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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안 - 야성의 대지, 신비의 처녀림 티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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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는 곧 두려움이고, 동시에 설레임이 된다. 대륙과 육지가 아닌,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그 신비로운 기대감은 하늘에서 극에 달한다. 원시모습 그대로, 자연 그대로 머물고 있는 서 태평양의 섬나라 티니안에 발을 디딘다. 대지는 겸손하고, 바다는 부드러우며, 하늘은 평화를 닮았다.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상공을 사뿐이 날아 티니안 신비의 세상으로 다가선다.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바다 섬, 티니안

고요한 섬나라, 북마리아나의 작은 섬 티니안은 하늘에서 바라본 야성의 모습 그대로 시간도 멈추어 버린 듯, 고요하고 적막하기 까지 하다. 깜깜한 밤하늘, 마치 한 마리 흑새와 같은 6인승 경비행기로 티니안 섬에 사뿐이 내려앉는다. 칠흑 같은 어둠을 품에 안고, 새벽을 맞이한다.

북마리아나 제도 40여 개 섬 중의 하나인 티니안은 한국에서 동남쪽 3,000 km떨어진 서태평양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이판에서 남서쪽 약 5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섬이다. 원주민인 차모르족과 캐롤리니언이 주로 살고 있으며, 이주 필리핀인들과 함께 관광을 주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3천 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며, 미국 관할 하에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섬은 고요하며, 인적 또한 드물다. 강한 호기심이 인다. 섬의 한가운데를 직선으로 관통하는 브로드웨이를 따라, 북단 해변으로 향한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쁨은 책 속에서 새로운 진리를 만나는 기쁨에 버금간다. 티니안의 심장에서 이 섬과 적합한 단어가 떠올랐다. Discovery, 새로운 발견으로 가슴이 뛴다. 북마리아나의 피안 티니안, Jeep를 타고 바람처럼 순수 대지를 탐험해 본다.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초원을 가로질러, 원시의 대지에 다가간다. 그것은 땅, 바다, 하늘, 그리고 티없는 공기다. 인공은 없고, 오직 장구한 세월의 고요한 정적만 머물러 있다. 생명은 살아있으되, 활기는 멈추어있다. 그리하여 고요한 섬, 전쟁의 폐허 속에서 역사의 교훈을 배울 수 있는 곳.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해군사령부와 원자폭탄 적하지가 있던 무성한 초원 위를 끝없이 달린다.

티니안 북부, 끝없이 이어진 원시의 섬 처녀림 수풀을 헤치고 Jeep를 타고 질주한다.

티니안 섬, 북쪽. 처녀림 사이의 정돈된 길고 긴 길을 따라간다. 먼 곳에, 외딴 그곳에서 다가오는 것들은 새로움뿐이다. 달리며 마주치는 태평양의 바람도, 이름 모를 길들도, 천지에 널 부러진 키 큰 들풀도, 새로우니 반갑고 또 반가울 따름이다. 새로운 존재는 늘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고요하고 적막한 이곳, 자연은 말이 없다. 고요히 세월만 유유히 흐른, 과거와 역사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패망의 흔적을 마주한다. 일본의 과도한 욕심이, 패배를 자초했다. 패망의 잔재와 역사의 흔적만 남았다. 스페인 탐험가 마젤란이 첫발을 내디딘 이후, 스페인 통치시대를 거쳤고 일본이 독일로부터, 무력으로 빼앗은 섬은 다시 북마리아나 제도연방을 거쳐 미국령이 되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의 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역사는 현재의 나와 연관이 있다. 모든 것은 무너지고, 또 모든 것은 희망으로 다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가 티니안으로 상륙할 당시, 이용하던 비치가 출루비치다. 랜딩 비치라고도 한다. 하얀 백사장은 산호조각이 파편이 되어, 모래 하나하나가 조각조각 별 모양을 띠고 있다. 야자수 늘어선 바다와 한적한 바다를 호젓하게 걸을 수 있으니, 허니문 커플들에게는 소곤소곤 미래를 이야기하며, 다정히 손잡고 걷기에 좋은 곳이다.

