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샤모니 트레킹

프랑스령 알프스의 한 산중턱 바윗길. 초가을 햇볕이 남서쪽의 몽블랑 정상(4807m) 부근에 내려왔다. 몇 시간을 걸었지만 몽블랑은 같은 자리에 있다. 눈 쌓인 정상이 빛난다.

북쪽 산비탈 아래로 고개를 돌리면 길이 23㎞에 달하는 거대한 U자형 계곡이 두 눈을 압도한다. 계곡 아래로 조그마한 집들이 점처럼 붙어 있다. 이곳은 프랑스의 남동쪽 끝, 몽블랑과 함께 살아가는 샤모니 마을이다.

샤모니의 트레킹 코스는 깎아지른 듯한 산비탈을 둘러둘러 이어진다. 해발 2000m가 넘는 둘레길을 여성 가이드가 앞장서 걷고 있다. 계곡 맞은편으로 에귀유 뒤 미디의 뾰족한 바위봉우리가 보인다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Blanc)은 스위스·이탈리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해발 1036m의 계곡에 1만명 남짓한 주민이 모여 산다.

이 작은 마을의 남쪽에는 서유럽의 최고봉, 몽블랑이 있다. '하얀 산'이라는 뜻의 몽블랑 덕분에 샤모니는 근대 알피니즘(등반)의 성지가 됐다. 1786년 처음으로 몽블랑에 사람이 선 뒤로, 수많은 산악인들이 샤모니를 찾아와 산과 인생을 논했다.

200여년이 흐른 지금도 매년 여름이면 180만명이 넘는 외지 사람들이 샤모니를 찾는다. 예전 모험가들처럼 몽블랑을 밟기 위해서? 아니다. 샤모니에는 몽블랑 외에도 총연장 350㎞에 달하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늦은 밤 샤모니 시내는 적당히 시끌벅적했다. 팔뚝에 털이 수북한 서양인들이 배낭을 한쪽 어깨에 짊어진 채 늦은 저녁을 해결하려고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청 앞 거리에는 호텔, 레스토랑, 식료품 가게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12년차 여성 가이드 크리스틴 페리외(45)는 "6~8월 성수기에는 호텔 방을 잡기도 힘들다"고 했다.

샤모니 주변 산길은 수십 수백개 갈래로 나뉜다. 이 중 '4대 산길'로 불리는 길이 있는데, '그랑 발콩 노드'와 '프티 발콩 노드', '그랑 발콩 수드'와 '프티 발콩 수드'다. '그랑(grand)'이란 이름이 붙은 길은 산세가 험하고, '프티(petit)'는 비교적 낮고 평탄하다.

다음날 아침 '그랑 발콩 노드'를 걷기 위해 출발했다. 이 길에 가려면, 에귀유 뒤 미디(3842m)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정거장에서 내려야 한다. 에귀유 뒤 미디는 몽블랑을 둘러싼 수많은 에귀유(Aiguille·뾰족한 바위봉우리) 중의 하나다. 꼭대기의 전망대는 몽블랑을 지척에서 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오후 1시. 에귀유 뒤 미디를 구경한 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중간정거장 플랑 드 에귀유(2317m)에 도착했다. 샤모니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북쪽에 우뚝 선 브레방(2525m) 정상이 보였다.

가이드 크리스틴이 앞장을 섰다. 샤모니 산길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다는 크리스틴은 유독 다른 등반객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을 골랐다.

사실 샤모니의 바위산에서 등반객들을 위한 일률적인 '정답'은 없다. 총연장 350㎞에 이르는 길이 어찌 한 길이겠는가. 곳곳에 표지판이 있어 방향만 잡으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몇십 분 정도 산비탈을 걸어 내려가자 샤모니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둘레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일행은 마치 산비탈을 사과 껍질 벗기듯 수평으로 둘러 걸었다. 옛날 양치기 소년들이 걸었던 길이다.

샤모니의 길을 걷는 이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만삭의 임신부도 남편의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었다.

2시간쯤 걸었을까. 크리스틴이 다시 가파른 바위 계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느새 전나무·자작나무 숲은 사라지고 바위에 붙은 이끼들이 초록빛 풍경을 연출했다. 시냘 포브스(2198m)에 오르는 마지막 바위에 선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얼음 입자가 느껴졌다. "빙하다!"

