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남태평양 : 본능과 이성의 교감

반응형

좋은 여행은 어떤 여행일까? 단순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여행의 포화상태인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는 특별한 여행법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누구나 가고 누구나 경험하는 그런 여행이 아닌 진짜 좋은 로맨틱 감성 여행. 그 첫 번째로 남태평양을 선택했다.

탄나섬의 환상적인 스노쿨링
탄나섬의 환상적인 스노쿨링


힐링하러 갔다가~ 힐난하며 오지요?

이제는 여행을 떠날 ‘시간’이 없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여행은 생활이 됐다. 숨 막히게 치열한 일상생활에서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팍팍 늘어가듯 쌓이는 스트레스는 누구라도 여행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마치 단박에 치료되는 만병통치약처럼 말이다. 그러나 과연 진짜 치유가 될까? 남들 다 가는 곳으로의 여행은 어쩌면 똑같은 일상의 연장일 뿐일지도 모른다. 치유하러 갔다가 여행을 통해 얻은 스트레스를 또 치유해야 한다면 여행은 치유되지 않는 치유를 찾아 떠나는 고행의 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유럽이나 동남아 일대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가 게르만족이나 바이킹족의 후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띠를 두르고 마치 정복하려는 듯이 여행지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이 금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현지에서 부동산업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돌아와 부러워하는 지인들에게 무얼 봤는지 모르겠다며 돈 아깝다고 거드름을 피우기 일쑤. 이런 사람들을 힐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여행은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곳에 가기 위해서는 그곳의 경치와 소소한 역사를 눈으로, 그곳의 현지 음식을 입으로, 그곳 사람들의 말을 귀로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요즘 흔히 대세로 통하는 <꽃보다 할배>가 시청자들의 감춰져 있던 감성을 끄집어내게 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나타난다. 바로 한식을 고수하는 것. 한 달 이상 장기 체류하는 것도 아닌데 꼭 한식을 먹어야 할까? 출연자들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끓이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그 나라의 다양한 로컬 음식의 좌충우돌 시식기까지 담았다면 정말 나무랄 데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지만 좋은 여행을 하고 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다행인 것은 답답한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당신은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왕 떠나는 여행,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으로 다녀오는 것은 좀 아깝지 않을까?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사모아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사모아


꿈의 여행이 현실로~

흔히들 꿈의 여행을 묘사하는 말 중에 ‘낙원(Paradise)’, ‘이상향(Utopia)’, ‘에덴(Eden)’, ‘샹그릴라(Shangri-La)’라는 미사어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 단어를 누가 먼저 쓰게 됐는지 혹시 아시는지? 그것은 바로 무궁무진한 호기심 때문에 전 세계 미지의 땅을 정복하고 다녔던 유럽 사람들이 남태평양을 발견하면서 그 놀라움에 내뱉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남태평양의 이상향을 꿈꾸기 시작했다. 한 편은 국내에는 71년에 첫 개봉이 됐지만 필자는 어린 탓에 80년대가 돼서야 볼 수 있었던 조슈아 로건 감독의 <남태평양(South Pacific)>이라는 뮤지컬 영화였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만큼 ‘발리 하이(Bali Hai)’, ‘해피 토크(Happy talk)’ 등 명곡의 선율이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아직도 귀에 선하다. 미군들이 주둔해 있던 섬에서 낙원이라고 불리는 ‘발리 하이’라는 섬은 예쁜 원주민 여인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병사들에게 꿈의 섬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장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주인공인 케이블 중위를 보고 한눈에 반해 자신의 딸과 혼인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원주민 여성 블러디 메리가 ‘발리 하이’ 섬을 가리키며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한 신비의 섬.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섬.
그곳이 바로 발리 하이~ 
그 섬이 당신을 부르네. 
내게로 와요~ 내게로 와요 하며~”


그리고 블러디 메리를 따라 발리 하이 섬으로 들어간 케이블 중위는 그녀의 딸인 리아트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기 딸의 행복을 위해 어떤 방법을 써서든 케이블 중위를 전쟁터로 보내지 않고 붙잡고 싶었던 블러디 메리. 그런 그녀의 소망이 담긴 ‘해피 토크’라는 노래. 리아트가 손가락을 예쁘게 움직이면서 폴리네시안 댄스를 추고, 케이블 중위와 함께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 압권 중의 압권. 비록 케이블 중위가 끝내 전사하면서 비극으로 끝나지만 블러디 메리가 불렀던 노래 ‘발리 하이’는 나를 남태평양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비록 나중에 남태평양이 아닌 하와이, 스페인, 말레이시아의 섬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큰 상처를 받았지만….)

탄나섬의 화이트그래트 탄나공항에 도착
탄나섬의 화이트그래트 탄나공항에 도착

또 다른 한 편은 1980년에 TBC에서 방송했던 영화 <벤허>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만든 <낙원으로 돌아가라(Return to Paradise)>라는 영화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게리 쿠퍼와 로베르타 헤인즈가 주연한 영화로 실제 남태평양의 섬인 ‘사모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정의감 넘치는 게리 쿠퍼가 백인 선교사로 군림하며 섬 주민을 학대하는 악덕 성주(城主)를 몰아내고 원주민 처녀인 로베르타 헤인즈와 사랑하며 원주민들과 함께 섬을 지켜나간다는 내용으로 사모아의 아름다운 경치에 눈이 빠져라 몰두하던 기억이 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