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동자승들의 축구 사랑을 그린 영화 [Cup]의 실제 무대인 나라. 자유 배낭여행을 허가하지 않아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조차 꿈꾸는 나라. 1년에 미리 예약한 1만 명의 관광객만 받고, 그것도 하루 200달러씩 체류비를 내야 하는 나라. 세계에서 유일한 금연국가이자 남자들의 복장 규제가 있는 나라. 무엇보다, 경제성장 위주의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에 반대해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낸 바로 그 나라.

기이하게 생긴 주전자를 들고 달려가는 사원의 동자승.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진보적인 철학과 정책을 지닌 나라

부탄이 세계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친 건 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당일, FIFA랭킹 202위인 이 나라가 꼴찌 203위인 몬세라트와 경기를 가졌다. 전 세계의 가십거리로 회자된 그 경기의 결과는 약체 몬세라트에 부탄이 4대 0으로 승리. 경기가 열린 수도 팀푸가 해발고도 2,320m인 덕분에 몬세라트 선수들이 고산병에 시달린 것도 한 몫 했다. 지금 부탄이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국민행복지수 GNH를 중심에 놓은 국가정책 때문이다. 1972년, 열일곱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어린 왕이 대관식에서 선언했다. “국민총생산이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중심에 놓고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그 선언은 이제 전 세계가 지켜보는 실험이 되었다. 행복을 위해서는 자연 생태계의 보존이 필수라 여겨 옆 나라 인도가 나무를 팔라고 애원해도 팔지 않는 나라. 더 나아가 국토의 60퍼센트는 산림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헌법에 명시해 놓은 나라.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정체성 역시 행복의 필수조건이기에 공공장소에서의 전통 복장 착용을 의무화하고, 모든 건축물을 전통에 기반해 짓도록 규제하는 나라.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 못지않게 영적인 진보와 성장이 중요하다고 믿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진보적인 철학과 정책을 지닌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푸나카 사원의 축제를 보기 위해 '키라'를 차려입고 나온 여성들

밭을 갈다가 잠시 휴식 중인 부자

지구상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낀 이 나라는 한반도 5분의 1의 면적에 인구는 송파구민보다 조금 많은 67만. 독실한 티베트 불교 국가로 군인보다 승려의 숫자가 더 많다. 세계에서 가장 늦은 1999년에 텔레비전이 도입되었고, 지구상 유일한 금연 국가로 담배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대한민국이 2006년의 행복도 조사에서 178개국 중 103위를 차지할 때, 국민소득 1,200달러인 이 나라는 8위에 올랐다. 이 나라의 의료와 교육은 국가에서 전액 무상으로 제공한다.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국왕이 직접 국민을 설득해 입헌군주제로 돌아선 나라다.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혁명이나 전쟁, 외부의 압력 없이 스스로 왕정을 포기한 유일한 사례란다. 그럴 듯한 생산 공장이나 오염 시설이 없어 온 나라가 청정지역인 부탄은 지구상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로 불린다.

히말라야 동쪽에 위치한 은둔의 왕국 부탄의 정식명칭은 부탄왕국(Kingdom of Bhutan). 세계에서 가장 험준한 지형으로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북으로는 티베트, 남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접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고도 2,000m 이상의 산악지대로 서에서 동으로 나라를 가로지르는 250km를 횡단하기 위해서는 3일이 소요된다. 오랫동안 쇄국정책을 고수해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전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부탄 남자들의 전통 복장 '고'를 입고 하교 중인 학생들

