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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누비던 사람, 동물, 자연의 원류가 남아 있는 땅, 러시아 캄차카!

[헬스조선]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간 지난 6월, 눈쌓인 무트노프스키 화산(해발 2322m) 전경. 지난 2000년 화산 폭발이 있었다. 주변에 화산에서 분출된 물이 흐르는 간헐 온천이 많다.
[헬스조선]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간 지난 6월, 눈쌓인 무트노프스키 화산(해발 2322m) 전경. 지난 2000년 화산 폭발이 있었다. 주변에 화산에서 분출된 물이 흐르는 간헐 온천이 많다.

외국인들은 앞다투어 그곳을 찾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던 캄차카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곳에는 신선한 풀을 찾는 곰을 보고, 설산을 바라보고 노천 온천을 즐기고, 야생화 향기에 취해 피크닉을 즐기는 꿈같은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헬스조선]헬기를 타야 갈 수 있는 캄차카 키흐피니쉬 화산 인근의 간헐천 계곡.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중의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간헐천 중의 하나다.
[헬스조선]헬기를 타야 갈 수 있는 캄차카 키흐피니쉬 화산 인근의 간헐천 계곡.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중의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긴 간헐천 중의 하나다.

마음의 고향, 북방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북방은 엄연히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단지 분단 현실 때문에 대륙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살 뿐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분단은 한 점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의 바다를 통해 남방계 해양문화와 교류하는 한편으로 북방을 통해 대륙문화의 전통을 이어왔다. 좁혀 말하면, 우랄알타이 어족 구성원으로 시베리아와 역사적 문화 공간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헬스조선]러시아 극동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와 시내 전경.
[헬스조선]러시아 극동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와 시내 전경.

나는 고향이 강원도 춘천인데다 부계(父系) 쪽으로 북한의 청진과 인연이 있어, 나 자신을 늘 북방계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일제 강점기에 작가 이광수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 가서 작품을 썼고, 작가 이태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랐다. 또 내가 아는 한 어른은 고보 시절 원산으로 수학여행을, 연희전문 입학 기념으로 만주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언제나 가슴이 뛰었다. 한 세기 전 조상들은 북방 대륙을 누비며 다녔는데, 국경의 폐쇄적 의미가 사라진 21세기에 우리는 분단의 제약 때문에 오히려 반도 아래쪽에 갇혀버렸다. 공간적 상상력 자체가 쪼그라든 것이다.

 

[헬스조선]캄차카 반도의 말리 셈랴치크 화산 정상의 호수. 뒤쪽으로 만년설에 뒤덮인 화산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헬스조선]캄차카 반도의 말리 셈랴치크 화산 정상의 호수. 뒤쪽으로 만년설에 뒤덮인 화산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캄차카로


지난해 6월, 일본 홋카이도 동북단 시레토코 반도를 자전거로 일주한 적이 있다. 겨울이면 유빙이 떠내려오는 그곳에서 오호츠크해 건너 러시아 열도의 섬을 보았을 때, 내 머리 속에는 곧바로 그 위의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가 떠올랐다. 물론 그곳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까이 있기도 하다. ‘한반도의 척추’라는 태백산맥이 러시아의 캄차카까지 길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이미 우리 땅에서는 멸종된 시베리아 호랑이와 불곰, 야생 여우 등 한반도를 누비던 동물과 자연의 원류가 그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캄차카에 갈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여행에 나섰다.

아쉽게도 우리가 캄차카로 직접 가는 방법은 없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가는 길이 가장 효율적이다. 해삼위, 즉 해삼이 많이 나는 곳으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동방정책의 핵심 거점 도시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극동 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이 도시는 그래서 이미 한 세기 전에 근대 도시의 위용을 갖추었다. 일제 강점기 망국의 한을 달래며 많은 애국지사들이 모여든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안중근 의사도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거행하기 위해 이 도시에 들러 최재영 선생에게 자금을 지원받았다. 최 선생은 이 일로 이 도시를 점령한 일제에 붙들려 목숨을 잃는다. 어쨌거나 한반도가 비루한 초가집에 오물 냄새를 풍기고 있을 시절에 이처럼 아름다운 근대 도시를 만든 것을 보면서 조선 말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한 제정 러시아의 힘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헬스조선]캄차카 간헐천 계곡의 진흙 연못. 온도가 섭씨 70도가 넘기 때문에 발을 담갔다가는 큰 일 난다.
[헬스조선]캄차카 간헐천 계곡의 진흙 연못. 온도가 섭씨 70도가 넘기 때문에 발을 담갔다가는 큰 일 난다.

 

만년설로 뒤덮인 화산의 땅

[헬스조선]캄차카의 주도인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의 아바차만. 보트를 타고 바다 낚시를 즐기는 기분은 최고다.
[헬스조선]캄차카의 주도인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의 아바차만. 보트를 타고 바다 낚시를 즐기는 기분은 최고다.


캄차카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다. 2000km의 그 길은 원시 자연 그 자체다. 크기는 한반도와 엇비슷하며, 인구는 30만 명을 헤아린다. 그 가운데 주도(州都)인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 20만 명가량 산다. 그러니 나머지 10만 명 정도를 위해 길을 닦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도 육로로는 갈 수 없고, 비행기나 배로만 연결되어 있다. 그 덕분에 야생동물과 자연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반도의 대부분은 해발 고도 1000m 이상의 산악지대이며, 곳곳에 활화산이 있다.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화산을 가진 땅으로 이러한 화산을 둘러보는 트레킹이 캄차카 여행의 정수를 이룬다.

