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을 찾아서… 이탈리아서 만난 진정한 알프스

[작가가 사랑한…]
돌로미티에서는 새들의 날갯짓마저 예사롭지 않다.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트레킹 길에서 만난 검은 까마귀와 묘석 그리고 나무 십자가.
◇神들의 지붕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알프스

달의 뒤편을 본 적 있는가? 본 적 없다고 해서 달의 뒤편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달의 뒤편을 찾아 떠나는 길, 나는 그것을 여행이라 부르고 싶다. 이 나라 땅이든 국경 밖이든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에 닿아 비로소 생활 전선의 금(線) 밖으로 나를 놓아 주는 것,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현실을 찾아 나서는 것만이 내겐 여행의 전부이기에…. 그리하여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알프스산맥 뒤편인 이탈리아 돌로미티 지역이다.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공항에서 비행기를 환승해 베네치아에 내린 후, 자동차를 이용해 돌로미티로 향했다.

◇내가 사랑하게 된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

알프스 하면 우리는 흔히 스위스를 생각한다. 앞뒤 간격 없이 사람에 치이며 인터라켄에 가서 기차를 타고 다시 갈아타기를 반복하며 융프라우 정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알프스의 모습이다.

[작가가 사랑한…]
돌로미티는 트레킹의 천국이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곳 이 그 어느 곳이든 바로 트레킹 코스와 연결된다.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트레킹 길에서 만난 독일 소녀들.

그러나 진정한 알프스를 느끼고 싶다면, 더군다나 트레킹이나 스키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이탈리아 돌로미티 지역이 제격이다. '신들의 지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동쪽의 산악지역 전체를 부르는 말이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뛰어난 경치를 지니고 있다.

돌로미티는 트레킹과 자전거 여행의 천국이다. 세계 4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이며, 실베스터 스탤론이 산악 구조대원 역으로 열연한 '클리프 행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중심 도시는 코르티나 담페초(해발 1244m)로 1956년 동계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던 곳이다. 작고 아담한 도시로 겨울엔 스키어들이 주로 몰려들고 여름엔 폭염을 피하려는 이탈리아 사람들과 한적하게 여행을 즐기려는 독일,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중세 때 작은 수도원으로부터 시작된 도시인데, 마을이 묘지를 둘러싼 담처럼 산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코르티나(장막)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성당과 묘지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코르티나 담페초는 베네치아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을 중심으로 자동차, 자전거를 이용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오토 캠핑장이 여러 곳 마련되어 있으며, 특히 자전거 도로는 거미줄처럼 모든 곳으로 연결되게끔 만들어져 있다.

◇다시 돌아가 일주일만 머물고 싶은 곳

돌로미티는 여름과 겨울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산꼭대기에는 여름에도 눈이 쌓여 있다. 하지만 걷기에 아주 적당한 기온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에 있는 산장에서 내려 각각 연결된 트레킹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기차를 타면 인간의 눈높이에서 알프스를 보게 되지만,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케이블카는 신의 위치에서 알프스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느 곳이든 트레킹을 즐길 수 있지만,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로는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둘레길이다. 3개의 거대한 산봉우리를 도는 코스이지만 대체로 완만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지난해 여름, 나는 '돌로미티에서 일주일을'이라는 책을 쓰기 위해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일주일 정도 머문 적이 있다. 시간이 멈추어버렸으면 하고 바라던, 그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흥이 아직까지도 가슴에 남아 있다. 누가 알프스를 스위스에만 있다고 했는가. 한 번 가 본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 그곳이 바로 이탈리아 알프스인 돌로미티와 내가 사랑하게 된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이다. 

[작가가 사랑한…]
돌로미티 가는 길 최근에는 이탈리아 로마, 베네치아, 돌로미티 지역을 거쳐 오스트리아나 체코 및 헝가리, 혹은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 쪽을 연결한 여행 상품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돌로미티에서 하루 정도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돌로미티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2박 3일은 머물러야 한다.

베네치아에서 돌로미티의 중심 도시인 코르티나 담페초까지는 렌터카를 이용하면 좋다. 소형차 기준으로 2박 3일에 약 25만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로마를 경유해 인천으로 가는 대한항공을 이용하려는 사람이라면 밀라노에 가서 렌터카를 반납할 수도 있다.

코르티나 담페초 맛집 돌로미티 코르티나 담페초엔 대부분 호텔에 식당과 바가 딸려 있으며, 메뉴는 대개 비슷하다. 그러나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 몇 곳에서는 그 나름의 독특한 맛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대개 피자와 스테이크 등을 주 메뉴로 내놓고 있는데, 저녁 시간엔 골목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①소고기를 먹고 싶다면 Pizzeria Porto Rotondo!

알프스 육우 스테이크와 이탈리아 와인으로 피곤을 잊고 싶다면 Pizzeria Porto Rotondo 레스토랑에 가 보길 권한다. 시내 중심 코르티나 성당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저녁이면 골목 테이블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이며 하루를 정리한다. 이곳은 장작 오븐에 스테이크를 익히고 피자를 구워낸다. 사실 산악 여행지에서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먹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Pizzeria Porto Rotondo 레스토랑은 트레킹 후 허기진 몸과 마음을 제대로 충족시켜 준다.

②돼지 족발을 먹고 싶다면 Pizzeria La Perla!

[작가가 사랑한…]
시내 중심부에서 한 블록 외곽으로 벗어나면 피자와 돼지 족발<사진>을 먹을 수 있는 Pizzeria La Perla 레스토랑이 있다. 역시 코르티나 성당 뒤편이며, Pizzeria Porto Rotondo 바로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이 집의 특징은 달콤한 소스를 발라 익힌 돼지 족발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우리가 먹는 족발과는 그 맛과 조리 방법이 다르지만, 알프스에 와서 족발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족발과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산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밤이 깊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머나먼 집 생각마저 잊히곤 한다.

말러가 사랑한 오두막 돌로미티 도비아코에는 죽기 전의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딸의 죽음, 아내와 이혼, 연인의 배반 등으로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들어와 교향곡 9번과 10번(미완)을 작곡했다는 오두막이 있다. 그는 죽음과 고통과 암울을 불러내 이 오두막에서 함께 기거하며 작곡을 했는데, 쓸쓸한 오두막 앞에 서니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고 말한 그의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10번 교향곡에 우리가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가 숨어 있는 건지, 9번이 한계인 것 같다. 9번 교향곡을 쓴 작곡가들은 이미 죽음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는 쇤베르크의 말처럼, 우리의 삶도 말러의 음악처럼 마지막엔 미완인 채로 끝나는 것이리라.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