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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남극 대륙 최남단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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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베르나드스키(Vernadsky) 기지. 남극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는 최남단 기지로 우크라이나 과학아카데미 초대 회장을 지낸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1863~1945)의 이름을 딴 곳이다. 눈보라를 뚫고 기지에 도착하니 사람 키만한 엄지손가락 모양의 노란 간판이 보인다. '안녕' 인사말이 영어·스페인어·러시아어 등 7개 국어로 새겨져 있다.

기지 안은 포근했다. 기압측정기와 오존탐지기, 지진관측계 등 갖가지 과학 측정장비를 소개하는 연구원들의 표정이 한없이 밝았다. 오랜만에 맞은 손님들이 반가워서였을까. 주방과 식당은 깔끔했다. 체력단련실에는 축구공이 보였다. 눈밭 천지인데 어디서 공을 찰 수 있을까.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빛바랜 사진마다 묵묵히 기지를 지켜온 선배 과학자들의 모습이 오롯했다. 기지를 배경으로 찍은 흑백 기념사진엔 추위만큼이나 지독했던 외로움과 싸워 이겨낸 극지 과학자들의 자랑스러움이 넘쳐났다.

7개 국어로 된 '안녕' 인사말이 기지를 찾은 여행객을 맞는다.
베르나드스키 기지 앞에 서 있는 거리 표지맢.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까지 직선거리는 1만5168km이다.

연구원들이 '패러데이 바'로 불리는 휴게실로 이끌었다. 우크라이나산 보드카를 맛볼 수 있는 곳. 주당들의 얼굴이 슬슬 발개지기 시작했다. 팬티 차림으로 촬영한 각국 연구원들 사진을 모아놓은 그림판 앞에선 웃음꽃이 터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기념품 가게'(Southernmost Souvenir Shop on the Earth)'란 간판을 붙인 작은 매장에서 '남위 65도 15분, 서경 64도 16분'이 적힌 머그잔, 벽걸이 장식품 등을 1만원 안팎에 살 수 있다.

기지에서 운영하는 간이 우체국도 북적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와 엽서가 여행자들의 품 속에서 하나 둘 나왔다. 베르나드스키 기지의 소인을 찍은 사연들이 전 세계로 출발했다. 다정한 펭귄 두 마리가 새겨진 스탬프를 여권에 찍고 활짝 웃는 연인들도 있었다.

기지 밖, 사람 키만큼 쌓인 눈 속에 방향 표지판이 우뚝 서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심장'인 키예프(KYIV)까지 1만5168㎞." 표지판을 가리키는 연구원에 눈물이 언뜻 비쳤다.

남위 64도 49분, 서경 63도 30분. 한때 '베이스(Base) A'로 불리며 영국의 과학기지로 쓰였던 윈키(Wiencke)섬의 포트 로크로이(Port Lockroy)는 남극 박물관이 됐다. 시간이 정지한 듯 수십년 전 남극 기지의 어느 하루가 이곳에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녹슨 과학장비들, 바스러질 듯 놓여 있는 1958년 10월 28일자 데일리메일 신문, 1959년 11월 달력, 연구원들의 밤을 지켜주었을 낡은 소설책…. 벽에 그려놓은 메릴린 먼로의 그림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었다. 거친 남극 바람에 찢겨진 빛 바랜 유니언 잭(Union Jack)을 벽에 걸어놓은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방명록에 소감 한 줄 남기는 것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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