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에 자리한 자이살메르는 사막과 초원이 펼쳐지는 황금 도시이다. 900년 전에 세운 황금색 요새에서 아직도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신비감마저 갖게 한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 사파리는 밤하늘에 수놓인 무수한 별을 선물해 주었다.

현지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델리 파하르간즈에서만 일주일을 하릴없이 보낸 나는 슬슬 몸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라씨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곳저곳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현지인들과 짜이(인도식 홍차)를 마시며 싱거운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델리에만 머물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아무리 계획 없이 인도에 왔더라도 가끔은 ‘눈 호강’을 하고 싶었다.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새는 현지 극장에 앉아 다음 행선지를 생각했다. 델리에서 가장 흔히 다음 행선지로 삼는 곳은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나 인도 최고의 보석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이다. 생각 끝에 이참에 자이살메르로 가서 인도 서쪽의 해안선을 따라 인도 일주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80일이라는 여정을 남겨두고 ‘과연 그게 가능할까?’ 란 생각은 인도에선 쓸데없는 생각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왔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연착이 되는 기차와 운전사 마음대로인 버스 앞에선 모든 것이 신의 뜻일 뿐이다.

1 자이살메르 성안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현지인들. 성은 고스란히 그들의 생활공간이다. 2 외국인 관광객에게 거리낌없이 포즈를 취해주는 인도의 아이들. 3 인도의 아낙과 청년들이 성 입구에서 좌판을 벌이고 있다. 
황금빛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
델리에서 20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차로 달린 탓에 거의 반죽음이 되어 자이살메르에 도착하자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온 호객꾼들이 모여든다.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자기네 가게로 오라고 손짓을 하지만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이름난 게스트하우스에 묵기로 하고 자이살메르 성으로 향한다. 기차를 타고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이것저것 따지고 잴 힘도 없다. 오토릭샤를 타고 도착한 자이살메르 성은 압도적이다. 언덕 위에 우뚝선 황금색 성은 신비감마저 자아낸다. 거대한 요새 아래에서 사람과 소, 개와 원숭이가 뒤섞여 사는 목가적인 풍경은 인도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행객에게 잠시의 게으름을 강요한다.
여느 성 같으면 당연히 입장료를 받고 관광지역으로 만들었겠지만 자이살메르 성은 관광지 아닌 관광지다. 그도 그럴 것이 성 안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집을 짓고 일상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이살메르 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성안은 평범한 인도의 일상이 이어진다. 복잡하게 연결된 골목에선 꼬마들이 크리켓을 즐기고 있고 동네 청년들은 한가로이 여행객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기념품을 팔고 있다. 과연 이곳이 900년 전에 지어진 성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일상은 자연스럽고 평범하다.

1 ‘친구 가격’으로 비싸게 물을 판 머리좋은(!) 인도 청년. 2 인도 특유의 화려한 색이 아름다운 가방들. 자이살메르에서는 낙타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나 신발을 살 수 있다. 
“어이~ 친구 친구! 콜라 있어요. 물 있어요. 싸게 줘요. 이리와요.”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잘생긴 인도 청년이 자기네 가게에서 물건을 사라며 손짓을 한다. 외국인은 인도 현지의 물을 마실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항상 물을 사들고 다녀야 한다. 1ℓ짜리 생수 한 병에 10Rs~30Rs까지 지역마다, 브랜드마다 그 가격대도 다양하다.

“빠니(물) 하나 주세요.”
“써티 루피예요.”

델리에선 10루피면 살 수 있던 물이 너무 비싸다. 사막지역이라서 물도 귀한 모양이다. “깜까로나(깎아주세요) 플리즈~” 여행객의 필살기인 ‘깎아줘 신공’을 펼치니 청년은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투엔티 루피! 코리아 프렌드 프라이스!”를 외친다. 말 한 마디에 무려 10루피나 깎았다. 하지만 ‘이 청년 인심 좋네’라는 생각을 하며 물을 뜯어 마시는 순간, 현지인에게 물 한 병을 10루피에 파는 그. 어이가 없어 노려보니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Are you happy?”라고 되묻는다. 역시 인도에선 모든 게 신의 뜻이다. 이제껏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는데 고작 10루피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아 사진이나 한 장 찍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No problem!” 청년은 바지춤에서 도끼빗을 꺼내더니 가르마를 정성스럽게 정리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다. 참 황당한 상황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여기는 인도가 아닌가. 모든 일이 신의 뜻이기를.

