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동자승들의 축구 사랑을 그린 영화 [Cup]의 실제 무대인 나라. 자유 배낭여행을 허가하지 않아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조차 꿈꾸는 나라. 1년에 미리 예약한 1만 명의 관광객만 받고, 그것도 하루 200달러씩 체류비를 내야 하는 나라. 세계에서 유일한 금연국가이자 남자들의 복장 규제가 있는 나라. 무엇보다, 경제성장 위주의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에 반대해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낸 바로 그 나라.

기이하게 생긴 주전자를 들고 달려가는 사원의 동자승.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진보적인 철학과 정책을 지닌 나라

부탄이 세계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친 건 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당일, FIFA랭킹 202위인 이 나라가 꼴찌 203위인 몬세라트와 경기를 가졌다. 전 세계의 가십거리로 회자된 그 경기의 결과는 약체 몬세라트에 부탄이 4대 0으로 승리. 경기가 열린 수도 팀푸가 해발고도 2,320m인 덕분에 몬세라트 선수들이 고산병에 시달린 것도 한 몫 했다. 지금 부탄이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국민행복지수 GNH를 중심에 놓은 국가정책 때문이다. 1972년, 열일곱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어린 왕이 대관식에서 선언했다. “국민총생산이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중심에 놓고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그 선언은 이제 전 세계가 지켜보는 실험이 되었다. 행복을 위해서는 자연 생태계의 보존이 필수라 여겨 옆 나라 인도가 나무를 팔라고 애원해도 팔지 않는 나라. 더 나아가 국토의 60퍼센트는 산림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헌법에 명시해 놓은 나라.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정체성 역시 행복의 필수조건이기에 공공장소에서의 전통 복장 착용을 의무화하고, 모든 건축물을 전통에 기반해 짓도록 규제하는 나라.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 못지않게 영적인 진보와 성장이 중요하다고 믿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진보적인 철학과 정책을 지닌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푸나카 사원의 축제를 보기 위해 '키라'를 차려입고 나온 여성들

밭을 갈다가 잠시 휴식 중인 부자

지구상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낀 이 나라는 한반도 5분의 1의 면적에 인구는 송파구민보다 조금 많은 67만. 독실한 티베트 불교 국가로 군인보다 승려의 숫자가 더 많다. 세계에서 가장 늦은 1999년에 텔레비전이 도입되었고, 지구상 유일한 금연 국가로 담배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대한민국이 2006년의 행복도 조사에서 178개국 중 103위를 차지할 때, 국민소득 1,200달러인 이 나라는 8위에 올랐다. 이 나라의 의료와 교육은 국가에서 전액 무상으로 제공한다.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국왕이 직접 국민을 설득해 입헌군주제로 돌아선 나라다.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혁명이나 전쟁, 외부의 압력 없이 스스로 왕정을 포기한 유일한 사례란다. 그럴 듯한 생산 공장이나 오염 시설이 없어 온 나라가 청정지역인 부탄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로 불린다.

히말라야 동쪽에 위치한 은둔의 왕국 부탄의 정식명칭은 부탄왕국(Kingdom of Bhutan). 세계에서 가장 험준한 지형으로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북으로는 티베트, 남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접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산악지대로 서에서 동으로 나라를 가로지르는 250km를 횡단하기 위해서는 3일이 소요된다. 오랫동안 쇄국정책을 고수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전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부탄 남자들의 전통 복장 '고'를 입고 하교 중인 학생들

푸나카 사원의 경비

티베트 밀교의 전통을 수호하고 있는 부탄에서 탁상 사원(Taktshang Goemba)은 가장 신성한 사원으로 꼽힌다. 파로 계곡(Paro valley)의 높이 900m의 깎아지른 듯 가파른 벼랑에 자리 잡은 그 드라마틱한 위치가 신성함을 더한다. 계곡을 휩쓸고 지나가는 거센 바람 소리와 스님들의 불경 외는 소리만으로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탁상 사원은 ‘호랑이의 둥지’를 뜻한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최고의 고승으로 추앙받는 파드마 삼바바(구루 린포체)가 747년에 암호랑이의 등에 올라타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으로 날아왔다고 한다. 구루 린포체는 이곳의 악귀를 물리친 후 근처 동굴에서 석 달간 명상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후 탁상 사원은 부탄 전역에서 찾아오는 중요한 성지가 되었다. 1998년의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던 사원을 2005년에 다시 지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무엇

