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현재와 과거가 함께 흐르는 곳

남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남미 대륙 끝에 있다. 우슈아이아(Ushuaia)다. 남미 대륙을 지탱한 안데스(Andes)산맥의 웅장한 자태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곳. 아르헨티나 남단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불의 땅)의 작은 항구 도시다. 그래서 우슈아이아는 '세상의 끝(end of the world)'이라 불린다.

140여년 전 영국 선교사들이 찾기 이전까지 원주민 야마나(Yamana·현지에서는 '샤마나'라고 부른다)들의 고향이었던 이곳은 이제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남극 대륙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됐다.

1 순백과 녹색이 공존하는 남미 대륙의 끝 우슈아이아. 2 2층 관광버스는 우슈아이아의 명물이다 3 야마나 원주민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
우슈아이아는 그 자체로도 매력 넘치는 여행지다.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안은 해발 1000m 안팎 봉우리마다 순백과 짙은 녹색이 공존한다. 거칠게 깎아놓은 산 정상부터 6~7부 능선까지는 눈의 공간. 키 작은 침엽수들이 점령한 산자락은 암록지대를 이룬다. 숲을 지나면 사람의 마을. 그 아래 비글해협(Beagle Channel)이 펼쳐진다.

인구 6만명. 우슈아이아는 도시라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단출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우리로 치면 '명동' 같은 2㎞ 남짓한 산 마르틴(San Martin) 거리에 크고 작은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 음식점 등 볼거리가 바글바글 몰려 있다. 4주째 남미 대륙 각지를 돌아보고 있다는 네덜란드인 부부는 "마지막 여행지로 우슈아이아를 선택했다"면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함께 흘러가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해양박물관인 무세오 마리티모(Museo Maritimo)에는 각종 선박 모형과 해도(海圖) 등 해양 관련 자료가 가득했다. 바닷가에 있는 건물 같지 않게 창문이 좁고 굵은 쇠창살이 설치돼 있어 웬일인가 싶었더니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최대 800명을 수용하던 감옥으로 쓰였다고 한다. 박물관 뒤쪽, 한때는 힘차게 달렸을 증기기관차의 모습이 쓸쓸하다.

바다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무세오 야마나(Museo Yamana) 간판이 보인다. 6000여년 동안 이곳의 주인이었던 야마나 원주민들의 일상이 빛바랜 흑백 사진과 미니어처 전시물에 기록돼 있다. '문명'의 물결에 덧없이 스러져간 또 하나의 슬픈 운명이 서럽다.

영국인들 눈요깃거리용으로 이곳에서 끌려갔다는 원주민 소년의 별칭을 딴 기념품 가게 '지미 버튼(Jimmy Button)'에선 앙증맞은 아이들 티셔츠를 팔고 있다. 색이 고운 머그잔과 이국적인 문양의 토기를 판매하는 티에라 데 우모스(Tierra de Humos·연기의 땅)는 기념품보다 이곳에서 세계 주요 도시까지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로 더 유명하다. 남위 54도, 서경 68도인 이곳에서 남극(Polo Sur)까지는 3926㎞.

걷다가 지치면 산 마르틴 거리 한가운데 있는 돈 보스코(Don Bosco)성당에 들르자. 두 줄로 늘어선 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 모아 소원을 비는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많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인 신발끈여행사(www.shoestring.kr ·02-333-4151)에서 남극을 비롯한 남미 땅끝마을 우슈아이아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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