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참 볼 게 많은 여행지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문명 유적지와 자연을 찾아 떠나는 이유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볼 게 지나치게 많으면 그 속내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관광의 감탄을 넘어선 속 깊은 여행 이야기, 첫 번째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Svalbard Islands 북극 빙하 체험
온난화로 드러낸 지구의 속살... '스핑크스의 발톱'은 스스로를 향하고!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설이 내렸다는 서울도 그렇지만 한파로 동사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유럽은 더욱 심했다. 비행기보다 비싼 유로스타가 며칠씩이나 멈출 정도였으니... '지구 온난화라고 난리더니 춥기만 하구만!' 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생각해보면 선진 각국의 정상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여 기후 협약을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을 했던 때도 지난 겨울이었다. 물론 기후 협약은 실패로 끝났다.

지구 온난화가 우리에겐 피부로 와 닿기 힘든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북극해 주변의 국가에겐 상당히 심각한 주제이자 분쟁의 씨앗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스발바르 제도(Svalbard Islands)도 지구 온난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북극의 빙벽이 엄청난 굉음을 내며 바다로 무너지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스발바르 제도다. 북위 79도, 북극점에서 1600km, 각국의 북극 연구 기지가 몰려 있는 이곳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요즘엔 북극 연구원보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발바르 관광안내소와 북극박물관이 있는 롱이어비엔 입구.

최북단 거주지역... 북극 연구원보다 관광객으로 넘쳐나

스발바르 제도는 노르웨이령이다. 5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의 섬들이 얼음으로 이어져 전체의 60%가 빙하로 뒤덮여져 있다. 스발바르가 무엇보다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것은 관광객이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해마다 이곳엔 북극 체험을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노르웨이인 선장이 관광객을 피라미드덴에 실어다 주면 러시아인 가이드가 마을을 안내한다. 러시아어 먼저, 노르웨이어에 이어 마지막으로 영어, 이렇게 3개 국어로 설명한다.

대부분 트레킹과 모험을 즐기는 젊은이들이지만 색다른 여행을 체험하고 싶은 나이 든 여행객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관광의 편의가 어느 정도 체계화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여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여름엔 하루 종일 해가 떠 있는 백야가 나타나지만 겨울에는 영하 43℃까지 내려가는데다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다. 날씨도 눈보라만 쳐대니 관광객은 오라 외에 볼 게 없다.

피라미드덴 부두에서 만난 유럽인 가족. 아빠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보름 여정으로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고 한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이 추운 곳으로 캠핑을 떠날 수 있는 우리나라 부모는 얼마나 될까.

심지어 연구원들도 겨울엔 대부분 철수한다. 반면 한 여름엔 낮 기온이 10℃가까이 올라 우리나라의 한겨울보다 훨씬 따뜻하다. 추위에 익숙한 현지인들은 반팔 차림도 예사다. 성질 급한 관광객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그래도 여행객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곳의 여름이 아무리 따뜻해도 알래스카, 아이슬랜드보다 위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공항 인근의 캠핑장에 나타난 순록. 이곳에선 순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순록은 여름철 잠깐 자라나는 북극 극지 식물들을 먹어 지방을 비축해 한겨울을 견뎌낸다.

여행은 노르웨이 오슬로(혹은 노르웨이 북부 도시 트롬쇠)에서 스발바르 제도의 유일한 도시 롱이어비엔(Longyearbyen)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름 성수기엔 SAS항공과 저가항공인 노르웨지안항공이 하루에 2~3차례 운행한다. 3시간을 날아가 롱이어비엔에 도착할 무렵이면 비행기 창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좌) 롱이어비엔 시내의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노랑, 빨강, 초록으로 울긋불긋하게 페인트칠이 되어있는 집들. (우) 추락한 독일 비행기의 잔해. 그대로 남겨두어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눈 덮인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빙하지대가 그야말로 장관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착륙하면 여행객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을 여행했을 승무원들도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에 열심이다. 스핑크스의 발톱처럼 수만년 동안 층층이 쌓인 퇴적층을 그대로 드러낸 피라미드 형상의 산들은, 끝없이 이어지다 한순간 급경사로 바다로 쭉 내려 뻗는다. 겨우내 눈 속에 꽁꽁 파묻혀 있던 이런 산들은 여름에만 그 맨살을 조금씩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광장의 중심에는 이곳이 탄광촌임을 나타내주는 광부의 동상이 있다.

