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안 섬, 북쪽. 처녀림 사이의 정돈된 길고 긴 길을 따라간다. 먼 곳에, 외딴 그곳에서 다가오는 것들은 새로움뿐이다. 달리며 마주치는 태평양의 바람도, 이름 모를 길들도, 천지에 널 부러진 키 큰 들풀도, 새로우니 반갑고 또 반가울 따름이다. 새로운 존재는 늘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고요하고 적막한 이곳, 자연은 말이 없다. 고요히 세월만 유유히 흐른, 과거와 역사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패망의 흔적을 마주한다. 일본의 과도한 욕심이, 패배를 자초했다. 패망의 잔재와 역사의 흔적만 남았다. 스페인 탐험가 마젤란이 첫발을 내디딘 이후, 스페인 통치시대를 거쳤고 일본이 독일로부터, 무력으로 빼앗은 섬은 다시 북마리아나 제도연방을 거쳐 미국령이 되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의 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역사는 현재의 나와 연관이 있다. 모든 것은 무너지고, 또 모든 것은 희망으로 다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가 티니안으로 상륙할 당시, 이용하던 비치가 출루비치다. 랜딩 비치라고도 한다. 하얀 백사장은 산호조각이 파편이 되어, 모래 하나하나가 조각조각 별 모양을 띠고 있다. 야자수 늘어선 바다와 한적한 바다를 호젓하게 걸을 수 있으니, 허니문 커플들에게는 소곤소곤 미래를 이야기하며, 다정히 손잡고 걷기에 좋은 곳이다.
잔잔한 바다, 평화로운 시간들, 저 멀리 뭉게구름 흘러가는 태평양 한가운데, 뜨거운 태양아래 시간도 멈추어 버린다. 야자수 코코넛에 빨대를 꽂아 태평양의 원액을 마신다. 한들거리는 바람도, 사박거리는 모래도,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도, 모두 일상에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먼 곳에 와 있다는 것은 가장 가까운 나를 만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