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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상처는 있어도 울지 않는다. 동유럽의 화약고 세르비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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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반도의 자존심, 동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고단한 역사를 이끌어온 대다수 동유럽국가의 일반적인 이미지처럼 회색 빛 분위기의 음산하고, 일견 칙칙한 이미지마저 가지고 있지만, 도심 곳곳에 넘실거리는 녹색 공원의 푸른 기운과 함께 매력적인 사람들의 미소로 평화로운 고도, 베오그라드. 아름다운 여인들의 미소와 활기찬 도시 분위기로 당당한 면모를 지닌 자존심 강한 역사의 숨결 속을 거닐어 본다.

베오그라드의 중앙역 앞, 교통허브 Savska 광장 거리에는 시가전차가 끊임 없이 오고 간다.




자존심 강한 발칸의 고도, 베오그라드

빛 바래고 오래되어 퇴색된듯한 느낌의 베오그라드는 사회주의 시절의 후미지고 음침한 분위기 마저 감돌지만, 오히려 그 오랜 느낌과 느슨한 신구의 조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도시다. 회색 빛 도시의 첫 마주함에 당황스럽지만 쉬이 익숙해지고, 하루만 지나면 친구 같고, 또 하루가 지나면 깊게 정드는 공간, 베오그라드. 당당함과 자존심 강한 세르비아 인들의 인간적인 매력 때문에 활기차고 낭만적이며, 차츰 변모해 가는 발칸의 심장 베오그라드는 정감 있는 도시로 다가온다.


발칸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인근 형제국가와 끊임없는 전쟁이 계속된 나라, 세르비아. 그 고단한 역사 속에 운명처럼 자리한 도시 베오그라드. ‘하얀 도시’라는 뜻의 베오그라드는 오스트리아로부터 흐르는 사바강이 도나우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 강변으로 군사용 성채와 성벽 등 과거 세르비아 왕국의 화려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삶의 여유로움도 간직하고 있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잊고, 평온한 모습을 되 찾아가고 있는 베오그라드는 왕국의 숨결이 살아 있어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베오그라드의 중심 대로, 블루바드 알렉산드라에 자리한 베오그라드 국회의사당.


세르비아 남부 소도시와 광활한 평원을 거치고 나면, 베오그라드 도심으로 진입하는 일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유고 시절의 영화를 고스란히 끌어 안고, 기대 이상의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역을 출발한 전차는 역 앞 Savska 거리를 돌아 완만히 비탈진 Nemanjana 거리를 미끄러지듯 달려간다. 첫눈에 방문자를 당혹 시킨 것은 1999년 나토 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이 상처 입은 채로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을씨년스러운 장면이다.


체코 프라하, 불가리아 소피아처럼 시가지를 질주하는 전차는 마치 동유럽의 상징과도 같다. 느긋하게 달리는 전차가 전해주는 묘한 낭만과 우수는 여행자에겐 활력과 신선한 기분을 선사해 준다. 다섯 량, 안팎의 열차가 언덕을 달그락거리며 오르기도 하고, 방향을 틀어 언덕을 오르는 둔탁한 쇠 소리는 이방인에겐 추억의 소리로 다가온다. Resavaska 거리를 지나 Kralja Aleksandra 블루바드에 도착하면, 녹음으로 우거진 평화로운 공원이 이방인을 반겨준다.

늦은 오후, 일과를 마치고 공원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 커플.


도심의 핵심 중심부로 진입하면, 칙칙하고 음산하던 분위기는 매력적인 여인들과 밝고 화사한 쇼핑 스트리트의 출현으로 생기가 돈다. 뉴욕 맨하탄의 뒷골목을 연상시킬 만큼 활기찬 분위기를 느끼는 순간, 여행자의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사회주의 역사를 통해 오래 전부터 익숙하게 연상되어 오던, 유고슬라비아와 동유럽 이미지의 어두운 분위기는 차츰 수그러들고, 자유 연애와 낭만 도시의 활기, 세르비아 특유의 자존감이 어우러져 당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기원전 3세기부터 2,000년 동안 40번이나 파괴되고 다시 지어진 도시 베오그라드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다. 그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거리의 건축물들은 전쟁과 전후 복구를 통한 피로가 누적된 듯 피곤한 얼굴이지만, 전통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근엄한 면모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베오그라드의 매력은 회색 빛 도시의 상처 깊은 역사와 우수 어린 낭만이다.

