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시아/스리랑카

스리랑카 콜롬보 : 휴가 D-100 '미리 휴가' 어떠세요? 콜롬보

반응형

깨달음 향한 긴긴 행렬… 밤이 되면 산은 빛이 된다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산 애덤스 피크. 성경 속 아담이 지상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곳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밝혀주는 불빛에서 극도의 아름다움을 얻는다.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산 애덤스 피크. 성경 속 아담이 지상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곳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밝혀주는 불빛에서 극도의 아름다움을 얻는다. /케이채 제공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는 여느 동남아의 대도시와 다르지 않게 크고 복잡하며 또 시끄럽기도 하다. 높이 솟아오른 빌딩과 그 아래로 골목 사이사이 펼쳐진 전통시장들, 사찰 그리고 넘쳐나는 자동차와 뚝뚝(Tuktuk·오토바이에 인력거를 매단 형태인 대중교통 수단)들까지. 그래서일까. 콜롬보에 오래 머무르는 관광객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 남쪽으로 향하면 아름다운 해변과 푸른 바다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북쪽으로 향하면 유명한 사찰과 역사적인 옛 도시의 흔적이 있다. 이 나라가 가진 의외의 매력을 분명하게 느끼고 싶다면 스리랑카 중심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스리랑카의 심장, 넘쳐나는 산과 숲 그리고 푸름으로 가득한 이 지역은 종교의 구심점 격인 캔디부터 작은 영국이라 불리는 누와라 엘리야, 거기에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엘라에 이르기까지 작지만 개성 있는 마을로 가득하다. 그 많은 아름다운 산중에도 우뚝 솟아오른 하나의 산이 있다. 밤이면 어둠에 휩싸이는 다른 산들과 달리 오히려 밤이 찾아오면 그 무엇보다 빛나는 산이 있다.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 번은 정상으로 향한다는 성지, 애덤스 피크(Adam's Peak)다.

애덤스 피크라는 이름은 성서 속 '아담'이 천국으로부터 쫓겨났을 때 처음 지상에 발을 내디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양인들에게나 통하는 말일 뿐 스리랑카인들은 이곳을 스리파다(Sri Pada)라고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극락을 향하며 지상에서의 마지막 발자국을 떼어냈던 곳이 이곳이라 한다. 종교에 따라 누군가에겐 첫 번째, 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발걸음의 장소로 여겨지는 곳. 그 어느 쪽 이야기를 믿든지 간에 스리랑카인들에게 애덤스 피크는 신성한 성지로 여겨져왔다. 주말이나 스리랑카인들이 축일로 여기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낮이 아닌 밤에 이 산을 오르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이 산의 정상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바라보기 위해 새벽 2시쯤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고는 한다.

스리랑카 사람들과 호흡하고 싶어 일부러 주말을 골랐고,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체력을 감안해 새벽 2시가 아닌 밤 12시에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비록 어두운 밤이었지만 지상에서 정상까지 가는 길목은 모두 불로 밝혀지고 있었다. 처음 하나둘 낮은 계단을 올라갈 때에는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단들의 높이는 더 길어지고 경사는 더 급격해져 갔다. 문제는 두세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끝이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거의 절벽을 오르는 느낌일 정도로 계단의 경사는 심해져만 갔고, 옆의 난간을 붙잡고 안간힘을 다해 아주아주 조금씩 올랐다. 주위를 지나던 많은 스리랑카 사람은 응원을 해줬고, 하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불쌍히 여긴 많은 이들이 뒤에서 내 등을 밀어주기도 했다. 그 응원에 감사하면서도 여전히 너무나도 느리게 한 계단씩 오르는 내 옆으로 칠순도 넘은 현지인 할머니들이 계단을 휙휙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밤이고 불이 있어도 어두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낮이었다면 더더욱 민망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애덤스 피크에서 만난 현지 아이.
애덤스 피크에서 만난 현지 아이. /케이채 제공

일반적으로 대부분 4시간이면 정상에 오른다고 한다. 나는 6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사람들로 이미 좁은 정상은 가득 찬 상태였고, 해는 조금씩 하늘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아름다운 일몰도 모두 좋았지만, 그것보다 그 힘든 길을 이 사람들과 함께 걸어왔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사람들에게 치여 제대로 된 일출 사진을 찍을 위치를 잡을 수 없었지만 화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사랑한 애덤스 피크의 사진을 이미 얻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등반 2시간쯤 지났을 때 나는 길을 잘못 들었고 30분을 낭비해야만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잘못 든 길에서 내가 원하는 애덤스 피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상을 향하는 길목이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진, 그 위로 아름다운 별들이 빛나는 바로 그 장면 말이다. 내가 원하던 애덤스 피크의 모습을 담았는데도 난 여전히 정상을 갔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마치 그 사진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올라간 것과 같았다. 정상에서 사람들에게 치여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지만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앞으로 90일 넘게 기다리고 있는 긴 여정을 이겨내기 위한 어떤 힘을 얻은 기분이었다. 애덤스 피크를 오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마치 하나의 수양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언젠가 당신도 애덤스 피크에 오른다면 올라가는 동안에 참 많이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그 순간 분명 내 마음을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

여행수첩

대한항공에서 수도 콜롬보로 향하는 직항을 운행하고 있다. 비자는 공항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데 더 편한 여행을 위해선 온라인에서 e비자를 발급받는 것도 가능하다. 스리랑카의 산악지역에는 대부분 기차가 운행하지만 애덤스 피크까지 가는 기차는 없다. 가장 가까운 역인 해튼(hatton)에서 내려 버스 등의 다른 교통수단을 통해 가장 가까운 마을인 댈하우지(dalhousie)로 향하면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