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와 자연 … 신비의 정점에 있는 바이칼 호수

알혼섬 하보이
알혼섬 하보이

동시베리아 남쪽에 위치한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원정대의 야영지였다. 17세기 중반 무렵 그런 야영지들은 점차 도시의 형태를 갖춰갔고, 그렇게 이르쿠츠크를 비롯해 시베리아의 도시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러시아의 동방으로 가는 관문과도 같았기에 많은 정부 및 학술단체는 이르쿠츠크에 기반을 두었고, 동시베리아에서 이뤄지는 무역이 이곳 상인들에 의해 좌우되었을 만큼 이르쿠츠크는 이 일대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됐다.

시베리아에 숨은 듯 있지만 감출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이르쿠츠크로 떠나보자.

이르쿠츠크 트램
이르쿠츠크 트램
이르쿠츠크 중심부에는 꽃으로 단장한 아름다운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도시의 중앙 광장인 키로프 광장이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광장은 축제나 국가기념일 등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새해 연휴 때는 동화에서나 볼 수 있는 설국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키로프 광장
키로프 광장
베츠느이 아곤
베츠느이 아곤

키로프 광장 주변에 자리한 스파스카야 교회는 이르쿠츠크뿐 아니라 동시베리아 전체를 통틀어 지금까지 보존되는 몇 안 되는 석조 건물 중 하나다. 1710년 지어진 이 교회는 이르쿠트강 하류에 정착촌을 조성하러 왔던 시베리아 원정대 소속 카자크 사람들에게 매우 신성한 안식처였다. 교회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우랄산맥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시베리아 전역을 통틀어 그와 비슷한 양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희소 가치를 지니고 있다.

꺼지지 않는 불, 베츠느이 아곤

이르쿠츠크주 정부 청사 뒤편의 승리 광장에는 이곳의 명물 베츠느이 아곤이 있다.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도 불리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이 지방 출신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타오르는 불이다. 불꽃 아래로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가스가 공급되어 비나 눈이 와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매년 승전기념일이 되면 죽은 용사들을 기념하고자 많은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키로프 광장 멀리서 아름답게 보이는 바가이블레니야 교회는 이르쿠츠크의 시민들에게 있어 아주 의미 있는 사원이다. 1693년 당시의 교회 이름은 ‘바가이블레니야 가스빠드냐’라고 불렀으나 1716년 화재로 인해 소실됐고, 1718년 7월부터 석조로 재건축했다. 역사적인 고비 때마다 이르쿠츠크 시민들은 이곳으로 모였고, 중요한 성명을 발표할 때는 항상 이 교회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건물 외부에는 기하학적인 문양과 동식물의 모양을 조각하고, 약 300가지 색상의 타일을 이용해 장식했다. 당시에 타일을 제작하던 기술은 지금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쌈지공원
쌈지공원
바이칼호에서 발원하는 안가라강은 이르쿠츠크를 흐르며 철마다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강바람,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고, 겨울에는 자욱한 물안개를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핀 얼음꽃이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르쿠츠크 연인들은 안가라강 인근에서 길바닥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기도 하고 강가에 있는 가드레일에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이곳은 또한 연중 이르쿠츠크 신혼부부들이 들르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노동자 광장은 안가라 강가에 위치한 매우 조그마한 광장이다. 쌈지공원이라고도 불린다. 도심에서 가깝고 광장 주위로 고풍스런 벤치가 놓여 있어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이 광장 한가운데에는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르쿠츠크 대표 건축물, 즈나멘스키 수도원

알렉산드르 3세동상
알렉산드르 3세동상
안가라강을 벗어나 우샤코프카강 기슭에 위치한 즈나멘스키 수도원은 이르쿠츠크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수녀들의 숙소로 지어졌던 건물로 원래는 목조 건물이었으나 18세기 후반 지금과 같은 석조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내부 장식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고, 피터 대제가 하사했다는 성서도 보관 중이다.

시베리아에는 원래 15개의 여자 수도원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중 즈나멘스키 수도원이 가장 훌륭한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수도원 정원에는 쿠릴섬과 알래스카 지역을 처음으로 탐험했던 셸리호프의 무덤, 혁명을 꾀했던 데카브리스트들과 그 가족들의 무덤이 있어 유명하다.

발콘스키의 집은 데카브리스트였던 발콘스키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건물이다. 이 집에서는 음악회나 시낭송, 가면무도회 등이 쉬지 않고 열려 마치 이르쿠츠크의 문화센터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기라도 하듯 당시 사용했던 피아노가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다. 1985년 12월 10일, 11년간의 재건축 공사를 마친 후 데카브리스트 기념관으로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르쿠츠크시에서 바이칼 호수 쪽으로 47킬로미터를 가면 딸찌가 나온다. 이곳에 딸찌민속촌이 있다. ‘딸찌 목조건축 구조물 박물관’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지만 그냥 민속촌이라고 부르면 딱 어울리는 곳이다. 민속촌에 들어서 오솔길을 따라 가면 타이가 숲의 진수를 맛볼 수 있고 바이칼 지역의 옛 주거 형태도 만나볼 수 있다.