타르사막까지 우리를 인도해준 낙타들. 
별이 쏟아지는 사막에서 하룻밤 낙타 사파리
자이살메르가 인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낙타 사파리 덕분이다. 특히 사막이란 것이 없는 한국 사람에겐 자이살메르의 낙타 사파리는 거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진다. 2만원이 조금 넘는 비용으로 낙타를 타고 사막을 타박타박 걷는 체험은 숨 막히는 모래먼지를 참아가며 이곳에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숙소에서 지프를 타고 사막 입구로 가니 여덟 마리의 낙타가 숨을 고르고 있다. 큰 눈을 깜빡거리는 낙타는 온순해 보였지만 막상 등에 올라 일어서니 바닥까지 2m는 족히 되어 보인다. 여기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하지만 오늘 우리를 이끌어줄 낙타몰이꾼은 “You very strongman! No problem! 형님!”이라며 안심시킨다.

낙타몰이꾼의 막내들은 장동건, 소지섭 등의 한국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오늘 우리를 이끌어줄 아이의 이름은 ‘이승기’란다. 자기 친구인 ‘원빈’이는 한국의 한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인기를 끌어 낙타를 샀다고 한다. 자기도 나중엔 그렇게 될 거라며, 일단은 델리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란다. 
낙타 타기는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줄을 이어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해 앞 낙타가 방귀를 뀌거나 뒤의 낙타가 트림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모래바람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게 된다. 게다가 처음 타는 낙타라서 허리가 아픈 것은 둘째 치더라도 엉덩이에 살이 까지는 듯 아프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걸으니 이윽고 타르사막이 모습을 드러낸다.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언덕과 화살을 쏘듯 따갑게 피부를 파고드는 햇볕은 ‘이곳이 과연 사막이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든다.

엉덩이가 쓰라려 낙타 타기가 더 이상 재미없어 질 무렵, 하룻밤을 묵을‘샘둔’에 도착했다. 우리는 여기에 모포와 침낭을 깔고 야영을 하게 된다. 낙타몰이꾼들이 준비한 저녁 식사는 고작 차파티와 카레 정도였지만 사막이라는 장소에서 먹으니 더욱 맛이 좋다. 물론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입안에서 그대로 씹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해가 지자 사막은 불빛 하나 없는 칠흑이 되었다. 우리는 장작불에 닭을 구워 먹었는데, 그 냄새가 사막에도 퍼졌는지 개들이 모여든다. 거하게 바비큐와 맥주 한 병을 먹고 난 후 침낭에 누웠다. 사막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온통 별천지다. 그 와중에 하나둘씩 떨어지는 별똥별은 눈물이 날 만큼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혼잡한 인도의 또 다른 한편엔 이렇게 평화롭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사막의 밤이 펼쳐지고있었다.

Travel Information
델리에서 자이살메르까지는 기차를 타는 것이 정석이다. 올드델리 기차역에서 약20시간이 걸린다. 기차에는 여러 등급이 있는데, 보통 여행자들은 침대가 있는 SL등급을 많이 탄다. 하지만 20시간 이상 걸리는 자이살메르까지의 여정을 생각하면 3등석 AC나 2등석 슬리퍼를 타는 편이 낫다.
기차역에 도착하면 숙소에서 나온 호객꾼들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에서 낙타 사파리까지 함께 운영한다. 사파리를 한다면 방값은 100~150Rs 정도로 무척 싸다. 사파리는 대략 1박 2일 여정에 700Rs 내외를 생각하면 된다. 단, 여행객을 속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막코스, 식사 제공 여부, 타는 시간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한국 여행객들은 타이타닉 게스트하우스와 머드미러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인도는 언제 어떻게 사정이 바뀔지도 모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손주은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