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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우드 벽화

"뭐야, 스페인어를 써?" 깜짝 놀랐다. 미국 내에서 드물게 스페인어를 쓰는 곳.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처음부터 반전이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마천루, 뜨거운 태양과 야자수, 매일 수많은 크루즈가 드나드는 화려한 항구 도시. 마이애미를 상징하는 수식어다. 하지만 현지에 내리면 딱 1초 만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걸 느낀다. 마이애미는 반전의 도시니깐. 

◆ 마이애미 속 쿠바, 리틀 아바나 

마이애미 여행 첫날,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줄을 서 있는데 양쪽에서 스페인어 대화가 오가는 걸 보고 의아했다. 잠시 '여기가 미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주변 사람 모두가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쓰고 있었다. 다행히(당연하게도) 그 호텔 직원은 영어도 잘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마이애미 사람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하고 있었다.마이애미 '리틀 아바나(Little Havana)'라는 동네에 가면 남미 문화가 깊숙이 스며든 미국 도시의 면모를 재밌게 경험할 수 있다. 리틀 아바나는 1950년대 쿠바 사회주의 혁명 당시 탈출한 쿠바인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곳이다. 시간이 60년도 더 흐른 지금도 쿠바 사람들이 운영하는 각종 상점과 식당, 카페, 바 등이 가득하다. 쿠바에 가지 않고도 쿠바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랄까. 야외 테이블이 있는 작은 공원에선 할아버지들이 이른 아침부터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고, 1935년 문을 연 뮤직바 '볼 앤드 체인(Ball & Chain)'에선 매일 밤 라이브 쿠바 음악 연주와 쿠바 살사 공연이 열린다. 높은 칼로리만큼 훌륭한 맛을 보장하는 쿠바식 샌드위치를 배불리 먹고, 진하고 달콤한 쿠바식 커피 '코르타도(Cortado)'를 1.5달러에 테이크아웃해 마시며 거리를 걷다 보면 여행자의 행복지수가 쭉쭉 상승한다. 

◆ 마이애미 아트 중심지, 윈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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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 전체가 미술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리의 조형물, 건축 디자인, 호텔 로비나 레스토랑에 걸린 미술작품, 심지어 대형마트 벽면 장식까지 시선을 두는 곳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아트 작품이 있다. 그냥 형식적으로 걸어 둔 장식이 아닌, 정말 그 장소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약 15년 전부터라고 한다. 마이애미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윈우드(Wynwood)' 지역에 하나둘씩 작업실과 갤러리를 열었다. 

과거 대규모 공장지대였던 윈우드는 집값이 저렴했다. 윈우드에 정착한 아티스트들은 창문이 없어 삭막하고 밋밋했던 공장 건물의 외벽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이제 윈우드는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예술 지구이자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개성 있는 디자인 브랜드 매장과 트렌디한 레스토랑, 카페도 많아졌다. 아티스트들이 벽화 위에 계속해서 새로운 벽화를 그려 넣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윈우드의 매력. 유명한 벽화 앞에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마이애미는 세계 최대 미술 축제 중 하나인 '아트 바젤(Art Basel)'이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예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아트 바젤'은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2002년부터 마이애미에서도 매년 성대하게 개최되고 있다. 2013년부터는 홍콩에서도 매년 열리게 되어 현재 아트 바젤이 열리는 도시는 전 세계에 3곳뿐이다. 

※ 취재 협조 = 마이애미관광청·미국관광청 

▶▶ 마이애미 여행 100% 즐기는 TIP=마이애미는 1년 내내 열대 기후가 이어지는데, 6~9월에는 습도가 높아 매우 덥다. 여행 성수기는 12월부터 4월까지로, 한낮 최고기온은 여전히 30도 가까이 오르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낮다. 매년 아트 바젤이 열리는 12월 초에는 호텔 숙박요금이 비싸지고 예약이 힘들 수 있으니, 이때 방문할 예정이라면 호텔 예약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마이애미(미국 플로리다주) =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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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모든 거주자들은 도시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매일 75명이 이곳으로 이주하고, 매주 새로운 1000명이 이곳에 도착한다. 실제 수치가 어떻든,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현실적이다. 생활비용 증가, 주택 부족, 교통체증, 그리고 심심치 않게 보이는 부동산 개발 현장 모습 등이다. 시애틀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도 리노베이션 중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기술 성장'은 탐험해야 할 새로운 풍경과 정취를 의미하기도 한다. 시애틀 시내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 역시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과 자연보호구역, 태평양 연안 북서부 풍부한 해산물과 지역별 크래프트 맥주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5월 다시 문을 연 노르딕 박물관에서 시작해 보자. 밸러드(Ballard)에 있는 매력적인 아연 도금 건물은 본래 어업에 종사하던 스칸디나비아 공동체의 전통적 거주지다. 넓고 밝은 화랑에서 바이킹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출신 개척자 시대 이주민까지 노르딕 유산과 역사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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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가면 인기 있는 신선한 굴을 꼭 맛봐야 한다. 루스 프렘슨 ⓒ 2018 THE NEW YORK TIMES

다음은 호평받는 로컬 요리사, 러네이 에릭슨이 운영하는 인기 많은 레스토랑 '월러스와 카펜터(Walrus and the Carpenter)'에서 태평양 북서부 맛, 굴요리를 맛볼 차례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칵테일과 굴인데, 바(bar) 뒤쪽에 쌓여 있는 굴껍데기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마 하마스(Hama Hamas)와 소금이 든 베이워터 스위츠(Baywater Sweets)를 포함한 후드 커낼(Hood Canal)의 인기 있는 굴 요리집을 돌며 신선한 굴요리 집과 함께 통통한 피커링 패시지스(Pickering Passages)와 같은 퓨젓 사운드(Puget Sound)의 주옥같은 굴집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주말 아침은 모닝커피와 함께 시작이다. 정감 가득한 아날로그 커피(Analog Coffee)에서라면 디지털 기기는 넣어두고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to-basics)'는 정신으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이 커피숍에는 비닐과 카세트 더미, 신문과 잡지 인쇄물이 눈에 띈다. 커피 중에서도 콜드브루는 특히 맛이 훌륭하다. 아날로그 커피에 가는 길에 의사당 베이커리 누보(Bakery Nouveau)에 들러 달콤한 아몬드 크림으로 가득 찬 아몬드 크루아상을 꼭 맛봐야 한다. 

