 어떤 느낌을 받는지 보세요. 그다음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실만을 보세요. 어떤 동식물이 있는지, 토양은 어떤지, 어떤 건물이 있는지요. 손끝의 바람을 느껴보세요. 그리고는 상상력을 동원하세요. 사람이 살기 전에는 어땠을지, 그 후는 어땠을지, 계절, 시간에 따라서는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보세요. 마지막은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으시고,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해보세요. 가만히 누워있거나 앉아있거나 굴러다녀 보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무엇이든지요. 이 과정은 굉장히 중요해요. 저희도 집을 구상하면서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몇 달을 지내보았어요. 처음에는 아무 느낌이 없다가도 편안해지는 공간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요.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졌더라도 개인적으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다른 곳을 찾든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겠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어떤 공간을 자세히 관찰해본 적이 있었던가? 이런 땅에 던져진 경험조차 별로 없었던지라 굉장히 당황스럽다. 우리는 여기서 40분 동안 뭘 해야 할까. 나름 천천히 관찰하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도무지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별로 없다. 그저 바람이 많이 불고, 춥고, 이름 모를 풀들이 서너 가지 보인다는 것 밖에는. 상상력을 동원해 봐도 얼마 전 보았던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전쟁 모습만 생각날 뿐이다.

40분이 지나 흩어져 있던 팀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비가 오면 물이 어떻게 흘러갈지, 사람이 살았던 공간이 있는지, 이쪽과 저쪽의 식생은 어떻게 다른지. 역시나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리의 상상력과 시각에는 한계가 있는 걸까? 나름 자연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며 살았었는데. 분명 어릴 때부터의 교육과 환경의 차이일 거라고 위로해본다.


오후에는 사이먼과 함께 집 짓는 작업에 돌입한다. 돌로 벽을 쌓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거지 공주 박정미. 그녀는 지금도 여행 중이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는 퍼머컬쳐 디자인의 첫 과정을 실습했다. 집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다. 랜드스케이프의 요소들과 집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에 대한 것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보았다. 굉장히 쉽고 단순한 작업이지만,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정말 큰 것이었다. 지금까지 물과 전기, 가스 등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여겼지 그것이 어디에서 올지 궁금해 본 적이 없다. 퍼머컬쳐 디자인의 핵심은 정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이용하여 물과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찾아본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지금까지 주어졌던 모든 것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상하수도, 전기, 가스 연결이 끊어져 버린다면 우리의 도시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사막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이 마을에서는 식수로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그 외의 용도로는 빗물, 수로를 통해 내려오는 물을 사용한다. 전기는 소형 수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으로 얻는다. 이런 곳에 10명의 워크숍 참여자가 왔으니, 당연히 물이며 전기가 남아날 리가 없다. 빗물이 동나서 씻을 수도, 설거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며칠 동안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수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식수도 없다. 결국은 언덕 아래의 물가로 내려가서 물을 길어오고, 연못에서 발가벗고 찬물로 몸을 씻어내야 했다. 춥고 불편했지만 자연 속에서 몸을 씻어내는 상쾌함을 잊을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전기 쓸 일이 거의 없으니까 오히려 불편함이 없다. 집 안에 전자제품이라고는 핸드폰밖에 없고, 전기드릴이나 집짓기에 필요한 장비를 사용할 때만 전기를 쓴다. 냉장고도 없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다.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기 위해 우유를 사 왔지만 얼굴에 근심이 내려앉았다. 그때 봉사자 ‘맥스’가 우유를 들고 안절부절못하는 우리에게 천연냉장고가 있다며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데려간다. 그곳엔 구덩이가 파여 있고 그 안에는 아이스박스가 들어 있었다. 나름 성능이 괜찮다. 우유를 묻어놓고 며칠을 먹었다.


# 거지 공주, 박정미

“안녕하세요!” 

