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가볼까… 日 교탄고 바닷가의 '트리 하우스'

유네스코서 손꼽은 명승지…계단 타고 뱅글뱅글 올랐더니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트리 하우스
바람처럼 살고 싶다, 새처럼 살고 싶다. 아스팔트 키드는 난생처음 만나는 비밀의 집에 환호한다. 녹음 우거진 후박나무를 나선형으로 돌아 트리 하우스에 오른다. 용의 승천을 빗대 지었다는 교토 교탄고 트리 하우스. /사진=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형님, 내가 이 집을 지킬거야."

'님'이란 의존명사를 습관적으로 남발하는 여섯 살 경훈이가 나무 계단을 뛰어올라 간다. 네 살 위 형 경하는 바닷가에서 주운 후박나무 가지 하나를 들고 마치 보병의 소총인 양 의기양양이다. "빠바바방~, 빠바바방~ 그래, 우리가 지키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에 중독됐던 아스팔트 키드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 여기는 일본 교토 최북단에 있는 교탄고시(京丹後)시의 바닷가 트리 하우스(Tree House).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나무 위의 집'에 형제는 흥분했다. 녀석들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자연의 집이다. 트리 하우스는 곧 개구쟁이들만의 비밀 은신처가 됐다.

트리 하우스
나무로 만든 현판에는 ‘용의 보금자리’(Dragon’s nest)라고 적었다./사진=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아이들과의 여행은 모든 아빠의 숙제다. 게다가 숲과 바다보다 미끄럼틀과 워터파크를 더 좋아하는 도시의 소년 소녀들이라면 부모는 더욱 난감하기 마련. 그러던 중 읽은 일본 건축가 고바야시 다카시의 '트리 하우스'(살림출판사)가 자극이 됐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낯선 나무 위의 집. 이 책은 일본 트리 하우스 최고의 전문가가 직접 지은 20여채에 대한 매혹적인 리포트다. 그중 교탄고의 트리 하우스에 시선이 멈췄다.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리 하우스라니. 굳이 허클베리핀과 톰소여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자연으로의 모험과 교육이 동시에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저비용 항공사들의 선전(善戰)으로 부지런히 서둘러 예약하면 15만원 안쪽으로도 오사카까지의 왕복 비행기표가 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교탄고 트리 하우스는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40분, 북쪽으로 157㎞ 떨어져 있었다. 일본 교토의 최북부, 동해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인구 1만여명에 불과한 이 호젓한 바닷가 마을의 이름은 구미하마(久美浜). 오래도록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의미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풍광이었다. 아름다운 암석과 지층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선정 지오파크로 공인받은 명승(名勝)이기도 하다. 트리 하우스는 바다가 구미하마의 땅을 소심하게 파고들어 온 자그마한 만(�)에 자리 잡고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좁은 비탈길과 오솔길을 세 번 돌았을 때 건너편 벼랑의 커다란 후박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였다. 16m 높이의 후박나무 중간쯤에 숨어 있는 비밀의 집. 입구에는 용틀임 문양의 나무 기둥 두 개가 대문을 상징하고 있었다. 나선형 나무 계단을 올라 뱅글뱅글 돌아 올라가자 스테인드글라스로 멋을 낸 출입문이 나왔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앙증맞은 나무 현판이 반겼다. 필기체로 'Dragon's nest'(용의 보금자리)라고 적혀 있다. 그러고 보니 입구부터 계단, 문 손잡이까지 모두 용이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다

교토 료칸 가덴쇼의 야외 온천.
사진은 교토 료칸 가덴쇼의 야외 온천./사진=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어른 댓 명도 충분히 쉴 수 있게 벤치까지 마련한 나무집 안에는 커다란 통유리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바다. 한쪽 벽면 전체가 푸른 바다다. 녀석들이 탄성을 지른다. 뒤로 돌자 조각조각 창(窓)이 있다. 하나의 창은 초록 잎이 가득, 또 하나의 창은 푸른 하늘이 가득이다.