소화를 시킬 겸 테크버블스로 향한다. 사실 시애틀은 대담한 건축물이 즐비한 곳이다. 새장처럼 생긴 시애틀 중앙 도서관(Seattle Central Library)이나, 다양한 색깔의 금속 철갑이 연상되는 프랭크 게리의 팝 컬쳐 뮤지엄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 추가된 것은 지난 1월 아마존 다운타운 캠퍼스에 오픈한 온실, 스피어스(Spheres)로, 3개 유리 돔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 가려면 몇 주 전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좋다. 

점심은 미식기행. 태평양 너머 다른 나라에서 온 맛이 시애틀 미식 여행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포박숩숍(Pho Bac Sup Shop)은 삼형제가 운영하는 활기 넘치는 베트남 레스토랑이다. 향이 좋은 쇼트립포(short-rib pho)와 함께 생포도주를 제공한다. 쌀국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 위에 얹어진 툭 튀어나온 커다란 뼈가 압권이다. 작년 말 문을 연 프리몬트 볼(Fremont Bowl)은 짧은 기간 내 돈부리와 지라시스시 메뉴 등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라시스시는 참치, 연어, 방어, 새우, 바다뱀장어와 날치알 등 다양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오후엔 라이브쇼를 보는 라디오 방송국 투어. 이 도시의 대담한 독립 라디오 방송국인 KEXP 덕분에 공영 방송 미래는 밝아 보인다. 2016년 니르바나 데뷔 싱글 '러브 버즈'를 처음으로 공개한 이 유명 방송국은 시애틀 SkB 설계자들이 디자인한 새로운 시설이다. 독특한 이 건물에는 공연 공간, 커피숍, 레코드 가게가 함께 들어서 있다. 

라이브쇼를 보고 싶다면 방문할 만하다. 넓은 로비나 스튜디오 내 안락한 전시관에서 연간 400개 넘는 라이브 쇼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브레더스와 포틀랜드 인디 포크 밴드 호스 피더스(Horse Feathers)가 여기서 공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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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파머스 마켓에서는 워싱턴주의 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루스 프렘슨 ⓒ 2018 THE NEW YORK TIMES

일요일 아침은 브런치로 열자. 시내 주변 레스토랑과 파머스 마켓에서는 컬럼비아 시티 베이커리(Columbia City Bakery) 수상에 빛나는 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른 아침 길을 좀 돌아가는 수고가 들더라도 꼭 들러야 할 카페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즌 한정 수제 파이와 파니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인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부드러운 프레첼을 즐길 수 있다. 

오후엔 빼놓을 수 없는 시애틀 명물 파머스 마켓 투어. 밸러드 파머스 마켓(Ballard Farmers Market)은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역의 역사적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신선한 농산물과 조개류부터 돼지고기 식품, 사과주, 치즈까지 주로 워싱턴주 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계절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버스커와 거리 공연자들 덕에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마켓에 인접한 부티크 프리즘(Prism)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시에라 그레이브스(Sierra Graves) 작품부터 밸러드에 기반을 둔 블랙버드(Blackbird)의 유니섹스 향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다음은 아트 스튜디오에 있는 갤러리이자 숍인 베뉴(Venue)로 가보자. 수십 명의 지역 아티스트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시애틀 아이리 페이퍼굿즈(Ilee Papergoods) 수작업으로 인쇄한 예쁜 카드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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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가든스 공원, 해변을 따라 걸으면 퓨젯 사운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루스 프렘슨 ⓒ 2018 THE NEW YORK TIMES

그것 아는가. 여행의 법칙. 가장 좋은 것은 맨 나중에 남겨둬야 하는 법이다. 마지막 코스로 찍은 건 시애틀의 자연 즐기기.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다 위에서 신선한 공기를 맞고 싶다면 북서쪽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 평화로운 골든 가든스 공원(Golden Gardens Park)이 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면 퓨젓 사운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조용한 바다에 누워 동동 떠다니는 물개를 만나거나, 맑은 날이라면 저 멀리 올림픽 산맥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스카이라인 뷰를 만끽하고 싶다면 남동쪽 개스 워크스 파크(Gas Works Park)가 답이다. 이전엔 석탄을 가스로 만드는 시설이었던 곳이 놀이 지역이 된 독특한 공원이다. 잔디로 둘러싸인 유니언 호수(Lake Union) 위에 수상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시애틀의 꿀잠 Tip = 시어도어 호텔(Hotel Theodore)은 153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세련된 디자인으로 리노베이션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전에 루스벨트 호텔(Roosevelt Hotel)을 보유했던 아트 데코(Art Deco) 타워에는 시애틀에서 들여온 상품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테마 부티크 호텔인 '앤드라 호텔(Hotel Andra)'도 명물. 로비의 커다란 화강암 벽난로 옆쪽에는 알바르 알토(Alvar Aalto)가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와 겹겹이 쌓인 장작을 볼 수 있다. 
잉그리드 케이 윌리엄스 ⓒ 2018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8년 7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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