거대한 돌무더기 벌판 끝에서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맥 정상에서 흘러 내려오는 '빙하의 바다'다. 멀리 빙하 끝자락에는 유럽의 3대 북벽(north face) 중 하나인 그랑 드 조라스(4208m)가 태양을 등진 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드러냈다. 몽블랑보다 등정이 어렵다는 '마의 산'이다.

지난해 그랑 드 조라스를 등반하다 숨진 한국 산악인의 추모 동판을 뒤로 하고, 메르 드 글라스 아래로 향하는 산비탈길을 내려갔다. 가파른 지그재그 길에는 다홍빛 석남화가 가득했다.

오후 4시 50분. 드디어 비탈길의 끝에서 기차역을 만났다. 샤모니로 향하는 빨간 기차가 몽텐베르 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샤모니 북쪽 산자락의 '락 블랑' 산장에서 등반객들이 몽블랑을 바라보며 쉬고 있다.

가는 길 인천공항에서 파리를 거쳐 제네바 공항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까지 버스가 운행한다. 편도 20~25유로 정도. 1유로는 1500원 정도. 비슷한 가격으로 운행하는 봉고형 택시도 있으나, 4명 이상 예약을 해야 한다.

숙박·교통 샤모니에는 60여개의 호텔이 있다. 2~3성급 호텔은 몇대째 내려오는 가업인 경우가 많은데, 그리 넓진 않지만 정갈하다. 기자가 묵었던 포시니 호텔은 2성급으로 1인실 기준 50유로였다. www.hotelfaucigny-chamonix. com, 33-4-50-53-01-17

모든 호텔은 머무는 기간 동안 샤모니의 대중교통(버스·기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발급한다.

케이블카 케이블카 이용도 카드 한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 1일 자유이용권은 50유로, 3일짜리는 70유로다. 각 트레킹 코스로 향할 때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끊어두면 유용하다.

안내소 시청 광장의 성당 왼편에 여행자 안내소(Office de Tourisme)가 있다. 간편한 지도와 여행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모든 트레킹 코스가 담긴 상세 지도는 4유로에 판다. 사전에 이곳에 숙박 문의를 하면 여행 예산에 맞는 숙박업소를 직접 알아봐 준다. 예약 및 문의는 www.chamonix.com, 33-4-50-53-00-24

트레킹이나 고산 등반을 할 여행자라면 성당 오른편 고산등반 안내소(Office de Haute Montagne)를 방문하는 게 좋다. 직원 4명은 모두 등반 전문가로, 여행자에게 맞는 등반 코스와 그날의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33-4-50-53-22-08

식당 대부분 프랑스 전통 레스토랑이다. 향내 깊은 치즈와 사부아(Savoie) 지역 포도주는 여행의 피로를 잊기 딱 좋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면 에귀유 뒤 미디로 가는 케이블카 탑승장 앞 '산마루'를 찾아보자. 20년 가까이 샤모니에 거주하고 있는 조문행(51)씨가 주인이다. 유스호스텔도 운영한다. 33-4-50-18-50-73

가이드 해발 2000m 부근의 '그랑 발콩' 이상은 길이 복잡하므로 가이드를 쓰는 게 좋다. 일반 트레킹 가이드 비용은 하루에 187유로이며, 가이드 1인당 12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고산 등반 가이드는 1일 280유로로 제법 비싸다.

샤모니에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가이드 회사 '샤모니 몽블랑 가이드'가 있다. 직원은 200여명이며, 사전에 마음에 드는 가이드를 예약할 수 있다. 한국말을 조금 쓰는 싹싹한 가이드가 있는데, 이름은 베르데나트로, 한왕용 대장과 함께 등반을 한 경험이 있다. 33-4-50-53-00-88

