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떠나는 뉴욕 공원 여행
멜로영화 단골센트럴파크의 아이스링크장
영화 '빅'에 나온 'F.A.O 슈월츠' 장난감 가게

'뉴요커(Newyorker)'가 대체 뭐길래. 시카고나 오하이오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특별히 없어도 뉴욕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부르는 뉴요커란 단어는 이미 고유 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뉴욕에 사는 미국 작가 조시 킬러-퍼셀은 "나는 절대 뉴욕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뉴요커가 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이 도시에서 죽는다면 자격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뉴욕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조차 '뉴욕'이란 지명에 설레고 뉴요커를 동경한다. 영화의 배경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시도 뉴욕이다.

뉴욕의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찬찬히 살폈다. 눈길을 끌었던 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자유의 여신상도, 브로드웨이도 아니었다. 공원이었다. 영화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원 때문에 지금까지 이토록 뉴요커가 부러웠나 보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위)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포스터의 배경이 된 브루클린의 덤보.(아래)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에서 맨해튼을 감상하고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식당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도, 괜찮은 옷을 건질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도 대답은 하나같이 브루클린이다. 브루클린은 맨해튼의 소호나 그리니치빌리지 등에 모여 살던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비싼 집세를 견디지 못해 옮겨 간 곳이다. 이 감각 있고 활동적인 젊은이들은 브루클린을 뉴욕에서 가장 세련된 동네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브루클린의 집세도 올랐다.

브루클린의 옛 모습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브루클린 다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스터는 브루클린의 ‘덤보(DUMBO)’에서 촬영한 것이다. ‘다운 언더 더 맨해튼 브리지 오버패스(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단어 앞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차마 동네 이름을 ‘멍청한(DUMB)’으로 지을 수 없어 마지막 단어를 끼워넣었다고 한다. 포스터의 배경이 된 지점은 지하철 F선을 타고 ‘요크스트리트’에서 내리면 3분 거리에 있다. 갱스터영화의 배경이 될 정도로 위험하고 삭막했던 덤보도 1970년대 아티스트들이 찾아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건물마다 갤러리가 있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옷을 모아다 파는 편집 매장들도 눈에 띈다.

포스터를 찍은 곳에서 한 블록만 더 가면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다. 브루클린 다리와 이스트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맨해튼의 전경이 펼쳐진다. 맨해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맨해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뉴욕공공도서관ㆍ브라이언트 파크(위) /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42번가에 있는 뉴욕 공공도서관 슈워츠먼 빌딩(아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여유를 즐기고

뉴욕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장소는 브로드웨이와 42번가가 만나는 곳이다. 뮤지컬 극장과 프랜차이즈 식당이 빼곡히 들어선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건 관광객 아니면 노숙인밖에 없다. 하지만 실망을 속으로 눌러담은 채 길 하나 건너면 이 도시가 숨겨놓은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공공도서관과 그 옆에 딸린 브라이언트 파크다.

뉴욕공공도서관은 뉴욕 전역에 걸쳐 여러 건물이 있지만 브라이언트공원과 함께 있는 이 건물이 가장 대표적이다. 영화 ‘투모로우’는 아예 이 도서관 안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고, 영화 ‘섹스 앤드더 시티’에서 여자주인공 캐리가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던 장소도 여기다. 얼핏 지루할 것 같지만 사실은 맨해튼에서 가장 운치 있는 곳이다. 높은 천장과 채광이 좋은 창문에다 널찍한 나무 책상 위에 초록색 빈티지풍 램프가 놓인 풍경은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여행자들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

도서관에 붙어 있는 브라이언트 파크는 여행자들의 쉼터 구실을 제대로 한다. 널찍한 잔디 주위에 파라솔이 꽂힌 탁자와 의자가 넉넉히 놓여 있다. 최근에는 한 미국 항공사에서 이곳에 천막을 친 후 소파와 탁자를 여러 개 갖다 놓고 노천카페까지 만들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채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어도 된다. 바비큐도 있는데 치즈버거나 핫도그가 포함된 세트메뉴가 20달러로 맨해튼 물가 기준에선 저렴한 편이다.

톰킨스 파크(위) / '위대한 유산'에서 남녀 주인공은 이스트빌리지의 톰킨스 파크에 있는 분수대에서 키스했다.(아래)

◆톰킨스파크에서 분수대 키스를

뉴욕의 공원들은 크기를 불문하고 영화에 한 번씩은 다 나왔다. 센트럴파크의 울먼 메모리얼 링크는 ‘러브스토리’, ‘세렌디피티’ 등 멜로영화에 단골로 등장했다.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로, 다른 계절에는 어린이 놀이공원으로 활용된다. 센트럴파크 중간쯤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은 벤 스틸러가 주연한 ‘박물관이 살아 있다’와 우디 앨런 감독의 ‘맨해튼’에 나왔다. 의외로 남녀가 함께 가면 사랑이 절로 싹틀 정도로 로맨틱한 곳이다. 센트럴파크 입구에 있는 고급 장난감 가게 ‘F.A.O 슈월츠’는 톰 행크스가 ‘빅’에서 발로 피아노를 연주한 곳으로 잘 알려졌다. 아이들만큼이나 어른들도 좋아해서 연령대와 상관없이 선물 사기에 좋은 곳이다.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톰킨스파크는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에단 호크와 귀네스 팰트로가 ‘분수대 키스신’을 선보인 곳이다. 나무가 많아 시원하고 산책로에는 청설모들이 뛰어다닌다. 윌 스미스가 주연한 ‘나는 전설이다’에는 그리니치빌리지의 워싱턴스퀘어파크가 등장했다. 뉴욕대 캠퍼스 근처에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주변에 이들이 좋아할 만한 식당과 상점이 많다. 갖은 종류의 크림치즈와 쫀득한 베이글로 유명한 ‘머레이스 베이글’에서 연어베이글샌드위치를 사다가 공원에 소풍 나갈 것을 권한다.

