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셸 버킷리스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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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바다에 화강암으로 된 다양한 크기의 섬들이 전시하듯 늘어서 있는 세이셸. 이런 섬들이 무려 41개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매년 찾는 휴가지,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천국', 미국 NBC방송이 정한 '세계 톱5 여행지'…'청정 휴양지' 세이셸을 둘러싼 수식어는 끝이 없다. 지구가 탄생한 순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세이셸. 그야말로 '인도양의 숨은 진주'다. 그 속에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억척같이 땅 하나하나를 밟아가며 직접 가보고 꼽았다. 그러니깐 백영옥의 '세이셸 버킷리스트 8'이다. 

① '세이셸 문화의 중심지' 마헤 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휴양지, 영국 윌리엄 왕자의 허니문 장소,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결혼 10주년 여행지로 알려진 세이셸은 온갖 매체에서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 곳으로, 지극히 사적이고 느긋한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인구의 8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마헤 섬은 세이셸의 문화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수도 빅토리아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퀸시 스트리트 주변에는 토착 공예품을 살 수 있는 가게와 갤러리, 힌두교 사원과 크레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재래시장이 있다. 시내임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몇 개 없다는 게 인상적이다. 근처 상점에서 세이셸 전통 맥주인 '세이브루'를 구입해 마시면서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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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보물찾기를 연상케 하는 몬블랑 트레킹 역시 꼭 해봐야 하는 액티비티. 세이셸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자이언트 거북도 라디그 섬에선 꼭 봐야 하는 명물로 통한다.

② '사진가들이 반한 석양' 보발롱 해변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수도 빅토리아의 북쪽에 있는 보발롱 해변은 인도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석양 때문에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반얀트리나 포시즌 같은 고급 리조트가 밀집한 북쪽 해변과 달리 보발롱 해변 근처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리조트들이 밀집해 있다. 그곳에서 세이셸에 장기 체류하는 유럽인들이나 모래장난을 하는 아이들, 해변에서 단체로 축구를 하는 세이셸 사람들의 활기찬 일상을 동시에 관찰할 수도 있다. 빅토리아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③ '58가지 동식물의 낙원' 르자르댕뒤루아 여행의 즐거움 travelbible.tistory.com 

프랑스어로 '왕의 정원'이란 뜻을 가진 개인 식물원으로 마헤 섬 남부에 위치해 있다. 특히 열대과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카카오, 바나나, 바닐라, 잭프루트, 아보카도 나무 이외에 육지 거북, 금강 앵무새, 닭 등 58가지의 동식물들을 차례로 볼 수 있다. 

나무가 있는 정원에서 육지 거북을 애완동물처럼 키우는 세이셸 특유의 문화도 자연스레 녹아 있다. 특히 크레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더위에 지친 입맛을 북돋아준다. 레드프루트와 파파야 샐러드, 골든애플 무침, 렌틸수프처럼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은 '건강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가볍게 깬다. 입장료는 8유로. 일품요리가 70~18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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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에서 꼭 해봐야 하는 라디그 섬 자전거 투어.

④ '섬 전체의 전망대' 라미션 여행의 즐거움 travelbible.tistory.com 

마헤 섬 전체를 천천히 관망할 수 있는 곳으로, '몬 세이셸 국립공원' 중턱에 있는 전망대다. 트레킹을 하지 않아도 자동차로 운전해 원시림이 가득한 국립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흔히 한국에선 '계피'가 '시나몬'으로 둔갑하는 일이 많은데, '라미션' 길목에 보이는 거대한 시나몬 나무를 직접 만져보는 것도 재미다. 빅토리아에서 서쪽으로 자동차 10~20분 거리다. 

⑤ '세이셸 제2의 섬' 프랄린 섬 여행의 영감을 받으세요 travelbible.tistory.com 

마헤 섬에서 프랄린 섬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두 가지. 15분이면 도착 가능한 경비행기를 타거나 페리를 타는 것. 마헤 섬~ 프랄린 섬 구간은 45분 정도 소요된다. 마헤 섬~프랄린 섬 페리 요금은 1인 편도 43유로(마헤 섬~라디그 섬까지의 요금은 56유로). 프랄린 섬 최고의 해변인 앙세라지오는 프랄린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착장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⑥ '성서의 에덴동산이 그대로' 발레드메  여행의 즐거움 travelbible.tistory.com 

15억년 전 곤드와나 대륙 시기부터 존재해 원시림으로 이루어진 발레드메(Valle de mai·5월의 계곡)는 유네스코 지정 자연문화유산으로, 세이셸을 상징하는 6000그루의 코코드메르 야자수 외에 여섯 가지의 토종 야자수가 자라고 있다. 

