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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루앙프라방 : 현지인들의 미소가 순수의 도시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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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루앙프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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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강변의 해 질 녘. 강물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루앙프라방에 머물며 강 너머 노을을 바라본다. 느린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진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10년 전 처음 찾은 후 이 도시에 반해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들락거렸다. 1박2일 동안 머물렀던 적도 있고 한 달 동안 머문 적도 있다. 얼마 전 이 도시를 2년 만에 여덟 번째 다시 찾았는데, 이 도시는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소 안도했다. 물가는 10년 전보다 1.5배 정도 올랐고, 야시장에서 소수 민족이 만든 민예품을 살 때는 가격을 흥정해야 했고, 아침 탁발 행렬이 지나가는 길가에는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중년 한국 여행객들이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루앙프라방 사람들의 친절한 미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자리한 도시다.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 양식의 집, 수많은 사원이 어울려 있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약 2km에 이르는 왕복 2차선 여행자 거리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등이 늘어서 있다. 슬리퍼를 신은 여행자들은 게으른 걸음으로 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데, 어쩌면 그것 말고는 딱히 할 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원인 왓 시앵통과 노을을 즐기기에 좋은 푸시탑, 300여개의 불상이 모여 있는 팍우동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꽝시폭포 등 루앙프라방의 여행지는 하루 이틀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탁밧’ 행렬.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탁밧’ 행렬.

루앙프라방의 가장 큰 볼거리는 '탁밧' 행렬이다. 우리말로 '탁발'이라고 하는 스님들의 아침 공양 의식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탁밧은 새벽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 사원에서 탁밧을 알리는 북이 울리며 시작된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은 채 스님들을 기다린다. 예전에는 현지인들만 참여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도 많이 참가한다.

적게는 300명, 많게는 500명의 승려가 줄을 지어 걸어간다. 가장 나이 많은 승려들이 앞장서고 서열에 따라 승려들이 한 줄로 서서 큰스님의 뒤를 따른다. 승려들은 시주들 앞을 지나가며 바리때 뚜껑만 반쯤 연다. 그러면 시주들은 미리 준비한 음식물 등을 스님들의 바리때 속에 넣는다. 이들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가슴 한쪽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준비해온 찰밥(카오니아오)을 조금씩 떼어 스님들에게 공양하는데, 이 찰밥과 음식을 준비하고 몸을 정갈하게 하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하니 루앙프라방 사람들이 얼마나 깊은 불심(佛心)을 간직하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탁밧 행렬을 끝낸 스님들은 각자의 사원으로 돌아가 공양을 시작한다. 여행자들은 숙소로 다시 돌아가 잠을 청하거나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시장으로 향한다. 메콩강변의 포티사랏 거리와 푸와오 거리의 교차점에 자리한 아침 시장은 우리네 재래시장과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낮 동안 한가하던 거리는 어스름이 깔릴 무렵이면 시끌벅적해진다. 야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낮 동안 산속에 있던 소수 민족들은 여행자들에게 팔 기념품을 보따리에 싸서 하나 둘 거리로 나온다. 10분 전만 해도 툭툭과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던 거리가 어느새 기념품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여놓은 상인들로 가득 찬다. 라오스 전통 문양을 새겨놓은 옷감과 지갑, 종이로 만든 실내등, 촉감 좋은 실크 스카프, 맥주 상표를 그려 넣은 갖가지 색깔의 티셔츠, 나무로 만든 코끼리 조각, 직접 재배한 차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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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아침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바나나 구이. ②루앙프라방 야시장. ③라오스식 바게트 샌드위치 ‘카오찌’.
다양한 라오스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라오스 음식은 고수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고수를 빼면 맵고 짠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땀막훙(파파야 샐러드), 삥빠(생선구이), 삥까이(닭구이), 카오삐약(쌀국수) 같은 음식들이 인기다. 메콩강에서 잡은 생선 바비큐는 소금만 치고 불에 구웠을 뿐인데 향긋한 맛이 난다.

삼겹살 비슷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한국식 불판을 이용한 돼지고기구이를 라오스에서는 '씬닷'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군인들이 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전해진 카오찌도 별미다. 바게트 빵을 반으로 가르고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여러 가지 재료를 꽉 채운 일종의 샌드위치다. 라오스 맥주인 비어라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쌉싸롬하면서도 진한 풍미는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해 질 녘 메콩강변에 앉아 비어라오를 마시며 담소하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다.

루앙프라방에서 딱히 할 일은 없다. 새벽의 탁밧 행렬을 지켜보거나 한낮에는 낮잠을 자고 자전거를 빌려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닌다. 그러다 지치면 카페에 들어가 워터멜론 셰이크를 마시며 친구들에게 엽서를 쓴다. 저녁이면 메콩강변의 카페에 앉아 얼음이 든 맥주잔을 달그락거리며 강 너머로 번져오는 노을을 바라보는 일. 어쩌면 그게 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루앙프라방에 오래오래 머문다. 야자나무 아래에서의 게으른 일상과 루앙프라방 사람들의 미소에 중독된 여행자들은 이곳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모르겠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그래픽] 라오스 루앙프라방
■ 베트남항공 이용. 하노이 경유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간다. 인천~하노이 매일 운항. 인천~하노이 4시간30분, 하노이~루앙 프라방 1시간20분.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한국인은 15일간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다.

■ 통화는 킵(kip)을 사용한다. 태국 바트와 미국 달러도 일상 통화처럼 사용한다. 요즘 환율은 1달러에 8000킵 안팎.

■ 메인 스트리트와 루앙프라방 전역에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호텔, 리조트가 많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10~30달러. 리조트는 90~150달러 수준이다.

■ 루앙프라방의 사원은 학교 역할도 겸한다. 수많은 노비스(견습 승려)들이 사원에서 영어와 수학, 공학 등을 배운다. 각종 NGO 단체와 연계해 여행자들이 참여하는 봉사와 기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현지 비정부기구인 CCC(아동문화센터)는 라오스 오지의 초등학교에 연필·공책 등 학용품과 간단한 생활용품을 보내는 일을 한다. 라오스에 가기 전 신지 않는 구두나 사용하지 않는 학용품 등을 가져가 기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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