벼랑 끝에 걸친 듯 서 있는 탁상 사원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걷기다. 옛 고승처럼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고 날아가지 않는 한. 길은 사원을 재건축하기 위해 건설한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해발고도 2,600m에서 시작해 3,140m의 사원으로 향하는 길의 초입은 잘 자란 소나무숲이다. 완만한 길을 지그재그로 한 시간 남짓 오르면 능선에 다다른다. 작은 불탑과 기도 깃발이 서 있는 능선에서는 파로 계곡의 멋진 전망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잠시 후면 표고 2,940m의 카페테리아. 탁상 사원이 절벽 너머 건너다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자. 절까지는 이제 30분 남짓이니 서두를 일도 없다. 샘을 지나면 사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마치 바위 위에 매달린 듯, 혹은 바위에서 자라난 듯 보이는 사원 안으로 발을 디디면 그곳은 이미 속세가 아니다.

부탄이 분명 낙원은 아니다. 이 나라에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존재한다. 네팔계 부탄인에 대한 차별이나 도시로 밀려드는 농촌 출신의 젊은이들과 같은 문제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탄을 여행한 이들은 모두들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에는 뭔가가 있어.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무언가가.” 개발과 성장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미친 질주에서 벗어난, 적어도 그 속도를 제어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지닌 나라를 잠시나마 들여다본다는 것. 부탄에서의 경험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벼랑 끝에 세워진 탁상 사원.

코스 소개
7,0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북동부에 두고 북쪽으로는 티베트, 남쪽에는 인도와 경계를 이룬 부탄. ‘천둥소리를 내는 용의 나라(Druk yul)’로 불린다. 티베트 불교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나라 곳곳에 사원과 불탑이 가득한 부탄에서도 탁상 사원은 가장 유명하고 신성한 사원이다. 파로에서 차를 타고 40분 남짓 달려 탁상 사원의 트레킹 출발지인 람탕카로 간다. 2,600m인 이곳부터 두 시간 정도 산길이 이어진다. 탁상 사원은 3,000m를 넘는 고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산병의 징후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며 천천히 걷자. 가방과 카메라는 사원 입구에 맡겨두어야만 입장 가능하다.

여행하기 좋은 때
6월부터 8월까지는 열대 몬순 기후로 강수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9월 말부터 11월말까지가 청명하고 온화한 날씨여서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특히 이 시기는 각종 축제가 열리는 시기여서 부탄의 민속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법
현재 부탄을 오가는 비행편은 국영항공인 '드럭 항공(Druk Air)'뿐이다. 보통 태국을 거쳐 파로 공항으로 입국한다. 여행사를 통해 미리 신청해 비자를 받아야만 탑승이 가능하다. 파로 공항에서 수도 팀푸까지는 53km로 2시간 소요.

여행 Tip
부탄은 개별 자유 여행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고, 여행경비를 입금한 후 비자를 받아야 한다. 3인 이상일 경우 하루 체류비 200불(3인 미만 240불). 체류비에는 숙박비, 세 끼 식사, 차량과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 (여행사 : Ancient Bhutan Tours / Email(bhutanancient@druknet.bt) / Website) 부탄은 전통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나라이므로 여행시 옷차림에 주의해 반바지나 민소매는 자제하자.

부탄을 가다

푸나단쥬강의 두 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세워진 푸나카 드종의 화려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형형색색의 전통 옷 고(남자)와 키라(여자)를 입은 사람들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보냈다. 정부가 도축을 금한 덕에 말 그대로 '상팔자'인 길거리의 개와 소 얼굴도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눈에 띄는 곳마다 절과 불탑이 있고, 나무 심고 다리 놓은 곳마다 산 자를 축원하는 깃발 '룽다'와 죽은 자를 위한 깃발 '마니다'가 나부끼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 부탄.

