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 첫 회의 반향은 실로 뜨거웠다. 여행 좀 할 줄 아는 세심한 남자 유연석, 해외여행이라고는 처음 가는 해맑은 청년 손호준 그리고 두 형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막내둥이 바로까지. 세 청년들의 흐뭇한 조합이 시종일관 '엄마 미소'를 짓게 했다. 그리고 청춘들의 열정을 맘껏 불태울 수 있는 배낭여행객의 천국, 라오스가 잠자고 있던 심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밤늦은 시간,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해 여행자 복장으로 변신한 청춘들이 젊은 혈기를 불사른 방비엥.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그들은 라오스 여행객이라면 꼭 들르는 루앙프라방을 택했다. 방비엥의 추억을 오롯이 간직하고 싶다는 바로의 바람이 이뤄졌다면 그냥 패스할 뻔한 보석 같은 곳, 루앙프라방.
모처럼 루앙프라방의 사진 파일을 열었다. 여행 초보 손호준이 유일하게 가고 싶은 곳으로 꼽은 '폭포'며, 바로가 엄지를 추켜세웠던 맛있는 먹을거리 가득한 야시장까지. '꽃청춘'의 끝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을 위해 루앙프라방의 그림 같은 바로 그 곳을 콕콕 집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 루앙프라방 국립왕궁박물관

라오스 국립관광청에서 펴낸 관광책자에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은 'The Sleeping Beauty'라고 소개돼 있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보석 같은 곳인 루앙프라방은 '큰 황금불상'이라는 의미로, 1904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시사방봉 왕을 위해 건설된 왕궁이었던 국립왕궁박물관에 그 큰 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어느 가이드북이라도 박물관에 대한 설명은 빼놓지 않는 법. 하루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우리의 유연석이 꼼꼼하게 둘러봤을 곳이었을 텐데.

2 메콩강 따라 찾아가는 팍우 동굴


시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5km 남짓 상류로 거슬러 가면 팍우(Pak Ou) 동굴이 나온다. 신년이면 주민들이 불상을 들고 와 제를 지냈던 곳이다. 무려 4천여 개가 넘는 불상이 조용히 메콩강을 굽어보고 있는 모습이 신비롭다.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태국 여행을 다녀왔던 유연석에게는 더욱 특별했을 곳.

3 도자기 굽는 마을, 반상하이


반상하이는 도자기를 굽는 마을이라는 뜻인데, 현재는 술 빚는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술병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가까이 다가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뱀술을 좋아하는 한국 아저씨들이라면 눈독을 들일 법하지만, 우리의 청춘 3인방이 이곳에 들렀다면 그저 깔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사진만 찍고 돌아설 듯하다. 이 마을에서는 부지런히 베틀을 놀리며 옷감을 짜는 아낙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올 한 올 짰을 정성에 비하면 정말 미안할 정도의 가격에 전통 의상이나 스카프 종류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4 상의 탈의는 기본! 쾅시폭포

욕심 없는 손호준이 유일하게 욕심낸 곳! 비행시간에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여유로운 다이빙을 즐기는 청년들 덕분에 성격 급한 시청자들이 내내 마음을 졸이게 했던 곳! 건기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천연 석회암지형 폭포인 쾅시(Kuang-si) 폭포도 빼놓지 말아야 할 관광지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듯 이어지는 거대한 물길을 따라 울창한 우림을 걷는 기분이 무척이나 청명하다. 건기에는 옥빛 물색을 유지하는 폭포 하류에서는 다이빙을 즐기는 청년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5 루앙프라방을 한 눈에 보는 푸시 언덕

해질 무렵 루앙프라방의 모든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푸시 언덕(Mount Phousi)이다. '꽃할배'들이라면 '헉' 할 만하지만, 우리 청춘들에게는 3백28개의 계단은 식은 죽 먹기였을 터. 무엇보다 그만 한 공을 들여도 좋을 만큼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끝내준다. 메콩강의 지류인 남칸강 너머 그림 같은 도시 전경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메콩강의 일몰이 장관을 이룬다. 셀카봉을 들고 360도를 도는 촬영을 하기에 이만 한 포인트가 없을 듯. 청춘들은 오르지 못한 이 언덕은 루앙프라방 전경 샷을 담아낸 헬리캠이 담아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6 라오스의 밤 문화, 몽족 야시장


