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전문점
제이바스·시타렐라·발두치… 유서깊은 식료품점에 뉴요커들 발길
코너마다 해박한 지식 갖춘 직원들이 설명… 시장서 장보는 것 같아

과거 미소 냉전 시대에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소련과 미국을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로 수퍼마켓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초대형 규모의 매장과 그 안에 끝도 없이 연속되는 상품의 현란한 진열은 미국 풍요로움의 자랑이자 철저한 상업주의의 상징이다. 경마장같이 넓은 주차장, 쇼핑 카트에 가득 담은 물건을 끄는 소비자는 미국의 일상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뉴요커들의 쇼핑 스타일은 미국 타 도시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우선 맨해튼에서는 주차장을 갖춘 대형 수퍼마켓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차를 할 수 없고, 차가 없으므로 걸어서, 또는 대중교통으로 매장에 오고, 양손에 들고 갈 만큼의 수량만 구매한다. 이러한 지리적, 문화적 배경 때문에 맨해튼에는 중소 규모의 식료품 전문점(Food Specialty Market)이나 단일 업종의 상점이 대부분을 이룬다.

수천, 수만 가지의 상품이 진열된 수퍼마켓은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알아서 집어 담는 일방적 구매 형태가 보통이다. 하지만 뉴욕의 식료품점들은 이런 고정 개념을 탈피했다. 각 식자재 코너마다 해박한 지식을 갖춘 매니저와 직원이 상주하면서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도록 만들었다. 치즈, 빵, 올리브, 생선, 야생고기, 희귀 식재료 등이 색채와 질감, 형태를 달리하며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마치 큰 전통시장의 골목골목을 거닐며 한 가지씩 물건을 구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비자와의 대화와 친근함을 이끌어 내는 이 개념은 신선했고, 오늘날 대형 수퍼마켓들도 이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80여 년 전통의 식료품점 제이바스(Zabar’s)의 훈제 생선 카운터. 직원 여러 명이 훈제 연어 자르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 제이바스(Zabar’s)·박진배
이미지 크게보기
1915년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루이스 발두치가 만든 식료품점 발두치(Balducci). 야채, 육류, 파스타 디스플레이가 특히 아름답다./ 제이바스(Zabar’s)·박진배
이런 식료품 전문점의 특징 중 하나는 HMR(Home Meal Replacement)/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라고 불리는 섹션의 강조다. HMR 또는 RMR의 개념은 식료품점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완성품으로 판매하고 소비자가 구매해 집에서 데워 먹는 개념이다. 레스토랑은 편리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직접 하는 요리는 건강하지만 시간이 많이 든다. 도시의 바쁜 일정에 시달리는 뉴요커들에게 HMR/RMR은 더할 수 없이 편리하고 적합한 음식 제공 형태다.

올바른 식재료와 음식에 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레스토랑 못지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곳이 식자재를 판매하는 상점들이다. 전 세계의 마켓 환경이 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뉴욕에도 이탈리(Eataly), 푸드 홀(Food Hall), 르 디스트릭트(Le District) 등의 현대식 마켓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 매장 내부의 청결하고 정돈된 음식, 식자재의 디스플레이는 일품이다. 특히 오픈 키친으로 구성된 RMR 섹션은 장관이다. 이러한 첨단의 세련된 디자인을 도입하지만 이들 역시 뉴욕의 기존 식료품점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여기에 뉴요커들의 이민의 역사와 열심히 사는 모습,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러한 스토리로 뉴욕의 마켓은 언제나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유서 깊은 식료품 전문점 몇 곳을 소개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신선하고 싼 채소와 과일이 유명한 ‘페어웨이(Fairway)’. / 제이바스(Zabar’s)·박진배
이미지 크게보기
디자이너 데이비드 로크웰이 기둥처럼 치즈를 쌓아 연출한 매장 디자인이 인상적인 시타렐라(Citarella). / 제이바스(Zabar’s)·박진배

제이바스(Zabar's)