노르웨이 선장과 러시아 가이드가 공생공존

스발바르 관광의 중심은 이곳의 유일한 정착촌 롱이어비엔이다. 이곳에는 고급 호텔(SAS호텔, 하루 숙박비 40만 원선, 여름 시즌에는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부터 저렴한 숙소(그래도 비싸다, 20만원 정도)를 비롯해 각종 레포츠센터, 기념품 가게, 마트, 우체국까지 몰려 있다. 여름철 상주 인구는 1800여 명. 20세기 초 탄광촌으로 개발된 이곳은 한동안 광부와 그 가족들로 붐볐지만 폐광이 된 이후엔 대부분의 주민들이 관광에 종사하는 사람들이거나 북극 연구원들이다.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아 여행하기는 유리하다. 하지만 막상 혼자서 할 수 있는 관광은 거의 없다. 차로 다닐 수 있는 도로라고는 비행장에서 롱이어비엔까지의 4km 남짓이 전부고 그나마 폐광 석탄가루가 날려 시커멓고 황량하다. 폐광을 활용해 만든 '노아의 방주', 북극기념관과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정도가 관광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관광의 전부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여행은 달라진다.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5~7일 정도 머무르는 대부분의 여행객들도 그런 체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트레킹에 동행한 중년의 노르웨이인 교사(맨 왼쪽). 이혼녀인 그녀는 여름휴가를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 왔다고 한다. 장성한 대학생 두 아들도 함께 동행했다.

레포츠는 미리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가장 인기있는 투어 프로그램은 빙하 크루즈. 롱이어비엔에서 20~30명을 태울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배를 타고 빙하지대와 바닷새들의 둥지 절벽, 지금은 폐허가 된 구소련의 탄광촌을 찾는 투어다. 크루즈 선을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다에서 바로 솟은 빙하 절벽을 직접 볼 수 있다.

위도 79도를 알려주는 푯말.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주도보다 위도가 높다.

빙하 절벽은 그냥 하얀 눈(snow)빛이 아니다. 멀리에서 봐도 바다색과 어우러진 옥빛 광채를 뿜어낸다. 안개 낀 날에는 그 광채가 안개의 연회색과 어우러져 더욱 오묘해진다. 배를 타고 빙하를 찾는 동안 북극곰을 보는 건 힘들겠지만 바다코끼리가 빙하를 타고 유영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젊은 여행객(40~50대 유럽의 아저씨, 아줌마도 적지 않다)들이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은 트레킹이다. 빙하지대를 당일로 다녀오는 투어뿐만 아니라 1주일씩 체험하는 트레킹 프로그램도있다. 물론 안전을 위해 현지 안내인이 동행하는 것은 필수다. 가이드는 언제 북극곰이 나타날지 몰라 실탄 총을 꼭 가지고 다닌다. 실제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사람 사는 곳까지 나타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스발바르 제도에는 현재 사람보다 더 많은 숫자인 3000마리의 북극곰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롱이어비엔의 중심 광장엔 각종시설과 쇼핑센터가 몰려 있다. 쇼핑센터 2층 도서관엔 예약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도 설치되어 있다.
트레킹의 점심시간. 노르웨이식 라면이 메뉴다. 뜨거운 물을 봉지에 붓고 5분을 기다리면 모든 준비가 끝이다.
온난화의 아이러니 관광개발, 자원개발

여름철이면 관광객으로 북적대고 활기 넘치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사실 스발바르제도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곳이기도 하다. 물론 자원 때문이다. 스발바르는 수세기 동안 고래잡이 어민들과 사냥꾼이나 찾던 쓸모없는 무인도에 불과했다. 스발바르 제도가 노르웨이령이 된 것은 지난 1920년 1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의 합의(파리조약)에 의해서였다. 당시 가난한 농업국가인 노르웨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스발바르의 주권을 넘겨줬다고 한다.

