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탑은 지혜의 탑 - 두바이 박물관

두바이는 아라비아 반도 동쪽에 있는 아랍 에미리트 연방의 일곱 개 토후국 중의 하나다. 오래 전부터 페르시아 해로 이어져 있는 소금기 가득한 개울(Dubai Creek) 주변에 어부와 상인들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작은 배에 실려 온 진주와 고기를 나누는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1966년 석유가 발견되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검은 황금이 솟아나기 전까지, 그들이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바람이었다. 전기도 에어컨도 무지막지한 오일달러도 없던 때, 그들은 오직 지혜만으로 뜨거운 태양과 싸웠다. 두바이 구시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바람의 탑(malqaf)이 그 지혜의 도구다. 사막을 가로질러온 섭씨 50도의 공기는 바람의 탑 윗부분에 걸려 탑 아래로 꺾여 내려오고, 그 밑에 파놓은 도랑에서 차가운 땅과 물을 만난다. 그렇게 식은 공기는 다시 위로 올라가 두꺼운 세라믹으로 뒤덮인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이 도시의 시민들이 석유 없이 만들어낸 기적을 만나려면 두바이 박물관을 찾아가보면 된다.


바람의 탑의 내부 구조, 전기가 필요 없는 에어컨.

금과 향료와 모든 것의 시장 - 데이라의 수크

두바이 박물관에서 옛 시장의 모형을 볼 수도 있다.


두바이 크리크 주변은 이 도시의 오랜 역사가 집약되어 있다. 특히 동쪽의 데이라(Deira) 지역은 꼬불꼬불한 시장들이 아랍의 옛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아라비아인들은 무엇이든 가져다 놓고 파는 이곳을 수크(souq)라고 부른다. 황금의 수크, 포목의 수크, 향료의 수크... 이들 대부분은 두바이의 가장 오랜 시절, 그 항구가 바다의 실크로드를 건너온 온갖 물건들을 실어 나르던 때부터 존재해왔다.


가장 유명한 곳은 '골드 수크', 125개 이상의 가게들이 온갖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내다팔고 있다. 인디안 골드, 이탈리안 골드, 아랍 골드 등 금 자체도 출신에 따라 서로 다른 디자인을 하고 있다. 더불어 이국적인 향기로 가득한 향료와 향수 가게들도 인기가 높다. 물론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을 뒤덮고 있는 력셔리 명품의 이미테이션을 파는 가게들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석유가 아닌 상상이 지도를 바꾼다 - 인공 섬의 바다

석유는 아라비아 인들의 삶, 그리고 많은 도시의 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두바이에 견줄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인터넷의 인공위성사진으로 확인해보라.

두바이 앞 바다에 떠 있는 저 거대한 야자수와 세계 지도는 포토 숍으로 그려놓은 게 아니다. 문자 그대로 야자수 모양으로 떠있는 '팜 아일랜드(Palm Islands)'는 100개의 럭셔리 호텔, 프라이비트 비치, 워터 파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공 휴양 도시다. '더 월드(The World)'는 세계 지도 모양을 한 300여 개의 섬을 분양해 전 세계 갑부들의 눈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두바이의 기적 같은 변화는 CEO 통치자로 잘 알려진 셰이크 모하메드가 왕세자가 되어 실권을 얻게 된 1995년부터 본격화된다. 그는 언젠가 고갈될 석유가 아니라 압도적인 스케일의 상상력을 통해 두바이를 변신시키고자 했다. 두바이의 인공 섬 열풍은 세계 부동산 업계의 크나큰 관심을 받고 '팜 아일랜드' '팜 데이라', '더 월드' 등의 프로젝트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 경제 위기는 두바이에도 커다란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2009년에는 '더 월드'의 아일랜드 섬을 분양 받은 아일랜드 사업가 존 오돌란이 경제적 곤궁으로 인해 자살하기도 했다.


위성 지도가 가장 놀랍게 바뀌고 있는 도시, 두바이.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꽃도 지배한다 - 국제공항

두바이 국제공항은 사람과 꽃의 허브다.