80여 년 전 브루클린에서 훈제 생선을 만들어 팔면서 시작한 식료품점이다. 현재는 전문화된 고급 치즈, 올리브, 가공육, 베이글, 식기류 등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훈제 생선 카운터로 항상 여러 명의 직원이 '노바(Nova)'라고 불리는 훈제 연어를 자르고 있다. 이 연어는 흔히 세계에서 둘째로 맛있는 연어라 불린다. (참고로 일본 홋카이도 연안에서 10만 마리당 하나로 잡히는 별종 연어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1년 중 가장 바쁜 12월 31일, 열 명이 넘는 직원이 카운터에 정렬해 쉬지 않고 연어를 자르는 모습은 뉴욕의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다. 영화 '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1998)'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승강이 벌이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뉴욕에 살면서 센트럴 파크로 피크닉을 간다면 그 전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주소: 2245 Broadway 80th Street, www.zabars.com

시타렐라(Citarella)


1912년 마크 시타렐라(Mark Citarella)가 할렘에서 생선 장사로 시작해 오늘날의 종합 음식 전문 마켓으로 발전시킨 상점이다. 뉴욕에서 풀턴 수산시장(Fulton Fish Market) 다음으로 가장 신선한 생선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치즈와 육류, 빵도 고품질이다. 매장은 유명 디자이너 데이비드 로크웰(David Rockwell)의 작품으로 치즈를 쌓은 형태가 마치 건축적 기둥과 같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으로 유명한 감독 노라 에프런(Nora Ephron)은 이곳의 매력을 "시타렐라에서는 러브스토리가 시작될 수 있다"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주소: 2135 Broadway(75th St.), www.citarella.com

발두치(Balducci)


1915년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바리(Bari)에서 이민 온 루이스 발두치(Louis Balducci)가 브루클린에서 청과상으로 시작한 마켓이다. '21세기의 라이프 스타일과 경제성'이라는 모토 아래 특유의 오렌지색 로고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야채, 육류, 파스타 등의 상품 디스플레이가 특히 아름답다.

주소: 301 W 56TH St., www.balduccis.com

이미지 크게보기
‘유럽의 노천 시장’이라는 개념으로 만든 딘 앤 델루카(Dean & Deluca) 매장의 생선 판매대. / 제이바스(Zabar’s)·박진배
뉴욕식품점

페어웨이(Fairway)

1930년대 맨해튼의 어퍼웨스트 사이드에서 시작해 현재 뉴욕 인근 14개 매장이 있다. 프랑스 치즈 연합 길드에서 공인한 치즈 수입상이 선택한 치즈 섹션이 특히 유명하며 야채와 과일의 신선도와 적당한 가격으로 언제나 고객들로 붐빈다.

주소: 2131 Broadway, www.fairwaymarket.com

딘 앤 델루카(Dean & Deluca)


1973년 소호가 아직도 창고와 제조 공장으로 구성되어 있던 시절에 조르조 델루카(Giorgio Deluca)가 작은 치즈 가게를 열었고, 1977년 파트너였던 조엘 딘(Joel Dean)과 함께 대형 마켓으로 확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좋은 식자재를 위해서 전 세계를 배회하였다. 이 매장의 디자인 또한 유명하다. 예술가이자 창립 파트너였던 잭 세글릭(Jack Ceglic)은 '유럽의 노천 시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매장을 디자인했다.

주소: 560 Broadway(Prince St.), www.deandeluca.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사실 홀리役은 헵번이 아니라 먼로였다

문 리버. 헨리 맨시니의 아련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뉴욕의 옐로우 캡 한 대가 맨해튼의 텅 빈 아침거리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한 여자가 내린다.

지방시의 우아하고 고혹적인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은 미스 '홀리 고라이틀리(오드리 헵번)'가 크루아상과 커피를 마시며 보석상 '티파니' 쇼윈도 앞에 서서 아름다운 보석들을 바라본다. 아침을 먹기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 닫힌 티파니. 그러나 이 장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영원한 고전 영화의 첫 장면으로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된다.