미리 약속했던 교탄고시의 가와구치 마사히코(川口 誠彦) 기획정책과장이 트리 하우스의 역사를 들려줬다. 작은 해변 마을 여섯 개를 합쳐 새로운 시가 탄생하면서 새 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가 됐다는 것. 낙후된 지역 경제를 관광 활성화로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캐치프레이즈는 일본 유일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트리 하우스.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무료 개방. 트리 하우스는 2008년 6월에 완성됐다. 마사히코 과장은 그즈음 있었던 한국과의 흥미로운 인연도 들려줬다. 한참 트리 하우스 계획을 추진하던 2007년 구미하마 인근 해변에서 플래카드 한 장이 발견됐다는 것. 플래카드에는 한글로 '축 삼호동 출범'이라고 적혀 있었다. 수소문한 결과 울산 남구의 한 마을이 삼호동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내건 경축 플래카드였다는 것. 이를 인연으로 교탄고시는 울산 삼호동과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했다. 트리 하우스 앞 바다로 800㎞를 달리면 울산이다. 그는 플래카드가 한국에서 헤엄쳐 온 선물이라고 했다.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로 갈등을 자초하고 있는 이들의 모국과는 별도로 개인과 민간 영역의 우의와 관계는 따로 정립해야 할 필요를 재삼 확인한다.

다음 날 동트기 직전 잠든 아이들을 뒤로하고 조용히 트리 하우스를 찾았다. 잠시 멈춰 서 바람을 느끼고, 숲의 향기를 맡고,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의 모험과 교육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스스로 먼저 치유받는 자신을 느낀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소년이 그 안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중이다.

여행수첩

▲저비용 항공사들이 많아지면서 항공 요금도 많이 저렴해졌다. 피치항공 세일요금의 경우 평일 인천~오사카는 6만7800원(유류할증료·공항 이용료 포함)부터 시작한다.

▲트리 하우스는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157㎞. 자동차로 2시간 40분 거리다. 미리 예약하면 한국어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렌터카를 공항에서 빌릴 수 있다. 도요타 렌터카(rent.toyota.co.jp) 전화: (81)3-5954-8020. 여행박사(070-7017-2074) 등 국내 여행사들은 수수료 2만원을 받고 예약 대행도 해 준다. 기차로는 오사카역에서 출발, 도요오카(豊岡)에서 한 번 갈아탄 뒤 구미하마(久美浜)역에서 내린다. 3시간 33분. 요금은 3310엔.

▲트리 하우스 이용은 무료다. 단 트리 하우스에서 1㎞ 떨어진 소박한 식당 겸 료칸 후란노 야카타(風蘭の館)에서 예약해야 한다. 전화: (81)772-83-1033. 주소는 교토부 교탄고시 구미하마초(京都府京丹後市久美浜町) 518-1. 식사나 숙박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메밀국수(소바)가 빼어난 집이다.

▲교탄고 시는 일본 교토부의 최북단. 교토와의 직선 거리는 90㎞, 오사카와는 190㎞다. 이 지역 관광지로는 모래 해변 고토비키하마(琴引浜)가 있다. 걸으면 석영 모래가루가 부딪혀 소리를 낸다는 국가 지정 명승이다. 특산 쌀의 밥맛이 일품이고, 게 요리가 맛있다. 인근에는 영양소 풍부하다고 이름난 저지(Jersey) 소 밀크 공방(工房) '소라'가 있다. 직접 키운 소로 그날 아침 짜낸 우유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를 판매한다. 공방소라(工房そら) 전화: (81)86-421-0961. 자동차로 모두 10분 이내 거리다.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 아라시야마의 전통 료칸 가덴쇼는 전철 아라시야마(嵐山)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 가덴쇼(花�抄)는 일본 전통극에서 연기자가 피워내는 신비로운 꽃에서 유래한 이름. 1층에서 다양한 유카타를 투숙객이 골라 무료로 빌려 입을 수 있다. 전화: (81)75-863-0489. 석식과 조식 포함 2인 1박에 36000엔.

▲하루카스 300은 오사카 지하철 덴노지(天王寺)역과 붙어 있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50분 거리. 연중무휴. 요금은 성인 1500엔, 초등생 700엔. 전화: (81)6-6621-0300 www.abenoharukas-300.jp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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