라오스의 49개 부족(2011년 공식 등록된 부족 수) 중 소수민족에 속하는 몽족이 운영하는 시장은 그림, 스카프, 전등갓, 지갑, 의류 등 현지색이 짙은 공예품을 주로 판매한다. 호객행위를 하는 법도 없고, 흥정을 하자고 들면 '아유, 왜 이러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못이기는 척 받아준다. 지금도 요긴하게 잘 쓰고 있는 라오스 승려가 그려진 종이 전등갓이 고작 2달러였다.
야시장 구경이 지칠 무렵, 청년들의 왕성한 먹성을 채워주었던 먹자골목 방문은 필수! 각종 육류부터 생선을 구워내는 바비큐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한쪽에는 볶은 채소, 면 요리, 샐러드 등이 한 상 차려져 있다. 1만 낍(1달러=8천 낍 수준)이면 한 접시 가득 먹고 싶은 양 만큼 골라서 담아갈 수 있다. 부지런히 낮 시간을 보냈을 여행객들은 좁은 골목에 놓인 테이블에 엉덩이 바짝 붙이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기에 여념이 없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마셨던 최고의 맥주인 '라오 맥주', 과연 청춘들은 몇 병씩이나 마시고 돌아왔을까?

7 루앙프라방의 백미, 탁발 행렬


예고편에서부터 엄청나게 등장했던 바로 그 탁발. 이 지역의 상징이자 현지인들의 삶을 피부로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라오스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다. 탁발은 출가 수행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 중 하나다.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시엥통 사원 경내에 발우(바리때)를 손에 든 승려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승려들의 행렬이 사원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면 이미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이 발우 속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담는다. 무릎을 꿇은 채 공양하는 소녀, 정성껏 찹쌀밥을 손으로 뭉쳐서 건네는 중년 여성, 대열에 합류한 푸른 눈의 관광객들까지, 누구 하나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세 청년의 진지한 공양 체험 장면을 기대해본다. 마추픽추에서 쏟아진 40대 청춘들의 뜨거운 눈물 못지않은, 이 세 청년들의 짐짓 진심어린 감흥이 브라운관 너머로도 진하게 전해왔다.

8 생생한 삶의 흔적, 아침 시장

탁발 체험을 마친 이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기는 곳이 바로 이곳 아침 시장이다. 막 담아내는 듯해도 국물 맛이 그만인 쌀국수 한 그릇이면 새벽같이 숙소에서 나와서 탁발 행렬을 따라 걸어야 했던 고된 일정을 이겨낼 수 있었을 텐데.
매일 오전 6시부터 열리는 아침 장터에는 형형색색 채소와 과일, 메콩강에서 잡아 올린 생선부터 사원에 바칠 꽃, 전통 의상, 생활용품까지 없는 것이 없다. 때로 지네, 자라 등 상상을 초월하는 먹을거리 판매상을 만나기도 하지만, 찹쌀도넛 같은 것을 튀기는 할머니부터 쌀국수를 말아내는 아주머니까지, 우리의 재래시장과 참 많이도 닮았다.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급작스럽게 떠나게 된 여행이라 카메라를 챙기지 못한 유연석이 못내 아쉬워했을 장소가 바로 이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루앙프라방은…

1975년 라오스 인민 민주공화국(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이 성립되기 전까지 라오스 왕국의 수도였으며, 지금은 제1의 관광도시로 알려져 있다. 연간 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영향으로 유럽풍의 카페 문화도 잘 발달돼 있다. 관광도시답게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도 잘 구비돼 있는 편. 우기가 끝나는 10월부터 4월까지 둘러보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루앙프라방은 마냥 정적인 도시는 아니다. 메콩강 크루즈와 팍우 동굴, 반상하이 마을을 돌아보는 투어 패키지 외에 정글 트래킹, 래프팅, 코끼리 타기 등의 체험을 엮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현지 여행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2011년 현재 교민은 약 30명 정도. 한국영사관 대외협력원을 겸임하는 빅트리카페·갤러리(www.bigtreecafe.com) 대표 손미자씨를 찾으면 루앙프라방에 대한 생생한 정보는 물론 맛깔스런 한식을 맛볼 수 있다.
인접 국가인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과 연계한 여행 계획을 짜는 이들도 많다. 라오스의 시간은 우리보다 2시간이 늦으며, 8천 낍이 1달러 정도에 통용된다. 푸시 언덕 등 주요 관광지 입장료는 2만 낍 내외. 디너 크루즈는 식사와 공연 관람비 포함 35~40달러 남짓이다.

