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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몬트 호텔 22층서 바라본 자카르타 일몰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만 안다면 당신은 여행 초보. 지금 전 세계 여행자들 이목을 끄는 동네는 인도네시아 본섬 자바다. 발리가 지겹다면, 남들 다 가는 여행지가 싫다면 자바섬으로 떠나보자. 자바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원석 같은 여행지가 곳곳에 있다. 지난 1월 2~7일 엿새 동안 자바섬 3대 도시로 꼽히는 자카르타, 반둥, 족자카르타를 차례로 돌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 속에서 여행의 참맛을 제대로 느꼈다. 1. 동남아 제1의 도시 '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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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명물 자바커피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 도시다. 면적은 650㎢로 서울(605㎢)보다 약간 크고 약 1090만 명이 살고 있다. 동남아 여느 도시가 그렇듯 복잡한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상당히 많았다. 독특한 점은 오토바이 운전자들 열에 아홉이 '고젝(Gojek)' 혹은 '그랩(Grab)'이라고 적힌 점퍼와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는 것. 일명 공유 오토바이다. 인구 1000만명이 살아가는 자카르타에는 지하철이 없다. 지하철 부재 여파가 고스란히 교통체증으로 이어지는데 심할 땐 3㎞를 가는 데 1시간이 걸린단다. 이 지경에 이르자 대안으로 공유 오토바이가 등장한 것. 공유 택시 드라이버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승객을 받고 목적지로 실어 나른다. 

하마터면 차에서 내려 '그랩 오토바이'를 잡아탈 뻔했다. 교통체증을 몸소 체험하며 찾아간 곳은 카페 아노말리.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수확한 신선한 커피콩을 직접 로스팅하고, 바리스타도 양성한다. 

자바섬에 왔으면 1일 3커피가 기본. 무엇이든 산지에서 직접 맛보면 맛의 차원이 다르다. 자바 커피 본산지에 왔으니 긴말 필요 없다. 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배 관리를 하는 '국가대표' 커피 토라자를, 동행은 재스민향을 품은 아체를 주문했다. 

토라자는 풍미가 깊고 진했으며 아체는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는 동행 입맛에도 잘 맞았다. 구도심에 위치한 바타비아는 맛과 분위기 둘 다 만점. 1805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 분위기 속에서 맛본 브런치는 심지어 가성비까지 끝내줬다. 한국 대비 반값 수준으로 상다리 휘어지도록 커피와 디저트를 맛봤다. 

점심을 먹었던 투구 컨스트크링 팔레스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했다. 1914년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로 자카르타에선 꽤 고급 식당에 속한다. 

영화 '더 월드 오브 수지 웡'을 테마로 꾸며진 바,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유품이 전시된 2층 개별 룸, 앤티크 숍 등 속속들이 스토리가 참 많은 공간이었다. 2명이 4만원으로 다양한 인도네시아 음식을 배불리 먹었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힙'하다는 '산타 마켓'은 젊은이들의 성지다. 빈티지 의류 매장, 핸드메이드 공예품 가게, 수제 맥주집 등 먹을 것도 구경거리도 많았다. 

종일 북적거리는 도심 속에서 보내서일까. 저녁시간만큼은 차분하게 즐기고 싶었다. 목적지는 페어몬트 호텔 22층에 위치한 'K22 바테라스'. 단언컨대, 자카르타 최고의 일몰 포인트다. 테라스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뚫려 있어 각 방향마다 다른 뷰를 보여주는데, 서자카르타 쪽으로는 질서 있게 정비된 골프장이 내려다보이고 그 반대편에선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과 마천루가 펼쳐졌다. 루프톱에서 바라보는 도시 모습은 여행의 피로를 한 방에 날릴 만큼 환상적이었다. 2. 배낭여행자 성지 '족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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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불교 유적지 보로부두르 사원의 부조.

인도네시아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족자카르타는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다. 첫 번째 이유로 보로부두르 사원을 꼽는다. 824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불교 유적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약 1000년 세월 동안 그 모습을 정글 속에 꼭꼭 감추고 있었다. 보로부두르는 정사각형 테라스 5개 층, 원형 받침돌 3개 층 등 총 8개 층이 켜켜이 쌓인 구조물로 높이는 약 31.5m며 정상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라 불리는 불교 건축물이 솟아 있다. 보로부두르를 짓는 데 들어간 화산암은 100만개가 넘고 그 무게는 350만t에 달한다. 

가장 아래층 테라스엔 인간들 업보(카르마)를 설명한 부조가, 나머지 층엔 고타마 싯다르타 이야기를 조각한 부조가 회랑 벽을 장식하고 있다. 1000년이 지났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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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무렵의 보로부두르 사원 스투파(종 모양 조형물).