바이칼 호수 최대의 섬, 알혼

끝없이 펼쳐진 시베리아 평원을 감상하면서 알혼섬으로 이동해보자. 알혼섬으로 가려면 먼저 MRS(Motors Repair Service)라고 부르는 마을을 들러야 한다. 소련 시절 선박을 수리하는 공장이 있던 곳으로 아름다운 호수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마을 어귀를 돌아서면 선착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연락선을 타야 알혼섬으로 갈 수 있다.

바이칼에 있는 크고 작은 20여 개의 섬 중 가장 크고 또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 알혼섬이다. 바이칼의 한가운데에 마치 바이칼 호수를 축소한 것처럼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다. 면적은 우리나라 거제도의 두 배쯤에 달한다. 알혼이란 부리야트어로 ‘햇볕이 잘 드는 땅’이라는 뜻으로 이름에 걸맞게 일조량이 풍부하다. 기록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맑은 날이 가장 많이 관측되는 지역 중에 한 곳이라고 한다.
불한 바위는 알혼섬의 중심에 자리한 후지르 마을 가까이에 있다. 이곳은 바이칼 호수에 관한 모든 자료나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이칼의 상징이자 명함과도 같은 곳이다. 먼 발치에서 보면 한낱 돌덩이에 지나지 않지만 이 바위 앞에 서면 그 위용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붉은색 이끼로 덮여 있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두 개의 봉우리는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혼섬 삼형제바위
알혼섬 삼형제바위
알혼섬 불한바위
알혼섬 불한바위
알혼섬 최북단에 위치한 하보이는 부리야트어로 송곳니를 뜻한다. 이는 멀리서 바라보면 그 모습이 영락없이 송곳니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마치 밧줄에 목이 감긴 여인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곳으로부터 70여 킬로미터 떨어진 우쉬칸섬이 보이기도 한다. 하보이 가는 길 정상에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탑과 소원을 기원하는 장승이 있어 친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간후슌에는 붉은색 바위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삼형제 바위다. 이곳의 바위는 유독 붉은빛이 강해 이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더욱 푸르게 느껴진다.

리스트비얀카 노천시장
리스트비얀카 노천시장
바이칼 호수 주변을 따라 촌락을 이룬 리스트비안카는 오늘날 세계 각지로부터 바이칼 호수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어울리는 글로벌 관광지가 되었다. 리스트비안카란 러시아어로 낙엽송이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일대가 시베리아에서는 보기 드물게 낙엽송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트비얀카에 위치한 숙박시설
리스트비얀카에 위치한 숙박시설
리스트비안카 선착장 주변 광장은 바이칼호에서만 잡힌다는 생선인 오믈을 훈제하는 연기로 가득하다. 또한 연기 속에서 훈제 오믈을 파는 아낙들과 좌판을 펼치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잡화상들로 붐빈다. 러시아 전통의 목제 인형인 마트료시카부터 이 지역 특산물인 보라색 옥돌 등 판매 물품도 다양하다. 특히 자작나무 껍질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바이칼 호수의 정보가 집적된 바이칼 호수박물관

바이칼 호수박물관에 가면 바이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박물관은 바이칼 호수에 관한 정보를 분석하고 자원을 수집, 보관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호수 주변의 동식물과 광물의 샘플, 호수의 기원에 관한 역사적인 연구 논문, 각종 수치 등을 지도나 도표를 통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바이칼 호수박물관
바이칼 호수박물관

2004년 개설된 수족관에서는 바이칼 호수에 서식하는 오믈, 시크, 하리우스를 비롯해 네르파도 볼 수 있다. 네르파는 세계에서 유일한 담수 바다 표범이다. 훈련이 잘 된 네르파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셈을 할 수도 있다. 북극에서 사는 네르파가 어떻게 민물인 바이칼 호수에서 살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이곳 원주민들은 네르파를 영물로 여겨 신성시한다.

이르쿠츠크 벼룩시장 근처의 작은 수족관에서도 네르파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규모나 시설은 소박하지만 네르파의 재주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공연 일정이나 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특히 그날그날 네르파의 컨디션에 따라 공연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바이칼 호수에서 약 0.5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리스트비안카의 유일한 교회인 성 니콜라이 정교회가 있다. 19세기경 이곳의 상인 세레브랴코프가 바이칼을 건너던 중 폭퐁우를 만나 위험에 처했을 때 성 니콜라이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기도를 했는데 다행히 전원 무사히 돌아오게 됐다고 한다. 그 후 그는 감사의 뜻으로 교회를 세우기로 하고 1846년에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완공이 되기 전 그가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부인이 그를 이어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담한 아름다움이 전해지는 건물이다.

* 기사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www.skynews.co.kr)
* 자료협조 : 바이칼전문 BK TOUR(www.bktour.kr)
도서 ‘바이칼’(우리가 간직해야 할 지구의 푸른 눈) / 박대일 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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