뉴욕의 공원은 잔디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영화 상영, 공연, 패션쇼 등도 자주 열린다. 저녁에 하는 영화 상영에는 샌드위치나 피자 등을 싸들고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다. 공원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행사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빈티지풍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현란한 그래피티(벽화)가 골목을 뒤덮는 곳. 뉴욕 청춘들의 문화적 해방구는 맨해튼을 벗어나 이스트강 건너 브루클린으로 이어진다. 최근 10년 사이 뉴욕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아지트로 떠오른 곳이 바로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다.


윌리엄스버그에 들어서며 혹 영화 ‘브루클린의 마지막 비상구’의 공장지대를 연상했다면 이런 이색적인 상황에 의아해 할 수도 있다. 20여년 전만해도 외지인들의 발길조차 뜸했던 이 투박한 공간 역시 본래는 남미 출신의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문 닫은 공장지대에 맨해튼의 돈 없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몰려 들면서 거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소호에서 첼시 등으로 이어지는 맨해튼의 문화적 확장은 이곳 브루클린으로 넘어와 새롭게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첼시 등의 공장형 갤러리가 정제된 모습이 강하다면 윌리엄스버그의 모습은 골목과 갤러리들이 좀 더 살뜰하게 어울리는 풍경이다. 맨해튼을 거닐다가 무수한 관광객들에 염증을 느꼈다면 윌리엄스버그에서는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뒷골목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에서는 현란한 그래피티와 흔하게 마주치게 된다.



브루클린의 가장 ‘핫’한 명소가 된 곳

기타를 둘러멘 뮤지션들이 윌리엄스버그의 중심가인 베드포드 거리를 누비고 3층짜리 아담한 건물이 늘어선 골목 사이에 간판 허름한 클럽들과 빈티지 숍들이 들어선 모습은 순수했던 시절의 홍대 앞거리를 연상시킨다.


윌리엄스버그의 단상들은 맨해튼의 깊은 숨결이 강을 건너며 정제되는 것과도 맞닿는다. 클럽과 바들이 몰려 있는 맨해튼 로우어 이스트와는 지척거리다. 윌리엄스버그 브리지만 건너면 곧바로 연결되고 맨해튼에서 메트로를 타도 한 정거장이다.


윌리엄스버그는 최근에도 새로운 공장들이 갤러리나 클럽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젊은 아티스트들의 그래피티들이 새롭게 거리를 채색하며 외딴 골목까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의 정신과 함께 호흡하는 갤러리들의 수는 어느새 수십 개를 넘어섰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은 길거리에 포스터, 그래피티 등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약국 ,빵집, 바 등의 벽면이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명소가 된 공간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브루클린에서 가장 물 좋기로 소문난 클럽과 드라마 ’섹스 & 더 시티‘에 등장 한 뒤 유명해진 타이 음식점, 명물 빈티지숍들이 이곳에 자리잡았다.



젊은 예술가들 그려내는 현란한 그래피티

한적한 야외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것은 윌리엄스버그의 여유로운 오전을 음미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뉴요커들도 즐겨 찾는다는 베이글 스토어에서 갓 구운 빵을 산 뒤 폴란드 이민자들의 주거지인 그린포인트 지역까지 슬슬 걸어볼 수도 있다. 이곳 공장지대 담벽에 그려진 수준 높고 재미있는 그래피티들을 감상하다 보면 노천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래피티들 너머로는 따뜻한 오후를 즐길 수 있는 공원도 들어서 있다. 공원에 주저앉아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도 느껴지는 풍취가 다르다.

뉴욕의 근대사를 묵묵히 지켜 본 브루클린 브릿지.


윌리엄스버그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선착장 주변의 창고를 갤러리로 개조한 덤보 지역과 연결된다. 뉴욕 근대사의 명물인 브루클린 브리지와 맞닿은 덤보지역 역시 문화적 변신에서는 윌리엄스버그와 호흡을 같이한다. 이방인들은 직접 예술가들의 주거공간을 기웃거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베드포드 거리를 중심으로 한 윌리엄스버그 일대는 낮보다는 밤이 더 화려하게 무르익는다. 브런치를 즐기고 온갖 그래피티과 빈티지 숍을 감상하며 오후를 보냈다면 주말 밤에는 클럽과 바에서 술잔을 부딪히며 한뼘 더 자유로운 뉴욕의 젊음을 체험할 수 있다.



가는길

한국에서 뉴욕까지는 다양한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미국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없다. 맨해튼과 윌리엄스버그 사이는 메트로로 이동한다. 맨해튼에서 메트로 L선을 타고 한 정거장 지나 베드포드역에서 하차한다. 맨해튼에서 약 5분거리. 자전거를 타고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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