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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여행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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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인 나는 초라하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하는 것, 그 자체로 감동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만년설로 덮인 거대한 산맥,  수억년 세월의 빙하, 인간과 공존하는 야성의 동물들, 달리는 기차와 차 안에서 마주하는 시야의 모든 세상은 태초 모습 그대로이며 원시 세상이다. 인간이 이 땅을 떠나며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물질도, 명예도 아닌 한 인간이 경험한 감동뿐이이다입력 : 2012.09.05 09:35

여행

앵커리지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진 글렌 하이웨이 빙하지대를 달린다.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이 마타누스카 빙하를 향해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
대자연의 감동, 태초의 자연을 마주하는 원시의 세계

앵커리지로 향하는 비행기는 장대한 산맥을 거쳐 설봉이 이어진 추가치 산맥을 바라보며 랜딩을 시작한다. 여름, 알래스카는 유빙과 빙하의 녹음으로 짙은 회색빛 물살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화려한 색보다 원시의 색채를 드러내는 곳. 대자연의 세상에 나를 온전히 맡겨 본다. 수만년 세월을 견뎌온 태초 자연의 모습 앞에 발가벗은 나를 세우는 일, 알래스카에서 볼거리는 찾는 일은 어리석음이다. 원시 그대로의 태초 자연 앞에 고요히 서 있는 일, 그것이 행복이며 진한 기쁨이 된다. 

북극, 알래스카만(Gulf of Alasaka), 베링해(Bering Sea)로 둘러싸인 알래스카는 그 주변 환경의 특이성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지는 땅이다. 하지만 직항 비행기로 8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자연의 순수대지다. 앵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빙하와 삼림지대의 추가치 산맥, 거우드, 고래와 바다사자 등 해양 생물을 목격할 수 있는 시워드, 위티어, 발데스 지역을 둘러보거나 페어뱅크스를 중심으로 북극권 투어와 겨울 개썰매, 오로라 관광이 가능한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 유빙을 들고 신기해 하는 외국 여행자.
피켈과 아이젠에 의지하여 마타누스카 빙하 벽을 오르고 있는 빙하 전문가.
지구 온난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유빙의 최후, 콜롬비아 빙하에는 유빙이 표류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알래스카의 빙하에 다가서는 것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선물이다.

앵커리지를 벗어나 야생의 자연으로 나선다. 팔머(Palmer)를 거쳐 마타누스카(Matanuska) 빙하지역으로 향한다. 앵커리지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마타누스카 빙하는 팔머를 지나 동쪽으로 난 1번 글렌 하이웨이(Glenn Highway)를 달리면 우측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만년 동안 알래스카 산을 깎고 평지를 다져온 얼음의 강. 그 고요히 움직여 온 유빙의 흔적 위를 20년 빙하 전문가와 함께 트렉 슈즈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세월의 흔적 위를 걷는다. 온통 진흙으로 덮여 있는 진입로의 빙하는 얇은 진흙 막을 걷어내면 수만년 세월의 빙하가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젠의 톱니를 빙하 위에 찍어가며 마타누스카의 빙하 몸체 위에 선다. 빙하 곳곳엔 유빙과 크레바스, 빙하 동굴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깊은 빙하 동굴에 빠져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으므로 빙하를 걷는 일은 세심한 주위를 요한다. 태양이 구름을 걷어내고 광선을 발하자 빙하의 색깔이 에메랄드처럼 빛난다. 빙하의 끝자락에서 그 중심부로 옮겨가며, 거대한 빙하의 속살을 마주한다. 빙하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빙하수를 마시면 온몸이 짜릿하고 상쾌하다. 피켈로 빙하를 찍으며 거대한 빙하 벽을 오르기도 하고, 빙하 계곡을 거닐며 수억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남쪽으로는 호머(Homer), 북쪽으로는 토크(Tok)까지 이어지는 알래스카 1번 도로가 동북쪽으로 시원스레 뻗어 있다. 고요한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로 가기 위해 내륙의 숨은 보석, 발데즈(Valdez)로 향한다. 글렌 하이웨이를 가로질러 다시 남쪽 거대한 추가치 산맥(Chugach Mountains)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광활한 남부 내륙 산악지대를 지나고, 리차드슨 하이웨이를 종단하면 내륙의 고요한 해양 생태계 발데즈에 도착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증가하는 시기의 알래스카는 해의 길이도 길어진다. 새벽 1시나 되어야 어둠이 찾아들고 다시 새벽 3~4시쯤 되면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백야 현상이 지속되는 이 시기는 푸르른 자연이 넘실거리고, 야성의 동물들도 잠에서 깨어난다. 6월, 그리즐리 곰이나 블랙 곰도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살찐 연어를 먹기 위해 수로가 좁은 강기슭에 자리를 잡고 주린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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