처음 이곳을 발견한 고든 장군이 '만약 성경의 에덴동산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라 감탄한 일화가 실감나는 풍경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25㎏에 달하는 코코드메르 야자수의 수나무 열매는 남성의 성기를 닮았고, 암나무는 여자의 엉덩이를 닮아서,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은 모두 열매를 손에 안고 코믹한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3월의 발레드메는 분명 실외지만, 습도를 높게 맞춰 놓은 거대한 식물원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꺾어야 간신히 끝이 보이는 나무들 때문에 하늘은 꼭 조각난 천장같이 느껴지고, 끝없이 들려오는 다양한 새 소리 때문에 시간을 거슬러 먼 과거에 도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와 새 소리를 채집해 넣어두고 싶단 충동이 들 정도다. 원시림 속에는 검은 앵무새와 작은 토종 파충류들이 살고 있다. 30분에서 1시간 코스, 입구에서 국립공원의 정상까지 가는 3시간 30분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남부 선착장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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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 자이언트 거북

⑦ '기암절벽이 가득' 라디그 섬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이셸의 섬 중 라디그 섬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 무대이기도 했던 곳이다. 섬을 돌다 보면 크레올 전통방식의 코코넛 가공 공장과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동묘지, 기암절벽으로 가득한 해변들을 여행객 각자의 속도와 보폭에 맞춰 즐길 수 있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여행하는데, 페리의 선착장에 내리면 대여할 수 있다.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하루 대여료는 100루피로, 약 9500원이다.  

⑧ '카펫과 같은 모래사장' 앙세 소스 다종 

41개의 화강암 섬 중에서도 앙세소스다종 해변은 특출날 만큼 기괴한 모습을 자랑하며 카메라 셔터 본능을 자극하는 섬이다. 수억 년의 시간이 축적되어 공룡, 새, 인간의 모양처럼 형성된 기괴한 암석들은 날씨와 빛의 각도에 따라 음영을 달리하며 드라마틱하게 바뀐다. '희다'라는 동사 이외의 그 모든 형용사가 사족처럼 느껴지는 모래 위에 무심히 박혀 있는 해초 잔디들은 현대적인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반드시 맨발로 밟아볼 필요가 있는 이곳의 모래는 보드라운 카펫처럼 발바닥 전체를 감싸 안는다. 라디그 섬 서쪽 해안을 따라 자전거로 30분 정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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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셸, 인도양 섬나라서 마라톤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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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초미니 수도 빅토리아와 센트안 해상공원을 한눈에 품을 수 있는 전망대.

'마라톤'을 떠올리면 두 명의 남자가 동시에 떠올랐다. 한 남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마라톤 마니아다. 하와이나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해 직접 달리는 모습을 봤다는 지인의 증언이 있을 정도다. 

또 한 명의 남자는 내 첫사랑. 달리기 중독자였던 그 남자 때문에 옆에 있던 친구에게 운동화를 '빌려' 신고 교내 마라톤 경기에 당일 참여했었다. 주최 측이 참가자 중에 예술대 여학우도 있다며, 마라톤 경기를 취재 온 교내방송 기자에게 나를 들이민 덕분에 나는 졸지에 인터뷰까지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준비 없이 뛰다가 땡볕에서 스타일 구기게 쓰러져(라기보다 앞으로 헤딩했다는 말이 더 정확) 보건실까지 실려가긴 했지만. 

아프리카 대륙, 인도양의 작은 섬 세이셸은 여러 모로 낯선 나라였다. 인구 9만명인 나라에서 국제 육상경기연맹이 공식 인증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것도 신기했다. 내국인 2000명, 51개국에서 온 1200명을 포함하여 총 3200여 명이 이 마라톤에 참가하는데, 내게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그 얘길 듣자마자 악몽 같은 내 추억이 떠올랐지만, 직접 마라톤을 뛰어보기로 했다. 20여 년 만이었다. 

