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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케이프타운 : '희망봉' 가는 산책로 아프리카 펭귄 3000마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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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케이프타운

구름이 내려앉은 테이블 마운틴 정상의 모습. 현지인들은 “최후의 만찬을 위한 식탁보가 깔렸다”고 묘사한다.
구름이 내려앉은 테이블 마운틴 정상의 모습. 현지인들은 “최후의 만찬을 위한 식탁보가 깔렸다”고 묘사한다. / 신수지 기자

인천에서 도하로, 도하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스무 시간의 비행은 여름을 겨울로 바꿔 놓았다.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아프리카의 끝 남아프리카. 그곳에서도 최남단에 있는 케이프타운에 발을 딛자 왜 이 나라가 '아프리카의 유럽'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웅장한 자연은 아프리카 그 자체지만, 해안을 따라 늘어선 고급빌라와 잘 정돈된 도심은 지중해의 한 휴양도시를 옮겨놓은 듯했다.

남아공 사람들은 케이프타운에서 자신들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하여 이곳을 '마더 시티(Mother City)'라고 부른다. 1488년 포르투갈 선장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 이래 500여 년에 걸친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침략사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마더 시티'의 관광은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에서 시작된다. 산 정상 부분이 칼로 뚝 잘라낸 듯 평평해서다. 산 아래에는 바닥이 360도로 회전하는 리볼빙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어 5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광활한 축구장 같은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 오르면 한쪽으로는 대서양이, 반대쪽으로는 케이프타운 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관광객들은 절벽 끝마다 걸려 있는 전망대에 서서 저마다의 감회에 젖는다. 연인들은 바위에 걸터앉아 와인 잔을 부딪치며 사랑을 속삭인다. 맥주라도 한 병 가져올 걸. 못내 아쉬웠다.

테이블 마운틴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는 구름도 한몫한다. 12개의 바위가 이어진 '12사도 봉우리'에 어김없이 구름이 내려앉았다. 현지인들은 "최후의 만찬을 위한 식탁보가 깔렸다"고 했다. 호화요트 즐비한 워터프런트 항구를 품은 테이블 베이(Table Bay)를 굽어 보았다. 바다 한가운데에 동전만 한 크기로 보이는 작은 섬이 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거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간의 수감생활 중 18년을 갇혀 지낸 섬 로빈 아일랜드다. 테이블 마운틴의 장엄한 실루엣을 바라보며 언젠가 본토로 돌아갈 희망을 품었다는 만델라의 연설을 곱씹어본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테이블 마운틴의 서쪽 봉우리인 라이온스 헤드의 명소 시그널 힐로 향했다. 언덕 끝에 도착하자 낮 동안 케이프타운을 적시던 태양이 지면서 하늘이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그 아래 검은 바다가 출렁이고, 발밑으로는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도시의 밤이 펼쳐진다. 하늘을 수놓는 레이저 빔이나 형형색색의 조명을 자랑하는 마천루도 없는데 그 어떤 도시의 야경보다 특별했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깎아지른 절벽과 해안선 절경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진다. 희망봉을 찾아가는 길이다. 가는 길 볼거리도 많다. 12사도봉을 병풍처럼 두른 호화 해변 '캠스 베이'를 지나면 '호우트 베이'다. 여기서 유람선을 타고 20여 분 파도를 가로지르면 수천 마리 물개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호우트 베이와 희망봉 중간에 위치한 볼더스 비치에는 펭귄이 산다. '동물원'이 아니라 진짜 '서식지'다. 바다까지 70m가량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을 3000여 마리 펭귄떼가 뒤덮고 있다. '자카스 펭귄'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펭귄으로 남극의 '황제 펭귄'보다 훨씬 작고 깜찍하다.

어느새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다. 대서양과 인도양의 접점. 궤도열차를 타고 전망대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서단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 보인다. 처음 명칭은 '폭풍곶'이었다. 난류와 한류가 부딪치며 변덕스러운 날씨를 연출해서다. 대륙 끝에 뾰족하게 솟은 이 봉우리를 찾아내기 위해 목숨 바쳤을 수많은 바다 사나이들을 떠올린다. 희망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더 이상 갈 곳 없는 대륙의 끝에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가는 길

남아공은 직항이 없다.카타르항공(www.qatarairways.com/kr)은 인천에서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경유해 케이프타운(주7회)과 요하네스버그(주14회)로 가는 노선을 제공한다. 카타르항공의 도하~남아공 전 노선에는 차세대 항공기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투입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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