반세기 세월 동안 프랑스 식민지로 
건축뿐 아니라 음식·문화까지 영향
루앙프라방에만 사원 30개가 넘어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출입할 수 없어

가을이다. 작열했던 열기도 수그러드는 시기. 그래서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은 아껴둔 휴가를 이때 꺼내 든다. 동네 거닐듯 느긋하게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노을지는 강변에서 맥주 한 잔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여행이 가을엔 제격이다. 유네스코가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라오스의 북부 도시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이 바로 그런 곳이다.

루앙프라방 거리에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이 공존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라오스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1975년 공산화한 뒤 우리와 외교관계가 끊어졌다가 20년 만에 복원했다. 한반도 크기의 면적(23만6800㎢)에 인구는 600만에 불과하다. 그만큼 조용하고 자연환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루앙프라방: 전통과 유럽문화가 만난 세계문화유산

비행기에서 내리면 허름한 단층 건물이 눈앞에 보인다. 시골 간이역 같은 이 건물이 바로 루앙프라방 공항 청사다. 한쪽 담벼락에는 코흘리개 아이들이 달라붙어 먼발치의 비행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공항에 들어서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까만 머리를 보고 대뜸 "꼬리아 꼬리아"라고 외친다. '비행기에서 내린 유일한 한국인을 어떻게 알아본 것인가' 궁금해하는데, 경찰이 가리키는 손끝에 '비자 면제 창구'가 있다. 라오스는 3년 전부터 한국 국민에게 단기비자를 면제해주고 있다.

공항 한쪽 벽면엔 '몸을 가려달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상의를 벗은 남성과 비키니 톱을 입은 여성 그림 위에 붉은색 X표가 그려져 있다. 국민의 95%가 불교를 믿는 이 나라는 여성이 승려의 몸은 물론 옷을 만지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는 단순하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시사방봉(Sisavangvong) 거리에 모든 숙소와 음식점, 여행 안내소가 오밀조밀 몰려 있다. 아침에는 이 거리에서 승려들의 '탁밧(Tak Bat·탁발)' 행렬이 이어지고, 저녁엔 차의 통행을 막은 채 화려한 야시장이 벌어진다.

매일 아침 승려들이 공양을 받는 ‘탁밧’
마을은 그다지 크지 않다. 걸어 다녀도 좋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도 좋다. 거리엔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물과 금빛의 고대 사원이 혼재(混在)한다. 유네스코는 1995년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전통 건축양식과 19~20세기 식민지 시절 유럽의 건축문화가 조화롭게 섞여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Vientiane) 한복판에는 마치 파리의 그것과 같은 큼지막한 개선문이 서 있다. 개선문을 마주 보고 쭉 뻗은 도로 역시 샹젤리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50년 넘는 프랑스 식민기(1893~1949)는 건축뿐 아니라 이들의 삶에도 깊숙한 흔적을 남겼다. 길가엔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인 바게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시내 곳곳에 유난히 베이커리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일종의 향수(鄕愁)일까. 2009년 라오스를 찾은 유럽 관광객(6만1000명) 중 절반은 프랑스인이었다.