한반도 5분의 1 넓이의 땅에 70여만명이 모여 사는 부탄이 요즘 새로운 명칭을 갖게 됐다. ' 행복의 나라(Land of Happiness)'. 물질적으론 가난해도 국민 행복지수를 조사할 때마다 아시아 톱, 세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으면서 '행복'은 이 나라의 효자 상품이 됐다. 지난해 외국관광객 5만3000여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6만5000여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13일 방콕을 떠나 부탄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의 승객들은 저마다 보고 느낄 행복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 들뜬 표정들이었다.

수도 팀푸의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을 찾은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행복 찾아 떠나는 불국토 기행

달랑 한 개의 활주로만 닦인 '부탄 최대 규모' 파로 공항을 나와 가이드 쳬링(여·31), 운전사 초벨(25)과 만나며 일정이 시작됐다. 불국토(佛國土) 유람에서 어찌 절과 탑 구경을 뺄 수 있으랴. 부탄 불교의 뿌리는 라마교. 어느 곳이든 발을 디디는 순간 장엄한 불상과 매혹적인 만다라로 가득한 밀교의 세계로 빠져든다.

불국토 유람의 출발점은 3대 국왕의 어머니가 세웠다는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 동네 사람들 틈에 끼어 산스크리트어 경전이 쓰여진 마니 둥쿠르(소원을 비는 바퀴)를 돌린 뒤 5층 건물 높이의 위풍당당한 탑을 몇 차례 돌고 나자 마음과 머릿속이 텅 빈 듯 편안해졌다. 12세기경 팀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세워진 고찰 '장캉카 라캉'의 불당에서는 아이 안은 엄마, 남루한 옷차림의 남성, 일본인 부부, 미국 할머니도 지폐를 가지런히 펴서 보시한 뒤 세 번씩 절했다. 그 참배 삼매경을 틈타 개구쟁이티 나는 젊은 스님이 몰래 휴대전화메시지를 체크하는 모습이 앙증맞다.

푸나카 드종에서 수도하고 있는 젊은 스님들이 예불 의식에 쓸 기구들을 손보고 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독경소리는 바람과 어우러져 협주곡이 되고

팀푸에서 옛 수도 푸나카로 가는 둘째 날 여정. 그 중간에 해발 3104m 높이 도출라 고개를 넘어야 한다. 똬리 튼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 도출라 고개 꼭대기에 차를 세우니 이 나라 최고봉 강카푼숨(7564m)을 비롯해 병풍처럼 감싸 안은 하말라야 자락의 일곱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개 정상의 카페테리아에선 외국인들을 위한 주전부리를 거하게 내놓는다. 돼지고기에 쌀과 옥수수를 듬뿍 넣어 끓인 '투파'를 몇 수저 들고, 홍차에 야크젖 버터를 풀어 끓인 '수자'를 몇 모금 들이켜니 속은 든든하되 김치 생각이 났다. 꾸덕꾸덕 말린 고기 요리, 볶고 지지고 삶은 푸성귀가 대부분인 부탄 음식은 한국사람들 입맛에도 제법 맞는다. 그럴 수밖에 없을 물증이 있다. 현지어인 종카어로 아버지는 '아파', 어머니는 '암마'. 인종적인 뿌리는 몽골계통이라고 했다.

푸나카로 접어들자마자 나온 곳은 '위대한 미친 스님'으로 알려지며 부탄 불교사의 획을 그었다는 드럭파 쿤리의 전설이 얽힌 '치미 라캉'. 스님 신분이지만 술과 처녀들을 너무 좋아했다는 그는 도출라 고개에 숨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을 잡아먹던 도깨비를 물리쳤고, 이를 기념해 15세기에 지은 절이 바로 치미 라캉이다.

이 나라에 불교를 전한 고대 티베트의 불교학자 구루 린포체, 17세기 부탄을 통일한 영웅 '샤브드룽 나왕 남걀'의 양쪽 호위를 받으며 석가모니가 위엄있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치미 라캉의 불당. 같은 방에는 술과 여자들을 한껏 껴안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친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탱화도 걸려 있다.

