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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 테렐지 - 칭기즈칸 후예들의 성기고 투박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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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Mongolia, 蒙古) 울란바토르(Ulaanbaatar)는 신비로운 땅이다. 끝없는 고원과 사막을 지나면 유목민의 흔적이 서린 검붉은 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1,300m에 위치한 울란바토르는 성기고 투박해도 몽골 제1의 도시다. 톨강(Tuul River)유역을 따라 20여 차례 이동하며 도시의 기초가 닦였고 그 이름도 수없이 변경됐다. 몽골혁명의 주인공을 기념하기 위해 ‘붉은 영웅’이라는 의미인 울란바토르로 이름이 정착됐지만 도시인의 삶 속에는 강렬함보다 부드러운 정서가 흐르고 있다.

울란바토르 인근 테렐지 평원에서는 칭기즈칸의 후예인 유목민들과 조우하게 된다.

유목민의 흔적이 서린 테렐지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길은 오랜 상념과 연결된다. ‘칭기즈칸’의 후예처럼 들판 속을 내달리면 대륙의 광활한 전경과 맞닥뜨린다. 울란바토르 북동쪽 80㎞에 위치한 국립공원 테렐지는 때 묻지 않은 몽골의 모습이다. 봄이면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고원은 겨울이면 눈덮인 들판과 희귀한 바위산이 펼쳐지며 먹먹함을 더한다.

몽골 유목민의 전통 가옥인 게르.

눈 덮인 테렐지를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 주민들.

초원지대의 게르 가옥과 말을 타고 다니는 유목민들도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다. 양가죽으로 만든 둥근 이동가옥 게르는 몽골 유목민의 상징으로 오래된 구식난로처럼 생겼다. 테렐지에서는 말을 타고 고원을 질주하거나 하깅하르 노르 호수를 끼고 있는 헨티산맥까지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몽골 여행은 이렇듯 대지를 밟아보고 품에 안기는 게 묘미다. 말은 이곳 게르 캠프에서도 빌릴 수 있다.


울란바토르에는 10월 초만 되면 성급하게 첫눈이 내린다. 한겨울 기온은 영하 30~40도까지 곤두박질친다. 밤새 불어 닥친 눈보라는 도시를 감싼 4개의 검은 봉우리를 신령스럽게 뒤바꿔 놓고는 한다. 외곽에서는 초원에서 봤던 전통가옥 게르가 눈에 띈다. 러시아식 콘크리트와 새 건물로 채색된 시내를 멀리 벗어나면 아직도 정겨운 게르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게르 앞에 자가용들이 주차돼 있는 게 다소 낯선 모습들이다.

울란바토르 시내의 거리의 악사. 모자와 장화를 신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몽골 혁명의 주역인 수흐바토르의 동상. 동상 앞에서는 록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울란바토르 여행의 첫발은 수흐바토르 광장에서 시작된다. 광장 중앙에는 ‘혁명의 영웅’인 수흐바토르 동상이 서 있는데, 1921년 중국으로부터 몽골의 독립을 선언한 주인공이다. 이곳 광장에서는 최근에는 각종 문화행사와 록 콘서트가 열린다. 국회의사당, 문화궁전, 국립오페라 극장, 자연사·역사박물관 등 주요건물들도 광장을 둘러싸고 자리 잡았다.

거리에 나서면 다소 익숙한 몽골의 문화와 마주친다. 멋쟁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국립 백화점을 중심으로 울란바토르의 상권은 조성돼 있다. 자세히 보면 중년층들이 즐겨 입는 의상이 친근하다. ‘’이라고 불리는 전통의상은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겉옷에 옷고름 대신 단추를 달아놓은 형상이며 소매는 손이 감춰질 정도로 길다. 전통 모자인 ‘말라가이(malagai)’와 긴 장화 모양의 신발인 ‘구탈’을 신은 주민들의 구수한 패션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낯설지 않은 그들만의 문화


몽골은 20여 년 전 소련식 사회주의와 결별했다. 몽골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는 친근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 한국어 학원들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고 젊은층 사이에서는 영어 대신 한국어가 오히려 통한다. 이곳 몽골 사람들은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라는 의미로 ‘솔롱거스(solongos)’라고 부르는데 그 기원이 예전 몽골에 왔던 한국 여인들의 색동저고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간단 사원의 앳된 동자승들.

간단 사원은 공산정권 하에서도 종교 활동이 보장된 곳이다.

외곽으로 나서면 도심의 단면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도심 북서쪽에 자리 잡은 간단 사원은 몽골에서는 가장 큰 사원으로 공산정권 하에서도 유일하게 종교활동을 보장받던 곳이다. 사원 내부에서 만나는 귀여운 동자승과는 대조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상이 들어서 있다.

울란바토르 남쪽 톨강을 건너면 복드칸(Bogd Khan)의 겨울궁전이 다소곳하게 들어서있다. 몽골의 마지막 황제가 20년 동안 살던 곳으로, 톨강 강둑에 있던 여름궁전이 사라진 것과 달리 겨울궁전은 박물관이 됐다. 겨울궁전을 지나면 울란바토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이승 기념관(Zaisan Memorial)이다. 러시아의 무명용사를 기념하기 위해 언덕 위에 세운 대형 기념비에 주민들은 돌을 올려놓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테렐지에서는 소와 양을 방목하는 전경과 흔하게 맞닥뜨린다.

울란바토르는 끝없는 사막과 고원 위에 들어선 아득한 땅이다.

이곳에서 시선을 멀리하면 고원도시 너머로 검붉은 모래산이 펼쳐진다. 산 중턱 잔설이 제국을 호령하던 옛 몽골의 생채기를 보는 듯해 가슴은 알싸해진다.

가는 길
몽골 울란바토르까지는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3시간 소요. 겨울 시즌에는 눈, 바람이 많아 결항되기도 한다. 몽골 입국 때는 비자가 필요하다. 시내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나 영어가 통하지 않으며 이동할 때는 전차를 이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화폐단위는 투그릭. 호텔에서 환전이 가능하며 규모가 큰 상점에서는 달러가 통용된다. 공중전화 대신 길거리에서 사설 전화기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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