승려들의 탁밧에서 화려한 야시장까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매일 아침 시사방봉 거리에서 이뤄지는 탁밧이다. 오전 6시가 되면 황색 승복을 걸친 승려들이 바구니를 들고 맨발로 사원을 나선다. 거리엔 음식을 마련해온 주민들이 이들을 기다린다. 수백명이 한 줄로 서서 공양을 받는 모습은 엄숙하다. 관광객들도 길가에서 파는 찹쌀밥이나 바나나 등을 사서 직접 공양할 수 있다. 승려들은 길가에서 구걸하는 어린이에게 공양받은 음식을 다시 보시(布施)하기도 한다. 탁밧을 마친 승려들은 각자 사원으로 돌아가 불공을 드리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루앙프라방에만 30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지붕이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화려한 사원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사원 내부의 금빛 장식도 황홀하다. 사원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짧은 반바지나 민소매 차림으로는 출입할 수 없다. 입구에서 빌려주는 천을 걸쳐 몸을 가려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왓 씨엥 통(Wat Xieng Thong).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국 란쌍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의 전통 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라오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빡우동굴과 꽝시폭포에서는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해질녘이 되면 시사방봉 거리는 다시 분주해진다. 줄지은 백열등 불빛 아래 벌어진 수백여개 좌판의 행렬이 화려하다. 한땀 한땀 수공예로 만든 전통 문양의 지갑, 스카프, 인형, 액세서리가 관광객을 바닥에 쪼그려앉게 만든다. 시내 중심의 푸시산에 오르거나 메콩강변을 거니는 것도 좋다. 메콩강변에서 붉게 물든 강물을 보며 맥주 한 잔으로 마른 목을 적시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라오스의 대표 맥주 '비어라오'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기 맥주다.

여·행·수·첩

◆환율: 라오스의 통화는 킵(Kip). 8000킵이 우리 돈1000원 정도다. 한국에선 직접 환전할 수 없고, 미국 달러나 태국 바트를 준비해 현지에서 환전해야 한다.

◆교통: 인천-루앙프라방 직항편은 없다.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느긋하고 평화로운 도시. 태국의 화려함도, 베트남의 열정도 아닌, 느리고 고요한 삶의 방식으로 은근하게 번져오는 라오스의 유혹. 사원의 도시가 잠 깨어나는 모습을 보며 맨발로 거니는 골목길들.

느리게 걸으며 시간을 흘려 보내는 곳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에서 생태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국토의 75퍼센트가 푸른 숲으로 덮여 있고, 북부의 산과 남부의 평원을 넉넉히 적시며 메콩강이 흘러간다. 특히 라오스 북부지역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다양한 소수부족들의 삶이 매력적인 곳이다. 그 중에서도 루앙프라방은 여행자들에게 ‘영혼의 강장제’로 불린다. 칸강과 메콩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걸터앉은 루앙프라방은 황금 지붕을 인 오래된 사원들과 프랑스풍의 저택들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옛 도시다.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 프랜지파니 나무 아래서 아열대의 더위를 식히노라면 짙은 꽃 향내가 도시를 휘감고, 골목마다 들어선 식당들에서는 프랑스와 아시아의 풍미가 뒤섞인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마다 도시의 중심가에 들어서는 노천시장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소수부족들이 펼쳐놓은 수공예품들이 여행자의 지갑을 얄팍하게 만든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몰려드는데도 이 도시는 아직 고유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중심지에는 버스가 다니지 못하고 통금으로 인해 떠들썩한 밤 문화가 없기 때문일까. 루앙프라방의 가장 큰 매력을 꼽는다면 이곳 사람들의 순박한 품성과 느긋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일 것이다. 급한 발걸음의 여행자들마저 이곳에서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 금세 동화되고 만다.

'조용하고 소박하고 느긋하고 평화로운'도시 루앙프라방.

동서양의 조화 속을 거닐다

루앙프라방을 걷는 일은 동양과 서양의 조화 속으로 걸어가는 일이다. 라오스 최초의 통일 왕국 란상(Lan Xang) 왕조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은 도시 곳곳에 서른 개도 넘는 불교사원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프랑스식 건물들도 어긋나지 않는 얼굴로 살아있다. 태양이 달아오르기 전인 이른 아침에 탈랏 달라(Talat Dala) 시장에서 걷기를 시작하자. 루앙프라방의 상업적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아침 시장의 활기를 온몸으로 들이마시며 오감을 자극하는 냄새와 풍경에 몸을 맡기고 걷자. 시장을 나와 동남쪽으로 뻗은 타논 세타틸랏(Thanon Setthathilat) 거리를 따라간다. 첫 번째 큰 사거리에서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어 150미터쯤 가면 왓 위수나랏(Wat Wisynalat) 사원이다. 루앙프라방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된 사원 중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1531년에 지어졌다. 바로 옆 근사하게 늙은 두 그루의 반얀 나무가 있는 왓 아함(Wat Aham) 사원까지 함께 둘러본 후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면 오른쪽으로는 칸(Nam Khan)강이, 왼쪽으로는 푸 시(Phu Si) 언덕이 펼쳐진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과 함께 시작된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인 왓 시엥 통

