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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맨 올드 사나 - 지구에서 가장 예쁜 수도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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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과거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몇 백 년을 이어져 내려온 옷을 입고, 변하지 않은 삶의 방식을 유지하며, 옛 모습 그대로 곱게 늙은 건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만나러 가는 길. 지구에서 가장 예쁜 수도의 골목길 걷기.

2500년 역사, 비밀로 가득한 아랍 세계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에 자리 잡은 나라 예멘의 수도 사나(Sanaa)는 구약 성서에 ‘아잘(Azal)’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고대 도시다. 아랍 세계의 다른 도시들처럼 사나도 대비되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올드 사나’와 ‘사나’. 그 이름이 말해주듯 올드 사나는 옛 모습을 지켜온 공간이자 비밀로 가득한 아랍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2500년의 역사를 지닌 올드 사나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옛 얼굴을 간직한 곳이다. 그래서 올드 사나를 걷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고, 과거를 지켜가고, 아직도 과거를 살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길은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문 ‘예멘의 문(Bāb al-Yaman)’에서 시작된다. “고난에 단련된 낙타조차 다리를 접고 마는 멀고 먼 여정일지라도 사나는 반드시 보아야만 한다”고 옛 시인이 노래했던 도시, 사나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성문을 들어서면 시간 이동을 한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허리에 칼을 찬 남자들이 느릿느릿 걸어가고,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가리고 눈만 드러낸 여자들이 총총히 걸어간다. 길모퉁이마다 그림을 오려 붙여 예쁘게 장식한 상자를 세워놓은 것 같은 건물들이 빼곡히 솟아 있다. 거리에 차들이 다니고, 기도 시간을 알리는 뮈아젠이 확성기를 쓴다는 걸 빼면, 이곳은 서기 611년, 신의 계시를 받은 무함마드가 살던 시절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올드 사나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건축물 대부분이 11세기 이전에 지어져

진흙 벽돌로 몸체를 올리고 회 반죽으로 창을 장식한 집들은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팝업 창 같다. 정교한 장식띠와 섬세하게 조각된 창틀과 화려한 색깔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끼워진 유리창이 건물에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더한다. ‘타워 하우스’라는 애칭을 지닌 이 건물들은 6층에서 8층 규모로 중세 아랍 세계의 마천루를 대표한다. 건물들은 모두 동일한 구조로 1층은 외양간이나 창고, 2층은 각종 손님을 맞거나 놀이를 위한 공간, 3층은 여자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 4층과 5층은 부엌과 화장실, 침실이 자리한다. 맨 꼭대기는 다락방 형식의 ‘전망 좋은 방’으로 이곳에서 콰트(중독성이 있는 식물의 잎)을 씹으며 동네 소문을 주고받거나 한다.

어떤 건물들은 천 년까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그 긴 세월 동안 덧붙이고 매만지고 고쳐져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올드 사나에서는 1킬로미터 정도는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걸어도 단 한 채의 현대적인 건물과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 높이가 6~9미터에 이르는 옛 성벽에 둘러싸인 올드 사나에는 100개가 넘는 모스크와 14개의 공중 목욕탕과 6000채의 오래된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건축물들의 대부분은 11세기 이전에 지어졌다.


마치 과거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올드 사나의 골목길.

길을 잃은 것이 가장 재미있는 여행법

올드 사나의 길은 좁고 미로와 같아서 지도를 보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곳에서는 베니스나 페스처럼 길을 잃는 일이 가장 재미있는 여행법임을 깨닫고 길이 이끄는 대로 얌전히 몸을 맡겨야 한다. ‘예멘의 문’을 들어선 후 가장 먼저 들를 곳은 양쪽으로 사이좋게 자리 잡은 두 개의 갤러리. 예멘의 현대 미술을 압축적으로 둘러본 후 이어진 길을 곧바로 걸어가면 모스크와 마주친다. 7세기에 건축된 대사원(Jami' al-Kabir Great Mosque)이다. 예멘뿐 아니라 아랍 세계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사원 중의 하나다. 수 세기 동안 학교와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해온 이곳은 이슬람교도에게만 개방되니 아쉬워도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올드 사나의 길은 막혔다 뚫리고 다시 막히기를 반복하며 좁고 가냘프게 이어진다. 대사원을 지나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 구시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금 시장(Suq al-Milh)이 나온다. 이곳은 소금뿐 아니라 빵과 향료, 건포도나 말린 대추, 옷과 칼, 도자기, 은제품류, 골동품(진품과 모조품 모두) 등 일상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심지어 예전에는 노예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랍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시장으로 꼽히는 이곳의 좁은 골목길을 사람들과 함께 떠밀리듯 걷는 일은 올드 사나를 걷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성벽 안의 올드 사나를 둘러본 후에는 서쪽의 쿠붓알마디 모스크를 거쳐 성 밖으로 나간다. 사나의 행정적 중심지인 미단앗타리르 광장 근처의 국립박물관과 전통예술 및 공예 박물관에 들르자. 소장품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으니 기대는 하지 말고 가야 한다. 이제 남은 일은 한 가지. 근처 찻집에서 달콤한 민트 티를 시켜놓고 옛 도시의 화려한 얼굴을 느긋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올드 사나는 낮과 밤에 걸쳐 두 번 걷기를 권한다. 밤이 되면 스테인드글라스가 도시의 불빛을 반사해, 온 동네가 랜턴을 켠 듯 마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올드 사나는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는 공간인 동시에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일상의 공간으로 살아있다. 이 길이 아름다운 건 그렇듯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오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높은 실업률로 인해 예멘의 광장은 하릴없이 앉아 있는 남자들로 가득하다.

올드 사나의 밤 풍경.<아라비안 나이트>의 실제 무대가 바로 예멘이다.

코스 소개
해발 2200미터에 자리잡은 사나는 구약성서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도시이다. 2500년 이상 도시로 기능해왔고, 7세기와 8세기에는 이슬람 전파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 사나를 다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떻게 걷느냐에 달렸다. 복잡한 골목들을 헤매며 수많은 가게와 찻집, 갤러리와 모스크, 박물관들을 둘러보노라면 반나절쯤은 금세 지나간다. 예멘의 문(밥 알 예멘)에서 시작해 골목과 시장, 사원들을 둘러보고 미단앗타리르 광장에서 걷기를 마치면 된다.

찾아가는 길
예멘의 수도 사나까지 직항은 없다. 두바이나 이스탄불을 거쳐 사나로 들어간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사나 시내로 이동, 시내에 숙소를 정하고 올드 사나는 걸어서 둘러보면 된다. 올해 예멘에서 비극적인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 현재 예멘은 여행 제한국가로 지정된 상태. 당분간은 여행을 자제하고, 여행 제한국가 규정이 풀린 후에 여행하자.

여행하기 좋은 때
사나는 해발고도(2300미터)가 높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는 기후다. 당연히 일년 내내 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멘의 다른 지역도 함께 여행할 경우라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10월에서 12월 사이가 여행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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