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모래 바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드리워진 거대한 사막의 모뉴먼트, 붉은 암반과 수풀 고원으로 둘러싸인 자이언 캐니언(자이언 캐년, 자이언 국립공원)은 신의 정원 그 이상이다. 할리 데이비슨이나 컨버터블을 타고 계곡 사이의 바람을 가르는 쾌감은 숨 막힐 듯 짜릿하다. 그 깊고 깊은 계곡에 서면 서부의 전설을 몸에 휘두른 듯 낭만의 향취로 그득하다.

버진강의 북쪽 지류를 따라 펼쳐지는 자이언 캐니언 드라이브의 숨 막힐 듯 환상적인 도로를 질주한다.



버진강(버진 리버) 사이로 우뚝 솟은 자이언 캐니언

심상치 않은 풍광이다. 입구에서 바라보는 자이언 캐니언의 기운이 여행자의 마음을 압도한다. 두려움이 아닌 경외감으로, 찬란하고 신비한 붉은 기운의 자이언 캐니언이 여행자에게 고요히 말을 걸어온다. 깊고 강한 기운 속으로, 도무지 감지할 수 없는 신비 속으로 홀연히 빨려 들어간다. 자이언 캐니언의 자태는 신비감 그 자체다.

자이언 캐니언의 한여름은 기온이 40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 맑고 청명한 하늘은 대지의 수증기를 말려버린 탓이다. 반면 겨울엔 대체로 온화하다. 진입로를 들어서자마자 공원의 도로 군데 군데까지 암벽이 튀어나와 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아스팔트 포장까지 붉은색으로 물들어 마치 요르단의 붉은 성지, 페트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지구상 깊은 산 속 어느 곳, 혹은 미국의 서부 자연이라 믿어지지 않을, 오묘한 자연의 유혹이 끝없이 이어진다. 붉은 사암은 장쾌하고, 굽이진 길은 구절양장 천 길 낭떠러지다. 숨조차 쉬이 쉴 수 없는 압도적인 거대한 자연풍경이 연이어 몰려온다. 깊고 심오한 붉은 바위들의 메시지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자이언의 깊은 심장 속으로 달리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군데 차를 멈추어 세워야 한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거대한 자이언 캐니언을 가슴에 담아내며 천천히 심연으로 들어가 보자. 하이킹 코스가 몇 군데 있는데, 우뚝 솟은 절벽 사이를 강여울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계곡 속은 고요하고 낮에도 깊은 어둠이다. 10층 아파트 수십 채를 합한 크기의 거대한 붉은 암석들이 한데 어울려 묘하고 특별한 구조로 경이롭다.

자이언 드라이브를 따라 달리며, 자이언의 얼굴 그레이트 화이트 스론(Great White Throne)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지나게 된다.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 진입로를 들어서면, 오픈카와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의 시원한 질주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장구한 세월 동안 침묵을 지키면서도, 그 부동의 자태는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장엄함은 가을이 되면 더욱 붉은 색색의 단풍과 계곡과 계곡 사이를 흘러내리는 옥수가 어울려 형형색색의 암벽 궁전으로 변신한다. 오가는 차량들이 없다면 아마도 전설 속 미지의 세계로 달려가는 느낌일 것이다. 미국이지만 가장 미국답지 않으며, 가장 깊은 서부이지만, 신의 정원답게 평화롭고 안온하다.

타는 듯 붉은 바위를 배경으로 사막 서부극의 촬영이 빈번히 연출되었을 것이다. 장엄한 ‘자이언(Zion)’이라는 이름은 신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름처럼 거대하고 고요하다. 이름에 걸맞게 큰 바위들은 대단히 엄숙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인근을 흐르는 버진강은 붉은색과 흰색의 조화가 어우러진 모래 바위들을 휘돌고, 협곡의 바닥은 온통 나무와 풀들과 강으로 뒤덮여 있다.

바위를 올려다본다. 협곡의 깎아지를듯한 단면들은 약 2,000-3,000피트(50-75m) 높이의 거대한 모습으로 주변을 압도하고 있다. 공원 북쪽 지역은 고대에서부터 파생된 화산과 석화된 나무들로 신비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신의 정원이다. 자이언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1847년 솔트레이크시티가 탄생한 이후이다. 1923년에 계곡 내 자동차 전용도로가 완공되고 터널이 준공되면서 관광객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신의 정원, 자이언 캐니언을 걷는 일은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일생에 한 번은 자신을 만나야 한다. 특별히 초대한 신의 공간처럼 가는 곳 어디나 거룩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타워에서 아득하게 내려다보면 백 만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쉬지 않고 흐르는 버진강이 우리를 무아경으로 이끌어간다. 끝없이 이어진 사암과 혈암, 석회암에 풀 한 포기 없는 암벽은 대자연의 위대함 속에 숨소리조차 위축된다.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이어진 자이언 캐니언의 거대한 사암 덩어리가 여행자를 압도한다.

수백만 년의 세월 속에 침식되어 만들어진 가늘고 긴 협곡은 무려 수백 피트의 높이로 인간을 압도한다. 보잘것없는 우리 인간이 팔을 뻗으면 금세 건너편까지 닿을 수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계곡 아래 Narrow Canyon은 천 길 낭떠러지다. 그래도 계곡을 찾는 이가 많다. 폭우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며, 등반 중 실종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사전에 허가를 받고 출입해야 한다.

동쪽 산 정상의 붉은 신비는 우리를 황홀케 한다. 이름 모를 공포감이 밀려오기도 할 만큼 경외감으로 휩싸이는 곳이지만, 천지창조 그대로의 모습은 그곳에 서 있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앤젤스 랜딩(Angels Landing) 정상에 서면 천국의 천사들이 찾아오는 느낌이다. 그 거대한 대자연의 합창, 굽이진 길들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는지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음성이 들려올 즈음, 누구나 가슴은 뛰고 충만한 기쁨에 온몸이 전율에 휩싸일 것이다.

자이언 캐니언은 하나하나 신의 걸작이다. Bridge Mountain, Twin Brothers, Mountain of The Sun, Weeping Rock, Great White Throne 등 주요 관광포인트 중 어느 한 곳도 놓칠 수 없다. 성스러운 이름의 국립공원이 된 것처럼 자이언 캐니언은 차원이 다른 신비로움으로 그득하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 당당한 이미지의 성스러움을 지닌 자이언은 그 이름 그대로 신의 전당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 숨죽이며 두려움과 감동으로 서 있는 나를 만나보자. 그리고 오늘, 내가 생생하게 살아 있음에 감사해 보자.


가는 길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 중 하나인 자이언 캐니언은 1919년 11월19일 총 229 mile2의 크기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유타주의 세인트 조지 방향으로 296mile(474km) 지점 애리조나 국경 근처, 라스베이거스에서 135mile(216km) 거리에 있다. 기암절벽과 바위산을 남북으로 관통한 전망 터널 도로는 최고의 토목기술진을 동원해 난공사를 벌인 결과 1930년 1.1마일의 터널을 뚫고 완공했다. 터널 곳곳의 암반 도로구멍으로 비추는 거대한 바위산과 찬란한 무지갯빛을 볼 수 있는 축복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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