잔잔한 바다, 평화로운 시간들, 저 멀리 뭉게구름 흘러가는 태평양 한가운데, 뜨거운 태양아래 시간도 멈추어 버린다. 야자수 코코넛에 빨대를 꽂아 태평양의 원액을 마신다. 한들거리는 바람도, 사박거리는 모래도,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도, 모두 일상에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먼 곳에 와 있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나를 만나는 것이다.

보랏빛 하늘과 뭉게구름은 서태평양을 찾아온 이방인에게 최고의 선물로 다가온다.

이 작은 섬 허리 타가비치 인근에 티니안의 동맥, 산호세가 자리하고 있다. 티니안의 베이스 캠프와 같은 곳. 이 작은 마을에도 있어야 할 것은 모두 있다. 법원, 경찰서, 소방소, 학교, 은행 등,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시설이 산호세에 모여있다. 타운은 한가하지만, 아담하고 호젓한 타운을 기웃거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네 강아지들도 기웃거리는, 친근한 태평양의 작은 심장이다.

타운 바로 옆에는 타가 하우스라는 옛 티니안의 족장이 살았던 고대의 집터가 남아있다. 집을 지을 때 기둥으로 사용되던 거대한 라테스톤의 길죽한 돌기둥이 이리저리 누워있고, 반 원구의 돌덩어리도 제자리를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평양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유로 외롭고 고독한 족장의 위엄을 대변해 주기도 했을 터이지만, 아쉽게도 태풍의 영향으로 모든 기둥이 쓰러져 역사의 흔적만 고스란히 남아있다.

절벽 아래로 에메랄드 그린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곳은 티니안의 베이스 캠프와도 같은 타가비치다. 티니안 다이네스티 호텔 바로 앞바다에 절벽 아래로 다이빙 포인트와 하얀 모래사장이 마치 프라이빗 비치처럼, 동굴과 함께 포근히 감싸고 있다. 차모로 원주민 아이들은 주저함 없이 절벽 아래로 다이빙을 친다. 석양이 질 무렵, 먹구름과 어우러진 태평양의 바다는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간다.

티니안의 해변 베이스캠프, 타가비치. 투명한 바다, 지리적 접근성으로 가장 인기 있는 해변 비치다.

다이빙 마니아라면, 바다탐험에 나서기도 그만이다. 투코랄, 티니안 그로토 등, 바다 속 동굴과 절벽을 만나고, 산호들 즐비한 바다 속 탐험에 나선다. 태초의 자연 그대로인 바다의 숲, 그 깊은 심장 속에 1m에 이르는 거북이들과 에메랄드 빛 바다세상을 만나보자. 비밀 같은 바다. 하늘과 땅은, 떠나고 눈만 뜨면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바다의 비밀은 새로운 모험을 필요로 한다.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리프, 사이판의 마리아나 해구처럼 티니안의 투코랄, 바다 속 세상은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 그득하다.

출루비치에서 파도 소리에 발 멈추고 필리핀 해를 마주하며, 거대한 대양을 긴 호흡으로 가슴에 품어본다. 산호세를 벗어나 티니안 브로드웨이를 접어들면 오프로드를 질주한다. 오밀조밀한 티니안 섬에서 깨어나는 세포들을 느끼며 활기를 찾아간다. 여행은 결국, 내 마음으로 향하는 그 하나의 길로 통한다. 태평양의 작은 섬, 티니안에서 같은 하늘, 다른 땅, 그리고 원색의 바다를 마주한다. 거대한 태평양을 마주하고, 그 안에 한 점인 나를 만나는 일. 티니안이 선사하는 새로운 발견의 선물이 될 것이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티니안은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과 사이판 남쪽 200Km 정도 떨어진 괌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서태평양의 한복판에 자리한 섬으로 주로 사이판을 통해 접근한다. 아시아나 항공이 매일 출항하며, 새벽 1시경 사이판에 도착하면 국내선 터미널에서 프리덤 에어나 스타 마리아나스의 6인승 경비행기로 티니안으로 날아간다. 30분 간격으로 한대씩 운항하며 10분이면 티니안에 도착한다. 어둠 속을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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