세이셸로 가는 직항은 예상대로 없었다.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아부다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쾌적한 비행 환경에도 불구하고 갈아타고, 기다리고, 도착하는 데 거의 20시간 가까이 걸렸다. 세이셸에 도착했을 때, 우기가 시작된 섬나라 특유의 열기와 습기 때문에 몸이 늘어졌다. 마라톤은 다음날 오전 7시였다. 시차 부적응 상태에서 먼 아프리카까지 날아와 달리다가 졸도해 실려 간다면? 말을 말자. 사전 정보도 얻을 겸, 마중을 나온 관광청 직원에게 마라톤에 참가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노노!'라는 말을 단호하게 반복해 나를 더 공포에 몰아넣었다. 

마라톤 당일, 호텔에서 경기가 열리는 마헤 섬의 보발롱 해변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미 내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몸을 풀며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내겐 그것이 꼭 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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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선정 세계 최고의 해변 으로 꼽힌 라디그 섬 그랑앙스. 화강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마라톤 하면 인간 한계, 의지 극복 같은 말부터 떠올라 엄숙해졌다. 황영조, 이봉주의 빼빼 마른 근육질 몸을 떠올리면 '극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며 마라톤은 딴 세상 얘기처럼 들렸던 거다. 하지만 기록을 경신하거나,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라토너 특유의 집념과 의지는 그곳에 도드라지지 않았다. '세이셸 에코 마라톤 대회'는 꼭 동네 축제처럼 보였다. 세이셸에 사는 동네 아이들이 전부 선물처럼 이곳에 도착해 있는 것 같았다. 원주민과 유럽계의 혼혈인 '크레올' 아이들은 유난히 머리가 동그랗고, 바글거리고, 반짝여서 하루 종일 그 아이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았다. 

마라톤은 4개 경기로 진행됐다. 풀코스·하프 마라톤도 있지만, 5㎞와 10㎞ 마라톤도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나는 5㎞를 뛰었다. '질주본능'이 장착된 듯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거북이를 지킵시다' 같은 문구를 단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환경단체 남자도 있었고,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함께 달리다 걷다 하는 엄마, 몸이 불편한 아이와 함께 달리는 '휠체어 맨'도 있었다. 운동화를 신지 않고도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잘만 뛰는 크레올 아이들의 발바닥이 유난히 하얗고 예뻤다. 

기록 갱신이란 말을 머리에서 지워버리자,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졌다. 마라톤 코스 곳곳에서 열대과일 주스를 팔고 있는 여자들과 부지런히 코를 파고 있는 경찰관이 보였다. 007 시리즈로 유명해진 '이언 플레밍'이 마라톤 코스인 보발롱 해변이 보이는 호텔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이곳엔 스프링클러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완주자든 포기자든 더우면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게 대회 콘셉트란 얘기도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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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의 모제스 무부구아(Moses Mbugua)가 3시간31분18초로 남자 마라톤 1위를 했다. 나와 함께 뛴 한 기자는 5㎞ '아시아 여성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해변에 뛰어 들어가는 기행을 저질러 결국 (내 생각에는) 꼴등으로 들어왔다. 휠체어를 탄 남자아이가 나를 앞선 게 기뻤는지, 웃으며 혀를 쏙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완주했다. 금메달도 받고, 마라톤 공식 티셔츠도 받았다. 땀 때문에 젖은 미역줄기처럼 늘어진 머리를 드러낸 채 기념사진도 찍었다. 누구도 이기진 못했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기분이었다. 행복은 결국 '다행'이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보이고 싶었던 남자 앞에서 졸도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마라톤과 관련된 내 트라우마는 세이셸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과 파도소리에 씻겨 사라져 버렸다. 

▶ 세이셸 여행 100배 즐기는 Tip 

1. 가려면〓두바이나 아부다비, 홍콩을 경유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이 두바이~세이셸을 주 14회,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세이셸을 주 14회 운항한다. 세이셸로 갈 때는 13~14시간, 올 때는 12시간 정도 걸린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인도양의 레위니옹이나 모리셔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다른 지역을 한꺼번에 여행하는 것도 좋다(비행기로 2~3시간 내외). 

2. 숙박은〓초특급 프라이빗 리조트부터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비용으로 따지자면 50~6500유로까지, 그야말로 극과 극. 

3. 먹거리〓대표적인 음식은 '크레올식 카레'. 호텔에서의 아침은 대부분 인터내셔널식이다. 커피가 우리 입맛과 다르다. 믹스커피가 요긴할 수 있으니 꼭 준비할 것. 

※취재협조〓세이셸관관청(www.visitseychelles.kr·(02)737-3235) 

[세이셸 =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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