저 멀리서 한국말이 들린다.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해 준 건 뜻밖에도 한국 사람이었다. 당연히 여기에 온 한국인은 우리가 처음일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 특이한 사람이 또 있을 줄이야. 영글과 동갑인 언니인데, 단단한 체구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딱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물론 놀라기는 그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10월부터 ‘돈 없이 살아보기’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 그래서 우프나 이런 생태공동체 같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지내는 중이야. 여기서는 워크숍 참가비를 안내는 대신에 한 달 동안 일을 돕기로 했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8개월 동안 우프를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숙식해왔다고. 돈 없이도 어디까지 배움을 얻을 수 있을지 실험 중이고 그래서 라마스도 찾게 되었다고 했다. 전기 없이 산다는 사람은 봤어도 돈 없이 산다는 건 상상해 보지 못했다. 물론 무전여행을 하는 사람은 있지만, 여기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이다. 게다가 1년 동안이라니.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꼬치꼬치 궁금한 것들을 캐묻는다.

“이동은 어떻게 해? 우프를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먹고 자고?

“런던에서 자전거포에서 일을 해주고 거기에서 자전거를 조립해서 타고 다녀. 잠은 카우치 서핑이나, 자전거 여행자들끼리 서로 재워주는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고, 음식은 체인점 같은 곳에서 영업이 끝나면 밖에 버려놓는 것을 먹었어.”

“뭐! 도둑고양이도 아니고!”

잠은 그렇다 치고 먹는 걸 그렇게 해결한다는 건 충격적이다. 런던에서 빈집점거 운동(스쾃 : squat)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지냈는데 그때 배웠다며, 이런 걸 ‘스킵다이빙’이라고 한단다. 멀쩡한 음식들을 버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돈이 없이 지내보니 저절로 친환경적으로 살게 돼.”

이전에는 전혀 환경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단다. 돈 없이 공주처럼 산다고 자기를 ‘거지 공주’라고 했고, 다른 봉사자들에겐 한국어 발음으로 ‘공주님’이라 부르라 했다. 뭔지도 모르고 다들 공주님이라 부르는데 들을 때마다 웃음보가 터진다. 오늘도 우리는 타인의 경험을 통해 배운다.  <다음 호에 계속…>


Soul Food Recipe 6.  

비트루트 리소토(Beetroot Risotto) 레시피

생소한 비트루트, ‘빨간 무’ 라고 생각하는 편이 상상에 도움이 된다. 주먹만 한 크기의 비트루트를 요리하면 도마와 칼은 물론 손가락까지 빨갛게 물든다. 쌀이 주식인 한국인인 우리가 라마스에서 살아남은 방법은 치즈와 비트를 넣어 만든 리소토! 맛도 색도 근사한 리소토를 소개한다.

준비할 것 (2인분 기준)  1~1.5개 비트루트, 야채스톡(육수) 500㎖, 올리브오일, 다진 마늘, 양파, 레드와인, 아보리오 쌀(Arborio rice), 소금, 후추, 파르메산 치즈, 바질 

* 야채스톡이 없다면 양파, 대파, 멸치, 각종 야채를 넣어 육수를 만들어 사용하자.

* 리소토용 아보리오 쌀을 대신해 일반 백미를 사용해도 무관하다. 

❶ 야채 육수를 미리 준비해 둔다.

❷ 팬에 마늘과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달아오르면 다진 양파를 넣어 볶는다.

❸ 양파가 투명해지면 쌀을 넣어 볶고, 쌀도 투명해지면 와인을 넣고 저어준다.

❹ 잘게 다진 비트를 넣고 육수를 한 국자씩 넣어주며 익힌다. 수분이 거의 다 스며들어 갈 즈음 육수를 넣는 것을 반복하며 쌀을 익힌다.

❺ 파르메산 치즈를 강판에 갈아 원하는 상태의 리소토를 만든다.

❻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접시에 담은 후 바질 잎을 올린다.


글_  유영글, 정우정   |    정리_ 김연정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7월호 / Vol.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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