푸나카 사원의 경비

티베트 밀교의 전통을 수호하고 있는 부탄에서 탁상 사원(Taktshang Goemba)은 가장 신성한 사원으로 꼽힌다. 파로 계곡(Paro valley)의 높이 900m의 깎아지른 듯 가파른 벼랑에 자리 잡은 그 드라마틱한 위치가 신성함을 더한다. 계곡을 휩쓸고 지나가는 거센 바람 소리와 스님들의 불경 외는 소리만으로 수백 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탁상 사원은 ‘호랑이의 둥지’를 뜻한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최고의 고승으로 추앙받는 파드마 삼바바(구루 린포체)가 747년에 암호랑이의 등에 올라타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으로 날아왔다고 한다. 구루 린포체는 이곳의 악귀를 물리친 후 근처 동굴에서 석 달간 명상을 수행했다고 한다. 이후 탁상 사원은 부탄 전역에서 찾아오는 중요한 성지가 되었다. 1998년의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던 사원을 2005년에 다시 지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무엇

벼랑 끝에 걸친 듯 서 있는 탁상 사원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걷기다. 옛 고승처럼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고 날아가지 않는 한. 길은 사원을 재건축하기 위해 건설한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해발고도 2,600m에서 시작해 3,140m의 사원으로 향하는 길의 초입은 잘 자란 소나무숲이다. 완만한 길을 지그재그로 한 시간 남짓 오르면 능선에 다다른다. 작은 불탑과 기도 깃발이 서 있는 능선에서는 파로 계곡의 멋진 전망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잠시 후면 표고 2,940m의 카페테리아. 탁상 사원이 절벽 너머 건너다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자. 절까지는 이제 30분 남짓이니 서두를 일도 없다. 샘을 지나면 사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마치 바위 위에 매달린 듯, 혹은 바위에서 자라난 듯 보이는 사원 안으로 발을 디디면 그곳은 이미 속세가 아니다.

부탄이 분명 낙원은 아니다. 이 나라에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존재한다. 네팔계 부탄인에 대한 차별이나 도시로 밀려드는 농촌 출신의 젊은이들과 같은 문제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탄을 여행한 이들은 모두들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에는 뭔가가 있어.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무언가가.” 개발과 성장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미친 질주에서 벗어난, 적어도 그 속도를 제어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지닌 나라를 잠시나마 들여다본다는 것. 부탄에서의 경험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벼랑 끝에 세워진 탁상 사원.

코스 소개
7,0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북동부에 두고 북쪽으로는 티베트, 남쪽에는 인도와 경계를 이룬 부탄. ‘천둥소리를 내는 용의 나라(Druk yul)’로 불린다. 티베트 불교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나라 곳곳에 사원과 불탑이 가득한 부탄에서도 탁상 사원은 가장 유명하고 신성한 사원이다. 파로에서 차를 타고 40분 남짓 달려 탁상 사원의 트레킹 출발지인 람탕카로 간다. 2,600m인 이곳부터 두 시간 정도 산길이 이어진다. 탁상 사원은 3,000m를 넘는 고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산병의 징후가 나타날 수도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며 천천히 걷자. 가방과 카메라는 사원 입구에 맡겨두어야만 입장 가능하다.

여행하기 좋은 때
6월부터 8월까지는 열대 몬순 기후로 강수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9월 말부터 11월말까지가 청명하고 온화한 날씨여서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 특히 이 시기는 각종 축제가 열리는 시기여서 부탄의 민속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법
현재 부탄을 오가는 비행편은 국영항공인 '드럭 항공(Druk Air)'뿐이다. 보통 태국을 거쳐 파로 공항으로 입국한다. 여행사를 통해 미리 신청해 비자를 받아야만 탑승이 가능하다. 파로 공항에서 수도 팀푸까지는 53km로 2시간 소요.

여행 Tip
부탄은 개별 자유 여행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고, 여행경비를 입금한 후 비자를 받아야 한다. 3인 이상일 경우 하루 체류비 200불(3인 미만 240불). 체류비에는 숙박비, 세 끼 식사, 차량과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 (여행사 : Ancient Bhutan Tours / Email(bhutanancient@druknet.bt) / Website) 부탄은 전통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나라이므로 여행시 옷차림에 주의해 반바지나 민소매는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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