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의 파리.'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는 또 다른 별칭으로 그렇게 불린다. 북부 아프리카의 도시지만 프랑스풍의 거리, 이슬람 모스크, 카르타고의 고대유적, 지중해의 바람이 맞닿아 있다.

튀니스의 신시가지에 들어서면 유럽의 도심을 거니는 기분이다. 쿠바 아바나에 60대년대 미국 올드카들이 다닌 것처럼 튀니스에서는 유럽 차들이 종횡무진 오간다. 다운타운인 하비브부르기바 거리를 채운 날렵한 차들은 프랑스의 푸조,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이 대부분이며 거리의 표지판은 아랍어와 프랑스어가 병기돼 있다. 프랑스의 오랜 식민시기를 거쳤던 도시에는 그 잔영이 깊게 배어 있다.

구시가와 신시가의 경계가 되는 '바흐 엘 바흐르.'

'북아프리카의 파리'로 불리는 도시

노천바들이 가득한 하비브부르기바 거리를 이곳 사람들은 파리처럼 ‘샹제리제’로도 부른다. 길 한가운데에는 모스크 대신 프랑스풍이 물씬 묻어나는 국립극장이 들어서 있다. 거리에 나서면 파리지앤이 된 듯 노천바에 앉아 대낮에도 한 방향을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홀짝 마신다. 의자도 파리에서 직수입한 것들이 많다.

빈 의자들은 벽안의 관광객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튀니스 청춘들은 절반은 유럽에 동화된 듯한 포즈와 여유로움으로 도심의 한 단면을 채색한다. 이슬람 국가지만 일부다처제를 폐지한지 오래전이고 이곳에서는 공휴일도 금요일 대신 서구의 휴일인 일요일로 정했다. 얼굴을 뒤덮는 부르카 대신 민소매 차림으로 한껏 멋을 부린 도시의 여인들과도 쉽게 조우하게 된다.

수도 튀니스를 더욱 유럽풍으로 꾸미는 것은 도심을 오가는 트램이다. 이태리의 밀라노에서나 봤을 트램이 거리 중심가를 가로지른다. 물론 트램은 고풍스러운 한 칸짜리 목조 트램이 아니라 세 칸 짜리 트램을 두 개 묶은 투박하고 수더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메트로 레제’로 불리는 트램이 오가는 도심의 가로수들은 네모로 다듬어 놓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세계유산인 메디나와 지투나 모스크

이방인의 손길이 닿았어도 튀니스는 수천년 세월의 숨결이 서린 이슬람의 땅이다. 경계를 넘어서면 완연하게 도시의 색깔을 바꾼다. 파리의 개선문을 닮은 바브 엘 바흐르를 지나면 다른 세상이다. 이슬람의 전통시장인 수크와 구시가인 메디나가 이어지며 번듯했던 길들은 좁은 미로로 변질된다.

튀니스 구경의 묘미는 이 메디나의 길을 걷는 것이다. 길목으로는 붉은색 펠트 모자를 쓴 할아버지들이 오가고 그늘진 투박한 길은 시장인 수크로 뻗어 있다. 이곳의 수크는 별천지다. 수백 개의 골목에서는 튀니지의 전통 목각인형과 도자기, 동판 공예품들이 팔린다. 물담배인 시샤를 뻐끔뻐끔 피어대는 시장 사람들의 군상은 그리 바쁘거나 치열하지 않다. 그 평화로운 시장 골목 한가운데 튀니스를 대표하는 지투나 모스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낸다.

지투나 모스크는 메디나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1300년의 긴 역사가 담긴 이슬람 사원에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풍의 말굽모양 창문, 베네치아산 샹들리에, 로마시대 카르타고 유적의 대리석 기둥 등 지중해의 문화들이 복합적으로 내려 앉았다. ‘지투나’는 올리브라는 뜻. 튀니지는 세계 올리브 생산의 2위 국가이기도 하다. 복잡한 수크안에 들어선 모스크는 이곳이 튀지스 옛 시가지의 중심임을 알려준다. 수크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사각형 기둥의 첨탑은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투나 모스크. 내부에는 유럽 여러 나라의 양식이 혼재돼 있다.

도심 한편에서 만나는 바르도 박물관은 튀니스의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튀니지의 루브르'로 불리는 박물관에는 3000여년 동안 로마, 비잔틴, 오스만투르크,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던 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마시대 번성했던 카르타고의 유적을 만나는 것 또한 이채롭다. 잘게 조각낸 돌로 새겨진 모자이크 작품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흔하게 조우할 수 있는 없는 것들이다.

박물관에의 감동을 지니고 바다로 발길을 옮기면 명장 한니발의 사연이 서려 있는 카르타고의 노천 유적들과 만난다. 비르사 언덕을 등지고 흩어져 있는 카르타고의 유물에는 지중해를 끼고 로마와 자웅을 겨뤘던 고대왕국의 영화가 깃들어 있다. 흔적만 남은 2000년 세월의 도시와 짙푸른 지중해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복잡다단한 역사를 지닌 낯선 도시의 저녁은 와인 한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튀니지의 마공와인은 한때 프랑스로 수출했을 정도로 사연과 유래가 깊다.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도시애서 전해지는 묘한 향기는 와인에서만 풍겨나는 것은 아니다.

가는 길=한국에서 북아프리카 튀니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튀니스까지는 2시간 30분 소요. 두바이 등 중동 국가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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