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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 불편함에서 묻어나는 힐링의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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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여행자를 끌어들일 만한 번뜩이는 상품도 아이디어도 마케팅도 없다. 게다가 그런 요소를 필요로 하지도 만들려고도 않는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 거리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사과 먼저 건네야겠다. 다만 여행이 휴식이자 삶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면 중앙 몽골로 가라. 그곳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날 것 그대로의 '대자연'이 있다.

여행자에겐 불편한 '행복'의 나라

몽골 여행은 사실 쉽지 않다. 그곳에 닿기까지는 감수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여행자들의 수요가 낮은 만큼 비행기 운항이 몇 대 되지 않아 비용이 비싸고, 출국 전 미리 관광 비자도 발급 받아야 한다. 기후 조건을 고려, 여행에 적합한 시기는 일년 중 6월에서 8월 단 3개월뿐이다. 수도 울란바토르는 몽골에서 가장 모던하고 발전된 도시이지만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영어 가이드도 없는 곳이다. 따라서 몽골을 제대로 여행하려면 패키지 상품, 또는 여행자들끼리 팀을 꾸려 지프차와 운전사, 가이드를 고용해야 한다. 여행의 고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여행을 하는 며칠 동안은 울퉁불퉁한 길을 내달리는 지프 속에서 울렁거리는 어지럼증에 시달려야 한다. 먹거리는 또 어떠랴. 황폐한 몽골 땅에서 나는 채소의 종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그 수량이 적어 낙후되어 있고, 한국 사람 이라면 냄새에서 먼저 반감을 표시하게 되는 낯선 양고기와 말고기가 그들의 주식이다. 그렇다. 몽골은 여행자에게 불편한 나라다. 하루하루 제 살기도 바쁜 몽골 사람들인데 어디 여행자를 돌볼 겨를이나 있겠는가? 불충분한 여행요소의 범위가 엄연히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로 떠나고자 부추기는 필자의 심산은 오로지 '사는 것'에 초점 맞추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몽골에는 여행자를 위한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없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행복하게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중앙 몽골 거점 도시, 카라코럼

↑ 카라코럼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여행 팀이 꾸려졌다.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만난 여행자들끼리 의기투합해 코스를 정하고 게스트하우스 사장의 도움으로 지프차와 운전사를 고용했다. 캠핑에 필요한 장비까지 모두 대여를 마치고 울란바토르에서 중앙 몽골 전역을 둘러 볼 여행길에 올랐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난지 채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몽골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대초원의 풍경이 창 밖을 가득 메웠다. 초원 한 가운데 띄엄띄엄 자리한 유목민들의 삶의 터전 게르(Ger)는 낯설지만 반가운 모습이다. 굽이굽이 언덕진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수십 번 지프차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여행자들의 식량과 짐이 한데 뒤섞여 혼잡함을 만들고 난 뒤에야 중앙 몽골의 거점 도시인 카라코럼(Karakorum)에 당도했다. 울란바토르에서 370km 떨어진 이곳은 지프차로 5~6시간 안팎 소요됐다.

카라코럼은 13세기 중엽 고대 수도로서 과거의 위엄은 사라졌지만 역사적 위용을 엿보는 건 어렵지 않다. 징기스칸(Genghis Khan)은 1220년 이곳의 오르콘(Orkhon)이라 불리는 골짜기에 몽골제국의 수도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그가 죽은 뒤 그의 아들 오그다이 칸(Ogedai Khan)에 의해 카라코럼은 세워졌다. 이곳이 수도로 사용된 것은 지금의 중국 베이징으로 고대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인 40년간이 전부다. 이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몽골제국과 더불어 만주병사들의 의해 카라코럼의 위엄도 사라지게 됐다. 카라코럼이 다시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 건 1586년 몽골 최초로 지어진 불교 수도원인 에르데니 주(Erdene Zuu)가 들어서면서부터다. 1700년대 100여 개의 사원과 1만명이 넘는 수도승이 거주하면서 몽골뿐 아니라 아시아 전 지역에 불교계의 화려한 꽃을 피웠다. 1930년대 들어서 사회주의 정부의 종교 억압 정책으로 수도원은 폐허 직전까지 가게 됐으나 1990년대 민주주의 체제의 시작으로 수도원은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게 됐다. 수도원 성벽을 따라 나란히 이어진 108개의 사리탑, 수도원 바깥쪽 벽에 세워진 2개의 거북이 모양 바위, 부처의 생애를 유아·청춘기·성인 세 단계로 나눠 모신 3개의 신전 등은 카라코럼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지고 치장되어진 것들이다. 현재 이곳은 몽골의 대초원에서 여행자에게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기행지 중 하나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유목민의 단출한 삶

↑ 몽골에서 만난 유목인

흥망성쇠를 반복한 카라코럼의 역사에서 변치 않은 것은 몽골인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일 게다. 몽골의 광활한 대초원을 상상하며 몽골에 온 여행자들 사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었다.

