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미비아 : 사막 언덕을 달린다… 다시 가슴이 뛴다

반응형

'모터링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나미비아 자동차 여행

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 건 다름 아닌 독일 자동차 회사 BMW다. 자신들의 자동차를 가장 멋진 곳에서 체험하게 하겠다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그러나 웬만한 여행사 프로그램보다도 내용이 충실하게 잘 짜여 있고, 프리미엄 자동차에 걸맞은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어 만족도가 높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멋진 드라이빙 루트를 발견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계속해서 여행 루트와 프로그램을 개발해내고 있다. 자동차라는 기계장치뿐 아니라 그 자동차가 달리는 '길'과 '여행지'에 대한 연구를 아끼지 않고, 소비자와 공유하려고 한다는 마음가짐도 놀랍지만 일단,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고 나면, 독일 차가 좋은 이유는 단순히 엔지니어링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차를 즐기는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질 정도다.

나미비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인구의 절반이 하루 1.25달러의 빈곤선(poverty line·貧困線) 아래 산다거나, 성인 인구의 15%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거나 하는 부분에 눈이 가겠지만, 이 여행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내전이나 황열병, 재래식 화장실, 아프리카 음식에 대한 걱정도 필요 없다.

아직도 태고적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부시맨의 마을
아직도 태고적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부시맨의 마을, 야생 타조와 사자는 물론이고 물에 발 담그러 가다가 물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악어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 사진=신동헌·이명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BMW의 대형 SUV인 X5를 타고 진행되는 일주일 일정의 이 드라이브 여행은 '아프리카'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BMW가 안전과 만족도를 충분히 고려해서 '여행의 끝'을 목표로 만든 여행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을 좋아하거나 평범한 휴양지 여행에 물린 사람에게는 최고다.

사막을 내달리다 차창 밖을 바라보면 바로 옆에서 타조떼 수백 마리가 달려가는 장관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 바위산을 오르다가 얼룩말이 바위 위로 점프하는 모습을 봤는데, 만약 나미비아에 가지 않았다면 평생 얼룩말은 초원에만 사는 줄 알았을 것이다. 높다란 SUV보다도 크게 자란 갈대를 헤치며 달리거나, 단단한 모래 덕분에 해안선을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무 모래사장이나 달리려고 했다가는 SUV라고 해도 파묻히기 십상이다). 널따란 초원 위에 생뚱맞게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 위에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서 핑크색과 오렌지색, 보라색으로 변해가며 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길 안내와 운전교육을 맡은 교관이 아이스박스에 든 포도주를 꺼내온다. 느릿느릿 지는 아프리카의 태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와인은 정말이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경험이다. 다음 날에는 사자가 누워 있는 모습이 빤히 보이는 곳에 평상을 펴더니만 '끝내주는 아이스 와인'이라면서 모두에게 잔을 건넨다. 사자가 덤비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어제 영양을 잡아먹어서 오늘은 사냥 안 한단다.

 / 사진=신동헌·이명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사진=신동헌·이명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아프리카의 대지 위에 우뚝 솟은 바위 산 정상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색상의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잔
아프리카의 대지 위에 우뚝 솟은 바위 산 정상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색상의 석양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잔. / 사진=신동헌·이명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19세기 아프리카를 개척하던 탐험가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사구(砂丘)를 달리다 보면, 지구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위는 하늘, 아래는 모래인 곳에서 담배 한 모금 태우려고 차에서 내렸더니 노란 도마뱀이 신기하다는 듯이 모래 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본다.

아직도 태고적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부시맨의 마을, 야생 타조와 사자는 물론이고 물에 발 담그러 가다가 물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악어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아직도 태고적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부시맨의 마을, 야생 타조와 사자는 물론이고 물에 발 담그러 가다가 물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악어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 사진=신동헌·이명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아직도 태고적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부시맨의 마을, 야생 타조와 사자는 물론이고 물에 발 담그러 가다가 물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악어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아직도 태고적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가는 부시맨의 마을, 야생 타조와 사자는 물론이고 물에 발 담그러 가다가 물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악어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 사진=신동헌·이명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모터링 저널리스트 신동헌의 나미비아 자동차 여행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야생 돌고래와 바다사자의 재롱을 보다가 나미비아의 특산물인 굴로 배를 채우거나 사막 한복판에 촛불 수천 개를 놓아 꾸민 간이 레스토랑(?)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등 일정 동안 준비되는 식사 한 끼 한 끼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훌륭하다. 대체 이 역동적이고 감성적인 여행을 기획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우리 일행의 뒤치다꺼리를 맡았던 인스트럭터(강사) 팀이 수줍게 손을 든다. 독일계 나미비아인인 그는 이 여행의 베이스캠프인 오카푸카 목장 주인인데, 이 목장에 고용됐던 주방장이 독일에 돌아가서 '나미비아의 아름다움'을 역설한 것이 BMW 관계자 귀에까지 들어갔고, 결국 이 여행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우리 그룹은 아버지를 모시고 온 아들, 은퇴여행을 온 부부 등 네 명의 독일인과 네 명의 중국인, 그리고 네 명의 한국인으로 구성됐는데, 최근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부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비행기 값을 제외하고 약 490만원(4190유로)의 참가비가 들지만,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절대 그 돈으로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과 추억을 얻게 된다. 이 여행을 갔다 오면 한동안은 지나가는 BMW X5만 봐도 아프리카가 떠올라 괴로울 정도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