트레킹의 점심시간. 노르웨이식 라면이 메뉴다. 뜨거운 물을 봉지에 붓고 5분을 기다리면 모든 준비가 끝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스발바르 동남쪽 바렌츠해(Barents Sea)가 황금 대구 어장에다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연어로 유명한 노르웨이는 사실 세계 최대의 대구 수출국이기도 하다. 특히 노르웨이산 대구를 북해의 찬바람에 말린 대구포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배를 타고 '유빙 밭'을 지나 피오르드해안 가까이가면 높이 50~60m는 족히 돼 보이는 거대한 빙하가 눈앞에서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대구뿐만이 아니다. 지난 1970년대 북해 유전의 개발로 노르웨이는 세계 3대 석유 수출국이자 서유럽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이 됐다. 이렇게 되자 당시의 열강들이 '스발바르 조약'의 조항에 관한 해석 문제를 들고 나오며 자원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허용토록 요구하고 있다. 자원 문제는 스발바르 북쪽 북극해로 이어지면 더욱 심각해진다. 얼음이 녹아 자원 개발이 쉬워진데다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는 것이 속속 드러나면서 북극해를 둘러싼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그린란드의 외교권을 가지고 있다) 등의 자원쟁탈전이 물밑에서 전쟁 버금가는 탐욕으로 발전하고 있다.

러시아인 정착촌인 피라미드덴. 마을 뒤 피라미드 모양의 산 이름을 따 이름을 지었다. 한때는 러시아 광부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체육관과 수영장, 영화관 등이 있을 정도로 제법 도시의 모양을 갖추었지만 폐광과 함께 지금은 갈매기들의 집단 서식지로 변했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인까지 뒤섞여 노르웨이인 선장의 배를 타고 러시아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독일군 비행기 잔해를 찾아 나서고, 레닌 동상이 여전히 광장을 지키고 있는 구소련 폐광 지역을 한가로이 관광하는 평화의 한편에는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온난화가 그 주범이다. 그동안 꽁꽁 얼어있어 쳐다보지도 않던 지역이 얼음이 녹아 개발이 쉬워지니 갑자기 각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관심 지역으로 바뀐 것이다.

관광객들이 '스핑크스의 발톱'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축복이다. 그러나 북극의 온난화 때문에 먹이가 없어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의 눈물보다 더 큰 눈물을 흘리게 될 이는 역시 인간일 것이다.

스발바르 제도
북위 74~81도 부근. 면적 약 6만2050㎢, 스피츠베르겐 섬을 비롯해 카를스란, 호펜, 비외른 섬 등 기타 여러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은 평균기온 -15℃, 여름은 평균기온 6℃이며, 연간 약 300mm의 눈이 내린다.

가는 법
일단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까지 가서 다시 롱이어비엔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여름철엔 스칸디나비아항공과 저가 항공사인 노르웨지안항공이 하루에 2~3차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여행 정보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성수기는 6~8월. 숙소와 투어 참가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는 6~8월 여름 성수기. 스발바르 관광안내소(www.svalvard.net), 스피츠베르겐 트래블(www.spitsbergentravel.no), 와일드라이프(www.wildlife.no) 등에서 숙박, 투어 프로그램 등을 예약 할 수 있다.

숙소
호스텔은 1박에 20만 원 정도다. SAS호텔은 1박에 30만 원 이상이다. 비행장 인근의 캠핑장은 여름에만 운영하는 데 텐트와 침낭을 대여해주기도 한다.

환전
통화는 노르웨이 코로나(NOK)를 사용한다. 1코로나는 200원 정도. 롱이어비엔 시내에 은행과 현금인출기가 있다.

스위스 : 남서부 알레치 빙하
태고의 신비를 품은 빙하 트레킹

사계절을 넘나드는 스위스의 트레킹 코스 세 번째는 태곳적 신비함이 숨겨진 빙하 트레킹으로 이어진다. 오두막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길을 재촉해 둘러보았던 알레치 빙하 트레킹.

알레치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숲에 대한 안내판을 꼼꼼히 확인하는 트레커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녹고 얼면서 만들어진 알레치 숲과 리더알프지역. 만 년 전에는 빙하가 더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로마시대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했고, 지구 온난화로 이곳 빙하도 급격히 녹아 사라지고 있다.”