우리가 여행 간 6월 하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는 이미 반팔을 입는 여름이 찾아왔지만, 화산은 예외 없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기이한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다. 화산 트레킹은 특수 차량 없이는 불가능한데, 높이 오를수록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화산 주변 눈이 녹은 곳에는 예외 없이 아름다운 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백두산 만병초’로 알려진 노란 꽃이 특히 많았는데, 그 꽃은 러시아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군사와 에너지 강국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꽃과 동물을 보호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러시아를 잘 모른 채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캄차카 반도는 지도를 보면 알래스카와 마주한 곳으로, 이 두 곳 사이의 북태평양을 베링해라 부르며 세계 최대의 어장이다. 그래서 요트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은 캄차카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이 됐다. 주로 잡히는 어종은 넙치다. 흔히 알래스카 넙치라고 부르는 이 고기는 살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배 위에서 갓 잡은 넙치를 회로 떠서 먹는 식감은 남달랐다.

[헬스조선]캄차카 남동쪽 밀류친스키 화산 전경. 낮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6월인데도 산 정상은 눈이 많다. 화산 주변의 고원지대에는 야생화가 피어 사계절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헬스조선]캄차카 남동쪽 밀류친스키 화산 전경. 낮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6월인데도 산 정상은 눈이 많다. 화산 주변의 고원지대에는 야생화가 피어 사계절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어장답게 어류가 신선해서, 해산물 전문 러시아 레스토랑에서 먹은 요리는 유학생 시절 파리에서 먹던 것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캄차카의 원주민이 아시아계여서인지 이들의 전통 음식이 낯설지 않았다. 서양인들은 먹지 않는 고사리를 관자와 함께 무친 전통 음식을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로 내놓을 정도니 말이다. 캄차카 음식 중 사슴고기 스테이크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별미였다. 옛 소련 연방국 조지아 와인을 곁들여 사슴고기를 썰어 먹던 생각만 해도 아직까지 입에 군침이 돈다.

 

[헬스조선]캄차카 날리체보 국립공원에 있는 노천 온천.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수가 흘러 곳곳에 노천 온천이 있다.
[헬스조선]캄차카 날리체보 국립공원에 있는 노천 온천.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수가 흘러 곳곳에 노천 온천이 있다.

‘원시 자연의 땅’ 캄차카의 향기


캄차카는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꿈의 관광지다. 겨울 아웃도어야 워낙 추운 나라니 그러려니 하지만, 여름 한철 바다와 산을 함께 끼고서 아웃도어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성지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7, 8월에는 도시가 관광객으로 꽉 들어찬다. 그 때문에 오히려 성수기를 피한 6월이나 9월 여행이 더 호젓하고, 날씨 역시 부드럽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던 6월 하순의 나흘은 환상적인 날씨였다. 헬기를 타고 불곰을 보러 가던 길에 눈 녹은 물이 고인 칼데라 화산의 호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 비록 거리를 두긴 했지만 동면에서 깨어나 신선한 풀을 찾는 곰을 볼 수 있었던 것, 트레킹을 마치고 멀리 설산을 보면서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던 것,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드넓은 평원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캄차카의 명물 연어요리로 이루어진 도시락을 마치 소풍 나온 초등학생처럼 먹을 수 있었던 것이 모두 행운이었다. 러시아 루블화가 반 토막이 난 탓에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선택한 러시아 사람들이 많아 성수기에 그렇게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기는 결코 쉽지 않다.

[헬스조선]빌류친스키 화산 주변의 작은 호수. 초여름 기온인데도 눈이 많다. 눈이 녹아 만들어진 에메랄드 빛 호수가 환상적이다.
[헬스조선]빌류친스키 화산 주변의 작은 호수. 초여름 기온인데도 눈이 많다. 눈이 녹아 만들어진 에메랄드 빛 호수가 환상적이다.

우리에게 멀게만 여겨지던 캄차카는 사실 외국인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원시 자연의 땅’이다. 미국인을 필두로 독일, 일본,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한다. 한국인이 그 뒤를 이어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낯선 땅 캄차카! 자연을 사랑하는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비교하기 어려운 값진 체험을 선물로 안겨줄 것이다.

나는 러시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면세점에서 꿀 두 병을 샀다. 독특한 향의 꿀이다. 어릴 적 토종 꿀에서 맡던 냄새가 들어 있다. 바로 원시 자연의 향기! 그 향에 취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TIP. 헬스조선 ‘러시아 캄차카 반도 기행’ 9월 열려


만년설로 뒤덮인 160개 화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불의 땅’ 러시아 캄차카.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아 헬리콥터를 타고서야 갈 수 있는 그야말로 ‘원시의 땅’이다. 헬스조선 비타투어는 올가을 ‘러시아 캄차카 반도 기행’을 첫 출발한다. 9월 5~11일(6박7일) 단 한 차례, 한 회당 12명만 참석할 수 있다. 핵심은 난생처음 보는 캄차카 대자연 즐기기. 헬기를 타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캄차카 화산군의 만년설 봉우리를 감상한 뒤, 쿠릴스코예 호수에 내린다. 눈앞에서 야생 곰이 연어를 사냥하는 장면을 보면 짜릿한 쾌감이 든다. 드넓은 오호츠크해에 보트를 띄워 선상 낚시와 여유를 즐기고, 아바친스키 화산 트레킹을 한 뒤 노천 온천을 하는 등 캄차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일정이다. 여행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 불편함을 감내해야지만 몇 배의 감동은 달콤한 열매임에 틀림없다.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일정이 포함된 1인 참가비는 440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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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0 23:3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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