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I

서퍼들에게 인기 높은 발리의 바다. 물놀이객들에겐 부담스러운 바다지만, 발리 남동쪽 누사두아의 해변은 잔잔한 살결을 가진 청량한 바다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물리아 발리 리조트'의 수영장 쪽에서 바다를 찍은 사진. 아래 사진은 '물리아'의 메인 수영장 모습이다. / 박은주 기자
'신들의 섬' 발리(Bali)는 '토건(土建)의 섬'으로 변신 중이었다. 오는 10월 APEC 정상회담의 개최지 발리. 지난 2002년의 테러 공포는 치유됐다 쳐도, 좁고 막히는 흙먼지 길은 어쩔 것인가. 그런 걱정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먼저 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볼 수 없던 새 분위기가 발리를 휘감고 있었다. 공항엔 새 터미널이 올라가는 중이다. 새 길이 열리고 낡은 길은 넓어지고 있다. 응우라라이(Ngurah Rai) 공항과 누사두아, 베노아를 삼각으로 연결하는 해상도로, 발리 최초의 지하도가 건설되고 있다. 지금 바다에 박혀 있는 콘크리트 기둥들이 이어지면 아찔하게 속도가 나는 고속화 도로가 될 것이다. 4월 중 공사가 마무리되는 현장도, 하반기는 되어야 손을 털게 되는 곳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발리에서는 '거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도의 약 다섯 배 크기인 발리는 도로 상태가 열악해 조금 먼 길을 나서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남쪽 리조트 밀집 지역인 울로와투나 누사두아에서 중부 우붓까지의 거리는 40㎞가 좀 넘지만, 운이 나쁘면 두세 시간도 더 걸린다고 한다. 대중교통은 이용하기 힘들고, 택시나 현지 가이드의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인사동과 게스트하우스를 좋아한다면, 우붓 

유럽인은 열광하고, 한국인에겐 저평가된 곳이 중부의 우붓(Ubud)이다. 우붓은 인사동 같다. 권리금이 몇 억인 지금의 인사동이 아니라, 이중섭의 은지화나 조선의 분청이 주인을 바꾸며, 막걸리에 낭만이 녹아있던 1960년대의 진짜 인사동. 발리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뭘 만드는 것을 잘한다. 직조나 염색 방법이 다른 각종 텍스타일과 나무 조각품, 가구를 만드는 공방과 강렬한 색채의 그림을 전시한 화랑도 만날 수 있다.

염색, 조각 등 발리 수공예 맛을 느낄 수 있는 누사두아의‘뉴 트레저 아일랜드’. 우리로 치면 작은 민속촌이다.
우붓의 숙소는 저렴하다. 30달러에도 괜찮은 게스트하우스를 구할 수 있고, 스파 요가 같은 이국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특화된 리조트도 50~100달러면 고를 수 있다. 요란한 오토바이의 소음을 삶의 활력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들을 '가난한 자들'이 아니라 '우리의 옛날'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붓과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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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발리라면 누사두아

여행으로 먹고사는 섬, 발리가 APEC 개최지로 누사두아(Nusa Dua) 지역을 낙점한 데는 근거가 있다. 누사두아는 인도네시아가 여행으로 먹고살기로 작정하면서 처음 정한 관광특화구역이다. 80년대부터 이 목적으로 개발된 '발리의 청담동'. 확실히 간판도 도로도 발리 최고 수준이다.

누사두아의 쇼핑몰‘발리 콜렉션’토산품 매장에서 기자가 산 소품. 크기별로 다양한 나무 트레이는 가정집 식탁에 잘 어울린다. 길이 약 50㎝로 우 리 돈 약 1만1500원(10만 루피아). 아이들 소풍 갈때 걸어주면 좋을 끈 달린 라탄 가방은 3만9000원 (34만루피아).
깔끔하고 안전한 여행지를 원한다면, 누사두아나 울루와투(Uluwatu), 대표적인 번화가인 쿠타(Kuta)에 자리 잡고 해산물 레스토랑 밀집해변이 유명한 짐바란(Jimbaran)에 나가 외식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리조트에서 리조트로 유명한 리조트를 다니며 투어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급 리조트일수록 로비엔 각종 미술품과 가구가 즐비하고, 헬스클럽에는 최고급 기구와 요가 스트레칭 등 무료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하루 수백달러 방값에는 이런 비용이 다 포함돼있다.

◇'차경(借景)'의 미학, 발리 리조트

여자들에게 발리는 '풀 빌라(Pool Villa)의 섬'이다. 발리의 고급 풀 빌라는 대개 고지대(高地帶)에 있다. 발리의 바다는 상당수가 물놀이에 적합지 않은, 거칠어 짙푸른 바다다. 발리 리조트는 '차경(借景)'의 미학으로 한계를 돌파한다. 수영장이 해수면보다 높은 곳에 위치, 사진을 찍으면 수영장과 수평선이 중층적 구도를 이룬다. 울루와투의 불가리 리조트나 반얀트리, 짐바란의 아야나 리조트가 그렇다.

'캔들 라이트 디너(candle light dinner)'는 발리의 특장이다. 해 떨어진 리조트의 독채, 수영장에 붉은색 꽃잎을 가득 뿌리고 수십 개의 초를 켠 후, 버틀러(butler·집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코스 요리를 경험하는 것이다. 여성들에겐 일종의 로망.

여성들은 풀 빌라에서 이런 일을 한다. '풀에서 수영하기, 풀 옆에서 책 읽기, 버틀러가 갖다주는 아침 먹기, 요리사가 직접 독채로 와서 해주는 저녁 먹기….' 하지만 남자들의 느낌은 이렇다. '아 답답하다. 어디 나갈 데도 없고….' 풀 빌라는 아무래도 여성 취향이다. '아내에게 100% 봉사'가 여행의 모토가 아니라면 풀 빌라와 리조트 호텔을 안배하는 것도 방법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건기(乾期)의 발리는 기온은 높아도 습도가 낮은 '하와이급 날씨'다. 3박 이하라면 남부의 누사두아나 울루와투 지역에서, 4박 이상이라면 먼저 우붓 2박으로 '사람 맛'을, 남쪽 리조트나 풀 빌라에서 2박을 하며 '물 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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