문의 프랑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kr.franceguide.com, (02)776-9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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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으로 래핑된 몽탕베르행 산악열차. 안드레아 와이너 ⓒ 2018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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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동부 '샤모니'라는 도시를 알고 계신지. 정확한 이름은 샤모니 몽블랑.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원래 이름에는 몽블랑이란 단어가 없었는데 1921년 이 도시 의회가 일부러 추가했다. 이웃 나라 스위스 사람들이 몽블랑 명성을 독차지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사실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샤모니를 방문하는 순간 머리 위로 보이는 만년설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샤모니에서 첫날 오후. 이 도시를 제대로 느끼려면 몽탕베르로 가는 빨간색 산악열차부터 타야 한다. 1909년 트랙 완공 이후 해발 915m 알프스 산맥까지 관광객들을 데려다주는 열차다. 기차에서 내리니 프랑스 최장 빙하 '메르 드 글라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서히 흘러가는 거대한 빙하도 보인다. 작은 박물관 '글리시오리움'에서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샤모니로 돌아와 1~2시간 정도 꼬불꼬불한 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반짝이는 불빛들로 수놓인 마을이 나타난다. 시내 중심에 자리한 아늑한 분위기의 서점 '미종 드 라 프라스라'에 들러 지도, 스키 가이드북, 등산책 등을 천천히 둘러본다. 첫날 저녁은 젊은이들 핫스폿 '포코 로코바'에서 몽블랑 브루어리 블론드 맥주와 버거로 해결. 갓 구운 롤 안에 넉넉한 소고기 패티, 베이컨, 에멘탈 치즈가 입맛을 돋운다. 

이튿날 아침 식사는 시내 인기 제과점 '오 프티 고맨드'에서 카푸치노 한 잔과 빵을 추천한다. 지역 특산품 '크루아 드 사부아'는 꼭 먹어보길 권한다. 십자가 모양 브리오슈 빵에 크림을 듬뿍 바른 후 뿌린 바닐라향 설탕이 인상적이다. 초콜릿 스프레드와 홈메이드 잼이 곁들여진 페이스트리도 좋다. 

샤모니에서는 스키를 타야 한다. '그랑몽테'가 가장 유명한 스키장이지만 여유가 있다면 '브레방'으로 가라. 몽블랑 계곡을 가로지르는 남쪽 슬로프는 햇살과 눈 덮인 산 정상 풍광을 보게 해준다. 조금 더 스릴을 원한다면 스노파크에서 점프 연습을 하면 된다. 부드러운 착륙을 위해 거대한 에어백도 갖춰져 있다. 해발 2439m가 넘는 브레방 리프트 꼭대기 레스토랑에서 휴식 시간을 가져보자. 레스토랑은 바쁠 때 예약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 햇볕 잘 드는 테라스 경치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 지역 전통 음식 '타르티플레트'를 주문해 본다. 감자, 치즈, 베이컨을 조합한 음식인데,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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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가장 길고 큰 빙하 메르 드 글라스. 안드레아 와이너 ⓒ 2018 THE NEW YORK TIMES

충분히 스키를 즐겼는가. 그렇다면 피곤을 달랠 시간이다. 럭셔리 호텔 '아무 알베르 프리미어' 바할 스파가 제격이다. 75분 코스 핫스톤 마사지와 45분 코스 발마사지를 추천한다. 마사지가 끝났다고 바로 일어날 필요는 없다. 스팀 룸, 따뜻한 라운지, 작은 실내 암벽등반 공간이 있는 스파에서 2시간 내내 머무를 수 있다. 둘째날 저녁은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무 알베르 프리미어 호텔 레스토랑은 현지 전통 음식을 창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맛집이다. 늦은 밤 도심에 자리한 '예술가의 집'은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프랑스 TV 프로그램에서 판정단을 맡았던 앙드레 마누키앙 씨가 만든 곳인데 블루 그래스부터 재즈, 브라질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촉망받는 음악가들에게 일주일간 머물 기회도 준다. 