"정말 대초원뿐이에요. 불빛도, 식수도, 전기도 없다니 도대체 믿을 수가 없군요." 몽골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산다.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으로부터 얻는다. 식수를 구하기 위해 매일같이 한 두 시간 걸어 골짜기 물을 길러오는 수고스러움을 당연하게 여긴다. 필자 또한 여행을 하는 동안 물이 필요할 때면 골짜기까지 걸어가곤 했다. 그들이 생활하는 게르 안엔 그 흔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의 가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출한 침대와 이불, 옷 가지 몇 벌, 음식을 위한 낡은 조리도구 등이 전부다. 문명의 기기가 아직 닿지 않은 대초원의 순수민족,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유목민족의 삶은 여행자의 호기심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몽골인들이 유목민족으로 사는 데에는 기후의 영향이 크지만 그보다 가축을 염려하는 민족적 성향이 먼저다. 그들에겐 양, 말, 젖소, 낙타, 염소로 대표되는 다섯 종류의 가축이 있다. 특히 자신이 키우는 말에 존경심을 표할 정도로 말에 대한 애착심이 강하다. 몽골인들은 대개 일년에 2~4번에 걸쳐 이동을 한다. 가축을 방목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나서기 위함이다. 이는 가축을 생산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구조도 한 몫 한다. 먹거리의 재료를 구할 수 없는 혹독한 추위가 시작될 무렵이면 가축 한 마리로 온 가족이 반년 동안 지속되는 기나긴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이방인의 방문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유목민을 만나고 게르 안을 둘러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따끈한 수테차(Suteychai, 우유와 차를 혼합한 몽골 전통차) 한 잔을 건네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몽골인들에게 '행복'은 욕심 내지 않았기에 생겨난 것이리라.

인간보다 동물이 먼저인 국립공원

중앙 몽골 오보칸가이(Ovorkhangai) 지역은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고원과 사막 속을 징기스칸이 내달렸을 상상이 품어지는 곳이다. 툴강(Tuul River) 유역을 따라 흐르는 계곡과 골짜기, 호수의 풍경, 높다란 바위산이 그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다. 지프차에 몸을 맡기고 험한 언덕길을 달린 끝에 대자연의 광활함이 느껴지는 쿠우노 칸 마운틴(Khugnu Khan Mountain) 국립공원에 닿았다. 이곳엔 산뿐 아니라 숲과 사막, 미네랄 물의 원천지가 자리한다. 듬성듬성 뿌리를 내린 나무가 비옥한 땅을 대신 설명해주며 초원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의 모습은 한가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 국립공원은 애초 야생 말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다. 620헥타르 대규모 땅에 풀을 심어 초원 단지를 가꾸고 야생 말이나 동물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립공원 근처에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말을 대여하는 유목민들이 더러 있다. 하루 혹은 1박 2일 코스로 말을 대여해 지역 일대를 둘러보는 승마 여행을 추천한다. 유목민들이 말을 끌어주면서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승마 경험이 없어도 상관없다.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유목민들과 의사 소통에 불편함이 있으니 바디 랭귀지에 집중할 것. 승마 여행은 여행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지만 무엇보다 유목민들과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보람된 경험까지 챙길 수 있다.

여행정보

이동하는 법 인천공항에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비행기를 이용하자. 울란바토르에서 하루 이틀 묵으며 대초원의 여행 준비를 해야 한다. 몽골 전역을 여행자 혼자 다니기엔 적합하지 않다. 울란바토르 도심에 즐비한 여행사 혹은 호텔에서 운영하는 여행 에이전시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여행코스를 찾아볼 수 있다. 이때 기존에 짜여진 패키지 프로그램보다 자신이 원하는 루트에 맞춰 여행자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지프차나 운전사, 가이드는 여행사에 문의하면 쉽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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