베오그라드 역사의 상징, 칼레메그단의 성채는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도심 서북쪽, 사바강과 도나우강의 합류점에 자리한 역사적 장소 칼레메그단 Kalemegdan은 베오그라드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 받고 있다. 2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는 전쟁 박물관을 비롯하여 성채와 망루가 자리하고 있으며, 주말이면 여행객들과 베오그라드 주민들이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언제나 연인들에게 인기 만점인 도나우강의 아름다운 일몰은 이 공간을 사랑의 동산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다.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 Kneza Mihailova Street 는 동유럽 어느 도시나 존재하는 보행자 천국이자, 메인 쇼핑스트리트다. 세련된 베오그라드 청춘들의 집결지기도 하며, 문화와 공연을 즐기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만남과 행복의 충전소 임에 틀림없다. 베오그라드의 중심지에 위치한 이 광장에는 세르비아 왕국의 크네즈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 왕의 기마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도시의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오랜 전통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다.

사브스키 광장은 고속버스, 열차, 시가전차의 기점으로, 베오그라드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한다.


베오그라드는 옛 유고 연방 시절 수도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도시의 규모도 크고 웅장할 뿐만 아니라, 고도를 자처한 도시인 만큼, 역사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심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Kralja Milana 거리의 남쪽 끝자락, 카라조르제 공원에 자리한 성 사바 교회가 하얀 빛을 내며 일반인의 시선을 압도한다. 세계 최대의 그리스 정교회로 여전히 건축중인 교회는 밤낮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으며, 특히 밤에 마주하는 하얀 벽체와 신비로운 기운은 감동적이다.


낮은 언덕과 비탈진 거리, 시원하게 뻗은 대로와 유니크 하고 특색 있는 골목들이 그물망처럼 이어진 구 시가지의 베오그라드는 마치 티토의 옛 유고 시절을 대변하듯 안정적이며, 너그러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미끄러지듯 빠져 나가는 전차들과 그 사이를 질서 정연하게 오고 가는 차량들의 행렬이 베오그라드의 생기와 활기찬 풍경을 연출한다. 사회주의 시절의 낡은 차량과 최신 유행 차량의 묘한 공존이 오히려 도시의 거리를 멋스럽게 연출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구 시가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Kneza Milosa 거리는 언제나 역동적이다.


밤과 낮의 급격하게 변화하는 풍경도 이방인에겐 낯선 즐거움이다. 낡은 전차를 타고, 사바강을 건너 제문과 뉴 베오그라드를 찾아가는 일도 즐겁다. 신시가지인 Novi Beograd는 칼레메그단 공원과 강을 경계로 완전히 새로운 계획도시로 조성되었다. 고층 아파트와 호텔, 쇼핑 센터들이 들어선 도심에는 구 시가지에선 느낄 수 없는 평온함과 한가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아침이면, 칼레메그단 요새로부터 사바 강 남단 하안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스카인 라인은 베오그라드가 하얀 도시임을 여실히 증명시켜 주는 상징적인 시간이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베오그라드의 분위기를 한층 회색 빛으로 물들인다. 날씨와 기분, 사람의 감성에 따라 하얀 도시와 회색도시를 오고 가는 베오그라드는 어쩌면 마음속에 피어나는 상념의 도시일지도 모르겠다. 자존심 강한 고도, 베오그라드의 진짜 얼굴은 개인의 심안에 따라 화이트 혹은, 그레이로 채색되는 매혹의 도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회색 빛 건물들 사이로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정겨움을 전해주는 베오그라드.



여행정보

발칸반도로의 여행이 한결 쉬어졌다. 체코 헝가리는 물론, 이탈리아, 터키에서도 국제 버스들이 매일 수 차례 쉼 없이 드나들기 때문이다. 버스는 정시 출 도착이 장점이며, 기차는 여유로움과 안전이 장점이다. 서유럽과 동유럽을 오가는 열차들이 베오그라드에 정차한다. 사바 강변에 위치한 중앙역과 바로 옆의 버스 터미널이 여행의 편의를 제공하며, 역 앞에서 수시로 발차하는 시가전차는 도심 구석 구석을 편리하게 안내해 준다. 볼거리가 한정된 베오그라드는 구 도심을 중심으로 이틀만 둘러보아도, 그 무한한 매력에 쉽게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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