강변의 노점상들을 기웃거리며 계속 북동쪽으로 강을 따라 올라가면 칸강이 메콩강과 합류하는 지점. 강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을 걸어도 좋고, 중간의 골목으로 들어와 왓 시엥 통(Wat Xieng Thong) 사원을 비롯해 빼곡히 들어찬 사원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소요해도 좋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황금색 지붕이 찬란한 왓 시엥 통 사원은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훌륭한 사원으로 꼽히는 곳으로 1560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사원이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북서쪽 강변의 켐콩 거리의 왕궁 박물관(Haw Kham). 시사방 봉 왕의 궁전이었던 이곳은 전통적인 라오스 양식과 프랑스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건물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쫓겨난 왕족들의 원한 서린 영혼이 머물고 있는 ‘헌티드 하우스’로 믿고 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면 도시의 외곽을 한 바퀴 돈 셈이 된다. 2킬로 남짓 되는 짧은 거리지만 곳곳의 사원들을 둘러보노라면 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만 간다.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는 재미

더위에 지친 몸을 쉬며 오수를 즐긴 후 늦은 오후가 되면 다시 거리로 나오자. 여행사며 레스토랑, 인터넷 카페 등이 몰려있는 중심지 시사방봉 거리(TH Sisavangvong)거리가 오후 걷기의 출발점이다. 제법 세련된 카페며 빵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루앙프라방 최고의 번화가지만 그리 번잡한 느낌은 들지 않는 거리다. 이 거리에는 오후 5시가 되면 바리케이트를 치고 차량 출입을 막은 후 노천 시장이 들어선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은 여행객을 채근하는 호객행위가 없어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점을 기웃거리며 주전부리를 하거나 해찰을 피우다가 햇살이 설핏해질 무렵이면 발길을 돌려 푸 시 언덕으로 향하자. 100미터 밖에 되지 않는 높이지만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루앙프라방의 랜드마크다. 계단을 수놓은 프랜지파니 꽃잎을 즈려 밟으며 언덕을 오르면 이제 남은 일은 한 가지. 이 도시로 노을이 내려앉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오랜 세월 이곳 주민들의 젖줄이 되어준 메콩강과 칸강, 그 너머 낮은 산들의 어깨를 붉게 물들이며 노을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이 느긋한 도시를 떠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음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루앙프라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푸시 언덕으로 가는 길

골목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루앙프라방의 아이들

코스 소개
북부 라오스의 중심에 위치한 루앙프라방은 인구 63,000명의 작은 도시다. 인간이 살기에 가장 좋다는 해발고도 700미터로 앞으로는 메콩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황금색 지붕을 인 사원들과 친절하고 소박한 품성의 주민들,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숙소와 값싸고 맛있는 음식이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는 곳이다. 작은 도시라 걸어서 둘러보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다.

찾아가는 길
라오스까지 직항은 없다. 보통 태국의 방콕을 경유하는데 수도인 비엔티엔이나 루앙프라방으로 갈 수 있다. 비엔티엔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비행기(40분 소요)나 버스(420킬로미터. 7-8시간)로 이동한다. 태국의 치앙마이, 베트남의 하노이, 캄보디아의 시엠리엡에서도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비엔티엔까지 가는 장거리 버스도 있다.

여행하기 좋은 때
평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는 11월부터 1월까지가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5월과 6월은 우기다.

여행 TIP
루앙프라방의 한낮은 무섭도록 달아오른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로 나누어 도시를 걷는 일을 권장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근교의 팍 우(Pak Ou) 동굴과 쾅시(Kuang Si) 폭포도 다녀오자. 4월 중순에 여행한다면 송칸(Songkan)이라 불리는 라오스의 새해맞이 물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루앙프라방 외에도 라오스에는 북부 폰사반의 항아리 평원, 메콩강 투어, 중부의 방 비엥, 남부의 시판돈 등 둘러볼 곳이 많으므로 일정을 넉넉하게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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