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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버마)는 베일에 싸인 땅이다. 낙후된 불교 국가, 군사 독재국 등의 편견으로 가로막힌 나라다. 오랜 기간 폐쇄돼 있던 미얀마는 동남아의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젊은 여행자들에게도 선뜻 넘어서기 어려운 낯선 곳이었다.

황금으로 단장된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인들의 성지이자 휴식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얀마를 떠올리며 긴장할 필요는 없다. 동남아 지역 중 안전도를 따져도 뒤처지지 않는다. 밤길 야시장에서는 온화한 웃음과 접하고, 불교를 국교로 하는 착한 민족성 때문에 성난 모습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유럽 청춘들이 꾸준히 찾는 여행지인 미얀마는 닫혀 있고 내성적이지만 속은 의외로 고혹하다. 한국에는 불교 순례 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그 수려한 풍광이 하나둘 전해졌을 뿐이다.


사원지대로 유명한 바간, 고산족의 호수로 알려진 인레 외에도 미얀마에서는 도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거리와 마주치게 된다. 미얀마의 관문인 양곤이나 제2도시 만달레이에는 번잡하고 독특한 일상이 짙게 녹아 있다.

쉐다곤 파고다에서 소원을 빌고 있는 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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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인들의 성지 ‘쉐다곤 파고다’

양곤은 미얀마 최대의 상업도시다. 이 도시는 변화상을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2005년 미얀마의 수도가 산악지대인 네피도로 갑자기 옮겨지기 전까지 양곤은 미얀마의 수도였다.


양곤의 단상은 묘한 대비 속에서 빛을 발한다. 양곤의 중심인 쉐다곤 파고다의 풍경과 신세대들이 몰려드는 인야 호수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닮은 듯 이질적이다. 도시의 70% 이상이 숲으로 뒤덮여 있지만 심각한 공해 때문에 도심도로에서 모터사이클의 운행은 금지돼 있다. 서울의 청담동 같은 골든 밸리와 양곤강 건너 낙후된 ‘달라’ 지역은 지독한 삶의 차이를 보여준다.

인야호수는 양곤 신세대들의 아지트다.



쉐다곤 파고다는 양곤의 상징이자 불교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탑이다. 높이 99m의 금빛 탑은 탑 외관이 실제 황금으로 단장돼 있다. 옛 왕조의 여왕이 자신의 몸무게만큼 황금을 보시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양의 황금이 기부돼 황금 무게만 수십 톤에 이른다고 한다. 탑 꼭대기는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로 치장돼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시내 어디서나 바라보고 의지할 수 있도록 인공으로 만든 도심 언덕 위에 있다.

탑의 면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종교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종교이자 삶터이고 휴식처이기도 하다. 탑 내부에서는 승려들이 수행을 하고 연인들은 경내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가족들은 불전 안에서 도시락도 먹고 낮잠도 잔다. 미얀마에서 불교와 삶이 깊숙하게 밀착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인들이 평생 소원으로 꿈꾸는, 생전에 한번은 방문해야 할 메카와 같은 대상이기도 하다.




‘양곤의 명품족’을 만나다

쉐다곤 옆에는 인공호수인 깐도지 호수가 들어서 있다. 깐도지에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면 양곤대학교 옆 인야 호수는 신세대들의 아지트다. 호수 한 편으로는 아웅산 수 치(아웅산 수지) 여사가 연금됐던 가택이 있고 한쪽 호수변으로는 노천바와 벤치가 즐비하다. 벤치에 앉아 기타를 퉁기는 양곤 젊은이들의 복장을 살펴보면 사뭇 이채롭다. 미얀마 남자들은 대부분 치마처럼 생긴 론지를 입고 여인들은 하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흰색 타네카를 바른다. 이곳 대담한 신세대들은 민소매에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타네카 대신 값비싼 화장품으로 얼굴을 치장한다. 인야 호수 옆 골든 밸리 지역은 집도 으리으리하고 명품 숍도 들어서 있는 낯선 분위기다.


혹 ‘양곤의 상류층’을 만나려면 도심 사쿠라 타워로 간다. 사쿠라 타워 20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는 양곤의 패션리더들이 드나들며 밀담을 나누는 곳이다. 주말이면 공연도 열리는 별천지다. 이곳에서 슐레 파고다까지 이르는 일대가 양곤의 중심지다. 양곤의 도심은 영국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받아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거리가 조성돼 있다. 양곤에서는 한류 때문에 한국인들의 인기도 꽤 높은 편이다. 현지여성들이 한국 남자들을 드라마 속 ‘원빈, 송승헌’처럼 매너남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승려와 중생이 함께 어우러진 

만달레이 거리.