팀푸와 푸나카를 잇는 도출라 고개 꼭대기에서는 히말라야 산맥과 이어진 부탄의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남자 강과 여자 강이 만나는 곳에 '푸나카 드종'이

푸나카를 향해 가는 길은 서부 부탄의 젖줄 푸나탄쥬 강과 나란히 한다. 콸콸 소리를 시끄럽게 내며 흐르는 '남자 강'과 잔물결도 없이 조용하게 흐르는 '여자 강', 그 두 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에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푸나카 드종(Dzong)'이 있다. '요새' 혹은 '성'이라는 뜻의 '드종'은 승려들의 수도원과 행정관청이 공존하는 부탄 사회의 중심이다.

푸나탄쥬 강을 건너 가파른 드종 어귀의 계단을 오르니 보리수나무가 넉넉한 풍채로 여행자를 맞아줬다. 17세기 지어진 이래 지진과 홍수 등 갖은 풍상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버텨온 곳. 관청이 있는 남쪽에선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한가로이 순찰 중이었고, '뎅 뎅' 종소리가 울리자 젊은 스님들이 일제히 북쪽 수도원 법당으로 모여들었다.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 독경 소리는 풍경 소리, 수십 마리 비둘기의 '파르륵' 날갯짓과 합쳐져 한 편의 협주곡이 돼 담장을 넘고 강줄기를 지나갔다. 그 장엄한 외침 "옴마니반메홈"을 홀린 듯 따라 하려니 가이드가 제동을 걸었다. "옴바니반메홈은 채식주의자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우린 고기를 먹으니 이렇게 해야죠. '옴암홈' '옴암홈'…."

_여·행·수·첩

교통편

부탄 국적 항공사인 ‘드룩에어’가 방콕·델리·카트만두 등에서 부탄 파로로 가는 정기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방콕까지 가서 부탄행 비행기를 타는 게 효과적이다. 부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현지에서는 어떻게

통화는 눌트럼. 대략 우리 돈 1000원이 40~50눌트럼 정도. 부탄은 영어가 제2공용어라 대부분 주민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푸나단쥬강의 두 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세워진 푸나카 드종의 화려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형형색색의 전통 옷 고(남자)와 키라(여자)를 입은 사람들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보냈다. 정부가 도축을 금한 덕에 말 그대로 '상팔자'인 길거리의 개와 소 얼굴도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눈에 띄는 곳마다 절과 불탑이 있고, 나무 심고 다리 놓은 곳마다 산 자를 축원하는 깃발 '룽다'와 죽은 자를 위한 깃발 '마니다'가 나부끼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 부탄.

한반도 5분의 1 넓이의 땅에 70여만명이 모여 사는 부탄이 요즘 새로운 명칭을 갖게 됐다. ' 행복의 나라(Land of Happiness)'. 물질적으론 가난해도 국민 행복지수를 조사할 때마다 아시아 톱, 세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으면서 '행복'은 이 나라의 효자 상품이 됐다. 지난해 외국관광객 5만3000여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6만5000여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13일 방콕을 떠나 부탄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의 승객들은 저마다 보고 느낄 행복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 들뜬 표정들이었다.

수도 팀푸의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을 찾은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행복 찾아 떠나는 불국토 기행

달랑 한 개의 활주로만 닦인 '부탄 최대 규모' 파로 공항을 나와 가이드 쳬링(여·31), 운전사 초벨(25)과 만나며 일정이 시작됐다. 불국토(佛國土) 유람에서 어찌 절과 탑 구경을 뺄 수 있으랴. 부탄 불교의 뿌리는 라마교. 어느 곳이든 발을 디디는 순간 장엄한 불상과 매혹적인 만다라로 가득한 밀교의 세계로 빠져든다.

불국토 유람의 출발점은 3대 국왕의 어머니가 세웠다는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 동네 사람들 틈에 끼어 산스크리트어 경전이 쓰여진 마니 둥쿠르(소원을 비는 바퀴)를 돌린 뒤 5층 건물 높이의 위풍당당한 탑을 몇 차례 돌고 나자 마음과 머릿속이 텅 빈 듯 편안해졌다. 12세기경 팀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세워진 고찰 '장캉카 라캉'의 불당에서는 아이 안은 엄마, 남루한 옷차림의 남성, 일본인 부부, 미국 할머니도 지폐를 가지런히 펴서 보시한 뒤 세 번씩 절했다. 그 참배 삼매경을 틈타 개구쟁이티 나는 젊은 스님이 몰래 휴대전화메시지를 체크하는 모습이 앙증맞다.

