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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아지트 파리, 조지 오웰 키운 런던…유럽이 아른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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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독특한 이력이다. 천재연구가라니. 그러고 보니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고, 기나긴 언론인 생활을 거쳐 여행작가가 된 것도 이색적이다.

그는 말한다. 15년 전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던 중 모차르트와 교감을 나누는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시작했다고. 그 결과물이 첫 책 '빈이 사랑한 천재들'이다. 이때부터 천재연구가 삶은 시작된다. 프라하, 파리, 런던, 페테르부르크, 독일, 뉴욕, 도쿄 등을 두루 거치며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펴낸다.

조성관 작가의 새 저서 '언젠가 유럽-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댄스토리)은 그런 면에서 여느 여행책과는 다르다.

코로나19 시대에 여행? 거부감부터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언택트 코스를 밟아간다. 이름하여 '안단테 여행'이다. 안단테의 반대가 알레그로 여행이다. 낯선 사람들과 단체로 이동하며 동선을 맞춘다.

조 작가는 다시 말한다. 코로나19 시대야말로 느긋하게 안단테 여행을 즐길 때라고. 여행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인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은 오래도록 향기가 지속된다. 우리 지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각 도시 인물들과 교감하는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이 책은 안단테 리듬으로 파리, 빈,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유럽 6개 도시를 훑어간다. 각 도시를 배경으로 다룬 대표적인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 지적인 개인주의 여행을 풀어나간다.

◆ 작가·예술가의 도시 파리

벨 에포크와 황금시대에 세계의 작가와 예술가들은 파리로 모여든다. 그 덕분에 파리 곳곳에는 그들의 흔적이 배어 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파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을 보낸 예술가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무작정 파리로 왔고, 살아생전 가난에 찌들다가 죽고 나서야 유명해진다. 조 작가는 몽마르트르에 남겨진 그의 흔적을 따라간다. 그곳의 테르트르 광장. 술만 들어가면 순식간에 술주정뱅이가 되곤 했던 모딜리아니가 툭하면 난동을 부린 공간이다. 그리고 그는 광장 인근 '라팽 아질'을 수시로 드나든다. '민첩한 토끼'라는 뜻인 라팽 아질은 테이블이 10개에 불과한 소박한 술집이다. 지금도 문을 연 1910년 모습 그대로 영업 중이다.

몽파르나스 대로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생제르맹 대로처럼 파리 카페의 향기를 맡고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모딜리아니를 사랑하는 이라면 다른 곳 제쳐놓고 반드시 가보라고 조 작가는 강조한다. 몽마르트르에서 방황하던 모딜리아니는 피카소의 조언을 듣고 몽파르나스로 무대를 옮긴다. 그의 화실이 있던 그랑 쇼미에르 8번지도 있고, 단골로 드나들던 카페 '로통드'도 있다. 특히 로통드는 모딜리아니 성지 순례의 출발역이면서 종착역이다. 카페 벽면이 온통 모딜리아니 그림이다.

◆ 중세의 신비 안은 프라하

조 작가가 꼽은 프라하의 매력포인트는 구시가광장이다. 손바닥만 한 공간에 기막힌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이곳에서 그는 카프카의 흔적을 찾는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곳에서 나서(마이슬로바 2번지) 학교(독일어소년학교와 왕립 김나지움)를 다닌 뒤 직장(산업재해보험공단)까지 얻는다. 그러면서 드나든 곳이 문학 살롱. 대표작인 '성(城)'을 집필한 곳도 오펠트 하우스다. 그의 41년 생애가 생가에서 반경 1㎞ 이내에서 이뤄졌고, 그 중심은 구시가광장이었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조 작가의 발걸음은 프라하성으로 향한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하늘색 외벽의 22번지. 카프카의 집필실이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장 이곳으로 와 자정까지 글을 썼다고 한다.

◆ 조지 오웰을 키운 런던

런던은 조지 오웰이 꿈을 키우고 이룬 곳이다. 5년간의 경찰 생활을 그만두고 무작정 런던으로 온 그가 처음 세 들어 살던 노팅 힐의 집, 부랑자 아닌 부랑자가 돼 진짜 부랑자들과 함께 아침마다 들어가 세수를 하고 발을 닦았던 트래펄가 분수대, 그리고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무렵 숙식을 해결했던 고서점 등이 지금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라이프치히는 바흐가 27년을 성실하게 복무한 성 토마스 교회로 유명하다. 파우스트의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라이프치히대학에 다니던 청년 괴테는 식당 아우어바흐 켈러를 드나들며 전설적인 실존 인물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말년에 완성한 필생의 대작 '파우스트'에서 이 식당이 살짝 모습을 내민다. 대문호가 식당에 불멸의 '미슐랭 마크'를 붙여준 셈이다.

▶▶ 조성관 작가는…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다. 2010년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 메달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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