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발루 산은 외롭고 영험하다. 바다와 맞닿은 밀림의 섬 안에 동남아시아 최고봉이 자리 잡았다. 사바(Sabah)주 코타키나발루의 오랜 배경이었던 키나발루는 여행자들의 새로운 도전의 땅이자 휴식처다.

열대의 보르네오섬 북단에 있는 키나발루 산은 그 높이가 4,095m에 달한다. 알프스나 히말라야의 영봉(靈峯)도 아닌데 바다를 가까이 두고 육중한 산세를 뽐낸다. 키나발루 산을 품고 있는 키나발루 공원은 말레이시아 최초로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는 높이에 따라 다양한 식생이 서식한다. 산 아래 사바주의 밀림지대와는 또 다른 경관이다. 운이 좋다면 독특한 꽃과 거대한 나무 속에서 코타키나발루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를 만날 수도 있다. 키나발루 공원의 면적은 싱가포르보다도 넓다.

키나발루산은 높이가 4,095m로 동남아시아 최고를 자랑한다.

원주민들이 섬기는 ‘영혼의 안식처’

키나발루는 원주민의 말로 ‘영혼의 안식처’라는 의미를 지녔다. 실제로 키나발루는 이들에게 신으로 섬겨지는 산이다. 예전부터 원주민들은 소원을 빌기 위해 맨발로 산에 올랐다. 몸을 정갈하게 단장한 채, 폭포수 아래에서 기도를 드리는 주민들의 모습을 요즘도 만날 수 있다. 고산지대의 산자락에서 원주민인 카다잔(Kadazans), 두순족(Dusuns)들은 벼농사를 짓고 야채를 재배하며 산다. 주거지인 낮은 가옥들은 산 중턱마다 고즈넉하게 자리 잡았다.


산등성에 위치한 나발루 마을은 키나발루를 감상하는 최대의 포인트다. 마을 한가운데 등대처럼 솟은 전망대에 오르면 웅대한 바위의 행렬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산에 삶을 기댄 원주민들의 낯선 풍경은 쿤타상 마을에 들어서면 더욱 강렬해진다. 1,000m가 넘는 높은 도로에 채소가게, 과일가게가 도열해 있다. 이곳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것들이다. 수천 미터의 영봉 아래 토착민들은 신선한 농산물들로 산 아래 도시인들과 소통을 한다. 새벽이면 제법 북적한 시장풍경도 연출된다.

  • 1 쿤타상 마을 앞에는 야채가게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재배된 고랭지 채소는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다.
  • 2 키나발루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내다 파는 채소를 구입할 수 있다.

키나발루에서는 꼭 정상까지 욕심을 내지 않아도 좋다. 굽이 도는 길에서 바라보는 산세(山勢)는 순간마다 모습과 감동을 달리한다. 봉우리들은 맑은 날에도 자태를 내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정상의 웅장함을 완연히 감상하는 행운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키나발루 산 정상은 속살을 내비치는 경우가 드물다. 맑은 날에도 어느새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를 뒤덮곤 한다.

깊은 숲을 거닐고 바다에 닿다

키나발루 산을 낮게 즐기려면 고산마을을 둘러보고 공원 초입에 조성된 트레킹 코스와 정원을 산책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곳에서 즐기는 산악 트레킹은 늪지에서 거친 호흡과 함께하는 정글 트레킹과는 또 다르다. 공원에서는 산을 에돌아 닿는 포링온천에 들려 이색온천욕을 하거나 나무 사이에 매달린 줄 사이를 걷는 캐노피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단 온천이나 캐노피 체험은 사바주 일대에 널려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와 비교하면 그리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여유가 있다면 숲을 거닐며 이곳의 흙과 나무와 꽃을 조우하면 된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런 식으로 키나발루 공원을 즐긴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로우 봉우리는 정상 도전자들에게 화려한 일출을 선사하기도 한다.

  • 1 공원 내에는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포링온천이 위치했다. 이슬람 소녀들은 옷을 입은 채 욕탕에 들어간다.
  • 2 키나발루 공원을 거닐면 이곳의 다양한 식생을 만나게 된다. 정상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산악공원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키나발루 공원에서 사바(Sabah)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 도심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30분 걸린다. 푸른 색조의 키나발루는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노을, 해변과 맞닿은 워터프런트는 이곳 청춘들이 밤만 되면 모이는 데이트 코스다. 워터프런트 옆으로는 이 일대의 온갖 토산품을 구입할 수 있는 필리핀 마켓이 들어서 있다. 야채시장, 열대의 생선들이 쏟아지는 생선시장도 포구 옆에 선다.

새벽녘 코타키나발루의 수상가옥.

도심의 정경은 한낮에 만났던 산속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서민들이 거주하는 바다 위의 수상가옥들은 화려한 리조트의 발코니 너머로 내려다보인다. 쌀로 빚은 민속주 ‘리힝’과 워터프런트의 맥주 한잔도 묘하게 어울린다. 모두 영험한 산과 바다의 땅 키나발루에서 벌어지는 풍경들이다.


가는 길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 북부 사바주에 위치했다. 인천에서 코타키나발루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 말레이시아 항공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코타키나발루 도심에서 키나발루 공원 초입까지 버스도 운행된다. 2시간 30분 소요. 코타키나발루는 열대 기후로 일 년 내내 덥지만 산을 등반하려면 긴 소매 옷이나 방한용 재킷이 필요하다. 정상 등반 때는 산악가이드가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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