푸나카 드종에서 수도하고 있는 젊은 스님들이 예불 의식에 쓸 기구들을 손보고 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독경소리는 바람과 어우러져 협주곡이 되고

팀푸에서 옛 수도 푸나카로 가는 둘째 날 여정. 그 중간에 해발 3104m 높이 도출라 고개를 넘어야 한다. 똬리 튼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 도출라 고개 꼭대기에 차를 세우니 이 나라 최고봉 강카푼숨(7564m)을 비롯해 병풍처럼 감싸 안은 하말라야 자락의 일곱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개 정상의 카페테리아에선 외국인들을 위한 주전부리를 거하게 내놓는다. 돼지고기에 쌀과 옥수수를 듬뿍 넣어 끓인 '투파'를 몇 수저 들고, 홍차에 야크젖 버터를 풀어 끓인 '수자'를 몇 모금 들이켜니 속은 든든하되 김치 생각이 났다. 꾸덕꾸덕 말린 고기 요리, 볶고 지지고 삶은 푸성귀가 대부분인 부탄 음식은 한국사람들 입맛에도 제법 맞는다. 그럴 수밖에 없을 물증이 있다. 현지어인 종카어로 아버지는 '아파', 어머니는 '암마'. 인종적인 뿌리는 몽골계통이라고 했다.

푸나카로 접어들자마자 나온 곳은 '위대한 미친 스님'으로 알려지며 부탄 불교사의 획을 그었다는 드럭파 쿤리의 전설이 얽힌 '치미 라캉'. 스님 신분이지만 술과 처녀들을 너무 좋아했다는 그는 도출라 고개에 숨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을 잡아먹던 도깨비를 물리쳤고, 이를 기념해 15세기에 지은 절이 바로 치미 라캉이다.

이 나라에 불교를 전한 고대 티베트의 불교학자 구루 린포체, 17세기 부탄을 통일한 영웅 '샤브드룽 나왕 남걀'의 양쪽 호위를 받으며 석가모니가 위엄있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치미 라캉의 불당. 같은 방에는 술과 여자들을 한껏 껴안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친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탱화도 걸려 있다.

팀푸와 푸나카를 잇는 도출라 고개 꼭대기에서는 히말라야 산맥과 이어진 부탄의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남자 강과 여자 강이 만나는 곳에 '푸나카 드종'이

푸나카를 향해 가는 길은 서부 부탄의 젖줄 푸나탄쥬 강과 나란히 한다. 콸콸 소리를 시끄럽게 내며 흐르는 '남자 강'과 잔물결도 없이 조용하게 흐르는 '여자 강', 그 두 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에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푸나카 드종(Dzong)'이 있다. '요새' 혹은 '성'이라는 뜻의 '드종'은 승려들의 수도원과 행정관청이 공존하는 부탄 사회의 중심이다.

푸나탄쥬 강을 건너 가파른 드종 어귀의 계단을 오르니 보리수나무가 넉넉한 풍채로 여행자를 맞아줬다. 17세기 지어진 이래 지진과 홍수 등 갖은 풍상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버텨온 곳. 관청이 있는 남쪽에선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한가로이 순찰 중이었고, '뎅 뎅' 종소리가 울리자 젊은 스님들이 일제히 북쪽 수도원 법당으로 모여들었다.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 독경 소리는 풍경 소리, 수십 마리 비둘기의 '파르륵' 날갯짓과 합쳐져 한 편의 협주곡이 돼 담장을 넘고 강줄기를 지나갔다. 그 장엄한 외침 "옴마니반메홈"을 홀린 듯 따라 하려니 가이드가 제동을 걸었다. "옴바니반메홈은 채식주의자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우린 고기를 먹으니 이렇게 해야죠. '옴암홈' '옴암홈'…."