셋째날, 스릴 넘치는 케이블카를 타고 하얀 봉우리 '에귀 뒤 미디'에 오른다. 번화한 거리가 순식간에 유럽 대륙에서 가장 험하지만 아름다운 장소로 바뀐다. 꼭대기에 도달하면 몽블랑 정상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산악인들, 해발 915m 유리 바닥을 걸어보는 용감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점심은 '파이' 레스토랑. 신선한 요리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파리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 부부가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에는 달콤하고 풍미 가득한 회전식 타르트가 있다. 가볍게 드레싱한 샐러드와 오늘의 키시(달걀, 우유에 고기, 채소, 치즈 등을 섞어 만든 파이 종류)를 주문하고 디저트는 다크 핫초코를 음미해보자. 페이지 매클라나한 ⓒ 2018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8년 12월 24일자 기사 

[정리 = 권효정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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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중앙에는 두 남자의 동상이 서 있다. 이들은 1786년 세계 최초로 몽블랑에 오른 가브리엘 파카드와 자크 발마다.

'몽블랑'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동명의 만년필 브랜드를 떠올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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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다 아름다웠다. 고요한 마을을 가로지르는 그림자. 하늘 위에 떠서 내려다보는 샤모니는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몽블랑은 프랑스 샤모니에 높이 솟아오른 산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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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전망대에는 사방을 투명 유리로 만든 기념촬영소가 있다. 기념사진을 찍는데 날이 흐린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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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정상이 맑았다. 230년 전 두 산악인은 몽블랑을 오르며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웠을 것이다.

샤모니 기차역에 내리면 눈앞으로 동화 속 풍경이 펼쳐진다.


프랑스 '빙하 마을' 샤모니몽블랑

봄이 무르익는 몽블랑 밑 프랑스 작은 마을 샤모니몽블랑(Chamonix Mont-Blanc·이하 샤모니)에서 겨울로 가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20분이다. 머리에 눈을 덮어쓴 3000~4000m 준봉들에 둘러싸여 하늘이 작은 마을. 이 마을에서 몽탕베르(Montenvers)행 빨간색 산악 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총연장 14㎞로 프랑스에서 가장 긴 빙하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빙하의 바다'라는 뜻). 알프스 산록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열차에서 내려다본 샤모니 마을이 까마득했다. 20분 만에 한라산보다 조금 낮은 해발 1913m의 몽탕베르 역에 도착하니 협곡 사이로 거대한 빙하가 드러났다. 햇볕은 따사로운데 바람이 불 때마다 냉기가 옷 속을 파고들었다.

프랑스 샤모니에는 늦은 봄까지 겨울이 공존한다.
프랑스 샤모니에는 늦은 봄까지 겨울이 공존한다. 샤모니를 출발한 빨간색 산악 열차가 몽탕베르역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 계곡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긴 빙하인 메르 드 글라스의 장관이 펼쳐진다. / 샤모니 관광안내사무소 제공
◇봄 속의 겨울 체험, 빙하 트레킹

두께 200m에 달하는 메르 드 글라스의 빙하는 해마다 50m의 속도로 흐른다. 케이블카를 타고 암벽 중간까지 하강하니 그 아래로 수직암벽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수백 개의 계단이 빙하가 있는 계곡 바닥까지 이어졌다. 크레바스 추락 등의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 회사에서 나온 전문 가이드가 동행했다. 가이드 크리스씨는 북한산에 갈 때 신는 등산화를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칼날같이 파고드는 얼음 조각에 종아리를 찔리지 않으려면 군화처럼 발목이 훨씬 긴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고 해 근처 등산용품점에서 새로 빌렸다.

쌓인 눈 속에 발이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테니스 라켓 같은 눈신(snowshoe)을 덧신고 걸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눈부신 빙판 위를 걷는 동안 계곡의 얼음을 훑고 온 찬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빙하 양쪽 벽에선 연신 포탄 터지는 굉음이 울렸다. 크고 작은 바위가 계곡 아래로 구르며 내는 소리다. 크리스씨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줄어 1985년 이후 빙하 높이가 계곡 아래로 수십미터 낮아졌다"며 "빙하와의 마찰로 분리된 바위들이 빙하가 녹아 없어지자 굴러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신을 신고 걷느라 체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배가 고팠다. 배낭에 넣어간 한식 점심 도시락을 꺼내 빙하 위에 펼쳤다. 계곡 바람에 차갑게 식은 밥이 꿀맛이었다.