수백 개의 흰 탑이 늘어서 있는 만달레이의 쿠도더 사원.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는 양곤과는 모습이 또 다르다. 분위기는 좀 더 숙연하다. 만달레이는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인 꽁바웅 왕조의 도읍지로 승가대학 등이 있어 미얀마 스님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길에 나서면 온통 승려들의 세상이다. 상점마다 아침 공양을 하고, 미니 트럭에 매달려 가는 승려들과 흔하게 마주치게 된다. 만달레이 언덕에 올라 왕궁과 사원의 자취를 음미하고 일몰을 감상하는 몽환적인 체험은 평화롭고 아늑하다. 만달레이 인근 마하 간다용 짜용 수도원은 수천 명 스님들이 탁발 공양 행렬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미얀마의 도시는 이렇듯 어제와 오늘, 승려와 중생이 가지런하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가는 길

양곤까지는 태국 방콕을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성수기 때 한시적으로 인천에서 직항편이 운행되기도 한다. 미얀마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미얀마 화폐는 짯(Kyat)으로, 달러를 지니고 있으면 현지 금은방 등에서 환전할 수 있다. 양곤의 날씨는 한국의 한여름처럼 더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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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를 꿈꾸던 고대인들이 건설한 도시. 들판 가득 끝없이 서 있는 탑들의 바다에서 들려오는 전설과 신화에 귀 기울이며 걷는 길. 저녁 노을 속에 붉게 물들어가는 사원을 바라보며 사라져간 옛영광을 그려보는 땅.

찬란한 불교 유적을 지닌 나라

장기 집권 중인 군사정부의 민주화 운동 탄압과 14년 넘게 계속 되어 온 수치 여사의 가택 연금으로 종종 국제뉴스에 오르는 나라. 고립과 통제의 고단한 날들을 견디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정 많고 순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 인도차이나 반도와 인도 대륙 사이의 비옥한 지대에 남북으로 뻗어 있는 버마는 찬란한 불교 유적을 지닌 나라다.

쉐산도 사원에서 바라보는 올드 바간의 일몰

그 중에서도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버마의 최남단까지 이어지는 이라와디강 중부에 위치한 바간은 버마가 품은 경이로운 불교유적지다. 42km²의 면적에 2,300여 개의 탑과 사원이 보존된 ‘탑들의 고장’이자 칠기를 비롯한 수공예품의 집산지로 미얀마 최고의 관광지. 미얀마 첫 통일왕국의 수도였던 바간은 1057년, 아뇨라타(Anawraahta)왕이 이웃 국가인 타톤을 정복하며 번영기에 접어든다. 그 후 바간에는 5,000여 기의 탑과 사원이 들어섰지만 영광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겨우 200년 후부터 쇠락하기 시작해 1287년, 마침내 몽골의 쿠빌라이 칸에 정복당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1975년에 발생한 진도 6.5의 지진은 많은 사원과 탑에 손상을 입혔다.

동서남북 어디를 향해도 오직 탑과 사원들뿐

그럼에도 바간은 그 매혹적인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 벼들이 자라는 논 사이에, 붉은 들판 위로, 정글처럼 울창한 숲 사이로 여전히 탑과 사원들이 서 있다. 거대한 규모로 치솟은 화려한 사원도 있지만 무너져가는 작고 단순한 흙벽돌 탑도 있다. 동서남북 어디를 향해도 그곳에 서 있는 건 오직 탑과 사원들뿐이다. 천 년 전 불국토를 꿈꾸며 만들어진 신의 땅에는 황금 지붕과 뾰족 탑을 가진 사원들이 그림처럼 서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들판 사이에 탑들의 바다가 출렁인다.

바간에서 가장 예쁜 사원으로 꼽히는 아난다 사원의 모습

물동이를 이고 걸어가는 버마 여인들

불탑의 도시 바간을 제대로 둘러보기 위해서는 걷기와 타기를 결합하자. 첫날은 바간 고고학지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둘러보자.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붇는 사원부터. 바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잘 보존되어있고, 가장 큰 규모인 덕분에 가장 사랑받는 아난다(Ananda Pahto)사원이다. 1090년에 세워진 사원에는 동서남북 네 개의 입구에 거대한 황금 불상이 서 있다. 사원의 뒤로 늘어선 산들의 어깨는 완벽한 배경이 되어준다. 아난다 사원을 나와 600m 남짓 남서쪽으로 걸어가면 선셋 포인트로 유명한 쉐산도(Shwesandaw Paya) 파고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바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내려와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다시 500미터 남짓 직진하면 바간에서 가장 높은(61미터) 탓빈뉴 사원(Thatbyinnu Temple). 이 주변으로는 십 수개의 탑과 사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들 사이를 지나, 붉은 먼지 날리는 흙길을 걸어 북쪽으로 1km 남짓 걸어가면 이라와디 강변의 부파야 파고다(Bupaya). 850년 경에 세워진 바간의 가장 오래된 탑이다. 열대의 태양에 달아오른 사원을 맨발로 걷느라 발바닥이 따끔거릴 무렵이면 사원의 뜰에서 잠시 쉬자. 꽃이나 복권을 파는 아가씨들과 말을 섞으며. 잠시 땀을 식혔다면 다시 남서쪽으로 향하자. 밍갈라제디(Mingala Zedi)에서 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바간 왕조가 쓰러져갈 무렵에 세워진 탑의 테라스에 앉아 이라와디 강변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기다리자. 무너져버린 불국토의 꿈을 그려보며.