_여·행·수·첩

교통편

부탄 국적 항공사인 ‘드룩에어’가 방콕·델리·카트만두 등에서 부탄 파로로 가는 정기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방콕까지 가서 부탄행 비행기를 타는 게 효과적이다. 부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현지에서는 어떻게

통화는 눌트럼. 대략 우리 돈 1000원이 40~50눌트럼 정도. 부탄은 영어가 제2공용어라 대부분 주민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1. 어여쁜 나 2012.07.07 16:19

    부탄은 고기소비도 적고 오로지 야채를 이용해서 요리를 하며 옷차림도 전통의상이외의 의상은 절대 엄금하는 나라입니다!

바퀴야, 빙글빙글 돌아라…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을 만큼

서기 659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붐탕의 잼페이 사찰 기도의 바퀴.
서기 659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붐탕의 잼페이 사찰 기도의 바퀴. / 케이채 제공

북극과 아프리카 등을 섭렵한 케이채는 현재 ‘101일간의 아시아 여정’을 진행 중이다. ‘행복지수 1위’ 부탄에서 보내온 그의 첫 번째 이야기.

사찰 입구로 가까이 다가서자 안쪽에서 청명한 종소리가 꾸준하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네 절에서 쉬이 들을 수 있는 풍경 소리는 아니다. 무슨 소리일까 했던 나의 의문을 풀어주었던 것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절의 양쪽에 또 사면에 자리하고 있던 동그란 바퀴였다. Prayer Wheel, 즉 기도의 바퀴라고 불리는 이것은 부탄의 어떤 사찰에 가도 반드시 볼 수 있는 것으로, 불교가 단지 종교가 아닌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자 또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팀푸의 창강카 사찰서 기도하며 기도의 바퀴를 돌리고 있는 노인.
팀푸의 창강카 사찰서 기도하며 기도의 바퀴를 돌리고 있는 노인. / 케이채 제공
동그란 이 바퀴 안에는 종이에 쓰인 기도문이 가득 차 있다. 바퀴의 겉에도 역시 불교의 만트라가 적혀 있다. 이 바퀴를 손으로 돌림으로써 기도문들이 작동한다는 생각으로, 또 기도를 전하고 생각을 가다듬는 용도로서 부탄의 사람들은 이 바퀴를 손으로 돌리고 또 돌린다. 입구에 있는 커다란 기도의 바퀴뿐 아니라 대부분 사찰에는 작은 바퀴들이 둘러싸고 있다. 때로는 사찰을 수십 바퀴 돌며 이 바퀴들을 돌리며 기도문을 외우기도 한다.

기도의 바퀴는 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러니까 시계 방향으로 돌려야만 한다. 이는 부탄의 사찰들을 방문할 때도 적용되는데, 사찰의 건물을 돌 때나 동상이나 건조물을 돌 때도 오른쪽이 아닌 왼쪽부터 도는 것이 기본이다. 때로는 오른쪽으로 가려다 현지인들의 놀라는 표정에 황급히 다시 왼쪽으로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불교에서 비롯된 그들만의 규칙을 가지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지켜가고 있는 부탄이라는 나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빙글빙글 기도의 바퀴를 돌리며 시계 방향으로 걷고 또 걷는다. 여행도 알고 보면 시계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것을 얻고 깨달음의 숫자는 커져만 가지만 결국 다시 처음으로,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 잡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가도 다시 들려오는 바퀴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함께 들려오는 종소리 속에 모두 다 씻어내린다. 잠시나마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그래픽] 부탄
여행 정보

환경 보전을 위해 관광객 사전 신고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인당 하루 200~250달러의 관광료를 부탄 정부의 지정 여행사에 납부하고 예약해야만 관광 사증(비자)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관광객의 난입을 막고자 정부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관리하고 있어 개별 배낭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한 국영 항공사인 드룩(Druk) 에어는 방콕과 카트만두에서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파로(Paro)로 향하는 비행편을 운행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여행 기간은 3월부터 5월까지 봄 시즌이지만, 비용을 절감하고 싶다면 봄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크게 춥지 않은 2월도 추천할 만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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