메르 드 글라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빙하 위를 걷고 있다.
메르 드 글라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빙하 위를 걷고 있다. 크레바스(빙하·눈의 갈라진 틈)에 빠져 추락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로프로 서로 묶고 걷는다. / 코오롱 FnC 제공
에귀 디 미디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프스 설원.
에귀 디 미디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알프스 설원. 전망대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내려간 스키어들이 고원의 너른 평지에서 약 25㎞에 이르는 발레블랑슈 활강을 준비하고 있다. / 김태훈 기자
◇에귀 뒤 미디 전망대와 발레블랑슈

샤모니는 겨울 스포츠 천국이다.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이곳엔 해발 2000 ~3000m 높이에서 활강할 수 있는 스키 코스가 곳곳에 널려 있다. 스키, 스노보드는 물론이고 개썰매도 즐길 수 있다. 스키장은 대부분 4월 말까지 운영되지만 5월까지 문을 여는 곳도 있다. 가장 높고 긴 코스를 즐기려면 케이블카로 해발 3842m인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 봉우리까지 이동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수직으로 30분쯤 오르는 사이 오른쪽으로 폭포처럼 흐르는 보솜 빙하의 장관이 펼쳐졌다.

에귀 뒤 미디 정상. 고산 증세로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했다. 봉우리 전망대에서는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에 걸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위용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 최근 새로 설치된 유리 상자 '파 당 르 비드(Pas dans le vide)'에 들어가니 사방이 투명 유리다. 발아래로 까마득한 계곡이 추락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아찔했다.

스키어들은 에귀 뒤 미디에서 폭이 채 1m 도 되지 않는 칼날 같은 아레트(ar�te·빙하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긴 험준한 능선)를 걸어서 전망대 아래 너른 설원으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 메르 드 글라스까지 약 25㎞에 걸쳐 펼쳐진 빙하와 눈의 계곡이 발레블랑슈(Vall�e Blanche·'흰 계곡'이란 뜻). 스키를 타고 최정상에서 미끄러져 달리는 사이 그랑 조라스(Grandes Jorasses)와 드뤼(Drus) 등 지각의 융기와 빙하의 침식작용이 함께 만든 설산의 높고 멋진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유명하다. 에귀 뒤 미디에서 몽탕베르까지 4~6시간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식당을 들르기도 한다. 스키를 배워 다음에 온다면 빙하 속 식당에 꼭 가봐야겠다. 


여행정보 샤모니위치도

! 여행정보 

항공편은 서울에서 파리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로 들어가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 비행편이 없으면 런던으로 우회해 제네바로 들어갈 수도 있다. 제네바에서는 제네바공항에서 샤모니행 직행버스를 탄다. 이동 거리는 85㎞. 알프스산맥을 통과해 샤모니까지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요금은 왕복 55유로.

시간이 넉넉하면 파리나 리옹 관광을 즐기고 열차를 이용해 샤모니로 들어갈 수 있다. 파리 에서 출발하는 야간열차나 리옹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모두 생제르베 르파예(St Gervais le Fayet)까지 연결된다. 여기서 몽블랑 익스프레스로 갈아타고 샤모니(샤모니몽블랑역)까지 들어간다. 거리는 약 23㎞.

샤모니에서 이동은 셔틀버스와 일반버스, 케이블카, 트램 등을 이용하는데 스키장과 패키지로 운영한다. '샤모니 패스(Chamonix Le Pass)'는 브레방-플레제르, 발므, 그랑몽테 지역에서 이동하거나 이 지역의 스키장을 이용할 때 쓴다. 에귀 뒤 미디 전망대와 몽탕베르-메르 드 글라스, 발레블랑슈까지 포함한 샤모니 전 지역의 스키장, 수영장, 박물관, 셔틀버스를 무제한 이용하려면 '몽블랑 언리미티드' 패키지를 구입하면 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영문 웹사이트(www.chamonix.com)에서 얻을 수 있다.