가장 중심에 있는 스투파는 속이 비었다. "인생은 고통이고 고통은 욕망에서 온다. 불교의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큰 스투파는 속이 비어 있습니다." 가이드 부디 씨의 마지막 말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프라비로타만 거리는 족자카르타의 '카오산로드'로 불린다. 부티크 호텔과 오가닉 푸드 레스토랑, 빈티지숍 등 젊은 감성으로 가득하다. 

1995년 문을 연 비아비아는 프라비로타만의 터줏대감. 오가닉 마켓에서 사온 제철 과일과 채소를 주재료로 요리한다. 친환경이 콘셉트로 일찌감치 플라스틱 빨대를 치웠다. 

족자카르타에는 술탄(이슬람 지배자를 뜻하는 호칭)이라 불리는 정치적 지도자가 있다. 크라톤은 술탄과 그의 패밀리가 살고 있는 왕궁이다. 

족자카르타의 술탄은 족자카르타주 주지사를 겸한다. 크라톤은 이슬람 술탄 궁전이지만 이슬람, 불교, 힌두교, 조상숭배 등 다양한 신을 섬기는 지역적 특색을 곳곳에 담고 있다. 왕궁 앞 광장엔 커다란 반얀트리 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눈을 가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 낮이고 밤이고 안대를 쓰고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나무 사이를 걷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족자카르타 외곽으로 가보자. 차로 약 50분 떨어진 기리로요 마을은 전통방식 그대로 바틱을 생산하는 장인들 마을이다. 

시중보다 바틱 천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장인이 바틱을 제작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뜻깊은 여행을 찾는다면 응란게란 마을을 추천한다. 응란게란 마을에서는 지역사회기반 관광(Community-based Tourism)이 가능하다. 주민들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역 문화를 배우는 여행이다. 한·아세안센터가 2019년 CBT 프로그램 마을로 선정한 응란게란은 유네스코지질공원인 그눙 아피 푸르바(Gunung Api Purba)에 위치해 지질 트레킹을 통한 생태관광도 가능하다. 3. 행복한 고원 휴양지 '반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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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전망대로 인기가 많은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

자카르타에서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반둥은 현지인들에게 인기다. 해발고도 700m에 위치한 반둥의 평균 기온은 23도. 4~5년 전 대대적으로 도시 미화를 진행한 결과 녹지가 살아나고, 공원과 광장 등 휴식 공간이 늘어나면서 반둥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동네로 거듭났다. 

자카르타에서 반둥 가는 길에 있는 푼착에 들렀다. 푼착은 자카르타 사람들이 주로 가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우리로 치면 가평이나 평창 정도 되겠다. 

영롱한 초록빛을 내뿜는 차나무가 산비탈을 온통 뒤덮은 풍경을 바라보며 진한 차 한잔에 닭고기 꼬치로 요기를 했다. 고산지대 푼착의 신선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이곳이 동남아라는 사실이 싹 잊혔다. 

반둥에 도착해선 먼저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를 찾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전체 인구 중 88%가 이슬람을 믿는다. 

이 나라를 이해하는 데 이슬람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는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유는 바로 타워 전망대 때문. 마스지드 라야 모스크에는 높이 19층짜리 탑 두 개가 있다. 이곳은 본래 기도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것인데 현재는 전망대로도 기능한다. 전망대에선 일대 도시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사원 앞 광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본래 주차장이었는데, 현재 서자바주 주지사이자 전 반둥 시장이었던 리드완 카밀(Ridwan Kamil)이 인조잔디를 깔고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시아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시작해 반둥시청공원 앞까지 1㎞ 정도 이어지는 브라가 거리는 '인도네시아 속 유럽' '자바의 파리'라고 불린다. 식민지 시대 지어진 유럽풍 건축물과 직접 그린 그림을 길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예술가들 그리고 한갓진 오후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길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브라가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브라가 페르마이(Braga Permai)'에서 쉬어갔다. 1923년에 문을 연 식당으로 식사 메뉴는 물론 커피와 차, 베이커리 등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 종일 손님이 붐빈다. 

치암펠라스는 센세이션널했다. 듣도 보도 못한, 일명 공중 쇼핑거리다. 11구역으로 구분되는 이곳엔 길거리 음식점, 기념품 상점, 짝퉁 시장 등이 들어서 있다. 주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품 쇼핑을 하고 현지인들은 산책로로 이용한다. 치암펠라스 스카이워크에 들어서면 마치 딴 세상 같다. 지상에선 잘 보이지 않던 가로수가 스카이워크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울창한 나무가 주변 건물을 가려주고 번잡한 도로도 보이지 않아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 취재 협조 = 한·아세안센터 

[자카르타·반둥·족자카르타(인도네시아) =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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