산 위의 빙하는 생각처럼 눈부시도록 하얀 존재가 아니었다. 흙이 뒤섞여 흐르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였다.
발레 칸톤(주에 해당)은 마터호른뿐만 아니라 알프스 최대 규모의 빙하가 있어 ‘알프스의 심장’이라 불린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자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 때묻지 않은 빙하의 신비로운 절경을 감상하는 하이킹 코스도 잘 발달되어 있다.

빙하가 녹은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산 중턱에도 남아있다.
아트 퍼러 씨의 안내로 알레치 빙하 트레킹에 참여했다.

고즈넉한 숲을 천천히 걸으며 빙하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알레치 숲길을 권한다. 희귀 생태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는 알레치 숲에서부터 빙하의 끝부분을 둘러보는 코스다. 알레치 숲이 시작되는 리더푸어카(Riederfurka)로 가기 위해서는 뫼렐 기차역에서 산악 케이블을 타고 ‘산동네’ 리더알프(Riederalp)로 이동한 뒤, 산길을 30분간 더 올라가야 한다.

알레치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롤라 파인(Arolla Pine). 눈의 무게 때문에 혹은 산사태로 쓰러진 나무는 치우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에게 아무런 행위도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 별다른 등산로도 없다. 옛사람들이 천 년 동안 걸어 다져진 통로를, 그대로 1930년경에 등산로화 했다. 나무를 베어 로프로 둘러치고, 돌계단을 만드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알레치 숲이 시작되는 리더푸어카로 가기 위해서 중간에 들러야하는 마을 리더알프. 산밑과 산 위의 집들의 원근감이 낯선 광경을 연출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작은 개울을 건너고, 사슴이 목욕을 즐기는 늪을 지나 작은 나무와 덤불에 뒤덮인 야트막한 구릉이 융단처럼 펼쳐진 곳을 지났다. 이윽고 1900년에 영국 캔터베리 주교가 빙하를 바라보며 밤새 스카치위스키를 마셔서 ‘주교 의자(Bischo Fssits)’로 명명된 아롤라 파인에 다다랐다. 아니나 다를까. 탁 트인 전망 저편에 빙하기 긴강을 이룬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얼음 강, 빙하는 쉬지 않고 움직인다.
 
“보이는 곳이 빙하의 끝 지점인데 만 년 전에는 빙하가 더 높은 위치까지 차 있었습니다. 2000년 전 로마시대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했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km나 줄었어요. 어렸을 때는 빙하를 걸어곧장 계곡 너머 벨알프(Belalp)까지 다니기도 했죠. 이렇게 해빙과 결빙을 반복하며 이곳의 자연이 형성되었어요. 자연의 신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드로 동행한 페러(Ferrer)씨는 리더알프 태생으로 젊은 시절 스키 스턴트맨으로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쌓은 뒤, 고향으로 돌아와 ‘ART FURRER HOTELS’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세 개의 빙하가 합쳐져 생긴 알레치 빙하는 하루에 36cm씩 움직인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빙하는 녹아 없어지고 만다. 멈춘 듯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만 년 동안 빙하가 녹고 얼면서 만들어진 알레치 숲과 리더알프 지역. 다듬어지지 않은 모든 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어떤 창작물보다 정교했고, 아름다웠다. 다음 달이면 이곳에는 알프스의 장미 알핀로제가 붉게 피어나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질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자연 풍광에 가슴이 멎을 듯하다.

I.N.F.O.
코스
Riederalp-Riederfurka-Aletschwald-Aletsch Glacier-Riederfurka
난이도
소요시간 5시간 30분
찾아가는 법 뫼렐역에서 산악 케이블을 타고 리더알프까지 이동.
코스 특징 다소 긴 코스이나 걷기 좋은 흙길이어서 피곤하지 않다. 대신 리어더푸카에서 알레치 빙하를 둘러보고 오는 반나절 하이킹 길에는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해간다. 리더알프에서 30분 걸어야 하는 리어더푸카의 산장이 마지막 쉴 곳. 숙박 ART FURRER HO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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