샤모니 여행을 마치고 제네바를 통해 귀국하는 길에 국경을 맞댄 두 도시 사이에 있는 레만호(湖)와 호수를 끼고 있는 세계 최고의 휴양도시 몽트뢰를 빼놓을 수 없다. 호숫가에 서 있는 시옹성(城)과 그룹 퀸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 명물로 꼽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몸으로 부딪혀 이루는 느린 성취를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 단거리에서 장거리까지, 어린이도 걸을 수 있는 길부터 전문 산악인을 위한 길까지 수십 개의 하이킹 코스가 펼쳐지는 알피니즘의 발상지 샤모니.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휴식처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샤모니(Chamonix Mont-Blanc)는 몽블랑의 발치에 자리 잡고 있다. 알피니즘의 발상지이자 몽블랑 등반기지인 샤모니 계곡은 꼴데 발마(Col de Balme)에서 꼴데 보자(Col de Voza)까지 장장 23km에 걸쳐 길게 누워 있다. 해발고도 1,035m로 드넓은 초원과 깊은 숲, 맑은 계곡과 높은 설산을 품은 마을이다. 발밑으로는 눈 녹은 강물이 경쾌하게 흘러가고, 고개를 들면 거대한 설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휴식처인 샤모니는 어른과 아이, 여성과 남성,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두루 만족시키는 다양한 길을 품고 있다.

샤모니의 ‘분위기 파악’을 위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은 가장 유명해서 가장 붐비는 에귀디미디(Auguille Du midi).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산 몽블랑(4,810m)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발고도 3,842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내리면 건너편으로 개미처럼 열을 지어 몽블랑으로 향하는 산꾼들이 보인다. 온통 눈으로 덮인 산이 튕겨내는 햇살 아래서 지칠 때까지 몽블랑과 눈을 맞추자. 내려오는 길에는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플랑드에귀(Plan de L'Aiguille 2317m) 정거장에서 내려 걷는다. 멀리 샤모니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어디선가 쪼르릉 쪼르릉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호젓한 숲길이다. 휘파람이라도 불며 소풍 나온 듯 가볍게 걷다 보면 회색빛 메르 빙하(Mer de Glace)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천천히 세 시간 남짓 걸으면 몽탕베르(Montenvers, 1,913m)역. 이곳에서 톱니바퀴열차를 타고 샤모니 마을로 돌아오자.

몽블랑을 오르기 위해 산행중인 등산객들

몽블랑과 알프스 산맥이 빚어내는 장관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꼴드 몽트(Coldes Montes)로 이동, 락 블랑(Lac Blanc, 2,352m)으로 향하자. 버스의 종점에 내려 도로 건너편의 좁은 샛길로 들어선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거센 바람과 함께 안개가 몰려와 시야를 가려도 안개 사이로 언듯 언듯 드러나는 큰 산의 이마가 반갑다. 발밑으로는 구름의 바다, 눈앞으로는 쏟아질 듯 가까이 다가선 빙하와 설산들. 능선을 걸어 맑고 작은 호수를 지나 두 시간 반 만에 2,352m의 락 블랑에 도착한다. 그리 크지 않은 호수지만 이곳에 비치는 설산들의 그림자는 압권이다. 산장 뒤편의 호숫가의 볕 바른 곳에서 점심을 즐기자. 잣나무숲 사이 좁은 샛길을 지나 찰라농(Charlanon)을 거쳐 1,999m의 플랑프라(Planpraz)까지 걸으면 다섯 시간 남짓의 트레킹이 끝난다. 다음날 플랑프라로 돌아와 멈춘 지점에서부터 다시 걷는다. 브레방(Brevent 2,525m)으로 향하는 길이다. 두어 번만 엎어지면 코가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산꼭대기 케이블카 정거장을 향해 헐떡거리며 올라가는 지그재그 오르막. 마침내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면 몽블랑과 알프스 산맥이 빚어내는 장관이 펼쳐진다. 전망 좋기로 유명한 브레방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자. 이제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블랑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벨라찻(Bel Lachat 2,515m)을 지나면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노랗게 마른 채 웃자란 풀들 사이로 아직 푸른 기운이 성성한 초원. 배낭을 내려놓고 드러누워 양팔을 벌려 하늘을 가득 안아보자. 바람과 마른 풀 향기, 따가운 햇살 아래 한 잠자고 나면 천 년의 세월이 흘러갈 것만 같다. 초원의 끝에서 시작되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전나무숲을 지나 르 우슈(Les Houches) 마을로 내려서면 어느새 어둠이 내린다.