언젠가 '노스탤지어'에 대한 글을 쓰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으면서 떠나간 첫사랑 생각하고 그러니? 향수에 젖어서? 거긴 가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야." 음악이란 국적을 초월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문 리버'를 듣는 것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맨해튼 '티파니'에 향수 따위를 느낄 리 없다. 제아무리 헨리 맨시니가 오드리 헵번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을 쓰기 위해 어마어마한 창작의 고통을 겪었다는 걸 알아도 말이다. 창가에 걸터앉아 조그마한 기타를 들고 '문 리버'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단어는 단 하나다.

노스탤지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배경이 되는 뉴욕 맨해튼의 모습. 화려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뉴욕 맨해튼에서 찍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본 뒤 느껴지는 감정은 '노스탤지어'다.
홀리 골라이틀리. 가난해서 구걸을 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겨우 16살에 아내를 잃은 텍사스 농부와 결혼한 미스터리 한 여자. 과거를 지우고 뉴욕으로 온 후, 언제라도 떠날 사람처럼 명함에 항상 '여행 중'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다니는 이 여자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를 키운다. 고양이를 '나비'나 '해피'라 부르지 않고 그저 '고양이'라고 부르는 이 독특한 고양이 주인은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게 꿈인 '파티 피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 홀리 골라이틀리는 다이아몬드는 나이 든 여자에게나 어울린다고 믿고, 단지 착한 사람 같다는 이유로 마약업자인 '샐리 토마토'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편지를 전하기 위해 교도소를 들락거린다. 삶이 공허할 때면 맨해튼의 '티파니'에 가는 그녀. 보석이 좋아서가 아니라, 불행한 일이 모두 빗겨갈 것 같은 티파니 특유의 친절한 공기 때문에 그곳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만인의 연인 같은 모습으로.

홀리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폴'은 가난한 작가로 부유한 여자의 후원을 받는 한량이다. 그는 이웃인 홀리의 매력에 점점 빠지며 그녀의 알 수 없는 과거를 하나씩 알게 되고, 그녀의 전남편을 만나 홀리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마약업자 '샐리 토마토' 사건에 연루된 그녀를 도와주다가 사랑을 확신한 폴은 비 오는 거리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같은 문장을 쓴 작가라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남자, 트루먼 카포티가 바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다.

원작은 사실 영화와 상당히 다르다. 특히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홀리가 어디론가 계속 '여행 중'이란 암시를 주며 끝나는 원작의 '열린 결말'과 상당히 다른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품을 쓸 때 트루먼 카포티가 홀리 역할로 '매릴린 먼로'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만약 원작자의 의도대로 영화화되었다면 뇌쇄적인 금발의 섹시한 홀리 골라이틀리가 탄생할 뻔했던 것.

그토록 다른 결말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배우 중에 소설에서 묘사하는 '유난히 큰 눈, 큼직한 입에 납작한 엉덩이의 깡마른 여자'에 부합하는 것은 '오드리 헵번'뿐이다. 가끔씩 상점에서 사소한 물건을 훔치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남자들에게 50달러씩을 뜯어내는 속물인 콜걸을 순진무구한 낭만주의자 스타일로 연기할 만한 배우가 도대체 오드리 헵번 말고 누가 있겠는가.

이윤기 감독은 언젠가 씨네21에 쓴 '스크린 속 나의 연인'이란 글에서 오드리 헵번에 대해 "한 여배우를 바라보며 신비롭다라는 느낌으로 마음마저 뭉클해진 경험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헵번은 '영혼은 그대 곁에'를 끝으로 착한 일 많이 하다가 4년 뒤인 1993년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그녀에 대한 무수한 좋은 평판으로 보건대 아마도 지금은 마지막 영화에서처럼 천사가 되어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사로 헵번을 기용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새삼 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감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재미 있는 우연은 그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아직 개봉은 하지 않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년 블레이크 에즈워드 감독 작품. 오드리 헵번, 조지 페퍼드가 출연했다. 이 영화로 헨리 맨시니는 34회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