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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붉은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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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은 서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시작해 나미비아를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오렌지강 유역까지 대서양 연안을 따라 1900km에 이른다. 붉은 언덕들이 장관을 이루는 이곳은 5500년 동안 메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라고 한다.

현재 나미브 사막은 적도 밑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와는 계절이 반대인 여름이다. 밤에는 15~20도 내외 기온이지만 한낮에는 50도 가까이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다. 햇살은 따갑지만 건조 기후이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낮아 한국에서 느끼는 여름의 날씨하고는 조금 다르다. 10여 년 전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준비할 때만 해도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많은 설레임과 또 한편으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글·사진 안병식_제주주재기자]

나미브 사막 마라톤 포스터.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후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서로 다른 사막의 풍경과 색다른 환경에 대한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으며 매 순간 사막 마라톤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40도가 넘는 모래 사막을 달리며 느끼는 고통과 희열,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라나는 풀과 이름 모를 벌레들,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설레임이고 소중한 추억들이 되어왔다.

나미브 사막 마라톤 대회는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트후크에서 대서양 인근 서쪽으로 300km 를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해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의 소수스플라이(Sossusvlei) 지역에서 진행된다.

대회 코스는 총 105km이지만 16km, 21km, 42km, 26km로 나누어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에 달리는 논스톱 레이스만큼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일반 마라톤처럼 도로가 아닌 모래사막, 협곡, 모래 언덕 등을 달리고 낮에는 50도 가까이 올라가는 뜨거운 태양도 경험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래 언덕인 ‘크레이지 듄’을 넘어서 달리기 때문에 힘든 코스도 있다.

비록 작은 규모의 대회였지만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 전체가 가족처럼 친해져갔고 이것은 다른 대회에서 느끼지 못하는 스테이지 레이스만의 특별한 매력이기도 했다.

나미브 사막 마라톤 참가자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달리고 있다.
특히 3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모래 언덕인 ‘크레이지 듄’을 오를 때의 고통,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뿌옇게 불어오는 거대한 모래바람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본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모래 사막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희열과 감동 등은 자꾸 사막을 찾게 되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그리고 모래언덕을 내려오면 나미비아 사막에서 유명한 ‘데드 플라이’가 나타난다. 이곳은 오래전에 호수였던 곳이 메말라 형성된 지역이며 곳곳에 검게 말라 죽은 나무들은 극한의 사막 풍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풀 한포기 없는 메마른 사막 한 가운데에서 보이는 이름 모를 벌레들은 또 한 편으로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명의 강인함을 느끼게 했다.

사막 한가운데에 깊게 패인 협곡을 달리기도 하고 때론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한 모래 언덕을 넘기도 하고 그렇게 황량한 사막의 한가운데서 내안의 모든 짐들을 내려놓고 나 혼자만의 여행이 되는 순간,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는 한 마리의 새처럼 행복했다. 또 밤이되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감추어 놓았던 어두운 밤하늘에서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세상은 사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매력이기도하다.

사막에서 달리는 레이스는 고독하고 쓸쓸하지만 바람이 있고 태양이 있고 이름 모를 풀과 벌레들 그리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친구가 되어 가며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곳, 그래서 사막을 달리는 시간만큼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4일간 사막을 달린 발. 모래가 범벅이 되어 양말 자국이 선명하다
여행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평소에는 찾기 힘든 낯선 세상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여행에서 얻은 경험들은 더 나은 일상을 맞이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 준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아프리카의 나미브 사막까지 가는 동안 몸은 힘들고 지쳐갔지만 그것은 또 한편으로는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나를 위한 여행이기도 했다. 바쁘게 살아온 일상에서 벗어난 오래간만의 휴식이기도 했다.

사막을 달리는 동안 야생동물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사막의 풍경은 매 순간 변했다. 멀리서 보면 모두가 똑같은 풍경같지만 바람에 따라 모래 언덕의 지형도 변하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다르게 보이는 풍경들, 사막은 생명이 자랄 수 없는 불모지의 땅이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많은 것을 숨겨 놓은 내가 찾고 싶은 꿈들이 많은 보석 창고 같은 곳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나는 새로운 꿈들을 만들어냈다.

현실을 즐기고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다는 다짐.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 사막을 달리면서 느끼는 고통은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나를 찾아주는 여행이기도 했다. 가끔은 외로움과 슬픔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므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마치 외계의 어느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풍경을 보여주는 나미비아 사막.

사막 마라톤이란?

사막마라톤은 거리와 운영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 세계의 사막지대에서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막 마라톤은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열리는MDS 대회이며 세계 50여 개국에서 1200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그외 중국의 고비 사막,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 남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 등이 있다. 이 대회들은 250km의 거리를 일주일 동안 나누어서 운영하는데 음식과 옷, 침낭 등 일주일동안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배낭에 짊어지고 달리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회 주최측에서는 총 105km구간을 나누어 숙식을 제공해주었다.
대회 측에서는 물과 텐트만 지원해 준다. 이번에 참가했던 나미비아의 나미브(Namib) 사막 마라톤 대회는 기존의 이런 대회와는 달리 주최측에서 숙박과 음식을 모두 제공해주고 차량을 이용해 장소를 이동해가며 대회가 진행되었다.

안병식_제주주재기자 / emountain@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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