산행을 마친 후 단잠에 빠진 등산객

아슬아슬한 능선 위를 걸어가는 등산객들

오후의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몽블랑을 바라보다

탄력받은 다리를 시험하며 난이도를 높이고 싶다면 몽블랑 초등정 루트를 따라 걷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날 몽블랑을 오르는 산꾼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행로를 단축시키기 때문에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보송 정거장(Les Bossons)에 내리자. 보송 빙하 산장에서 샌드위치를 사 들고 오르막을 오른다. 계속되는 숲을 지나 정오 무렵 피라미드 산장(1,895m)에 도착해 시원한 주스 한 잔을 마시며 땀을 식힌다. 햇살은 뜨겁고 길은 끝없는 오르막. 만년설 빙하로 만든 팥빙수 한 그릇을 꿈꾸며 오르는 길. 그만 내려갈까 싶은 유혹을 참으며 라 종크숑(La Jonction, 2,589m)까지 간다. 온갖 생각으로 어지럽던 머릿속이 눈앞의 절벽 외길 덕분에 하얗게 비워진다. 가파른 절벽을 지그재그로 치고 올라가면 다시 바위투성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길을 잃을 만하면 베이지색 페인트로 동그라미가 그려진 바위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잠시 후 몽블랑을 초등정한 발마와 파까드가 비박한 거대한 바위를 지난다. 마침내 오르막 행군 다섯 시간 만에 라 종크숑에 도착한다. 2,589m의 이곳에서 몽블랑까지는 겨우 4km. 은빛 성벽이 몽블랑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다. 가끔씩 빙하 무너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침묵에 쌓인 빙벽의 성. 기우는 오후의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몽블랑을 바라보다 돌아선다.

알프스 산군을 바라보며 휴식 중인 가족들

발마와 소쉬르의 동상이 몽블랑을 가리키며 서 있는 샤모니 마을

하루 종일 설산을 마주 보며 걷다가 내려와 해질 무렵이면 샤모니의 작은 호수를 찾아가자. 호수는 기우는 햇살에 붉게 물든 산들을 투명하게 담아낸다. 키 큰 전나무 아래서 음악을 듣거나 엽서를 쓴다. 호숫가를 걸으며 시시각각 붉어지는 산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세상에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저녁이면 불쑥 다가오는 외로움도 달콤하기만 하다.

카페에서 식사 중인 등산객들

코스 소개
샤모니 주변으로는 수십 개의 트레일이 거미줄처럼 펼쳐진다. 코스를 소개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저마다 환상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 게다가 이정표 또한 잘 되어 있어서 큰 지도 한 장 들고 대략의 목표지점만 정하면 문제없이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몽블랑 초등정 루트의 일부를 따라가는 ‘발머와 파까드의 길’은 7-8시간이 소요된다. 급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조금 어려운 코스다. 케이블카를 타고 보송 빙하 산장에 내려 이곳에서 피라밋 산장을 지나 외줄기 절벽길과 가파른 바윗고개를 넘으면 몽블랑이 눈앞에 가득 차는 라 종크숑. 이곳에서 반환점을 돌아 내려온다.

찾아가는 길
샤모니까지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보통 스위스의 제네바나 프랑스의 리옹에 내려 그곳에서 버스나 기차로 이동한다. 제네바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이면 샤모니에 도착한다.

여행하기 좋은 때
샤모니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밀려드는 때는 7월과 8월이다. 물론 트레킹을 하기에 날씨도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인기 있는 트레일은 엄청나게 붐비므로 가급적 이 시기를 피하자. 6월과 9월이 비교적 좋은 날씨 속에 호젓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시기.

여행 Tip
많은 여행자들이 샤모니를 당일치기로 방문한다. 샤모니는 느긋하게 짐을 풀어놓고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며칠간 머물며 이곳저곳 내키는 대로 걷고, 소요하며 보내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구간 일부를 이동할 경우 케이블카 운행시간을 미리 확인하자. 운행시간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므로 마지막 케이블카 운행 시간을 꼭 확인하고 트레킹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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