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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문어를 귀하게 여기며 즐겨 먹기는 했으나, 특히나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문어 요리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안줏거리인 숙회를 기본으로 갈비탕, 짬뽕, 보쌈에도 문어가 등장하고 있다. 값은 비교적 비싸지만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하며 담백하고 깊은 맛에 쫄깃한 식감까지 갖춘 문어는, 특별히 해산물을 선호하지 않아도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문어가 잡히는 것은 한국 근처에서는 일본, 알래스카, 북아메리카 등 북태평양 일대이다. 멀리로는 인도양, 대서양의 난대, 온대 지방에서 문어가 잡힌다. 그래서 유럽에서도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남부 유럽 연안 국가들에서 문어를 먹는다. 수온이 낮고 빙하 녹은 물로 바다 염도가 떨어지는 북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문어나 오징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낯설음 때문인지 북유럽에는 '크라켄(Kraken)'이라고 불리는 바다 괴물의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백경, 해저 2만리 등의 소설이나 캐러비안의 해적, 인어공주 같은 인기 영화에도 등장했던 크라켄은 대왕 오징어나 문어 모습을 하고 거대한 빨판이 달린 다리로 배를 휘감는다. 이처럼 북유럽 사람들에게 문어는 무섭고 이상한 먹을거리이지만, 남유럽 사람들에게 문어는 햇빛 뜨거운 지중해와 대서양의 바다를 상징하는 생명과 정열의 음식이다. 

다리를 통째로 구워내는 그리스식 문어 구이도 인상 깊고, 작은 문어를 튀겨 내는 이탈리아 요리도 맛있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스페인의 풀포 아 페이라(Pulpo a Feira)가 아닐까 한다. 갈라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명물 요리라 풀포 아 라 갈라시아(Pulpo a la Galacia)라고도 불린다. 갈라시아는 이베리아 반도의 북서쪽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는 곳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에 이어 세계 3대 기독교 성지에 꼽히는 곳이며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삶은 문어를 얇게 저며 나무 그릇 위에 얹고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린 후 소금과 파프리카 가루를 더한다. 고춧가루 같은 파프리카 가루는 매운 맛보다는 고추의 풍미를 더한다. 이렇게 파프리카 가루를 더한 것이 갈라시아풍이라고 하는데 문어 삶은 물에 익힌 감자도 함께 낸다. 한 입 맛보는 순간 주방에 뛰어 들어가 어떻게 삶는 건지 물어보고 싶을 만큼 문어의 살점은 부드럽고 고소하게 씹힌다. 동네에서 나는 소박한 화이트 와인도 곁들여본다. 굳이 비싸고 유명한 와인을 고를 필요가 없다. 상표를 적은 표지도 마개도 없는, 옛날 동네 막걸리 같은 와인이 문어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작은 생선 튀김이라도 한 접시 곁들이면 금상첨화이다. 

'유럽의 부엌'이라 불리는 스페인은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 아래 자라는 과일과 채소, 대서양과 지중해에서 잡아 올리는 생선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복잡한 양념이나 조리방법을 쓰지 않아도 식재료가 지닌 강한 힘이 음식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스페인에서 음식을 선택할 때는 좀 더 과감하게 모르는 음식에도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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