사원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

이라와디 강변의 풍경

탑들의 숲 위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다

하루 종일 아열대의 햇살 아래 흙먼지를 마시며 걸어 다니느라 고생했다면, 다음날은 마차에 오르자. 기분 좋게 흔들리는 마차에 앉으면 갑자기 농노에서 귀족으로 급격한 신분상승이라도 한 것 같다. 자전거보다 더 느린 마차지만 급하게 갈 일도 없기에 더할 나위없다. 이제는 벌판의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며 홀로 서 있는 탑과 사원들을 찾아갈 차례다. 이라와디 강변 북동쪽의 쉐지곤 탑(Shwezigon Paya)부터 시작하자. 규모와 화려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쉐지곤 탑은 버마를 통일한 아노라타가 11세기 중반에 건립했다.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등에 싣고 돌아다닌 코끼리가 멈춰선 자리에 지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버마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종 모양으로 곡선이 부드러운 탑은 우아하기 그지없다. 너무도 많은 사원과 불탑을 보고 또 보다 보면 헷갈리는 단계를 넘어서 마침내는 ‘탑은 탑이요 절은 절이니…’하는 득도(?)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오늘의 일몰은 쉐산도 사원(Shwesandaw Paya)에서 맞이하자. 이우는 저녁 해는 부드럽게 대지로 스며들어 첨탑들의 평원과 그 뒤로 흐르는 이라와디강을 빛내고 있다. 탑들의 숲 위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한적한 길가에는 마차들의 말발굽 소리만이 '달그락 달그락' 거릴 뿐 사위는 고요하게 어둠 속으로 젖어든다. 한낮의 열기도 식어가고, 상쾌한 바람이 잎새 사이를 넘나들며 불어오는 이른 저녁. 문득 드는 생각. 여기가 열반이 아닐까.

저녁 햇살에 길어지는 탑 그림자

코스 소개
‘불탑의 도시’ 바간은 버마의 두 번째 도시인 만달레이(Mandalay)에서 남서쪽으로 193㎞ 떨어져 있다. 아냐라타(Anawrahta) 왕에 의해 건설된 고대 버마의 수도로, 중국과 인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바간 왕조의 황금기였던 11세기에 수많은 불탑들이 건설되었는데, 현재는 2300기 정도가 남아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르보드르와 더불어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꼽히며,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바간은 크게 올드 바간과 뉴 바간, 냐웅우 지역 등 3곳으로 나눠지는데 유적지는 주로 올드 바간에 몰려 있다. 시장이나 터미널 등은 냐웅우 쪽에 자리해 있어 가장 번화하다. 첫날은 올드 바간 중심부를 걸어서 둘러보고, 다음날부터는 마차나 자전거를 이용하자. 최소 사흘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찾아가는 길
버마 양곤까지 직항은 없고, 동남아의 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방콕을 경유하는 타이항공과 싱가포르항공이 있다. 양곤에서 바간까지는 국내선(1시간 20분)이나 버스(15시간 이상)를 이용한다. 만달레이에서 바간까지는 약 8시간 소요. 버마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카드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달러를 가져가 환전하는 것이 좋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버마는 열대 몬순기후로 연평균 섭씨 30도 내외. 5월 하순부터 10월까지는 우기다. 건기인 11~2월이 가장 시원하다. 이 무렵은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비슷하기 때문에 여행하기 적합하다. 아침저녁에는 다소 쌀쌀하니 긴팔옷도 준비하자.

여행 Tip
버마를 여행하는 일에는 고민과 주의가 뒤따른다. 연간 1억달러에 이르는 관광수입의 대부분이 지역주민이 아니라 군사독재 정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1962년 르 윈의 군사 쿠데타 이후 집권을 계속해온 국가 평화발전 위원회(SPDC)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군사 독재정부다. 따라서 외국인 여행자들의 미얀마 여행이 버마의 민주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반대하는 측은 외국인 여행자들의 여행이 결국은 군부 독재를 승인하는 형식이 되고 만다는 것, 그래서 버마가 민주화되기 전까지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버마의 민주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측은, 어린이 노동이나 여성의 인권, 국가에 의한 강제적인 노동력 동원 등의 문제가 외국인 여행자들의 눈을 통해 세계적인 이슈로 재등장해 군사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었음을 예로 든다. 버마를 여행할 때는 책임여행 행동강령을 철저히 준수하자. 군사정부로 흘러들어가는 돈을 최소화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 값싼 국영버스보다 비싼 사설버스를 타고, 버마국영항공 대신 외국계 항공사를 이용하고, 정부 소유의 호텔이 아닌 개인이 소유한 숙소에 머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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