국제공항의 환승 터미널에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아랍 사람들은 그들의 문화적 전통에 따라 온몸을 천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그럼에도 시계나 구두 등 약간이라도 드러나는 부분에는 번쩍이는 명품으로 휘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오일달러와 아랍의 금욕이 만나는 장면. 그런데 두바이에서는 반대의 풍경을 보게 된다. 이곳의 거대한 국제공항에서는 아랍 바깥의 사람들이 사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1998년 이후 왕성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허브 공항이다. 현재 국제선 승객 수용에 있어서는 세계 4위이고, 10위권 안의 공항 중에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대규모 공항이 또 시내와 아주 가깝게 건설되어 있어, 곳곳의 초대형 쇼핑몰로 신속하게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 공항의 또 다른 자랑은 거대한 플라워 센터(Flower Centre)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바이가 꽃이나 식물류 무역의 허브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케냐, 에쿠아도르, 태국 등 세계의 진귀한 꽃들이 이곳을 거쳐간다.

그래도 사막은 계속 된다 - 모래 언덕의 사파리 투어

도시의 방문객들은 완벽한 냉방 시설로 무장된 지상 최대의 건물 속에서 전 세계에서 날아온 상품들을 탐닉한다. 그러나 아라비아 반도에서도 매우 독특한 색채와 형태로 유명한 두바이 모래 언덕의 유혹을 거부하기란 어렵다.

어느 여행사에서나 도시 동쪽의 사막으로 향하는 사파리 투어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힘센 사륜구동 차가 그 투어의 동반자다. 커다란 바퀴의 자동차는 곡예 하듯 모래 위에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가는데, 현지의 운전기사는 손님들의 비명 소리가 커질수록 더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고. 자동차 멀미가 심하다면 이곳 왕족들이 열광한다는 낙타 레이싱을 구경해도 좋다. 밤이면 유목민의 텐트에서 벨리 댄스, 헤나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최근 두바이는 영화 페스티벌과 로케이션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SF 드라마 [닥터 후]의 스페셜 에피소드 '죽음의 행성'을 이곳 사막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촬영 팀은 1980년대 영국 2층 버스를 소품으로 가져왔는데, 항구에서 크레인으로 내리는 도중에 사고로 파손되어 버렸다. 그래서 차가 부서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만 했다고. 사막에서는 어쨌든 예측 불가능한 곳이니까.


사파리 투어의 밤은 유목민의 텐트 체험

사막 속에서 눈을 즐긴다 - 스키 두바이

스키 두바이는 눈을 이용한 다채로운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말로 불가능이라는 걸 싫어하는 도시. 안 된다고 하면 더 하려고 할 것 같은 사람들. 두바이의 기발함, 그리고 막대한 스케일의 상상력은 이곳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사막 속에 자리잡은 거대한 실내 스키장. 몰 오브 에미리트(Mall of the Emirates) 안에 있는 스키 두바이(Ski Dubai)다.


2005년 11월에 오픈한 이곳은 85미터 높이의 인공 산 밑으로 5개의 미끈한 슬로프를 자랑한다. 그 중의 하나는 400미터 길이에 이르고, 스노우보더를 위한 별도의 슬로프도 운영하고 있다.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한 액티브한 공간이지만, 얼음 동굴, 3D 극장 등을 갖춘 '스노우 파크'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유명한 리얼리티 쇼인 <어메이징 레이스>의 15번째 시즌에 등장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고를 향해 날아가는 인공 우주 - 버즈 알 아랍

사막의 푸석푸석한 지반 위에 5톤짜리 아프리카 코끼리 10만 마리가 겹쳐져 서 있다. 그 옆으로는 초속 50미터의 모래 바람이 불어온다. 섭씨 50도의 열기는 물기를 쪽쪽 말려버린다. 그런 것이 이 도시에 서 있다. 바로 2010년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기록되고 있는 버즈 칼리파(Burj Khalifa). 역사상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 가장 높은 828m의 건물을 한국 기업이 주도한 프로젝트로 완성했다.


'가장 높다'는 기록은 물론 멋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두바이의 가장 뛰어난 상징물로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을 이야기한다. 거대한 돛대를 형상화한 브이 자의 골격 아래 시원하게 뚫린 아트리움, 이슬람의 3차원별을 형상화한 분수, 바다를 지상으로 솟아오르게 한 아쿠아리움, 그 안에 7성급이라는 비공식 레벨까지 만들어낸 최고급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사막도 바다도 태양도 편안하게 모시는 인공 우주가 거기에 있다.


버즈 알 아랍의 내부는 180미터 높이의 아트리움이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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